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철암 새벽은 참 추웠습니다.
온 공무원과 직장인의 출근시간까지 조정되어야 하는 수능 날이 얼마 안남아서 일까요.
언제나 처럼 이번에도 어김없이 철암역에 내리니 5시 4분입니다.
머리가 쭈삣 쭈삣 섭니다.
이번주는 철암에서 중학교에 가서 처음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진로탐색 프로그램" 에 관해 지난번 제안서를 썼는데, 그 제안서가 철암 중학교 선생님께
받아들여졌습니다. 아이들에게 받아들여 진 것이 아니고, 선생님께 받아들여 진 것이라
좀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더 많은 아이들을 만날 수 있으니 즐거운 일이었지요.
▩ 준비과정 ▩
11월 6일(토)
최명희 선생님과 만나 진로탐색 프로그램과 성교육 프로그램을 제안.
진로탐색교육을 받으셨다며 다음주부터라도 좋으니 해보자고 대답하심.
학교에 얘기 해 보고, 월요일에 다시 통화하기로 함.
11월 8일(월)
최명희 선생님과 통화. 이번주 토요일 부터 진행하기로 함. 첫교시가 HR시간이니,
한 반을 정해서 들어가보라고 하심. 금요일에 다시 통화하기로 함.
갑작스럽게 당장 이번주부터 진행하게 되니 좀 급박한 마음이 들기도 함. 부담감이 생김.
이 날부터 진로탐색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함.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료는 가양4복지관의 학교사회사업 매뉴얼뿐.
학교에서 지혜를 만나 잠시 이야기함. 지혜는 스트롱 이론이 좋았다는 경험담이 나누어줌.
그 외에 자존감 향상 프로그램이나, 자기 탐색 검사등에 대해 이야기 해줌.
흥미 유형 이론에 관해 공부함.
최명희 선생님의 진로탐색 교육 자료를 이메일로 받음.
11월 10일(수)
자료는 조금씩 수집되어 가나, 그 가운데서 정돈이 되지 않아 머리가 복잡함.
내가 했던 진로탐색시간을 생각해 봄. 검사지 체크해서 컴퓨터 결과를 받아 본 경험밖에
기억나지 않음. 저녁에는 문화센터와 초등학교에서 체스 교육을 하는 친구를 만남.
고민을 털어 놓니 여러 방안들이 모색됨- 아이들의 주체적 집단 활동을 강화하는 것.
프로그램은 많이 준비해서 차라리 프로그램이 남게 하는 것이 시간을 남게 하는 것보다
나음. 아이들과 함께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
또 최자경 선생님과 통화 - 진로탐색 프로그램은 전문적인 성격이 있음. 조심스럽게 접근
해야 함. 반포복지관 사례 간략하게 요약. 이번주 토요일 전문자원봉사자 교육이 있으셔서
철암에 가고 싶지만 사정이 안된다고 하심. 자료는 가능하면 철암에 두고 오겠다고 하심.
스트롱 이론을 말씀하심. 나는 홀랜드 이론밖에 모른다고 하니, 스트롱 이론도 홀랜드
이론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라고 말씀해 주심.
간밤에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다가 남양중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진로탐색 프로그램
전회기 자료를 수집. (아주 좋은 자료라고 생각됨, 창재시간에 이루어진 것으로 20 회기가
넘는 프로그램.)
11월 11일(목)
지혜로부터 Ego-gram과 지도력 유형 평가 검사지와 분석 방법내용을 받음.
스스로 검사해 봤는데 흥미는 있으나 3회에 불과한 이번 진로탐색 프로그램와 어떻게
연관성을 지어야 할 지 모르겠음. 지혜와 상의해 봤지만, 동일한 생각임.
한주가 시작되면서 이번주는 생각과 구상으로 머리가 가득함. 간혹 아픔. 가슴도 아픔.
