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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의 여왕] 01
#1. 무대 위 (D)
조명이 팡팡팡 켜지고.
눈부신 조명이 떨어지는 그곳에 여고생 지애가 서 있다.
그 시절 김완선을 완벽하게 재연한 외모의 지애.
객석의 우렁찬 함성 소리와 함께.
(M)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전주 - 여기저기 조명이 팡팡 터지기 시작하고.
온 무대를 화려하게 누비는 지애. 그 뒤로 ‘서림여고 가을 축제’ 플래카드가 보인다.
객석에는 여학생들 뿐 아니라, 남학생들도 절반 정도 차지하고 있는데. 모두가 지애에게 열광하고 있다.
완벽한 무대를 선보이는 지애.
열정을 이기지 못해 무대 앞까지 뛰쳐나온 남학생의 꽃다발을 받아주고 손키스를 날려주는 다정한 매너까지 보여준다.
#2. 대기실 (D)
지애의 노랫소리 들려오는 가운데.
봉순, 엉덩이 쑥 빼고 커튼 사이로 무대를 엿보고 있는 모습.
미영, 봉순의 엉덩이를 찰싹 때린다.
봉순 : (반응도 느린) 아...
봉순 돌아본다. 쌍거풀 없는 단추구멍 눈에 뭉퉁한 코, 깨투성이 피부에 교정기 낀 입. 부스스한 돼지털 머리.
미영 : 뭘 보냐?
봉순 : 그..그냥.. 지애가 이뻐서...
미영 : 야. 저게 이쁘긴 뭐가 이뻐. 지애 정도... 솔직히 노말하지.
봉순 : 우아하잖아. 여왕 같고.
연선 : 너두 물건이야. 그렇게 구박 받으면서도 꼭 붙어 다니는 거 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랬냐?
봉순 : ... 응.
연선 : 암튼 지애두 못됐어. 그렇게 오래된 친군데. 왜 그렇게 막대해?
미영 : 다들 이쁘다..최고다 그러니까.. 지가 진짜 그런 줄 알고. (삐죽대고)
연선 : 성질머리가 그렇게 개떡 같으니까 천지애 아니구 개지애지. 달리 개지애냐?
일동 : 맞아맞아~
#3. 교실 뒤 (D)
손바닥 위에 치이이익 소리를 내며 눈처럼 쌓이는 하얀 무스.
지애, 교실 뒤에 걸린 거울 앞에 서서 무스를 앞머리에 바른다. 금세 앞머리 빳빳해지면서 동그랗게 말리고.
옆에서 무스통과 롤빗 들고서 시중 들어주고 있는 봉순. 부스스한 바가지 머리에 두꺼운 안경 쓴 채 이에 보철물까지 끼고 있다.
그 옆에 서서 아부 떨고 있는 미영, 연선, 정숙 등..
미영 : 우리 사촌오빠가 과학고 다니거든. 너 끼면 거기 애들이랑 미팅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응? 바쁜 줄 알지만 어떻게 안될까?
지애 : (도도한 채 거울 쏘아보며) 과학고? 거기 인문계 떨어진 애들 가는 데 아냐?
순간, 싸해지고. 어이없는 시선 주고 받는 친구들.
지애 : (도도하게 돌아보며) 니들 알잖아. 나 전교 10등 안에 드는 애들만 상대하는 거.
미영 : (기막히지만, 조심스럽게) 지애야... 과학고는 전교 1등짜리들만 모아놓은학교야.
지애 : (표정 흐트러지지 않고, 쏘아보며) 확실해? 니가 어떻게 알아?
미영 : 음... 원래 그래. 과학고 나온 애들이 나중에 카이스트도 가고 서울대도 가고 그러잖아?
지애 : (표정 약간 흔들리고) 서울대를 가? 확실해?
연선 : 그럼~ 거기 다니는 애들 다 수재야.
지애 : 그래? (생각하다가) 좋아. 그럼 날짜 잡아. 대신...
친구들 모두 좋아하는데.
지애 : 봉순이도 껴줘.
봉순 : (표정)
미영 : (당황하며) 봉순이를? 왜?
지애 : 싫음 말고. 미팅 예약 꽉 찼어. (다시 홱 돌아서 거울 보는데)
미영 : 야 알았어. 그러지 뭐. (짜증나는)
지애, 도도하게 교실 나가려고 하면.
