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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주택 = 복지시설 = 노인주거복지시설 = 노유자시설 ≠ (주택법에 의한) 공동주택 |
2. 왜 혼란이 오는가?
2001년 5월 삼성생명공익재단에서 노블카운티를 오픈하게 된다. 그 이전 ‘유당마을’이라는 유료양로원이 있긴 했으나 고급시설로서 차별화를 지향하는 신개념의 유료양로사업은 이 노블카운티가 오픈함으로써 본격 시작된다. 그런데 그 출발부터 약간의 혼란이 있었다.
비슷한 시기 전국적으로 일부는 '노인복지주택'으로 또 다른 일부는 ‘유료양로시설’로 허가 받아 노인주거복지시설을 짓게 된다. 처음부터 노인복지주택은 그 개념이 유료양로시설과의 구분이 모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유명한 노블카운티도 허가사항은 (유료)양로시설이다.
유료양로시설이든 노인복지주택이든 처음에는 별 문제가 없었으나 90년대 후반 노인복지주택의 공급을 늘린다는 명분으로 노인복지법을 개정, 노인복지주택을 개별 분양할 수 있게 했다.(1997.8월 노인복지법 개정)
그래서 2003년 말 국내 최초의 100%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지어졌는데 그것이 바로 파주의 유승앙브와즈이다.
문제는 노인복지법의 허술함으로 인해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 되었다는 것이다.
아파트로는 허가 나지 않는 땅을 헐값에 매입하여 노인복지주택을 지어 일반 아파트인양 오인하게 만들어 분양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 사건 이후 복지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한다고는 했으나 아직도 근본 해결을 못하고 있고 그 사이 계속해서 일종의 “사기분양”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의 문제점을 해결해 주리라고 믿은 대책(2008년 8월 시행, 노인복지법개정으로 벌칙 강화 및 2005.5월 복지부 업무지침)도 소용없게 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가자 복지부는 무슨 이유인지 이번에는 원칙을 일부 허무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법을 대대적으로 개정한지 2년여 만에 다시 개정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개정한다고 노인복지주택이 정상운영 되고 노인복지가 잘되리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더 혼란스럽게 될 가능성이 높다.(노유자시설임에는 변함없고 단지 건설회사의 (사기)분양에 유리하게 작용할 게 뻔한 일이다)
그것은 근본원인을 무시하고 임기응변으로 우선 넘어가려고 하다 보니 그렇기도 하고 또한 잘 보이지 않지만,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3. 노인복지주택 그 불편한 진실
앞서 살핀 대로 노인복지주택은 현행법상 노유자시설(복지법으로는 노인주거복지시설)이 명백하다. 그러나 이를 분양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그때부터 그 정체성이 헷갈리게 된다. 이 점이 바로 저들이 노리는 바이다.
개인에게 분양하기 전의 (복지)시설은 온전한 (복지)시설이겠지만,
개인에게 분양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개인의 사유재산이 된다.
더 이상 복지시설(공적 시설)이 아닌 셈이다.
이미 분양된 노인복지주택(사유재산)은 복지부가 감당하고 뒷수습할 수 없는 일이다.
이는 자본주의의 원칙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이 원칙도 ‘노인복지법’ 안에서는 여지없이 깨어진다.
사유재산이지만 자기결정권이 없는 사유재산, 결국에는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는 마치 수십년간 그린벨트에 묶여있는 사유재산과도 같은 것이다)
고령자를 위한 주택공급의 문제는 선진국처럼 고령자친화주택-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실버타운일 것이다-을 개발 공급해야 할 일이고, 이를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가칭 고령자주거안정법 등 주택관련법(국토해양부의 업무)을 근거로 정상적으로 공급, 분양해야 논리적으로 옳은 일이다.
이 문제는 국토해양부와 복지부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게 하지 않고 건설업자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끌려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가까운 일본을 예로 들어도 우리의 노인복지주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유료노인홈”을 <일본노인복지법>에서는 ‘복지시설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못 박고 있는 실정이다.(일본 노인복지법 제29조)
이렇게 해야 만이 노유자시설이 아닌 일반건축물(또는 공동주택)으로서 노인복지주택이 하나의 사적 재산으로서 제 기능을 하고, 그에 따르는 복지서비스만을 복지부가 간여하는, 말 그대로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지게 된다.
지금처럼 노인복지주택을 복지시설로 묶어 두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법으로는 허가 단계에서 한 번 노인복지주택으로 정해지면 이 건축물은 영원히 노인복지주택(곧 노유자시설)으로 스스로를 옭아매는 일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 사업(노인주거복지사업)은 성격상 민간주도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이므로 향후 여건에 따라 이 사업을 폐지하고 다른 용도로 전환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노유자시설의 경우 토지의 용도 변경이나 사업변경이 쉽지 않다. 처음부터 복지시설로 허가를 얻어 일반주택이나 공동주택(아파트) 또는 일반상가(근린생활시설)가 들어설 수 없는 곳에 짓는 일이 많기 때문에 그렇다.
선진국은 민간주도의 노인주거복지사업을 하나의 기업활동으로 보고 소비자의 권리도 그에 맞추어 보호하는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원칙이데, 우리는 이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그리하여 복지소비자라 할 수 있는 어르신들이 제대로 된 권리보호를 받지 못하는 등 문제가 많은 것이 바로 현행 <노인복지법>과 노인복지주택인 것이다.
결국 현재의 노인복지주택은 노인복지와는 아무 상관없고,
부동산경제 논리만이 지배하는 아수라장에서,
건설업자들의 노후대책이 되고 말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건설업자들은 왜 노인복지주택을 <노인복지법> 안에 묶어 두려하는가?
주택법으로도 얼마든지 고령자용 주택을 분양할 수 있는데 말이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복지시설의 경우 입지제한이 없다는 사실...이다.
"주택법과 달리 복지법에 의한 복지시설은 개발제한구역에 입지할 수 있다"라는 단 한 구절에 목숨을 걸고 매달린다.
주택을 지을 수 없는, 서울과 수도권의 노른자위 땅을 독점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이때부터는 더 이상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지난 수년간 기를 쓰고 정치권에 로비를 해댄 것도 다 이 이유이다.
"복지시설을 주택으로 위장해서 분양하여 막대한 이익을 남긴다"가 저들의 목적이고,
정책책임자들 조차 헤매는 사이에 거의 그렇게 되어 가고 있다.
저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것이 노인복지주택에 숨어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