기도함. 아이들에게 그냥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길. 나는 아는 것도, 할줄 아는 것도 없지만
이번 시간이 아이들에게 정말 유익한 시간이 되어지길. 마음과 정성을 다함.
이번주 프로그램에 대해 여러가지 가안들의 생각이 들었으나 선택이 필요함.
* Ego-gram 평가와 지도력 유형평가, 가치경매를 세 포지션으로 잡아 아이들이 한 코스씩
돌아다니며 흥미로운 자기 발견 시간을 가짐. - (교회에서 하는 달란트 시장을 연상하여
생각한 것임)
* Ego나 지도력이나 둘중 하나를 선택함. 그리고 남양중학교에서 실시했던 '나는 누구인가'
작성지를 활용하여 자신을 이해하고 친구들간 다양성을 공유함.
* 홀랜드의 흥미유형을 바탕으로 검사를 통한 방법이 아닌, 유형의 소개를 통해 자신에게
가까운 것을 알아보게 함. 그리고 게임이나 레크를 통하여 이해를 돕고, 직업 선택에
있어 고려 요소들을 알아봄.
결국 세번째 안으로 결정. 전체 기획서와 이번주 세부 진행안을 작성.
종열 오빠와 통화함. 처음 분위기에 대해서 들음. 오빠가 했던 성교육 진행안을 공유함.
그것을 참고해서 진행 과정을 상상해 봄. 괜한 동지애에 가슴이 따뜻해짐. 고마움.
11월 12일 (금)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할 동찬 선생님과 지혜에게 자료를 보냄.
진행에 필요한 도구를 수업이 모두 마치고 캄캄해진 학교에서 만듬. 오늘은 학교에서
청량리 역에 바로 가기로 결정함. 준비로 고속질주 하고 있는 가운데 문자 하나가 옴.
지혜가 갑작스런 사정으로 함께 하지 못하겠다는 내용임. 머리가 까매짐.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진행자가 적어도 세명은 필요하다고 생각됨. 하지만
지혜의 사정도 안타까운 것임. 당황스러운 마음에, 또 기도함. 어딘가에 길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김. 지혜를 주실것임. 동역자를 주실것임.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에게 전화를 걸음. 학교 동기 여울이에게 걸어 보니, 다행히 아직
학교. 놀랍게도 평소라면 어려웠을 터인데, 집에서 허락을 받아 같이 가게 됨.
11시 30분 함께 기차 탐. 오는 동안 프로그램진행을 상상하며 이야기함.
11월 13일 (토)
5시 4분. 철암역 도착. 동찬선생님 댁에 가서 완성되지 못한 도구를 정리함.
7시 20분. 도서관에서 동찬선생님과 만남. 전체 프로그램 구성 설명.
상상을 통해 진행과정을 연습해 봄. 곧 이어 미애 간사님 오심.
쏟아지는 미애 간사님의 질문을 통해, 더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옴. 하하호호.
긴장이 좀 수그러듬.
▩ 진행사항 ▩
8시 40분 학교 도착.
8시 50분 선생님 만남.
(...점점 초 긴장의 상태가 됨.)
9시 2학년 일반 학생들은 모두 교실로 돌아가라는 안내방송이 나왔고,
최명희 선생님을 통해 2학년 1반 담임선생님을 소개 받음.
곧 이어 반으로 들어감. 선생님께서 동찬 선생님을 소개 해 주셨고,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봄. 개중에는 '왜왔나...'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아이들도 있었고...
동찬선생님은 시 한편을 읇어 주고, 다시 나를 소개해주심. 나는 웃으려 하나
움찔 거리는 긴장감을 얼굴에서 벗어 낼 수 없는 안타까움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소개.
우리 프로그램의 이름은, 나의 길 나의 인생 꿈아!
전체 프로그램 소개 후, 모둠 별 활동을 했는데, 모둠 활동을 하니 긴장이 녹아 내렸다.
아이들과 자기소개도 하고. 준비해온 자료로 설명과 이야기도 나누고.