연선 : (뒤에 대고) 지애야. 곧 수업 시작하는데?
지애 : 컨디션이 안좋아. 양호실에서 좀 쉬어야겠어. 봉순아?
봉순 : 어.. (하고 얼른 따라간다)
지애와 봉순 나가고 나면.
미영 : 아우.. 개지애 꼴통 저거.. 얼마나 무식하면 과학고도 모르냐? 머릿속에 뭐가 들은 거냐 저거?
연선 : 한두번이냐? 그래두 덕분에 미팅 하게 됐잖아.
미영 : 근데 봉순이는 왜 달고 갈라 그러는건데~ 물 확 흐려지게~
정숙 : 뻔하잖아. 봉순이가 옆에 있어야 여왕이 더 빛나주시니까.
미영,연선 : 어으~~ 개지애~~ (몸서리치는)
#4. 제과점 (D)
도도하게 다리 꼬고 앉아 있는 지애. 그 옆으로 미영,연선,봉순,정숙 등이 앉아 있고.
맞은편 남학생들. 거기 준혁도 끼어 있다.
지애는 도도하게 가만 있고. 미영과 연선 정숙 등만 마구 떠들어댄다.
거기에 장단 맞춰서 대충 얘기 받아주는 남학생들.
봉순은 어디에도 못 끼고 왕따처럼 테이블만 문지르고 있다.
미영 : (수줍게) 저기요... 대충 자기 소개는 끝난 것 같은데. 이제.. 짝.. 맞춰봐야 되지 않나..?
남학생 : 그래요. 자~ 다들 앞에 컵에 꽂힌 빨대를 드시구요. 마음에 드는 상대방을 확 찍어주시는 겁니다.
마음의 결정 하시고. 하나.둘.셋.
여자들의 짝대기는 이리저리 엇갈린다.
지애는 도도한 표정으로 아무도 안찍었다.
남자들의 짝대기는 약속이나 한 듯이 지애에게만 몰려 있다.
여자애들 똥 씹은 표정.
지애는 당연하다는 듯 남자들을 둘러본다. 그런데 준혁의 짝대기만 봉순에게 가 있다.
그런 준혁을 어이없다는 듯이 보는 일동.
준혁을 찍었던 봉순도 깜짝 놀랐다.
준혁을 힐끗 본 지애. 표정 있다가 천천히 빨대를 들어 준혁을 가리킨다.
급불안해지는 봉순 표정.
반대로 지애의 자신만만한 표정.
일동, 모두 준혁만 본다.
준혁, 지애를 보다가.. 봉순에게서 빨대를 옮겨 지애를 찍는다.
일동 표정.
봉순의 상처 입은 표정.
준혁과 지애, 서로를 가리키고 있는 모습에서.
#5. 교실 (D)
지애, 앉아서 잡지 보고 있는데 옆에 앉는 봉순.
봉순 : (조심스레) 지애야...
지애 : 왜.. (잡지 넘겨보고)
봉순 : 너 그때 걔.. 기억나?
지애 : 누구?
봉순 : 저번에 미팅때 나온. 과학고 다니는 한.준.혁.
지애 : 아... 근데 뭐?
봉순 : 너.. 준혁이.. 어때? 만날거야?
지애 : 아니? 관심 없는데?
봉순 : (환해지며) 있지. 너 만날 거 아니면... 내가 만나면 안될까?
지애 : (멈칫하는 표정)
봉순 : 너 어차피 안만날거면.. 내가...
지애 : (묘한 미소 피어오르고) 니가.. 날 너무 오래 쫓아다녔나봐.
봉순 : 어?
지애 : 니가 만나고 싶다고 만날 수 있어?
봉순 : (표정)
지애 : 나는 내가 만나고 싶은 남자들을 만나지만. 세상 여자들이 다 그럴 수 있는 건 아니거든. 넌... 천지애가 아니고. 양봉순이잖아.
봉순 : (모멸감) 야.. 천지애 너..
지애 : 매점 가서 카스테라랑 우유나 좀 사와. (천원짜리 틱 내밀고 다시 잡지 보는)
조용하다. 지애 고개 들어 보면. 봉순이 눈물 가득해서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다.
