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9일 토요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사무실에서 <말하는몸>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여성, 건강권, 노동권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는 ‘멀고도 가까운’ 책모임이 구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지원을 받아 작가분들을 모시고 북토크를 열게 되었습니다.
<말하는 몸>에는 삼성LCD 뇌종양 피해자 한혜경 님의 이야기를 비롯해 88명의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말하는몸> 두 권을 읽으며 책모임 구성원은 자신의 몸에 대해 이야기했고, 활동을 이야기했습니다. 아픈 몸에 대하여, 노동하는 몸에 대하여 여성의 몸에 대해요. 온,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만나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두근거렸습니다.
‘멀고도 가까운’ 의 <말하는몸> 북토크는 유지영 기자님과 박선영 PD 님의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말하는 몸(유지영) : 노동권을 고민하는 몸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오늘 이 자리 기분이 좋습니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말하는 몸과 노동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일하는 몸과 말하는 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에 들어간 나의 에세이를 쓰게 된 게 계기였어요. 2년차 기자. 기자가 일을 열심히 하다가 하루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장면 그게 나의 에세이였죠. 몸의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우울증 진단을 받았어요. 꿈을 이루고 나서도 꿈이 계속 꾸는? 기자라는 꿈을 가져도 채워지지 않더라구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겨서 우울증을 생겼나봐요.
선물로 받은 <헝거> 책을 읽으면서 나의 <말하는 몸>은 시작이 되요. 우울증이 걸린 시간들이 나의 노동과 몸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언제 88명의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 분들이 다 나의 이야기 같아요. 너무 일을 잘하고 싶으니까 몸에 병이 나는 마치 나 같았죠. 그와 나의 공통점을 찾으며 행복했던 시간이었어요.
노동권이랑 몸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수영강사, 운동 강사들이 자신의 몸을 잘 챙길 것 같지만 오히려 노동에 치여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하죠. 몸을 거의 움직일 것 같지 않은 콜센터, 집필 노동자들도 노동과 몸이 연결되어 있구요.
살이 찐 몸, 아픈 몸, 피로한 몸. 몸은 뭔데 나를 이렇게 서럽게 하고 자책하게 만들까요. 여전히 몸을 이긴 날도 있고 지는 날도 있고 몸에 대해 나는 아직 할 말이 많구나. 싶어요. 다른 사람들도 솔직하게 자신의 몸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말하는 몸(박선영) : 우리 둘은 문화예술 블랙리스트 취재 현장에서 만났어요. 그 후로 야금야금 인연이 이어졌어요. 유지영 기자님이 우울이 심해져 기사를 못 쓰겠어요 할 때 저는 방송을 만드는데 힘겨워하고 있었어요. 피디는 직접 현장에 가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전화로 상황을 다급하게 묻고 방송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많아요. 아무리 사연이 안타깝더라도 실감나게 스펙터클하게 전하는게 중요해요.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님께도 그런 요청을 드렸고, 그걸 하면서도 스스로 내가 뭘하는 건가 싶더라구요. 방송에서 배제된 이야기, 이대로 흘려보내기 아까운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졌어요.
팟캐스트를 하며 88명의 이야기들이 내 몸에 스며들었던 것 같아요. 이용수 운동가로 부터 팟캐스트가 시작되요. 항상 센 이미지였지만 그 안에 어떤 개인의 몸이 숨겨져 있는 지 궁금했던 것 같아요. 찾아가 2시간 정도 운동 이야기를 나누다가, 할머니 이제 그런 이야기를 말고 우리 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봐요! 말씀드렸더니 거기서 할머니가 "내 몸이 더러워요".... 자신도 모르게 깊숙한 이야기가 나온 것 같았어요. 그렇게 이어진 말하는 몸들이 김진숙 님까지 이어졌어요. 저 아픈 몸으로 나가 투쟁을 하는 저 마음은 뭘까.가 궁금해졌고, 건강하게 평온하게 노동하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라는 저만의 답에 이르렀어요.
그래서 노동과 몸에 대해 공부하는 모임에서 불러준 오늘의 자리가 더 뜻 깊어요.
