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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엽기 혹은 진실..(연예인 과거사진) 원문보기 글쓴이: 베렛나루베르베르
2007년 11월 15일.
08 수능은 등급제였다.
최선의 경우 : 111 1211 2 (-2)
최악의 경우 : 111 2312 3 (-6)
예상 등급은 111 1211 2 아니면 111 1211 3, 최하 111 2211 3 정도가 나올 것 같았다.
대충 원서 라인의 가닥이 잡혔으니 이제 슬슬 논술 준비를 시작해야 했지만...
제 버릇 개 못준다고 올해도 게임에 빠진 나는 논술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ㅋㅋ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아직 수능 성적이 확실히 나오지 않아서,
서울대의 어느 과에 지원할 것인지 결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성적표가 나오는 날. 함께 재수한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모교 앞에서 만나 행정실로 향했다.
나는 신분증을 내 보이며 내 이름을 말했고, 교무실의 여직원이 문과생들의 성적표를 한 뭉치 뒤적이면서
내 성적표를 찾기 시작했다.
“XXX씨 맞으시죠?”
여직원의 손에는 내 대학 원서를 결정지을 성적표가 들려 있었다. 수능 시험 채점결과를 확인할 때만큼이나 떨리는 순간.
혹시 마킹을 잘못 하지는 않았을까? 밀려 쓴 건 아니겠지?
언어 9등급, 수리 9등급..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침과 동시에 나는 손으로 가렸던 성적표를 오른쪽부터 조금씩 열어 보았다. 제2외국어.. 등급은...
2등급이었다!!!!!!!!!!!!!!!!!!!
* 성적표를 스캔한 사진. 왜 구겨졌을까?
서울대식 점수 -2, 최상의 시나리오대로였다.
논술 학원 수업을 받던 12월 말, 서울대 정시모집 1차 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1차는 합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혹시나 -1에서 끊기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조바심이 일었다.
마침내 게시판에 불합 여부를 알리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발표가 났구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 심호흡을 한 뒤, ipsi.snu.ac.kr 에 접속하여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확인 버튼을 눌렀다. 눈을 감을 새도 없이 눈앞에 떠오른 글자는...
합격.
* 2년만에 처음 보는 합격이라는 글자.
가슴을 쓸어내리며 오르비와 서울대 홈페이지를 계속 눈팅하는 도중,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알았다. 법대였다.
오르비에 법대 -4가 뚫었다는 글이 올라오더니 연이어 -5, -6, 마침내는 -7까지 등장했다 ㅋㅋㅋ 아 정말 뚫렸구나 하는 생각에
왠지 웃음이 나왔다. 경영대는 -2가 컷이었고 이는 전 학과 중 가장 높았다. 동점자가 많을 법도 했는데 거의 2배수에
근접한 값이었다. 이제 정말 정예만 남았다. 둘 중 한명만 합격할 수 있는 서울대 2차 시험, 논술과 면접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부모님께 전화해서 떨어졌다고, -1이 컷이었다고 낚시를 즐기는 동안 버스는 학원으로 향했다. ㅋ
논술과 면접을 마지막으로 눈 쌓은 서울대 캠퍼스를 걸어나오면서 또 한번의 입시가 마무리되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홀가분했다. 이번에는 작년같은 아쉬움이 남지는 않았다. 시험을 잘 보고 못 본 것과는 상관없이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
그 보람찬 느낌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남은 건 기다림 뿐. 과연 어떤 결과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주사위는 이미 던져져 버렸다.
한 달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고려대학교 합격자 발표일이 되었다.
합격자 발표는 원래 예정일 하루에서 이틀 정도 전날 나는 게 정석인데,
이쯤 되면 연고대 포탈에서는 합격자 명단을 미리 뚫어(?) 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게시판의 숫자 문자를 하나씩 바뀌 가며 합격자 명단이 뜨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ㅋㅋ
불행히도 이번엔 그런 유출 사고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한없는 기다림 끝에 마침내,
고대 메인 홈페이지가 합격자 발표 페이지로 바뀌었다.
그러나 아직 수험번호를 입력하거나 전형을 선택할 수는 없는 상태였다.
