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추천괴담] 심야에 본 마네킹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지금으로부터 5년 정도 전, 제가 점포 비품을 다루는 회사에서 마네킹이나 옷걸이 재고 관리를 하던 무렵 있었던 일입니다.
마네킹을 자세히 살펴본 적 있나요?
마네킹은 브랜드에 따라서 디자인이 전혀 다르죠. 색은 물론이고 머리 크기나 근육 형태, 힐 크기 등, 쇼핑몰을 돌아다니면 다양한 마네킹을 만날 수 있어요.
제가 예전에 일하던 회사 마네킹은 얼굴 윤곽이 적은 게 많은데 개중에서도 호리호리하고 스타일이 좋은 여성 마네킹이 주력 상품이었지요. 높이는 185센티 정도 되어서 가까이서 보면 꽤나 박력이 넘쳤어요.
그날은 유난히 추운 겨울 날이었습니다.
작업을 하던 제게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어요. 조금만 더 있으면 퇴근인 저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메시지를 열었지요.
"이번 주말에 열리는 의류 가게에 납품하는 옷걸이 개수가 갑자기 늘어났어요. 급히 내일까지 납품한 거랑 똑같은 상품을 120개 출하해주실래요?"
그건 영업한테서 온 긴급 메시지였지요. 무시할까 생각하다가 늘 잘 대해주는 영업 사원 쪽 부탁이었기에 대응한 뒤 돌아가기로 했어요.
저는 서둘러 시스템으로 재고를 확인했지요. 그러자 마침 창고에 재고가 120개 남아 있었지요. 하지만 시스템상 재고가 있는데 가끔씩 계산 실수가 있어서 상품이 없는 적이 있어요. 그게 걱정이 되었던 저는 만일을 위해서 돌아가기 전에 재고를 보러가기로 했지요.
제가 있던 회사는 1층부터 3층이 창고, 4층과 5층이 사무소입니다. 1층이 소모품, 2층이 옷걸이나 테이블 위에 설치하는 소형 집기, 3층이 마네킹이나 대형 선반 같은 재고가 놓여 있어요. 창고라고 해도 진열실도 겸하고 있었기에 어느 층도 사무소 층과 다를 바가 없이 깔끔하고 조명도 에어컨도 설치되어 있지요.
그 중에서도 3층은 진열실 공간이 제일 넓어서 커다란 테이블이나 탈의실, 30개가 넘는 마네킹이 놓여 있습니다.
저는 옷걸이 재고를 보러 2층으로 갔어요. 승강기는 상당히 커서 6평 정도 되는 게 2대 있었지요. 둘 다 안은 똑같기에 1명이서 타면 좀 불안했어요.
시계를 보니 마침 저녁 8시. 7시를 지나면 절전을 위해서 1층부터 3층 불은 꺼집니다. 직접 불을 켜도 되지만 어두운 곳이 싫었던 저는 7시 이후 창고 층으로 가는 게 싫었어요.
승강기가 2층에 도착했어요. 저는 스마트폰 라이트를 켠 채로 조금 떨어진 스위치 박스로 갔지요.
불을 켜고 옷걸이 재고를 보러 가니 시스템으로 계산한 대로 120개가 남아 있었어요. 저는 내일 출하 준비를 하고 다시 2층 불을 끈 뒤 승강기를 탔지요.
사무소로 돌아가기 위해 제 책상이 있는 4층 버튼을 눌렀어요.
저는 저녁으로 뭘 먹을까 요리 사이트를 보면서 고민하고 있었지요. 4층에 도착하기 전에 훑어보려고 켠 건데 좀처럼 4층에 도착하지 않아요. 의아해진 저는 층 표시를 보았지요.
2층.
4층 버튼을 눌렀는데 승강기는 2층에서 움직이지 않았어요. 이상하다 싶은 저는 황급히 열림 버튼을 눌렀어요.
승강기는 열리지 않아요. 갇힌 줄 알았던 저는 몇 번이고 열림 버튼을 누르면서 긴급 시 비상 버튼을 누를까 고민했지요.
부웅. (방구소리 아님)
승강기가 갑자기 움직였어요. 안도한 저는 버튼을 누르는 걸 멈추고 가슴을 쓸어내렸지요.
땡.
