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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약국의 딸들(1962) - 박경리 - |
[줄거리] |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 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그런만큼 바다빛은 맑고 푸르다. 남해안 일대에 있어서 남해도와 쌍벽인 큰 섬 거제도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에 현해탄의 거센 파도가 우회하므로 항만은 잔잔하고 사철은 온난하여 매우 살기 좋은 곳이다. 1864년, 고종이 왕위에 오름으로써 그의 아버지 대원군이 집권하였다. 그러나 병인양요, 신미양요를 겪고 극도에 달한 경제적 파탄으로 드디어 민비에게 대원군은 그 패권을 빼앗겼다. 이 소설의 역사적 배경은 1864년 고종이 등극하면서부터 1930년대까지는 우리나라의 암흑기이다. 선비의 성품을 지닌 김봉제는 김 약국의 주인으로 부유층에 속하는 인물이다. 이에 반해, 그의 동생 봉룡은 충동적이고 격정적 성격을 지닌 인물이다. 봉룡은 아내 숙정이 출가 전 그녀를 사모했던 송욱이 찾아오자 극단적으로 시기하여 그를 죽이고 만다. 숙정은 간부를 두었다는 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을 하고 만다. 이 사태로 숙정의 집안 식구의 보복을 피해 봉룡은 탈가하여 자취를 감춘다. 봉제에게 맡겨진 봉룡의 유일한 혈육인 성수는 봉제의 아내인 송씨의 손에 의해 자라나게 되지만, 죽은 동서에게 항상 열등감을 지녔던 송씨는 그 화살을 성수에게 돌려 심리적으로 괴롭힌다. 사냥터에서 독사에 물려 사망한 봉제 영감의 뒤를 이어 성수는 김 약국의 주인이 된다. 성수는 딸 다섯을 두지만 전혀 지식이 없는 어장 사업에 손을 댐으로써 가산이 조금씩 기울게 된다. 그의 아내 한실댁은 자손 귀한 집에 와서 아들 못낳은 것을 철천지한으로 삼고 있었다. 남편 보기 부끄럽고 남 보기가 부끄러웠다. 그는 작은 댁이라도 얻어서 자손을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으근히 영감에게 비춰 봤으나 김 약국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그러나 한실 댁은 그 많은 딸들을 하늘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딸을 기를 때 큰딸 용숙은 샘이 많고 만사가 칠칠하여 대갓집 맏며느리가 될 거라고 했다. 둘째 딸 용빈은 영민하고 훤칠하여 뉘 집 아들 자식과 바꿀까 보냐 싶었다. 셋째 딸 용란은 옷고름 한짝 달아 입지 못하는 말괄량이이지만 달나라 항아같이 어여쁘니 으레 남들이 다 시중들 것이요, 남편 사랑을 독차지하리라 생각하였다. 넷째딸 용옥은 딸 중에서 제일 인물이 떨어지지만 손끝이 야물고 말이 적고 심정이 고와서 없는 살림이라도 알뜰하게 꾸려 나갈 것이니 걱정 없다고 했다. 막내둥이 용혜는 어리광꾼이요, 엄마 옆이 아니면 잠을 못 잔다. 그러나 연한 배같이 상냥하고 귀염성스러워 어느 집 막내며느리가 되어 호강을 할 거라는 것이다. 그런데 용숙이 과부가 됨으로써 한실 댁의 꿈은 부서지기 시작했다. 장녀 용숙은 일찍이 과부가 되었는데, 아들 동훈을 치료하던 의사와 불륜을 맺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다. 둘째 용빈은 교육을 받아 똑똑하여 교원이 되나 애인 홍섭으로부터 배신을 당하게 된다. 셋째 딸 용란은 관능적 미모를 갖추었으나 지적인 헤아림이 부족해 머슴과 놀아나는 바람에 지탄을 받고, 넷째 딸 용옥은 애정이 없는 남편 기두와 별거하다가 뱃길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 용란도 다시 나타난 머슴의 아들 한돌과 함께 있다가 남편인 연학에게 발견되어 한돌과 어머니 한실댁이 연학에 의해 살해당하는 비극적 결과를 맞는다. 그 충격으로 용란은 정신 착란자가 된다. 계속되는 집안의 몰락을 지켜보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김약국(성수)도 위암으로 죽는다. 결국, 용빈과 용혜가 통영을 떠나면서 작품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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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의 성격] |
김 약국(김성수) → 어머니(숙정)의 자살과 큰어머니 송씨의 학대가 가져온 정신적 충격으로 현실에 대한 집착도 저항도 하지 않는 정적인 인물임. 한실댁 → 김약국의 처 용숙 → 첫째 딸. 일찍 과부가 되나 개성이 강하다. 용빈 → 둘째 딸. 의지가 굳고 사려가 깊은 지적인 여성 용란 → 셋째 딸. 관능의 여인 용옥 → 넷째 딸. 남편과 별거 용혜 → 막내딸. 용빈과 함께 통영을 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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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단계] |
발단 : 어머니 숙정의 자살 전개 : 성수의 성장 과정 위기 : 봉제의 죽음, 김약국이 되는 성수 절정 : 다섯 딸들의 순탄치 못한 삶 결말 : 용빈이 막내 용혜와 통영을 떠나면서 저주의 사슬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출발을 기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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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감상] |
이 작품은 경남 통영의 바닷가를 배경으로, 한 집안의 몰락이 지닌 비극성을 사실적으로 조명한 역작이다. 김 약국의 어머니가 비상을 먹고 자살하는 대목에서 비롯되는 비극의 씨앗은, 결국 김 약국의 딸들이 하나하나 몰락하면서 막을 내리게 된다. 작품 전체가 논리적 인과율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 '운명의 힘'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기는 하나 이 작품은 그것에 의해 오히려 살아나고 있다.
