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바다 앞에 섰습니다.
거대한 바다 위엔 보름의 달이 떴고, 수평선이 보였고
파도는 늘 그랬듯이 쉼없이 출렁이며 제 호흡을 합니다.
한시도 멈춤이 없는 움직임이었지요.
아름다웠지요.
'상처를 내서라도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
라는 문장이 떠올랐답니다.
상처, 기억.
새벽, 산골 물소리를 들으며 산에서 바다를 그리워하던 차지키미 님의 붉게 상기된 순한
얼굴도 떠올랐구요. 또 하나의 아름다운 상처를 품고 산을 떠난다는 혜월 님의 이야기도
생각 났지요.
우리는 山에서 차를 덖으며, 그런 이야기를 들었지요.
차를 비비며 찻잎에 난 상처가 시간이 흘러 잘 발효되어, 香이 된다는.
지리산,오전의 햇살은 눈부셨고 하늘은 푸르렀고 흰 구름은 유유히 흘렀고
붉은 앵두 열매는 익어 떨어져 내렸고, 장미와 돌틈에서 피어난 이름모를 꽃들도
붉었지요.
"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아...아...아..."
그녀의 노래에 눈물을 닦고, 그들 그리고 그녀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었지요.
상처를 내서라도 기억하고 싶었지요.
우리는 우리에게 상처입혔다 생각하는 것들을 오래 기억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건, 아름다운 상처, 날이 날마다 새롭고 싶은 상처. 그래서 어느날 문득 향으로 터지는.
그 쉼없이 몸을 뒤채는 바닷물의 살아 있는 몸짓을 바라보며
결국은 내가 나에게 스스로 입힌 상처들과 조금 화해를 했구요.
조금 더 편안해졌구요. 그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상처를 바라보는 눈이 조금
뜨였답니다. 원래 없던 상처, 내가 들여다 보며 눈물 짓던 작은 어둠의 의미를...
바다에 와서 그리워했던 산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
우리는 어느새 서로를 닮아있고, 또 조금씩 닮아가겠지요.
그 혹은 그녀의 몸짓과 언어가 기쁨과 눈물이 내 것이 되어가고,
결국 우리의 것이 되어 가겠지요.
지리산知異山
그 품 속에 우리는 안겼었구요.
知異
다름을 알아 더 큰 하나가 될 수 있는 (어느 분의 표현이지요)
그 다른 것들을 넉넉히 품은 山, 지리산 같은
'차맛어때'가 날 오랫동안 품고 앓.아 .주.어. 고맙구요.
소중한 이야기 들려 주고, 환한 웃음 지어 주고, 따스하게 안아 주고
고운 음악을 들려 주고, 노래를 불러 주고, 소중한 땀을 흘리며
함께 차를 만들고, 차를 마시고, 술을 마시고
함께 푸른 산을 마시고, 붉은 꽃과 열매를 마시고,
다시 '난생 처음' 우리를 함께 마시며 취하고 깨어 나던.
그 시공간을 함께 머물며 흘러갔던 모든 이들...
새벽 6시, 좁은 수돗가에 앉아 뜨거운 물을 끓여 기름때 설겆이를 함께 한 초의님
-차를 덖으며 흘린 땀이 그동안 마신 차보다 많은 사람이 그대가 아닐까 하오.
기름때 묻은 그릇에다 수돗가 주위를 말끔히 씻어 환하게 만들었던 아란도 님
-늦잠꾸러기라 핀잔을 받을 때가 많지만, 새벽을 밝히는 그 마음씀을 아는 사람은 알거세. ^^
분주히 오가며 먹을 거리를 준비하고, 사람들을 실어 나르며 애를 쓴 왕소금 님
또한 그 쉰 목소리로 사회 보고 다회 진행 거드느라 고생했던 차맛어때의 보배 산울림 님
-후기 적으며 궁금한 것이 있어 전화를 했더니 막 후기 마무리 작업 중이라 해서 하하하 웃었지
요. 그 고마운 마음 씀씀이로 복 많이 받을껴. 지금도 사랑 많이 받고 있지만요. ^^
소복하니 부른 배로 넉넉하게 웃으며 '산을 보며, 웃지요.' 하시던 키키 님
야무지게 다회 살림을 사신 파아란 님
-우리, 고요히 앉아 차 한 잔 해요. 얼굴 오래 못 봐서 아쉬웠어요.
사랑하는 그녀들-사랑스런 미류나무, 그 노래들로 날 울리는 동방 미인 님
함께 있는 것만으로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나유타 님
-'처음도 중간도 끝도 좋은 인연이지요'
새벽. 대나무 평상에서 내 모습을 얼핏 연상하게 만들어 애틋했던 코도리 님
두번째 만남이나 그 자상한 속내가 또한 애틋했던 만년 사춘기, 소년 건축가 혜월 님
푸른 빛, 저녁 어스름 속에서 팬플릇 연주를 울려 퍼지게 한 뜬구름 님
-'뜬구름' 또한 그 이름이 뜬구름이라는 사실이 문득 다가올 때, 무거운 이름에서 자유로워지겠
지요.