인터넷에 데이터베이스를 아직 올리지 않은 것 같았다.
오르비와 고대 홈페이지를 계속 왔다갔다 하다가 속이 타들어갈 것 같아서, 차라리 게임이나 하자면서 리니지를 켰다 -_-;;
재수 시절 내 속을 꽤나 썩였던 리니지 프리 서버를 즐기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시계를 본 순간 직감적으로 지금 발표가 났음을 알 수 있었다. 과연 전형 선택이 가능했다.
제발... 숫자 하나하나를 쳐 넣을 때마다 가슴이 떨어졌다 붙었다를 반복하는 듯 했다. 제발... 붙어라...
딸카닥
위이이이잉
컴퓨터가 고요해졌다.
지금 눈을 뜨면 결과가 나와 있다.
나는 눈을 떴다.
아버지께 전화로 소식을 전하자마자 아버지는 울먹이기 시작하신다.
격앙된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던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한 편으로는 나도 마음이 뭐라 말하기 힘든 심정이었다.
재수하는 아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때론 쓴소리를 하면서 가장 많이 속이 타들어갔을 아버지.
2년간의 수험 생활 끝에 아들이 얻어낸 하나의 합격이 아버지는 눈물을 흘릴 정도로 기쁘셨던 모양이다.
어머니. 어머니께도 전화를 걸었다. 왜 이럴 때 다들 집에 없는 건지.
흔들리는 나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다독여주신 어머니.
항상 더 많은 것을 주지 못하여 아쉬워하시던 어머니의 기쁨 섞인 목소리는 그 동안의 힘들었던 공부를
다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누나, 수많은 친구들... 끊임없이 전화를 했다.
기뻤다... 이번 입시에는 성공했다..
서울대가 남아 있었지만 적어도 내 목적 하나는 달성한 것이다...
그리고
서울대 발표일이 다가왔다.
내 머릿속에는 오늘 분명히 있을 서울대학교 합격자 발표에 대한 생각만 가득 차 있었다.
바로 오르비로 들어가서 서울대 포탈에서 눈팅을 시작했다. 그때가 열두 시 경이었는데,
하루 전날 발표를 당겨서 하는 건 기정 사실이었고 몇 시가 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12시설은 이미 물 건너 갔고, 점심 먹고 2시에 할 것이다, 낮잠 자고 3시에 할 것이다, 퇴근 직전 4시에 할 것이다,
아니다 5시다... ㅋㅋㅋ 수없는 발표설들이 설포를 장악하고 있다 ㅋㅋ
발표가 났다. 오후 5시였다.
오르비에 합격했습니다. 라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서울대 홈페이지는 서버가 과부하인지 들어가 지지를 않았다.
수십 차례를 시도하다 분통이 터진 나는 서울대 입시 ARS가 있었음을 깨닫고,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한 시간 전 까지만 해도 이용 가능 시간이 아닙니다. 라고 말하던 ARS가 뭔가 달라졌다.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라고 한다.
입력했다.
[ 입력하신 주민등록번호는 XXXXXX-XXXXXXX, 경영 계열에 지원하신 XXX 이며 ]
[ 불 합 격 ] 하셨습니다.
2008년 2월 11일.
한양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한양대학교 입학관리본부입니다. XXX씨 맞으신가요?
네? 네
다군 법학과에 추가합격하셨는데 등록하실건가요?
아니요
아 다른 학교에 등록하셨나요?
네
혹시 어느 학교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고려대학교요
음.. 과는요?
경영학과입니다.
.
.
.
전화를 끊고 나니 뭔가 허탈하다. 입시가 정말 다 끝났다는 게 이상하다.
며칠 전에는 고려대 총장님께서 전화를 하셨었다. 우선선발 합격자들에게 등록을 권유하는 전화였다. 4년 장학금.
첫 해는 무조건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고, 그 이후부터는 전 학기의 학점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고 했다.
학비와 상경 비용때문에 기쁘면서도 고민하고 있던 우리 가족에게는 희소식이었다.
