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에 의하여 폭파된 아프가니스탄 소재 바미안 대불(大佛)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삼장법사 현장(玄 ) 시대의 7세기경 자작나무 껍질에 쓴 불경 파편 수십 점이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범어(梵語)로 선(善)이라는 단어 등이 판독되었다는 이 발굴현장에는 53m 높이의 세계 최고 석불이 서 있었으며 그 규모가 크고 신기하여 세계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로 쳤었다. 이미 칭기즈칸에 의해 하반부가 손상입었고 그 후 이 땅을 지배했던 이슬람에 의해 얼굴이 깎인 이 대불이 연전 이슬람 원리주의자인 과격 탈레반에 의해 폭파, 온 세상이 분노했던 바로 그 현장이다. 현장이 이곳에서 1천척 곧 330m의 거대한 와불(臥佛)을 보았는데 언제 어떻게 해서 사라졌는지 알 수도 없다.
신라스님 혜초(慧超)가 지나가면서 써 남기기를 ‘초목이 한 그루도 없고 마치 불에 탄 산야만 같다’ 했는데 지금도 다름없이 황량한 이 바미안 계곡에 한대(寒帶) 식물인 아름드리 자작나무 가로수 길이 나있고 그 길이 끝나는 곳에 하얀 예스러운 영국풍의 대불(大佛)호텔이 나오는데, 겉이 하얀 것은 흰 페인트칠을 해서가 아니라 하얀 자작나무로 벽을 쳤기 때문이다. 바람에 덜컹거리는 창틀도 자작나무요 벽에 걸린 그림도 자작나무 액자다.
이 북방 한대에 자라는 유일한 나무가 자작이요 이 나무 껍질로 깔때기 모양의 모자를 만들어 쓰고 생활 용기의 거의는 이 자작나무 껍질이요, 성소에 걸려 있는 성화(聖畵)도 자작나무 껍질에 그려졌다. 바이칼지방에서는 호수의 보트마저도 자작 껍질로 만든 것을 보았다. 신라 고분에서 자작나무 신발이 나오고 천마가 그려진 자작나무 말안장이 나왔는데 이 모두 기마민족에 의해 신라에 전래된 한대(寒帶) 문화들이다.
혜초보다 50여년 전 이곳을 지나갔던 현장이 본 대불은 온몸에 눈부신 금칠이 돼 있었으며 암벽에 토굴이 1000여개이며 대승 소승 스님들이 수도하고 있었다 했는데 이번 불경의 발굴로 이 토굴들 곳곳에 이교도의 파괴를 피하고자 무수한 불경이나 불상·불구들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십수년 전 이곳에 들렀을 때 그 토굴마다 서양 히피들이 칩거하고 있었는데 이들에 의한 파괴도 적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