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이거 읽고나니 세팔이 죽이고 싶어
인천의 허접귀 김현일입니다...
: 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현재 인천수협 전산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 요 며칠사이 김남일선수 아버지가 서세원쇼에 나와서
: 서세원씨가 세치혀 잘못놀리는 바람에 네티즌에게 큰 봉변 당하는걸 보고
: 저도 한글 올리려 합니다.
:
: 김남일 선수 아버지는 인천의 무의도라는 섬에서 선주로 어업에 종사하던 분입니다.
: 당연히 저희 인천수협 조합원이시고
: 덕분에 우리수협 본소 건물앞에 커다란 마빡글씨 휘날리며
: 우리 직원들을 자랑스럽게 하는 플랭카드 오늘도 나부낍니다.
:
: "인천 어업인의 아들 김남일 파이팅"
:
: 그러다가 연근해어업이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 거의 잡히는 것이 없게 되자
: 좋게 말해서 사업을 접으신 것이고
: 나쁘게 말하면 망한것이 되어 인천시내로 나오게 되셨죠..
:
: 직장이 수협이다 보니 알게 모르게 많은 어업인들과 접촉을 하게 되고
: 그분들을 상대하다보면 두번 놀라게 됩니다.
: 첫번째 그들의 단순함에 무척 놀랍니다.
: 두번째 그것이 단순함이 아니라 때묻지 않은 순수함임을 깨닫고 다시 놀랍니다.
:
: 어업인들 평생 바다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 그들에겐 가정과 바다와 수협이 이 세상의 전부이죠.
: 대게의 1차산업 종사자들이 그러하듯
: 그분들에겐 많은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지 못했고
: 거친 바다와 늘상 겨루며 사는 억척스러운 삶을 살다보니
: 그들의 하루는 말그대로 살기 아니면 죽기 입니다.
: 망망대해에서 졸지에 태풍이라도 만나게 되면
: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이죠..
: 가끔 조합원들과 혹은 선원들과 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 그들의 무용담을 듣고 있노라면
: 진정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우습게 드나드는 그들의 이야기에
: 숙연해 질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 이러한 삶이 그들을 무척 단순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 그러나 이러한 단순한 삶이 사실은 그들에게는 전부이고
: 이 전부인 삶을 우리는 아무런 생각없이 서세원씨처럼
: 단순하다고 무시하게 되는 겁니다...
:
: 그분들 욕 참 잘합니다. 쌈도 참 많이 합니다.
: 그러나 그들이 살아온 인생에 반추해보면 그정도는 욕도 싸움도 아님을
: 그분들과 정말 딱 한시간만 이야기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
: 일례로 김남일이 아버지가 김남일이 축구하게 된 연유를 이야기할때
: 머리에 든게 없어서라고 말했다죠...
: 우린 한번 웃고 말았지만 미사여구를 동원하지 않아도 되는
: 그분들의 삶을 한번쯤 생각해보면 그 말이 얼마나 순수하게 들리는지 모릅니다.
: 솔직히 한번까놓고 이야기 해보자구요
: 체육하시는 분들께 대단히 죄송하지만 솔직히 예전분들은
: 공부못해서 체육한다고 이야기 하는 분들 정말 많았죠...
: (요즘은 정말 머리좋은 사람이 운동 잘하는 거 아시죠..^^)
:
: 가출한 아들을 붙잡고 3일간 같이자면서 이야기한 아버지의 마음..
: 그 아버지는 대학교수가 아니라서 아들을 말로 설득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 하지만 바다를 늘 곁에두고 살던 김남일이 아버지는
: 3일간 아들과 붙어 자면서 우리가 비웃는 그 무식한 말로
: 아들을 설득해서 오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 훌륭한 국가대표 축구선수아들로 만들었습니다.
: 주변에서 잘살고 훌륭한 아버지를 보면서 자신의 처지에 회의를 느끼던
: 아들 김남일이는 가출을 했었지만
: 함께 자는 삼일간 대학교수는 보여줄 수 없는
: 어업인으로서의 아버지를 아들 남일이는 알고 있었던거죠...
:
: 히딩크 감독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은데
: 말주변이없어서 쭈볏거리는 김남일선수 아버지의 모습
: 그러나 그가 얼마나 히딩크 감독에게 감사하고 있는지는
: 분명 모든 시청자가 알 수 있었습니다.
:
: 그걸 서세원씨는 어떻게 함부로 비웃을 수 있습니까.
: 물론 서세원씨는 개그맨이고 프로그램 자체가 웃음을 유발해야하는
: 컨셉이기에 서세원씨는 프로답게 웃음을 유발했습니다만
: 주변에서 어업인들과 항상 생활하는 제게는 쓰린 아픔이었습니다.
:
: 다행히도 많은 네티즌 여러분들이
: 저의 생각에 공감하셨는지 오늘 kbs가 마비상황까지 가더군요...
:
: 여러분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 남일이 아버지로 대변되는 어업인들은
: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세상에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고
: 그 순수함이 오늘 남일이를 설득시켜
: 세계최고의 수비수 자리에 등극시킨 겁니다...
: 저는 김남일선수에게도 박수를 보내지만
: 자랑스러운 우리수협 조합원 김남일 선수 아버지에게도
: 큰 박수를 보냅니다.
: 그분의 순수는 김남일선수로 나타났으니까요...
: 긴 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
: 제 혼자 생각에 김남일선수랑 왠지 더 가까운듯싶어
: 주저리 주저리 적어봤습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