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 과음으로 인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화창한 가을 날 답사 시작하기에는 조금 늦은 시간이었지만 모두들 제시간에 도착해서 예정된 시간에 출발할수 있었다. 첫 답사지인 남평문씨 세거지에서 반가운 선과님을 만났다. 정겹게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는 모습이 변함없었다.
일제강점기에 세워졌다는 남평문씨 본리(인흥)세거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계획도시(?) 라고한다. 다른 전통마을과는 달리 담벼락이 유난히 높고 길도 곧고 길게 뻗어있어 색다른 느낌을 준다.
수봉정사에 들어서니 인근에서 체험교육을 하러왔는지 어린학생들이 소복히 모여 있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열정은 재잘거림으로 표현되고 어른들은 그저 씨끄러운 소음으로 치부하곤한다.
정원에 있는 거북이 모양의 바위에 새겨진 거북이와 대문에 조각되어 있는 아름다운 거북이 문양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도 인상이 깊었던 것은 마루아래에 가지런히 누워 있는 한쌍의 문인석과 약간 손상된듯한 비석이었다. 누군가가 돈과 정성을 들여 만들었겠지만 필요없다는 말 한마디에 제 역활을 못하게 된 석물들이 효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게 한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9세대중에 가장 막내라고 하시는 어른께서 흔쾌히 개봉하지 않는 살림집을 보여 주시겠다고 해서 따라 들어갔다. 내외담 넘어로 안채가 살짝 보이고 사랑채 마당에는 잘 가꾸어진 잔디가 주인의 근면함을 보여주는 듯 하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 답사지로 이동하는 일행에게 꼭 보고 갈것이 있다며 일러 주시는 것이 전국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능소화 나무와 한옥의 박공을 이야기 할때 빠지지 않는 다는 목단을 보여 주셨다. 스쳐 지나면 못볼것을 이야기 들으니 그 다음 건물에서도 박공에 유난히 눈길이 가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잘 가꾸어진 가옥에 비해 마을 앞 밭에 방치되어 있는 오래된 석탑 하나가 마음에 걸린다. 종교가 달라서 그런가?
그저 선조들의 정성스런 손길이 닿아 있는 소중한 유산이라고 생각할수는 없을까? 하는 씁쓸한 마음을 가지고 현풍 향교로 향했다. 조선초기에 세워진 향교를 임진왜란 이후 재건했다고 하는데 어린 학생들이 우리와 동선이 같은지 한창 교육중이다.
입구에서 부터 시작된 석탑의 부재는 향교의 이곳 저곳에 산재해 있었다. 급기야 생단으로 까지 사용되는 것을 보니 ' 정말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불교에서 석탑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안다면 유교관계자도 불교관계자도 이렇게 방치하면 안될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것 또한 역사이니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현풍향교에서 도보로 10분거리에 동화사 현풍 포교당이 있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아름다운 쌍탑이 눈에 띄인다. 이리 저리 살펴보고 있으니 포교당을 이끌고 있는 어느 부분이 원래것이고 어느것이 새로 복원한 것인지 육안으로는 구분이 안될 정도로 잘 복원되었다는것이 모두들의 생각.. 지난 답사에서의 씁쓸함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문화재를 전공했다는 스님의 중요한 가르침중 하나 복원된 부재와 원래 부재를 구별하는 방법 " 만져보면 압니다"
스님께 "옛님의 정취, 그향기를 따라.." 카페를 가르쳐 드렸는데.. 과연 들어 오실까요? 소중한 인연으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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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마음 내키는 곳으로 원문보기 글쓴이: 추경(秋鏡)
첫댓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인연들과 함께 한 답사 - 즐거웠습니다...
참으로 오랜시간의 답사여정이였는데 그 어느때보다 뿌듯한 기분이였습니다.함께 더 즐거웠습니다.
정말 새로운 경험들이 많은 하루 답사였습니다.
특히 현풍향교의 형성과정에 쓰여진 재료들이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배경들이었습니다.
동화사 현풍포교당의 심담 주지스님의 삼층석탑 사랑은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던것 같습니다.
답사팀장님~~ 좋은 체험의 인연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