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이 떡을 먹다가 목에 걸려 죽었다. 관을 들고 묘지로 가다가 들고 가던 사람이 실수로 놓치는 바람에 관이 땅에 떨어졌고 그 덕분에 목에 걸린 떡이 튀어나와 죽었던 부인이 되살아났다. 몇 년 후 또 부인이 떡을 먹다 목에 걸려 죽었다. 남편은 관을 드는 사람 숫자를 배나 늘리고 땅에 묻을 때까지 조심하라는 말을 외쳤다고 한다. 지인이 부인상을 당했다. 술잔을 시계방향으로 세 번 돌리고 얹는다. 장례 때는 술잔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린다. 시간을 되돌려 되살아나라는 의미도 가지기 때문이다. 몰라서 그런가 싶어 알려주었다. 그래도 끝까지 시계방향으로 돌린다. 그 마음 알듯도 하고.
손을 가지런히 모아있는 것을 공수법(拱手法)이라고 하는데 남자는 좌상우하라고 해서 왼손바닥으로 오른손등을 감싼다. 그런데 장례식장에 가서는 그 반대로 오른손바닥으로 왼손등을 감싸야 하는데 그렇게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반대로 하면 어쩐지 불편하고 어색하다. 상주가 거친 삼베로 만든 상복을 입는 이유가 부모를 지키지 못하고 돌아가시게 한 불효자이기 때문에 불편한 옷을 입고 불편한 자세로 있으라는 이유이다. 손도 바꿔 잡으면 어색하고 불편하다. 마찬가지로 돌아가신 고인을 뵙는 좋은 날인 기제사 때는 술잔을 오른쪽으로 돌리지만, 장례 기간 때는 흉사이기에 왼쪽으로 돌린다. 대다수 사람은 모른다.
설날 제사를 없애버렸다. 꼭 제사를 지내고 싶은 사람은 각자 집에서 알아서 지내라고 했다. 제사라면 끝까지 목숨 걸고 지킬 것 같은 인간이 갑자기 변하니 당황스러운 모양이다. 집안 동생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뼈대 있는 집안에서 며느리나 사위들이 보는데 너무 한 것이 아니냐는 거다.
”왜 술잔을 세 번 돌리는 줄 아나?“
”우요삼잡(右遶三匝)전통이 내려와서 그렇게 한다고 들었습니다.“
”맞다. 그런데 흉사와 길사 때 그 방향이 다른 것은 아나?“
”형님, 요즘 시대에 그런 건 왜 따지십니까.“
”천지도 모르는 것들이 제사 제대로 안 지낸다고 지랄하니 하는 말이다.“
”........................................“
”개뿔 전부 나이만 처먹고는 할 짓 없으니 제사가 이러니저러니 운운하지. 제대로 하려면 지켜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다 전통이랍시고 하자는 말인가?“
”너무 이상하게 제사를 지내니까 그렇죠.“
”하늘에 문이 언제 열리는지 아나? 돌아가신 조상님이 내려오실 때 시간 맞춰 제사를 지내야 하는데 초저녁에 제사가 뭔 말이고. 제대로 새벽에 한 번 지내볼까? 젊은 애들 다 이혼시킬래?“
나이가 칠십이나 팔십이 되었으면 옛 생각이 나서 그러려니 하지만 이제 육십 갓 넘은 인간들이 어른인 척 대가리를 들이민다. 온종일 기름 냄새에 찌들어야 할 명절은 이제 없다. 아니 지금도 그 짓을 하고 있다면 이상한 집안이라고 치부해도 좋을 것이다. 양반들은 절대 그런 거추장스러운 차례상을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상놈들이 돈 좀 벌었다고 족보 사서 양반 된 경우는 상놈이란 걸 감추기 위해 양반들만 하는 제사상을 쩍 벌어지게 차린 것이리라 들었다. 통상 효도라는 것은 생전 하는 것이지 돌아가신 뒤에 제사상 잘 차리는 것은 자기 위안일 뿐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이미 성균관에서도 명절 상차림은 전부 최근에 만들어진 엉뚱한 제례라고 밝혔고 예부터 간소화해서 성심을 다해 지내는 것이 제사의 원뜻이라고 선언했다.