벨이 울리면서 문이 열렸습니다. 안도한 저는 무심코 눈을 감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슴을 찌르는 것 같은 시선이 느껴졌지요.
슬쩍 눈을 뜨니 어둠 속, 승강기 문 바로 앞에 얼굴 없는 여성이 잔뜩 서 있었습니다.
층수를 확인하니 3층이었어요. 신장과 복장을 보고 그녀들이 마네킹이라는 걸 깨달은 저는 서둘러 닫힘 버튼을 눌렀지요.
문은 바로 닫히기 시작하고 닫힐 때까지 그녀들이 움직일 기색은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그녀들이 바라보는 것 같았어요.
사무소로 돌아온 저는 황급히 퇴근 준비를 하고 사무소 안쪽에 있는 비상계단을 달려내려가 돌아갔습니다. 사무소에는 다른 사람들도 있었지만 겁에 질린 저는 말할 여유도 없었어요.
다음 날 시업 개시 후 바로 저는 영업 사원에게 부탁받은 옷걸이를 출하하러 갔어요. 출하한 뒤 너무나 궁금해서 계단으로 3층으로 올라갔지요. 하지만 승강기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왜 그러시죠?"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창고에서 재고 정리를 하는 알바하는 아저씨가 있었어요.
"어제 승강기 앞에 마네킹이 늘어서 있지 않던가요?"
저는 물어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아뇨아뇨, 마네킹은 안 움직였어요. 누가 그런 귀찮은 짓을 한답니까."
아저씨는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지요.
"아, 혹시 타고 있던 승강기가 멈췄는데 문이 열리니 아무도 없었던 적은 없나요?"
아저씨는 잠시 후 문득 생각난 듯 그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잠시 주저하다가 어제 있었던 일을 말했지요.
"최근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이 많네요. 승강기가 멈춰도 아무도 없는데 문득 보니 문 앞에 마네킹 1개가 서 있다거나. 그치만 마네킹이 잔뜩 나왔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어요. 어쩌면 당신이 마네킹 상품 담당이라서 마네킹들이 마음에 든 건지도 모르겠네요."
내 이야기를 들은 아저씨는 농담처럼 말했어요.
그녀들이 마음에 든 건지도 모른다. 그건 무섭기도 하지만 상품 담당으로서 뿌듯한 일 같아서 조금 기뻤지요.
지금 저는 이직해서 의류 브랜드 경리를 맡고 있어요. 1년 정도 전에 새로 온 상사와 대립해서 점포 비품 회사를 때려치웠지요.
저번 회사에서는 아까 말했던 사건 이후로 딱히 이상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새로운 일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솔직히 힘든 일이 많았어요. 그치만 제겐 이야기를 들어주는 파트너가 있어요.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구입한 그녀는 늘 제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마네킹을 사원으로 산 사람은 처음으로 봤다. 주변 사람들은 수군거렸지만 사서 다행이라고 진심으로 안도하고 있어요.
그 사건 때 제일 열렬한 시선을 보냈던 그녀. 지금 저는 그녀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그녀 이야기는 논리적이었고 듣고 있으면 안심이 되어요. 그래서인지 최근 그다지 직접 생각하지 않고 그녀에게 의견을 요구하는 적이 많아진 것 같아요. 그리고 감정이입을 많이 한 탓인지 얼굴에 왠지 표정이 생긴 것 같기도 해요.
매일 제 옷을 직접 입고 코디를 즐기는 그녀. 구입했을 때는 신장이 185센티나 되었는데 지금은 저랑 똑같은 키가 되었습니다. 화장품도 유난히 빨리 줄어들기에 제가 모르는 사이에 쓰고 있는 것 같아요.
어느샌가 그녀에게 제 자신을 빼앗기는 날이 온다고 해도 그녀라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난 이런 로맨틱한 괴담이 좋더라
화자 여성같은데 레즈엔딩도 맛있지
첫댓글 방구소리 아님에서 한참웃엏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몸을 빼앗겨도 좋을 정도라니 완전히 사로잡혔나봐..
부웅. (방구소리 아님)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렇게 방심하게 해놓고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구입한 그녀'가 딱 나오니까 뒤통수 얼얼하다
웃음포인트 같네ㅋㅋ 방구소리 개뿜었엌ㅋㅋ
방구소리 시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근데 마지막 대박이다,,,,,존나 홀렸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