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2003년 10월25일 밤이다.
그날 오후에 포항에서 올라온 로미오놈과 저격수, 승이리가 모처럼 함께 만나
3차를 연신내 국수집에서 늦은 해장으로 마무리를 하고나서 몇몇 친구들은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갈길이 따로 있구나'하는 유행가 노래말처럼 우리 세놈을 연신내에 버려두고
그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렇게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데 막상 우리 세놈은 서울의 북서쪽 끄트머리 동네에서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갈 곳 없는 미아의 불안이나 슬픔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밤이었다. 우리는.
안산쪽 우리집보다 가까운 역삼동 저격수 자취방에서 하룻밤 신세를 질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깨끗한 여관에서 쉬는 게 편하리라 생각하며 세놈은 택시를 잡아타고 일산쪽으로 내달렸다.
일산쪽에 신축 모텔이 많아 깨끗하다는..... 순전히 저격수놈의 뜻에 따라.
연신내에서 일산 대화까지 택시비 거의 2만여원! 흐흐흐.... 앞자리에 앉은 저격수놈 지갑에서 돈이 나올 수 밖에.
몇군데 모텔을 찾았는데....
토요일에는 집없는 사람들이 왜 그리도 많은지!
"방이 없는데요"
다리 품을 팔아 겨우겨우 우리들의 피곤한 육신 누일 여관 하나 비로소 찾고
토요일 바가지요금 5만원을 계산하고(저격수놈을 먼저 들여보내야 했을 것인데. 쩝!)
우리 세놈은 옷을 벗었다. 그때부터 이야기는 사진으로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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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놈이 테이블에 앉아 뭔가 이야기가 길어진다.
사내놈들이 뭔놈의 이야기가 긴지! 나는 졸려서 미치겠는데.....
로미오놈이 있었는지 오늘은 저격수 패션이 침팬치가 아니다. 다행이다.
"로미오야! 왼쪽 다리 내려라. 빤수사이로 거시기 보일라!"
(이런 사진,여과없이 바로 올려부리는 승이리는 확실히 악동이여!)
▲그만하고 자자는 내 성화에 못이겨서일까? 두놈이 드디어 침대에 가 눕다.
그런데도 로미오 주둥이는 계속 살아있다. 두 팔로 액션까지 취해가며.
승이리의 숙면을 방해하는 웬수같은 놈들!
그런데 그 두 놈! 아무리 친구간이라지만 숫컷끼리 한 침대에 한 이불을 덮고 잘 수 있을까?
(저격수 중부지방이 만만치 않다. 저걸루 마누라 목 감아 조이면 금방 한판승일 듯 싶다)
아! 닰살 돋는 커플이다.
나는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하지만 숫컷끼리는 한 이불을 덮고 못 잔다. 모르지 내 아들과 함께 잔다면!
그래서 나는 방바닥에서 서울역 노숙자처럼 잤다. 그때가 새벽 4시가 훨씬 넘은 시간!
다음날 아침
무슨 탱크 굴러가는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떴더니 저격수놈이 콧구멍에서 탱크 굴러가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썩을 놈! 새벽까지 안면 방해를 하더니만 아침까지 연장전이네. 어디 요놈들 혼나봐라.
8시밖에 안됐는데도 9시가 훨씬 넘은 시간이라며 사기치고 두 놈들을 깨웠다. 미치고 환장했을 것이다.
꿀맛 같은 늦잠을 깨우는 것이란.
근처 해장국집에 들려서 콩나물해장국을 먹었는데
전라도해장국 흉내는 냈데!
그리고 뭐, 마땅히 갈곳도 없고해서 우리는 영화나 한 프로보기로 하고 종로3가로 나갔다.
▲거시기 영화 황산벌을 티케팅하고 시간이 있어 촌놈들 사진을 찍어주었는데
로미오가 꼭 고목나무에 매달린 매미같아 재미있다. 큭큭.
다음엔 네가 서고 저격수에게 앉으라 해라! 그래야 벨런스가 맞다.
▲봐라. 차라리 앉아서 찍으니 얼마나 보기가 좋으냐?
▲세놈이 함께 기념사진 하나 찍고 싶었었는데 저격수놈이 마땅한 인물을 수배하더니만 어떤 젊은이에게 다아가
뭐라고 수근수근... 쇽쇽쇽했다. 그 젊은이가 야릇한 미소를 띄며 카메라를 넘겨받고 엉거추춤 폼잡고 찍어주었다.
내가 저격수놈에게 물었다.
"뭐라고 하면서 사진 부탁했는디 그 사람이 실실 웃었다냐?"
"늙은 촌놈 친구 셋이 오랜만에 서울 수학여행와서 기념사진 한 장 찍고 싶다고 부탁했다. 뭐가 잘못됐냐?'
▲하여간.... 쪽 팔리기는 무쟈게 좋아하는 놈이여!
수선화같은 놈.....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절대 모를 것이여!
▲로미오놈도 사진찍기, 두번째가라면 서러울 놈이여.