무쇠 솥의 더운 열기 속에서 함께 웃었던 chayou 님
-금방 가셔서 아쉬웠어요. ^^ 담엔 길게 봐요.
그리 만나게 되어 또한 통함이 있어 반가웠던 연다향 님
-뜨거운 땀을 흘리며 가벼워지고 시원해지는 묘미를 느끼셨다구요. 차만들기 1조팀 넘 멋졌죠?
그녀의 친구, 무향 님 그리고 차만들기에 도취되어 ^^ 열심이시던 무향 님의 남편분
계곡길을 손을 잡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정다워 보였던 소로 님 내외
모두가 예쁘고 잘 생겨 보인다는 아름다운 시선을 가진 개도사 님
때론 고요히 앉아, 때론 순박한 웃음으로 다가왔던 맑은 진이 님
새벽, 계곡 물소리, 산빛처럼 문득 가깝게 다가오던 차지키미 님
차 덖는 모습을 지켜봐 주시고, 창밖으로 들리는 내 노래 소리에 귀 기울이시던 명공 님,
부산까지 먼 길 태워주신 산향 님-선곡하신 곡들 참 좋았답니다,
부산 지하철에서 표를 끊어 내밀며 낯선 곳에 와 있는 나를 걱정하던 은아 님,
-덕분에 일 잘 보고, 태종대, 달빛 비치는 너른 바다 앞에 설 수 있었답니다.
'조팝 나무' 흰 꽃이 설유화라 불리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않던 어여쁜 雪유화 님
-이젠 소중히 간직한 것을 차맛어때에 나누며 살고 싶으시다구요?
만날수록 넉넉하고 세심한 인품에 고개 숙이게 만드시는 늘푸름 님
-설레임으로 달려와 손수 차를 만들어 행복하셨지요?
언젠가 한 번 그 흐름을 좇아 가고픈 흐름이어라 님
- 지금은 어딜 흐르고 있나? 그대의 삼가고, 세심한 배려의 마음은 다들 알고 있다네 ^^
재작년에 만나고 두번 째 만남이나, 성큼 정겹게 다가오던 발레리김 님
- 넉넉하게 웃을 수 있어... 참 잘 오셨죠?
머리를 빡빡 밀고 나타나 못 알아 보았던 안다 님
-채훈 님, 옷이 참 예뻐요. 고마워요.비범한 사유의 청년 ^^ 그대의 베트남 모자도 멋졌다오.
잠시 다인산방으로의 언덕길을 동행했던 바람의 이야기 님
찻잎을 말리는 세심한 손길이 인상 깊었던 아성 님
-저, 스님 아닙니다. 네, ^^
제가 예전에 알던 여자 분을 닮아 깜짝 놀라셨다던 요수 님
-혹시 그 여자 분을 좋아하셨던 것은 아니구요. ^^
변화를 두려워 말라는 좋은 말씀을 해 주셨던 조의성성 님..
대전 물빛 찻집 다회 때 그 곳으로 데려다 주셨던 문수행 님. 다시 만나 반가웠지요.
말 한 번 못해 봤지만, 후기를 읽으며 다시 친근하게 다가오는 클락!! 님
더도 덜도 말고 다회만 같아라 하시던.. 닉네임을 채 못 익혔네요. ^^
늦게나마 달려와 주셨던 별이 내게로 오다 님, 약손 님과 따님.
서울 다회의 운영자, 언제나 소년같은 미소가 매력적인 폴라리스 님.
상처에 대한 향기로운 의미를 알게 해 주신 다인산방의 주인님.
혹여 제 기억과 시선의 그물망을 벗어 났으나 함께 했던 이들
그리고 다회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우리들의 이야기를 지켜봐 주시고
함께 기쁨을 나누어 주시는 모든 분들께....고마움을 전한답니다.
때론 욕된 '살이' , 고개를 꺽이게 만드는 세속을 살더라도 결코 훼손할 수도, 어쩔 수도 없는
푸르디 푸르던 지리산의 하늘을 떠올리며 우리 한 번 씨익 웃어 보아요.
행복하세요.
^^*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너는 작은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때 너는 많이 야위였고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 너머 먼 눈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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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 사랑스런 채훈... 또 눈물이 흐르네 그러지.. 고개가 꺽일때 푸르디 푸른 지리산을 생각하고 씩 ^^* 웃어야지. 너의 씩씩하고 맑은 미소를 ..
사랑 가득한 님의 시선이네... 살아있음으로 고마운 세상..여여 하여여...
그대들의 함께한 시간들 저도 행복에 젖어듭니다...()
끝내 그곳에 내가 없었음을 안타까워 하게 만드는 그대여!!! ...내가 그곳에 함께 했다면 어떤 이름으로 불리워졌을까??? 내 삶이 이제부터라도 부디 부끄럽지 않길 그대를 통하여 배운다네...
