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은 누구 거야?"
"내 거!"
"그럼 누가 바꿀 수 있어?"
이 짧은 대화 속에서도 아이들은 금세 이해했다는 듯이 눈을 반짝입니다.
작가 의도 중에서
이 그림책은 종전과는 조금 다르게 소개를 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그림책 뒤쪽에 작가의 의도가 고스란히 나와 있거든요.
보통은 우리 독자들이 작품을 읽고 나서 서로 의견 교환을 할 때, 과연 이 작가는 어떤 의도로 이런 상징을 썼을까?
어떤 의미의 함축을 담고 은유된 것인가?
과연 작가가 독자에게 주는 메시지는 바로 무엇일까?
등등을 놓고 설왕설래하며 숨은 뜻 찾기에 혈안이 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여기선 작품을 읽고 난 독자에게
시험지 문지 풀이, 또는 해석란과 같이 작가의 숨은 뜻을 여과 없이 보여주더란 말이지요.
그래서 동구박은 이 작품을 오히려 우리 독자가 애써 숨은 것을 찾아 끄집어 내려 노력하는 것을 오늘만큼은 배제하고, 과연 작가들은 글을 쓸 때 어떠한 함축적 의미를 어떠한 방법으로 또는 어떤 상징 매체를 통해 구현하려고 하는지 작가의 입장에서 그림책을 다루어 보는 것으로 접근을 하고 싶네요.
그럼 일단은 우리 스스로 이 작품을 보면서 상징을 한 번 찾아보자고요.
준비되셨나요?
《기분아 어디 있니?》
글쓴이 - 피어라
그린이 - 정지안
펴낸곳 - 꼬마싱긋
아침에 눈을 뜬 지안이는 보통 때와는 다른 자기 자신을 발견합니다.
다름 아닌 자신의 '기분'이 사라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지요.
뭔가가 허전해...
그렇다면 얼른 '기분'이라는 것을 찾아 떠나야겠어요.
한참 숲속으로 들어간 지안이는 저만치에 숲을 수호한다는 '상수리나무'를 발견했지요.
상수리나무야,
내 기분 봤니?
상수리나무는 자신이 지켜야 하는 도토리나무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기에 다른 이에게 물어보라고 지안이를 다독거립니다.
어디든 떠다닐 수 있는 바람이라면 지안이의 기분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바람은 의외의 이유로 지안이의 기분의 행방을 알 수가 없다고 하네요.
다들 나를 보면
숨어버려서
아무것도 알 수가 없어.
사람의 짐을 나르는 낙타는
알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웬걸요,
낙타는 사람들의 짐을 짊어지느라 힘들어서 남의 기분 같은 것에는 관심도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밀림의 왕자인 사자에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어흥!
난
나의 기분밖에 몰라.
사자는 지안이에게 이번에는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꽃에게 가서 한 번 물어보라는 제안을 하지요.
그럼 민들레에게 물어봐야겠다고 결심을 한 지안이는 조심스럽게 민들레에게 다가가 지안이의 기분의 행방을 아느냐고 물어보았지요.
아니, 몰라.
내 기분 즐기기도 바빠
거북이는 지혜로운 동물의 상징이지요.
그렇다면 지안이의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기분?
글쎄...
기분은 누구 건데?
느릿느릿 한 걸음으로 다시 제 갈 길로 향하고 있는 거북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지안이는 생각에 잠기기 시작합니다.
내 기분은...
그러니까 내 기분은...
도대체 내 기분은 어디에 있는 거야?
그런데 잠깐!
지안이는 어디선가 분명 자신이 거기에 있음을 말하는 어떤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됩니다.
맞아요, 바로 그 마음의 소리 말이에요.
나 여기에 있어.
지안이는 바로 그 순간, 시시각각 변화할 수 있는 자신의 마음을 보게 됩니다.
아니 듣게 됐다는 표현이 맞을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마주하게 된 지안이와 지안이의 기분은 동시에 자기가 자기 자신임을 알아차렸고, 자신이 바로 그 주인공이며, 마음에 따라 언제든지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자...
여기까지는 이 작품이 이야기하려는 바가 어떤 것인지 어느 정도 어렴풋이는 알아들을 수 있을 것만 같은데요,
그런데 지금까지 지안이가 지안이의 기분을 찾으려고 다니면서 만나게 된 동물들이 과연 무엇을 상징하는 것이며, 지안이의 기분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좀 알아봐야 되겠지요?
이 그림책은 저 동구박이 작품 소개해 전에 잠시 언급을 한 것처럼, 작가의 의도가 어떠한 것임을 잘 설명해 주는 답안지가 함께 있으니, 우리 그 답안지를 바탕으로 작가의 메시지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상수리나무는 엄마를 상징한다고.
도토리를 키우느라 정신없는 상수리나무, 그러니까 엄마라는 존재는 항상 가족 돌봄에 매여 있으므로 기분이라는 것을 느낄 겨를이 전혀 없지요.