'홍동백서(紅東白西)'라고 붉은 과일은 상의 동쪽에 놓고 흰 과일은 서쪽에 배치한다
'좌포우혜(左胞右醯)'는 우측에는 식혜를, 좌측에는 포를 놓는다.
'어동육서(魚東肉西)'는 오른쪽(동쪽)에 생선, 왼쪽에(서쪽) 육류를 둬야 한다.
이런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난 이것을 달달 외워 평생을 아는 척하면서 거들먹거렸다. 제사 때는 항상 내가 집전해야 시작하곤 했다.
”형수님 보이소, 어동육서도 중요하지만, 두동미서(頭東尾西)라는 말도 있어요. 물고기의 머리는 동쪽으로 꼬리는 서쪽으로 가게 놓아야 합니다.“
집안 잔소리꾼 역할을 참 충실히 했다. 하지만 이게 다 부질없는 짓이란 걸 공부하면서 하나씩 깨닫기 시작했다. 성균관 학자까지 전화로 모르는 것을 주고받을 정도로 궁금증은 더해갔다. 그리고 그동안 설친 짓을 생각하니 창피하고 부끄러움은 더해만 갔다.
“복숭아는 귀신 쫓는다고 사용하지 못하는 과일이라던데.”
"책에는 그냥 과일을 올리라는 이야기만 나올 뿐 어떤 과일을 쓰라는 지시도 없다“
성균관 교리의 이야기이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차례상은 조상신과 교제하는 과정이기에 정성의 최고라는 이야기이다. 메(밥), 갱(국), 숙수(숭늉) 라는 말을 젊은 애들은 모른다. ‘철시복반(撤匙覆飯)하라’는 말을 못 알아듣고 멀뚱히 내 눈만 바라보던 육십 넘은 동생들이 기억난다. 어설프게 흉내나 내는 전통이라면 이젠 바뀌어도 된다고 본다. 지방이나 제문조차 바로 쓰지 못하면서 무슨 제사를 지낸단 말인가.
'피동치서‘
피자는 동쪽에 치킨은 서쪽에 둔다는 말이다. 제사상에 랍스터가 올라가고 대게까지 올라간다. 어차피 음복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행위라 지네들 먹고 싶은 것을 한다. 아버지 어머니가 살아생전 좋아하셨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대면서. 그래서 나도 유서처럼 미리 제사상에 오를 음식을 정해주었다. 자칫 지네들 마음대로 올릴까 싶어서다. 돔배기 ,닭, 돼지고기는 올리지 말고 육전과 꼬막이랑 고추튀김, 정구지 찌빔(청량고추 넣어서) 정도만 하라고 했다.
근데 젠장. 이걸 줄 아들이 없다.
첫댓글 국장님, 잘 읽었습니다. 장례식때 관은 더욱 조심스럽게 들어야 겠습니다. ㅎㅎ
아들 있은 들 노국장님 주문하신 음식 올려 주겠습니까? ㅎㅎ 딸이나 아들이나 매한가집니다만 그래도 딸이 있어야 노후에 외롭지 않다고 합디다. 저는 제장 아들만 둘이니 어찌하면 좋을 꼬요?
일년에 기제사만 일곱번 지내는 맏며느리입니다. 제발 제사 좀 안지내면 안되느냐고 소리치고 싶지만 시어머니 고집에 입도 뻥끗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남편에게 그랬습니다. 내 죽거들랑 제사 지내지마라라고. 남편 왈 아들도 없는데 무슨 제사냐고. ㅋ
예법을 몰라 진즉 없애버렸습니다.
대신 성당에서 연도를 바칩니다
육전과 꼬막! 같은 식성에 동류애가 느껴집니다. ㅎㅎ
명절 차례 없애자는 아들한테,
"오기싫으면 오지마라.
나혼자한다"
했더랬는데,
생각이 달라지는 요즘입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한 수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