...말없이 한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며...있고싶은 날...
늘 ...미소가 부러운 채훈님... 다시한번 우리를 그리움에 사묻히게 하는 군요....보고싶을 거예요...
지리산 하면 늘 가슴한 곳이 .........그 큰산에 이런 아기 자기한 일들이 있었군요!!!! 채훈님은 그런 행복을 캐서 알려주는 천사구요.... 남들은 그것이 행복인지 미쳐모르고 있다가 님의 글을 읽으면서 다시 그리워하니 말입니다....
계곡에서 졸졸 흐르는 무노리가 들리는듯 하다...계곡물 흐르는것 바라보며 젖어든상념들..틈틈이 하는 생각들이 기억에 오래남기도 하는가보다^^
늘 함께 해요, 가슴에 그리움 한움큼씩 가지고......^^
제가 그 소중한 추억 한 구석진 곳일지라도 존재했다니 고맙습니다...^^ 항상 밝은 웃음을 머금고 계신분...또 만나게 되겠죠...그때까지..
채훈님도 행복하세요 ^^/
자분자분한 목소리와 따뜻한 미소로 기억되는 분... 사물을 바라보는 세심한 그 마음이 글 속에 잘 녹아져 보입니다. 다음엔 좀 더 긴 시간을 함께 하고 싶네요!
상처, 저와는 익숙하지 않은 단어예요. 저는 아픔을 상처로 남기지않으려고 노력했고, 아픔을 성숙으로 스스로 가르쳐왔거든요. 그래서 그 모든 흐름을 꿰뚫고자 그리 도 도 했을까... 채훈님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음악 속에서 새삼 상처란 말이 아름다운 향수임을 안아보네요.^..~ 참, 좋네!^^ _()_
^^ 이별은 짧을수록 좋다는데..ㅎㅎ 이번 다회는 후기를 생략하리라, 쓰더라도 짧게 쓰리라 마음을 먹었건만...드디어 짬이 난 지난 주말은 바다, 지리산의 하늘, 꽃같던 다우님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보냈지요. 도와주신 이-산울림, 몇 분의 닉이 생각나지 않아 컨닝하는 맘으로 산울림께 전화를 했더니 그도 막 긴 후기를
정리하고 호흡을 고르고 있더라구요. ㅎㅎㅎ 이리 후기까지 읽어 주시고 맘을 내어 꼬리글 달아 주셔서 감사하구요. ^^ 새로운 아침이네요. 또 힘차게 재밌게 살아 보아야죠. 차 한 잔 전해요. ^^
첫 글자 부터 마지막 글자까지 어찌그리 세심하고 자상한지 처음 이 글을 읽었을 땐 댓글을 적으면 채훈님의 글에 상처를 입힐가봐 머뭇거렷습니다. 다시 숨고르기 한 후 댓글 드립니다. 상처, 그리고 香 전혀 관계가 없는 것들의 절묘한 관계... 조화를 이끌어 낸 절묘한 글... 이 댓글로서 다하지 못함이 부끄럽습니다.
편안한 미소가 그득했던.... 채훈님....
역시 채훈이십니다! 채훈,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너는 수리술술 코도리였고 아주 멀리 새처럼 나르고싶어 음음음~~~^^...()...(벗)...!
행복해서 좋아서 그리워서 돌아서면 바로 보고파서 눈물이 나게 하는 다회들.. 그리고, 이리 다시 한번 기억의 저편을 꺼내어 또 눈물이 흐르게 하는 그대의 마음.... 그래, 다음에는 오래 마주얼굴 보며 웃음지우며 차 한잔 해... 그대, 그리고 사랑하는 다우들 항상 다복하기를.....모두에게 사랑을 보내며♥
다우님들께 다정한 미소로 인사를 해주시던 넉넉한 품성에 마음이 갔습니다. 어울림이 주는 스스로의 몫들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청정한 숲에서 흐르는 맑은 바람을 대하듯 참 좋은 시간안에 함께 하였음을 감사드리며 좋은 생각에서 향내가 나듯, 채훈님 그리고 좋은 다우님들의 향기로 한참은.... 평안하세요.
바다, 남해에 사신다는 산향 님의 글, 감사히 읽고 있답니다. 왕소금! 수리술술 코도리? 음..주문인가요? 酒文 ^^ 제가 그 때나 지금이나 술을 쫌 좋아하죠. ㅎㅎㅎ 파아란 님은 오래 전에 등극하셨고, 연다향 님! '내가 사랑하는 그녀들' -리스트에 오르셨음을 알려 드립니다. 헤헤 그 마음들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간만에 면도하고 이발하고 산뜻하게 앉아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날 이렇게 좋은 님을 알게 되어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관악산 산행다회가서 채훈님 이야길 했드래요 그리운 '채훈 사랑가 듣고싶다.' 녹음해서 보내달라해보자 ^^그대 노래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