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가는 길, 발토르 빙하
고대 실크로드의 일부였던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신라의 고승 혜초가 서역을 왕래하면서 지났던 곳이기도 한데, 여기서 하이웨이란 흔히 생각하는 고속도로가 아니라 ‘고도가 높은 길’을 의미한다. 중국 신장의 카슈가르로부터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까지 히말라야, 힌두쿠시, 카라코람의 거대한 산맥들을 가로질러 만들어진 도로이기 때문이다. 가장 높은 곳은 일명 피의 고개로 불리는 쿤재랍 패스로 해발 4,974m이다. 대부분 중국의 원조에 의해서 1962년부터 1986년까지 24년이 걸려 완공된(비포장 상태임) 총 1,257km의 도로로, 파키스탄 측 810 명, 중국 측 82 명의 목숨이 희생된 엄청난 공사였다.
수시로 일어나는 눈사태, 산사태로 무너진 길을 복구하고, 겨울에는 길이 끊겨 보통 5월 이후 11월 초까지만 운행된다. 2010년 1월에는 엄청난 규모의 산사태로 훈자 계곡 위쪽 15km 지점에서 길이 끊기고 물에 잠겨 최고 수심 100m, 길이 22km의 아타바드 호수가 생겨나기도 했다. 우리는 그 호수를 배를 타고 건너 훈자로 들어갔다.
근래 중국은 이 카라코람의 포장 공사에 나섰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이곳 사람들은 중국에 대해 퍽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종종 우리 일행에게 다가와 중국인이냐고 묻는 경우가 있었다.
도로 포장이 완성되면 이 지역의 여행이나 주민들의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저렴함과 편리함을 앞세운 외부 문물의 대량 유입으로 인해 변하지 말아야 할 아름답고 순수한 것들까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 올 것이 염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