지애, 뭐? 하는 표정으로 봉순을 보면.
봉순 : 내가 왜?
지애 : 뭐?
봉순 : 내가 왜 니 심부름을 해? 내가 니 시녀야? 노예야? 니가 세경이라도 한푼 줘가면서 부려먹었어?
아이들 웅성이며 지애와 봉순 쪽 보고.
지애 : (기막히고) 뭐? 너 웃긴다. 누가 그렇게 해달랬니? 나랑 친구하고 싶다고 쌩난리 친게 누군데!
봉순 : (소리소리 지르는) 그래. 니 옆에 있으면 애들이 나 안괴롭히고. 무시도 안하니까! 그래서 붙어 있고 싶었어.
너한테 선물 전해달라고 하면서, 남자애들이 말도 붙여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니까. 그것도 좋았어!
지애 : 그래서 뭐!
봉순 : 아무리 그랬어도. 난 니 친구가 되고 싶은 게 먼저였어. 그런데 너는.. 나 한번이라도 친구로 생각한 적 있었어?
너한테 그냥 난.. 니 딱갈이 양봉순이었잖아!!!
지애 : 야. 하기 싫으면 하지마. 누가 너더러 내 딱갈이 하란 사람 있었니?
봉순 : 그래! 안해! 이제 안해!
지애 : (약간 충격받고) 뭐?
봉순 : 니 딱갈이도 안하고. 니 친구도 안해! 너 쫓아다니는 기지배들 중에 너 친구로 생각하는 애 아무도 없어!
뒤에선 다들 너 재수 없다고 그래! 나 빼고 다 그랬어! 근데 오늘부터, 나한테도 너는 재수없는 기지배야! 알어?
지애 : (부들부들 떨며 보다가 차분하게) 한준혁이라 그랬니?
봉순 : (울면서 노려보는)
지애 : 너 걔 좋아해?
봉순 : (끅끅대며 노려보고)
지애 : 오늘부터 내가 걔 사귄다. 한준혁. 내가 사귈거야.
#6. 결혼식장 (D)
야외 결혼식장이다. 웨딩 마치 울려 퍼지는 가운데.
아름다운 신부 지애가 지애부의 팔을 잡고 입장하고 있다.
기다리고 있는 신랑. 다리서부터 틸업하면. 준혁이 아니고. 달수다.
핸섬하면서도 스마트해 보이는 달수의 모습.
예쁘게 웃으며 달수의 팔에 팔짱을 끼는 지애.
그저 흐뭇해서 보는 지애부모.
그리고 예식장 뒤편에 줄줄이 떼로 서 있는 남자들. 줄초상이라도 난 듯한 분위기다.
뜨흡~! 눈물을 꾹 참는 남자. 벽 보고 소리 죽여 끅끅대는 남자.
그들 틈에 준혁도 끼어 있다. 눈자위가 벌개진 채 지애를 보고 있다. 지애야....
미영 연선 정숙 등 서 있고.
미영 : 웬일이니. 여기가 장례식장이니? 결혼식장이니?
연선 : 저년은 도대체 몇명을 울리고 가는거야.. 암튼 능력있는 년...
정숙 : 그런데.. 준혁이랑은 왜 헤어진거야? 둘이 죽고 못살았었잖아.
연선 : 맞어. 스팩으로만 보면 준혁이도 절대 안떨어지는데?
미영 : 저 기지배 속을 내가 어떻게 아냐? (립스틱 꺼내 바르며 괜찮은 남자는 없나 두리번거리고)
그런 군상 위로 주례사 들린다.
주례off : 신랑 온달수군은 서울대를 졸업한 수재 중 수재로서 인품이 반듯하고 심성이 맑으며.... (어쩌고 저쩌고)
준혁은 여전히 안타깝게 지애를 바라보고.
그 뒤 일각으로, 봉순이 숨어서 준혁을 바라보고 있다.
이런저런 풍경들 속에서 마냥 행복하게 미소 짓는 지애.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 위로.
지애off : 여자라면.. 누구나.. 일생에 한번쯤은... 여왕인 시절이 있다. 나에겐 그때가 그랬다.
박수 소리 멀어지며. F.O
#7. 브런치 까페 (D)
F.I 미드에나 나올 법한 야외 브런치 까페의 어느 테이블.