이런 상수리나무에 바람이라는 존재는 정말이지 선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디로든 원하는 때에 원하는 곳으로 정처 없이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바람...
작가는 바람이란 '자유롭지만 강한 존재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라는 사람들은 힘센 존재에게는 움츠러들기 마련이므로 자신의 기분을 잘 드러낼 수가 없다고 하는군요.
그럼 낙타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로 쓰인 걸까요?
여기서는 '너무 많은 일에 지쳐있는 상태'를 나타낸다고 하는데 글쎄요...
이렇게 누군가 시키는 일만 해야만 하는 낙타에게 사자란 아주 제대로 된 권력을 쥐고 있는 그야말로 권위의 상징이자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데 사자는 바로,
자기 기분밖에 모르는 권력자!
그다음 나오는 꽃은 '자아도취의 인물'을 표현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그야말로 꽃은 자아도취에 빠진 채로 자기의 기분만을 즐기기에 여념이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지혜의 상징 거북.
그 거북은 뭔가 아는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바로 마음을 드러내는 것 같지는 않네요.
방어기제의 대표인 거북은
등딱지 안에 숨어
남의 기분을 알고 있어도
알려 주지 않습니다.
그렇게 아무 답도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 지안은 자신의 지친 몸을 뉠 수 있는 집에서도 가장 편안한 곳에 이르러서는 드디어 자신과 마주하게 되지요.
작가님은 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아주 친절하게 이렇게 정리해 놓으셨습니다.
기분은 오직 우리 고유의 영역이며, 엄마, 힘이 센 사람, 부지런한 사람, 권위가 있는 사람, 아름다운 사람, 지혜로운 사람, 그 어떤 사람에게서도 자신의 기분을 찾을 수 없으며, 그들의 행동에 따라 죄우되지 말아야 한나고 경고하지요.
그리곤 이런 설명을 덧붙이시네요.
성인이 되어서도 4~5가지의 기분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려서부터 슬프고, 화나고, 재밌고, 짜증 나고, 질투 나고, 무섭고, 우울하고, 괴롭고, 부끄러운 감정을 세분화하여 명명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기분 부자일수록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으며 정신이 건강한 성인으로 자랍니다.
....
작가의 의도 중에서
여러분은 여러분이 느끼는 감정을 과연 몇 단어로 표현하시나요?
이전에 어느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소설가 김영하 님이 나오셔서는 우리가 아주 흔히 쓰는 단어 '짜증 난다'에 대한 언급을 하신 적이 있는데요,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감정이 다운되고 슬픈 마음에 기운이 없을 때,
사람들이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 서글플 때,
화가 나지만 화를 낼 수 없는 상황일 때,
괜스레 이곳저곳 몸 구석구석이 이유 없이 아파질 때...
뭐 이러다가 날 밤도 셀 수 있을 텐데요, 이렇게 많은 상황들 속에 있는 우리의 감정들은 그저'짜증 난다'라는 단어로 일축될 때가 꽤 많이 있습니다.
어쩌면 나의 감정을 너무 세밀하게 쪼개어 일일이 알린다는 그 행위 자체가 어쩌면 부끄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정제할 줄 모르는 미성숙한 나의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내 감정 드러내는 일에 일부러 무신경하거나 심드렁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요,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한 가정에 아주 많은 아이들이 있는데, 그 아이들이 그저 누군가의 자식으로만 여겨진다면...
아주 활달한 아이, 감성적인 아이, 공부 잘하는 아이, 말 잘 듣는 아이들이 그저 동구 밖의 자손들! 중의 하나!로 만 여겨진다면...
그것보다는
첫째는 '쾌활이'
둘째는 '눈물이'
셋째는 '명석이'
넷째는 '순진이'
뭐 이런 식으로 각자의 이름을 가진 다 다른 존재로 인정받는 게 마땅하지 않느냐 말입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때에 따라 그중의 하나가 자신의 색을 뽐내며 동구박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몫을 담당해 낸다면 그 페밀리는 어디에 내놓아도 아주 건강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잘 살 수 있지 않겠느냐고요.
이런 패밀리 멤버들과 함께라면,
내가 앞으로 맞닥뜨리게 되거나 이겨내야만 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현명하게 잘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절로 생겨나겠지요.
여러분들의 '마음 가족 구성원'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다들 안녕들 하신지요?
과연 얼마나 큰 대식구가 함께 하는지 정말 궁금한데요?
저 동구박도 이참에 나의 마음 군단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려 합니다.
내 마음속 첫째는 어째 잘 지내고 있는지, 둘째는 건강한지, 셋째는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루고 있는지 등등을요...
동구박 점검 중
첫댓글 오늘은 그냥 화나고 짜증나는 게 아니라 날 이해못해주는 멤버 때문에 아쉽고, 그래도 함께해주는 가족과 이웃이 있어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웃어볼랍니다. 행복하네요^^
응원합니다~
기분 부자~생각해 보는데 쉽지 않아요^^
그래도 노력해 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