패널 소감
권미정(김용균재단 활동가) : 앞부분에 자신을 감추는 몸,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몸에 대한 이야기를 인상깊게 읽었어요. 일을 잘하고 싶어서 나를 혹사한 나를 발견했어요. 달리 살아야지 마음 먹을 계기가 있었는데도 여전히 나의 몸을 편히 못하게 하는 나를 봐요.
한편, 정체성 부분에서 나의 정체성은 여러 가지라고 생각하면서도 하나의 정체성을 우선으로 내세우게 되잖아요. 장애인이자 여성인 배복주 씨의 이야기. 청소년의 이야기를 읽으며 여러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특히 학생다움 모범생다움에 들어가면 나의 몸이 어떻게 대우받거나 취급받는지를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구요.
김시녀(반올림) : 책 잘 받았어요. 딸 혜경이(삼성LCD 뇌종양 피해자) 가 나왔다는 이유로 1권부터 읽었어요. 인터뷰 하고 방송을 하면서, 사람의 몸이라는 게 기묘하잖아요. 내 몸을 혹사해서 일을 하고, 하다 보면 아프기도 하고 그러잖아요. 내 딸래미는 말하는 몸이라기 보다 떨리는 몸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아요. 건강했던 몸이 1급 장애인이 되어 지금은 몸이 떨리게 되었는데, 마음 속 분노가 떨리는 몸으로 나오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내 몸을 아끼고 돌볼 수 있는 조건이었다면 내 딸이 이렇게 떨리는 몸이 되지도 않았을 텐데싶어 화가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해요. 내 딸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아껴줘야 하는 몸이구나... 혜경이가 움직이고 그럴 때 몸에 멍이 많아요. 움직이면서 부대껴서. 예전에는 몸과 노동이 연관시켜 생각한 적은 없는데.. 혜경이 몸이 이렇게 되면서 생각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팟캐스트 인터뷰를 하고 나오면서 이종란 노무사님도 많이 생각이 났어요. 노무사님도 자기 몸을 아끼지 않거든요. 건강을 챙기면서 해야 하는데...
저도 혜경이한테 늘 조심하라고 해요. 여러 사람들 앞에서 혜경 씨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몸을 좀 아끼고 조심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한혜경(반올림) :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의 몸은 그 고됨과 아픔을 말하는 거라 <말하는몸>이 아닐까해요. 기업들이 왜 사람 몸을 이렇게 만드냐고요. 그게 답답해요. 그게 참 한스럽네요.
오은선(정치하는 엄마들 회원) : 말하는 몸 챕터 한 부분 부분마다 저랑 교차하고 겹치는 몸들의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저희 학창 시절, 20대 시절, 직장 생활, 지금의 모습 등이 다 겹쳐지더라고요. 저는 지금 90%이상이 엄마라는 정체성으로 살고 있는데. 출산을 경험한 몸에 대한 이야기가 보였어요. 출산의 경험이 너무 강렬하고 충격적이었어요. 제왕절개를 하고 나서 나의 몸이 파헤쳐진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고 산후 조리를 잘 못해서 늘 피곤한 상태예요.
엄마로 살고 계시는 분들이 가정을 지키기 위해 피와 살을 갈아넣고 가정을 지키면서 이 자본주의 사회를 서로서로 유지를 하고 있는 거잖아요. 제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생각을 하지만, 엄마라는 자리는 쉴 수가 없는 자리니까. 제 노동을 멈출 수가 없고. 참 슬프네요.
제가 딸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여자를 힘들게 하고 대상화 시키는 이 세상에서 딸을 어떻게 키워야 하나. 고민을 하며 책을 읽었어요.
권영은(반올림) :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제 아이가 배에 올려졌을 때 저는 이게 뭐야..라고 말이 나왔어요. 외려 그 옆에서 출산을 경험하지 못하고 감동만 하는 남편이 정말 자애로운 포즈로 아이를 안는 사진이 찍혀 있더라구요. 진통이 짧고 빨리 출산을 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엄마는 걱정을 하시더라고요. 몸이 급히 통증을 겪은 것은 아닌지. 저희 딸이 모유를 정말 잘 먹었어요. 저희 엄마가 “아이가 이렇게 많이 먹고 많이 싸는 게 맞나요?”라고 병원에 가서 물었더니, 병원에서 “친정엄마 되시죠?” 라고 물었죠. 시어머니는 보통 그렇게 묻지 않는다고 했어요. 우리 아이가 잘 먹는 것을 좋아하지, 젖을 빨리는 엄마의 몸은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 저는 몸을 혹사당하는데 반면 제 딸은 너무나 행복한 거예요. 한번 만져보고 싶고, 한번 빨아봤으면 좋겠고. 그런 거예요. 아이가 “나는 엄마 몸이 너무 좋아, 예뻐” 이런 경이로운 말을 해줘서. 그런 것에 감동이 와요.