하하 호호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눈을 떼지 않고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빛에 가슴이
뜨거워지다.
모둠별 활동을 한 후엔, 모둠 활동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서 전체 활동도 했어요.
내용을 잘 숙지 했는지, 게임을 했지요. 점수표를 붙여 놓고 하니까 아주 다들 얼마나 열심히
하던지... 문제내는 저도 즐거웠고, 답하는 아이들도 재밌어 하는 것 같았지요.
게임에서 일등한 팀에겐 일등 선물을, 이등한 팀에겐 이등 선물을 주었어요.
평가서도 작성하였는데, 아이들은 자신의 참여도는 낮게 적은 반면 만족도는 그보다는 높은
점수를 주었어요. 재밌었다는 의견, 그냥 그렇다는 의견, 다음에는 선생님과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싶다는 의견, 다음번엔 더 열심히 참여해보겠다는 의견 등 갖가지 이야기를
적어주었지요.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우리는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누었지요.
"얘들아~ 안녕. 다음주에 또 만나자. "
"네~~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
동찬 선생님을 아는 친구들은 밖에까지 따라 나와 다음주에도 또 오냐고 묻고.
복도에서 우리 배달천사들과 인사도 하고.
학교에서 나오는 발걸음엔 콧노래가 절로 섞였지요. 다음주엔 좀더 즐거운 마음으로
더 정성껏 준비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상 철암 일기 끝~~~! ^^v
뒷풀이 말..
그런데요.. 요즘엔 좀 피곤함 감을 느껴요. 몸도 마음도.
끊임없는 학사 일정에, 이번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심적 부담이 컸던 탓이기도 한것 같고,
날이 추워져서 몸이 둔해 진 것인지. 약간은 다운된 감을 느낍니다.
이런 제 상태를 감지하셨을까요?
동찬선생님은 수지도 좀 쉬어야 하지 않겠냐고 하십니다.
옳다. 저도 그런 생각이 들어 "이번 프로그램이 끝나면 휴가 주세요. ^^" 넌즈시
어리광을 피어봅니다. 선생님이 오라고 해서 간것도 아니고 저 좋아 간것인데요..
어쨌든 몸도 좀 안 좋아지고, 지난주 재정지출이 구멍나는 바람에
월요일 쉬는 날 계획한 간절히 원했던 먼길 여행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이 좀 안타깝습니다.
그러다 보니 또 이생각이 듭니다.
... 요즘 계속해서 이학교 저학교, 이지역 저 지역 새벽기차까지 타고 다니시는 한선생님
몸은 괜찮으실까... 얼굴을 뵐땐 더 잘생겨 지시고, 젊어지셨는데... 이제는 좀 피곤하다는
말씀이 마음 한구석에 쾡!하니 박힙니다.
... 또 아름답고, 맑은 철암이지만. 좋은 사람들과 좋은 만남들이 가득한 철암이지만..
가족만큼이나 따뜻하고 잘해주시는 분들과 함께 지내지만.. 그래도 혼자계시는
동찬선생님 때로는 밤하늘이 외롭진 않으실까...
두 선생님 모두. 항상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첫댓글 수지야, 참 잘했다. 오늘 학교에서 이야기를 들었지만 글로 보니 또 새롭구나. 재밌다. 철암중학생들이 다음 주엔 더 반갑게 대하고 또 즐겁게 참여할거야.
수지도 더 이뻐지고 젊어졌던데~^^ 수지가 지치지 않기를, 머리속이 까매질적마다 좋은 사람들을 계속 붙여주시길 기도해야겠다
수지 일주일동안의 노력이 한눈에 보이네~~내 코앞에 아무것도 없는데 하나씩 연결 연결되어 되어가는 과정이 참 즐거운 것같아... 바로 앞은 두렵지만~ 수지가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 수지 멋쩌 랄라랄라라~~~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모두. ^^ 소중한 친구 진주야.. 내게도 너의 기도 제목을 보내렴. 너의 텔레파시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