첫머리에 제시되고 있는 통영에 대한 소개와 인물들의 사투리는 이 작품의 토속적 정감을 더해주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소설을 하나의 풍속도로서 완성시키고 있는 것은 샤머니즘과 신비 사상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김 약국과 그의 딸들인데, 현실에 대해 적극적이지 못하였던 김 약국의 성격과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다섯 딸들의 성격 분석은 작품 이해에 필수적이다.
김 약국의 흥망은 바다와 직결되어 있다. 김 약국이 능력 밖의 일인 어장 사업에 손을 댐으로써 몰락이 가속화되는 것과 용숙이 바다에서 죽는 것이 그것으로,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사건의 내부에까지 파고 들어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은 1993년 재간행되어 많은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작가 박경리는 평범한 삶의 모습에 운명적 상황을 도입함으로써 일상적인 것에서 비상한 진실을 규명해 내고 있다. 그가 보는 운명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인간의 삶의 궤도를 결정하는 힘으로, 특히 한 집안의 내력과 관련지음으로써 그것의 불가항력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약국의 딸들'은 비극적인 아이러니의 범주에 들며,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하여 리얼리즘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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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사항 정리] |
■ 갈래 : 장편소설, 사실주의 소설, 가족사 소설의 성격을 띰 ■ 배경 : 시간적 → 1864년 ~ 1930년에 이르는 시기 공간적 → 경상 남도 통영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표현상 특징 : 토속적, 향토적 정감을 느끼게 하는 표현(사투리의 사용) ■ 주제 ⇒ 한 집안의 욕망의 얽힘과 운명에 의한 비극적 몰락 ■ 출전 : 전작 장편 소설<김약국의 딸들>(1962),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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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볼 문제] |
1. 작품의 전체를 관통하는 경상남도 통영의 바닷가는 어떠한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 김약국의 한 가정의 비극은 결국 바다를 향한 김 약국의 무지와 과욕에서 시작되었고, 마지막 용빈과 용혜는 통영의 바닷가를 떠나면서 비극적인 가족사에서 비로소 해방된다. 바다는 이들에게 불행하고 비극적인 운명의 굴레라고 할 수 있다.
2. 이 작품의 전체 내용은 한 가족의 몰락사이다. 매우 비극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그 내용이 비극적으로 다가오지 않고 담담하게 느껴지고 있는데, 그러한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서술해 보자. → 사건의 진행과 논평이 둘째 딸 용빈의 시각에서 이뤄지는데, 지식인인 용빈의 담담한 태도로 인해 사건의 긴박감이나 비극의 심화보다는 사건의 서술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한 가족들의 사생활에 대한 편집자적 논평이 두드러지면서 이들의 삶이 철저하게 파괴될 수밖에 없다고 느껴지도록 이들의 도덕성이나 삶에 문제를 드러낸다. 그리하여 이들에게 닥치는 불행이 당연한 결과로 독자에게 다가서도록 한다.
3. 마지막 장면에서 고향 집을 등지고 떠나는 용빈의 심정이 어떠할지 헤아려 보자. → 운명의 힘 앞에서 어찌할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 너무도 초라하고 슬프다. '소리 없는 통곡'이라는 구절로 볼 때, 용빈은 운명의 힘을 묵묵히 참고 견디며 새로운 출발을 기약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봄이 멀지 않았는데, 바람은 살을 에일 듯 차다)으로 볼 때, 용빈의 앞날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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