언뜻 봐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카메라 가까이 다가가 보면. 이제 30대에 접어든 지애와 친구들. 모두 한껏 차려입고 왔다.
생크림 와플이나 초코 퐁듀, 단호박 샐러드처럼 달콤해 보이는 음식들을 우아하게 먹고 있는 그녀들.
대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연선 : 넌 어쩜 그렇게 연락이 안되냐? 남편이 너무 잘해주니까 친구들 생각은 아예 안 나디?
지애 : 뭘... (훗.. 웃으며 커피 마신다)
미영 : (은근한 비웃음 서리고) 니 남편 잘 있어?
지애 : 그 사람이야 늘 바쁘지 뭐. (커피잔 놓으면)
미영 : 하긴... 세상에 놀고 먹는 일 만큼 바쁜 거 없지.
지애 : (멈칫)
정숙 : 뭔 소리야? 누가 놀고 먹어? 지애 남편이?
지애 : (파르르해서 보면)
미영 : (지애 보며) 얘! 괜찮아! 실직은 부끄러운 게 아니야.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사회문제지.
지애 : (째려보고)
연선 : 지애 니 남편 짤렸어?
미영 : 아우 벌써 1년 넘었댄다.
지애 : (받아치듯) 오라는 데 많아서 고르는 중이야.
미영 : 얘가 덜 굶었네. 고르긴 뭘 골라? 너 무슨 알바해서 살림 꾸려간다며? 우리 엄마가 니네 엄마한테 다 들었대.
지애 : (표정)
미영 : 야. 천하의 천지애가 애 유치원비 번다고 알바를 할 줄 누가 알았겠냐? 인생 모르는거야. 안 그러냐?
순간 지애의 가슴팍에 팍 꽂히는 비수. 지애 표정.
미영 : 에유. 또 좋은 날이 오겠지. 파이팅해 기지배야.
연선 : (눈치보다가) 그나저나 미영이 니네 식당 서초동에 또 분점 낸다며?
미영 : (기다렸던 질문이고, 뻐기는) 응. 3호점.
정숙 : 야 니 남편 진짜 능력있다.
미영 : 요샌 남자 혼자 잘해서 성공 못해. 여자가 내조로 뒷받침을 해줘야지.
힐러리 봐. 클린턴 대통령 만든 건, 다 힐러리 내조라고 본다 난?
지애 : (미소) 니 남편 내조는 스물 다섯살짜리가 다 한다던데?
미영 : (?)
지애 : 아니.. 알려고 해서 안 건 아니구. 실은 나도 엄마한테 니 소식 들었거든.
미영 : (표정)
지애 : (미영을 따뜻하게 보며) 기지배 암튼 맘이 비단결이야~ 정작 위로받아야 할 사람이 누군데, 날 위로해?
(손 잡으며) 얼마나 속상했어. 새파랗게 어린년한테 그 잘난 남편 홀랑 뺏기구.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으니.
인생 모르는거야 진짜.
미영 가슴에도 팍 비수가 꽂힌다. 미영 표정.
연선 : 야.. 진짜 니 남편 바람 났어?
지애 : (확인사살) 바람 정도가 아니구.. 딴살림...
미영 : 그게.. 우리 예지아빤 가만 있는데 그년이 먼저 꼬리를...
지애 :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거야.
미영 : (부글부글)
지애 : 그래두 우리 미영이가 참 야무져. 지 남편 딴살림 차린 집에 야구빠따 들고 쳐들어갔대잖니.
너 그 용기로 살면, 세상에 못할 일 없을거라고 본다 난.
미영 : (표정)
지애 : 참.. 사는 게 드럽고 치사하겠지만. 파이팅하구. 응? (아름다운 미소로 마무리)
#8. 거리 (D)
지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면서 소리소리 질러가며 전화 통화중이다.
지애 : 엄만 내가 친구들 앞에서 개망신 당하는 게 좋아? 계모임 갔으면 계나 부을 것이지, 쓸데 없는 소릴 왜 하냐고!
사위가 그렇게 챙피하고 꼴보기 싫으면. 내가 갈라서면 되겠네! 그래! 알았어! 이혼할께!! 하면 되잖아!!
(확 끊으려는데 먼저 끊겼는지) 에이 꼭 먼저 끊어!