니 놈도 수선화 기질이 다분히 있는 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노란 달맞이꽃.이란다. 기억해 두길.
▲저격수놈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로미오놈이 뭔가를 내 상의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무엇인지를 확인해 보려고 손을 넣었더니 적잖은 돈이 확실했다.
"이런! c부랄(이런 표현이 지나쳤다면 이해주시길, 나는 다만 그때 그 상황을 그대로 표현하고자하는 의미였음으로)...."
금액을 확인하지도 않고 그대로 꺼내 로미오놈에게 전해주기 위해 옥신각신을 여러번
"니, 백수건달인 주제에 돈도 없으면서 어젯밤 숙박비내고 아침식사비 내고 그래서 그런다. 받아둬라"
"나, 백수건달이지만 아직은 네놈에게 잠 재워주고 밥 사줄 능력은 있다. 못 받겠다"
그리하여 끝내 로미오에게 돌려줬지만 내 주머니 사정을 감안하여 '눈물나는 우정'을 보여준 로미오놈에게 감사한다.
그래, 몇푼의 돈이 아니라 친구를 배려하는 네놈의 우정에 대해 눈물이 나올뻔 했다.(정말이다)
다음에 혹,포항에 갈 기회가 있다면 그때 네놈에게 푹 기댈란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라. 다시는 포항땅에 발 딛을 일 없을 것이니.......
▲'나,치칸에 다녀온 사이 저 두 놈에게 뭔 일 있었다냐?'
▲황산벌 영화를 보고 로미오놈을 배웅하기 위해 종로3가에서 함께 강남고속버스 터미날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는데
내가 그만 깜빡 졸았던 모양이다. 저격수놈이 2호선으로 바꾸어 타자고 흔들어 깨웠다.
'어라! 옆에 있어야할 로미오놈이 없네? 어디 갔지?'
저격수놈의 말에 의하면 고속버스 터미날역에서 그가 내리면서
"승일이 피곤한 모양인데 내버려둬라. 나 간다"했단다.
썩을 놈! 포항행 버스가 터미날을 벗어날 무렵 더러운 손수건이라도 흔들어 주고 싶었는데.
얼떨결에 저격수를 따라가 놈이 사는 역삼동 동네에서 찍어준 사진.
ㅡ그런데 요즘 이 두 친구들부터 소식이 끊긴지 오래다.
무소식이 희소식이겠지 뭐.
승이리.
첫댓글 ㅋㅋㅋ~ 승일오라배. 먼저 전화 걸어보세요. 지금도 또라이패션(빤쮸)으로 뒹굴고 계신지... 언제 봐야 디러븐 손수건이라도 흔들어주지... 역삼동 벙개 저질러 보셔요. 일산에서 총알 타고 갑니다.
은마님, 무사히 도착 했군요,..지금 비가 오고 있으니 생각이 많이 났어요..무사히 가기나 했는지 궁금한데도 전화...하고 싶었는데..이렇게 보여주니 너무 반가워서,..승일님 그림보다 먼저 들어 와요..승일님, 지금 대충 읽는데 눈물 나요..변함없는 세 늠자들의 사랑에 샘이 납니다..무소식이 희소식이겠지요..
이 그림 청마루에서의 패션으로는 그럭저럭 괜찮은데요...뇨자나 늠자니 셋이 모이는 수다떠는 것 은 같다며 웃습니다...ㅎㅎ비는 오고 빈대떡이나 부쳐 ...ㅎㅎ
남자분의 우정이 끈끈하게 느껴집니다....원래 알던 사이신가요??..이리님은요..글쓰시는거로봐서는....외모와 전혀 다르시네요..전혀 이리 같이 생기지 않았어요.....^^*............
에이 썩을 넘의 이리! 아직도 울궈먹냐? ㅋㅋㅋㅋ 새로운 이야기 한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 롬
크크크...긁으면 나온다더니 롬이 나왔네.히이~~ 가끔씩은 게시판에 소식 올려라. 안올리면 롬 죽이기 다시 시작할 것이다.(롬 죽이기 한다니 정으니가 좋아하네.) 언젠가는 격수도 나오겠지!/ 나무님! 롬은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친구. 격수는 고딩친구랍니다./ 은마! 자주자주 와! 보고시퍼잉~~~
ㅋㅋㅋㅋ 근데 왜 양복쫘~~~ㄱ 빼입은 모습들 보담은 란제리 패션이 훨~~~나아 보이는지.....^^*^^*
푸하하하..롬 오라버니~~~ 이렇게 망가지셔도 되는겁니까? 푸하하하..
아~~ 맞다,, 주방커튼 사이로 얼굴만 빼곰히 내밀고 면면을 살피던 저격수...그가 보고 싶다...ㅎㅎ
오랜만에 승이리님 저격수님 뵈니 반가워집니다. 2003년에 찍은 사진이라지만...지금도 여전하실듯한 모습들이..눈에 선한걸요~ 승일님 오시니, 뜨락이 참 즐거워지네요~ 비가 내립니다 마음 가라앉아 계시지말고 기분좋은 하루 보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