새로운 삶이 내 앞에 펼쳐질 것이다. 난 지난 2년동안 써온 일기장을 펼쳐 본다. 표지에 커피 얼룩이 여전하고,
아래쪽이 약간 너덜거리지만 그래도 깨끗한 일기장이다. 2년을 썼는데도 반 넘어 남았으니 앞으로 계속 써도 될 것 같다.
일기장의 맨 뒤쪽에는 수능이 끝난 뒤 하고 싶었던 일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공부하면서 힘들 때마다 일기장 맨 뒤를 펴서
하나씩 적어갔던 것들이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지워나가다 보니 어느새 2월도 절반이 갔다.
리스트 중의 하나가 취할 때까지 술 마셔 보기. 다. 참 하고 싶은 것도 없었나 보다. ㅋㅋ 이딴 걸 다 적어 놓고 ㅋㅋ
단식원엔 컴퓨터가 없다. 문득 피시방에 가고 싶어 옷을 갈아입고 문을 나섰다. 2월인지라 바람이 아직도 차다.
안에 든 것이 없어 배고파 속이 쓰릴 지경인데 밖에서 찬바람까지 불어대니 눈앞이 혼미하다. 불과 백 미터 앞에 있는
피시방이 참 멀게 느껴질 수도 있구나.
컴퓨터를 켜고 즐겨 하던 게임을 실행했다. 그리곤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플레이를 한다. 버프를 넣고, 몬스터를 때리고,
아이템을 줍고.. 게임할 때는 팔에서 머리로 가는 신경이 사라지는 것 같다. 아무 생각 하지 않아도 패턴에 익숙해진
내 손은 알아서 캐릭터를 움직이고 있다.
그렇게 한참동안 게임을 하는 도중, 문득 핸드폰이 울린다. 문자가 도착해 있다. 어? 못 보던 번호인데...
핸드폰을 흘깃 쳐다본 다음, 나는 모니터로 시선을 옮겼다. 손이 다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8년 11월 18일.
시험 기간임에도 참 열심히도 써 온 수기를 이제 끝맺으려 한다.
사실 수기를 쓴다는 건 좀 부끄러운 일이었다. 내 수기를 보는 친구들은 이게 내 글이란 걸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생이나 되어서 뭐 잘난 게 있어서 수기를 쓰고 있다는 게 부끄러울 만도 하다. 누군들 나만큼 공부하지
않았겠는가. 동기 중 어느 누구도 나보다 덜 열심히 한 사람은 없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합격. 합격. 합격. 글 속의 그 누군가가 어머니를 끌어안고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부르짖을 때, 나도 모니터를 끄고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선명하다. 타인의 노력과 타인의 성취가 왜 그리도 가슴에 와 닿았던 걸까. 때론 공부도 뒷전으로 하고
밤이 깊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서 수많은 수기들을 탐독하면서 나는 무엇을 느끼고 싶었던 걸까.
나의 글이 또 다른 사람을 이끌어주는 발자국이 될 수 있다면 나로선 내 경험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 셈이다.
내가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받아왔던 셀 수 없는 감동의 일부분만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 내 발자국을 보면서 길을 찾을 수 있길 바랬으므로, 나는 매 걸음을 더 힘주어 딛으려
애썼는지 모르겠다. 부족한 경험을 담아낸 부족한 글이었으나 참고 보아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또한 숱기가 없어 항상 말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사랑하는 부모님과 누나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우리 학교를 소개하며 부족한 글을 정말 마치려 한다.
#퍼온건데 이 수기자체가 엄청길고 길패하시는 분들 많으실것 같아서 조금 수정했습니다^^;;
출처-오르비 파브르님.
첫댓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갑자기 내 점수가 생각나는고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슈발 태어나서 첨으로 마킹 미뤄쓴게 수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슈발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이거 알고있었지만 보면볼수록...ㄷㄷㄷ 1명추가합격에 뽑힌거...부러움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ㅇㅇ 삼승
헐 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
우리오빠도 111 1112 였능데 ㅜㅜ 고대감 ㅠ
오메소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헐 ㅋㅋㅋㅋㅋ
헐, 나도 111 1211 2였는데......... 물론 09수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대학은 운이 따라줘야해................
우와..............................닭살돋았어
나이글찾고있었는데드뎌찾았다!!!!!!!
와.. 반전 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