#9. 지애 집 빌라 앞 (N)
낡은 서민 빌라.
지애, 터벅터벅 걸어와 들어오는데. 우편함이 터질 것처럼 꽂힌 각종 체납 영수증들. 노란딱지 빨간딱지 다양하게 붙어 있다.
독촉장. 압류예고장. 가스중지예고장 등등등.
한숨만 나는 지애.
#10. 지애 집 거실 (N)
아담하지만 따뜻한 느낌의 집안. 인테리어는 소박하다.
왁자지껄 시끄럽고. 담배 연기로 자욱한 실내. 맥주병들 놓여있고. 치킨 뼈랑 자장면 그릇 같은 것들로.. 심란하고.
달수, 친구들과 포커판 벌여놓고 있다. 달수는 편한 츄리닝 차림.
달수 : 콜! 콜! 가만 있어봐. 나 이번에 예감 좋아. (하다가 문득 보고 헉 놀란다) 여보...
지애가 서슬 퍼런 눈빛으로 서 있다.
달수 : (떨다가) 빨리 왔네? 저녁 먹고 올거라더니.
일동 : 안녕하세요 제수씨.
지애 : (무표정)
달수 : 우리 모임 알지? 멘실모... 멘사 출신 실업자 모임.. 오늘 멘실모 정모가 우리집에서 있었어.
지애 : (여전히 무표정으로 보고)
선배들, 뭔가 안좋은 낌새 채고. 포커판을 주섬주섬 정리하는데.
지애 : 나 좀 잠깐 봐. (홱 돌아서 나간다)
달수 : (무섭고) 왜.. 여기서 얘기하지.. 여보...
선배2 : 얌마.. 나가봐...
달수 : 떨려요 형... 심장도 막 뛰고. 나 부정맥 있잖아 형. (안색이 노랗다)
#11. 놀이터 (N)
지애와 달수 나란히 앉아서 그네 탄다.
달수 : (눈치 보며) 여보... 화났어?
지애 : 민주는 내가 데리고 갈께.
달수 : 어?
지애 : 당신이 7년 동안 집에 갖다준 돈이 천만원도 안돼. 그 정도면 가장으로서 능력 안된다는 거, 법원에서도 인정해 줄거야.
달수 : 무슨 소리야.
지애 : 집은 공동명의로 돼 있으니까, 팔아서 반반씩 갖고. 양육비는 도둑질만 빼고 무슨 짓을 해서라도 꼬박꼬박 보내줘.
위자료는 안받을께.
달수 : 뭐?
지애 : 더는 못하겠어. 욕심도 없고 의욕도 없고 계획도 없고 의지도 없고 직장도 없는 그런 당신 옆에선, 나도 희망이 없어.
엄마랑 싸우는 것도 지겹고. 사람들한테 당신 공부중이라고 뻥치는 것도 지겹고.
뭐가 좋다고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포커나 치는 당신 백수 친구들도 지겨워.
달수 : 여보오...
지애 : 짤리고 1년이야. 1년을 어쩜 그렇게... 지치지도 않고 잘 노니? 엉덩이에 곰팡이 필까 걱정도 안돼?
다른 사람들 치고 나가는 거 질투도 안나? 혼자 그렇게 뒤쳐지는 거 쪽팔리지도 않니?
달수 : (표정)
지애 : 너 멘사 회원이잖아. 머리 좋으니까 알아들었지? 깔끔하게. 갈라서자.
지애, 냉정하게 일어나서 가 버리고.
달수 비틀... 어쩌나 싶다.
#12. 주방 (D)
간단한 밑반찬에 아침 먹는 지애와 민주.
지애 젓가락 들고 깔짝이고. 민주는 노란 원복 입고 계란후라이 먹는.
지애 : 우리 민주는 유치원에서 누구랑 제일 친해?
민주 : (발그레) 창식이.
지애 : (표정) 창식이 말구.. 승민이는?
민주 : 승민이 싫어. 못됐어. 창식이가 디따 착해.
지애 : (괜히 열올라) 착한 거 어따 써. 승민이.. 애가 귀티가 흐르는 게 괜찮더구만. 아빠가 변호사라며.
