인생은 아름다워(1113) - 분노 조절하기
지구촌 곳곳에 역대 급 폭염이 엄습하는 상황에서 불쾌지수에 더하여 분노지수가 폭발하는 국제환경이 아슬아슬하다. 평온한 주말을 강타한 톱뉴스는 미국의 유력한 차기대통령 후보 도날드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의 선거유세 중 총격피습, 이는 국제사회에 큰 충격과 불안을 안겨주는 대형사고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고는 증오와 극단으로 치닫는 미국정치의 속살을 드러낸 것일 뿐 아니라 극우와 극좌로 양분된 국내외의 앞날에도 큰 그림자를 드리우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부질없는 총성이 민초들의 재앙으로 변질되지 않았으면.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공화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펜실베니아주에서 열린 선거 유세도중 토머스 매슈 크룩스라는 청년에게 피격 당한 뒤 경호원들의 도움으로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주말 아침, 배달된 신문을 열심히 보던 아내가 읽던 칼럼을 건네며 살펴보기를 권한다. 칼럼의 제목은 분노조절장애, 요즘 우리 주변에서 자주 접하는 사회적 이슈라서 이심전심인 듯. 칼럼의 요지,
‘분노조절장애. 공식 의학 용어로 간헐적 폭발성 장애인 이 정신질환은 폭력이 동반될 수 있는 행동 장애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도 뜬금없이 분노를 표출하고, 충동적 고함이나 과도한 책망을 일삼으며,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공격적인 말과 행동을 서슴지 않는 게 대표적 증상으로 꼽힌다. 실제로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가히 분노 공화국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회사에선 꼰대 상사의 버럭이 일상화·만성화돼 있는가 하면 가정에선 부모와 자녀가 서로 고성을 지르며 싸우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정치권도 두말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더 큰 문제는 정작 당사자는 자신의 질환을 결코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바쁘고 그 과정에서 또 버럭 화내며 분노하기 일쑤다. 심리상담 전문가들이 가장 치료하기 힘들어하는 사람도 이처럼 자신의 허물을 한사코 부인하는 자들이다. 분노는 마른 벌판의 들불과도 같아 순식간에 퍼지고 전염된다는 점에서 그 어느 정신질환보다 폐해가 크다. 사회 건강과 안전 측면에서 시한폭탄 같은 이런 사람이 내가 속한 조직과 가정의 리더이자 의사 결정권을 가진 자라고 상상해 보라. 숨이 턱 막히지 않는가.’(중앙일보 2024. 7. 13 박신홍의 칼럼, ‘분노조절장애’에서)
젊은 시절 공직에서 일할 때 걸핏하면 버럭하는 성질의 상사를 모신 적이 있다. 한 번은 업무보고 중 지시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며 책상에서 벌떡 일어나 주먹을 휘두르려 하는 자세,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려니 차마 주먹질은 못하고 고성이 한참 이어졌다. 그 장면을 주변에서 지켜보던 비서관이 하는 말, 그런 때는 얼른 도망치지 않고 그대로 야단을 맞느냐고. 이 때문에 별다른 일은 없었고 그저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 뿐. 요즘 같으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문제가 되었을지도.
최근 회자되는 말 가운데 하나가 VIP의 격노,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자주 격노한다는 표현을 접하는 민초들은 불안하다. 50여년 배우고 일하며 봉사하는 동안에 체득한 경륜, 온유와 인자로 다스리는 것이 위압과 겁박으로 치리하는 것보다 낫다.
‘유순한 대답은 분노를 쉬게 하여도 과격한 말은 노를 격동하느니라.’(잠언 15장 1절)
연약하면서도 폭우와 강풍을 견뎌내는 들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