최원영(간호사) : 팟캣 나갔을 때는 키만 컸는데 지금은 노조 일 하면서 스트레스 받고 하니 더 체중이 불었어요. 운동하고 규칙적으로 식사하라는데, 교대근무를 하면서 가능하지 않은 일이고 악순환이예요. 다이어트에 대한 생각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데도 사람들 시선이나 옷 살 때 양가감정이 들어요.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세상에 따르고 싶지 않지만 또 살을 빼고싶은 마음도 공존하고 있는 듯해요.
최원영(간호사) : 노인과 환자의 몸에 대해 같이 이야기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노인 중환자 같은 경우는, 약간 소생 가능성이 낮거나 소생한다고 해도 기대 수명이 짧잖아요. 젊은 사람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을 거 같은 시술 등을 하지 않는 것을 보게되요,
환자 같은 경우에는 신체적 자유가 속박되는 경우, 몸에 침범하고 침습, 구속하는 정도를 병원을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몸은 우리의 마지노선이잖아요. 침범받지 않아야 하는. 그런데 의료행위는 그걸 허용하는 면허가 있는 거잖아요. 이 사람의 몸을 침범할 면허나 자격이 생겼다고 해도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건데. 필요 이상의 훼손하거나 의사를 묻지 않는 듯 해요. 의료현장에서는 그에 대한 고민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중환자나 임종이 가까운 사람들의 인권이나 몸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는 거 같아요. 보통 치료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나 모르기 때문에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자책이 들 때가 잦죠.
seow : 오늘 북토크도 여성들만 온 것만 보아도 몸에 대한 화두는 여성이라면 쉽게 연결과 공감이 되는 것은 많이 봐요. 남성이나 이 세상의 센터에 있는 사람들은 그 연결감이 멀더라고요. 내가 주변부에 있어서 이 공감력과 상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 다행이다 생각해요. 제가 할 수 없었을 작업을 해주셔서, 읽으면서 저의 저변이 넓어진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추천드리자면 <욕구들>이라는 책을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조혜연(김용균재단 활동가) : 이야기 나온 것 들으면서,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꺼내놓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많고. 자기도 생각 못하다가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나오는 이야기도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놓게 하는가, 그 질문 하나가 중요한 것 같아요. 투쟁 중인 분들 인터뷰를 하면, 열띤 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느라 자기 감정에 다가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이런 작업을 하시는 분들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접근과 질문들을 많이 던져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무리
박선영 : 타인의 일이 온전히 내 일이 될 순 없겠지만. 쿠팡 사망자 분 부모가 세월호 이야기를 그냥 넘겼는데, 내가 겪고 나니까 그때 넘기거나 무시한 것이 너무 미안하다 하셨어요. 내 일이 되어서야 나의 감정으로 느끼는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나 또한 쿠팡 사망자 분 부모님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순 없었어요. 그럼에도 그 간격을 좁히는 것은 이야기를 듣는 것. 그의 삶과 몸에 어떤 이야기가 깃들여 있는지, 어떤 일상을 보냈는지. 내밀한 이야기들을 만나든 것. 그래서 오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의미 깊었습니다.
유지영 :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책을 보면, 당사자의 일을 다 이해는 할 순 없어도 존중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나와요. 각자의 삶과 사건에 대해 존중의 태도를 갖는 것은 중요해보여요. 그것은 시간의 문제라 생각해요. 얼마나 공들여 질문을 준비하고, 궁금해하고, 시간을 보내는가..그 시간에서 나온다 생각하구요. 그래서 오늘 귀한 시간 같이 해준 분들에게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