민주 : (뾰로퉁)
지애 : 너 남자 볼 때 인간성만 보면 큰일나. 첫째는 연봉. 둘째는 집안. 셋째는 부동산....
민주 : (먹으며 빤히 쳐다보고)
지애 : 암튼 엄마는 창식이 절대 반대야. 기본적으로 엄마는 코 흘리는 애들 진짜 싫거든?
민주 : (뾰로퉁해지고)
이때, 방에서 양복 입고 나오는 달수. 지애 쌩하게 외면한다.
민주 : (입에 밥 넣은 채) 우와... 아빠 양복 입었다. 엄마 엄마. 아빠 츄리닝 안입고 양복 입었어.
달수 : 민주야. 아빠 멋있어?
민주 : 응. (엄지손가락 치켜세우며) 킹왕짱!
지애 : (흥...) 오죽하면. 애가 지 아빠 양복 입은 걸 이렇게 신기해하냐. 하긴. 허구한 날 츄리닝만 입었댔으니~
달수 : (눈치보며) 여보.. 나 서류 내러 가.
지애 : (민주에게 밥만 떠먹여주고)
달수 : 성찬이 형이 소개시켜준 자린데. 당신도 알지. 퀸즈푸드라고.
지애 : (멈칫)
달수 : 비공개 추천으로 기획실 직원을 뽑는대.
지애 : (표정 흔들리고)
달수 : 성찬이 형 말론 거기 연봉이 업계 최고라더라구. 사실.. 어제 정모두.. 그거 때문에 내가 우리집에서 하자고 한거야.
(말하고 지애 눈치 슬쩍 본다)
지애 : 넥타이가 그게 뭐야?
달수 : 응?
지애 : (방으로 들어가며) 지난번에 엄마가 면세점에서 사온 거 있잖아. 그거 매.
달수 : (좋아서 따라 들어가며 말 잘듣는 애처럼) 응 여보.
#13. 안방 (D)
달수 넥타이 매고 있고. 옆에서 팔짱 낀 채 보고 있는 지애.
지애 : 비공개 추천이면.. 몇명이나 추천 받아서 몇명 뽑는 건데?
달수 : 나 말고 한명 더 있대. 둘중에 한명 뽑는다고 하더라구.
지애 : 정말이야? 아니.. 성찬씨는 자기도 백수면서 그렇게 좋은 자릴 당신한테 소개시켜줬대?
달수 : 그게.. 뒤늦게 들은 얘기긴 한데. 약간의 문제가.. 있더라구.
지애 : 무슨 문젠데!
달수 : 나 말고. 나머지 한명이 인사부장... 조카래.
지애 : 뭐?
달수 : 그래서 사람들이 아예 포기하고, 접수도 안한거라고 하더라구. 다시 말하자면. 거의 내정된 분위기 있잖아.
지애 : 그런 게 어딨어!! 요즘 같은 때.
달수 : 있더라고 아직도.
지애 : 웃기지 마. 당신 서울대잖아.
달수 : .... 서울대라고 다 된다는 편견을 버려. 나랑 살면서 그건 확실히 알았을 줄 알았는데?
지애 : 아 그런 게 어딨어! 이렇게 아무 짝에도 쓸모 없을 거면. 아 왜 다들 서울대 못가서 그 안달들인데! 이해가 안되잖아.
달수 : (휴우) 나도 이해가 안간다. 왜 그렇게 난리를 쳤는지.
지애 : (독기 있게 노려보며) 암튼! 당신은 인사부장 조카가 아니라, 친자식이래도. 무조건 거기 취직해야 돼.
달수 : 어? 어...
지애 : (표정 있다가 넥타이 고쳐 매준다) 어제 한 말. 그냥 장난으로 한 말 아니야. 나 진짜 이혼. 할거야.
당신 이번에 거기 못 붙으면! 알았어? (하며 넥타이 위협적으로 확 졸라매고)
달수 : (헉.. 놀라는)
#14. 베란다 (D)
지애, 베란다에서 달수를 내려다 본다.
오랜만에 입은 양복이 어색한 듯 걸어가는 달수의 뒷모습이 보인다. 왠지 안돼 보이기도 한다.
달수 문득 뒤돌아보고, 지애가 있는 걸 보며 환해진다. 천진하게 손을 마구 흔드는 달수.
지애 : 초랭이방정 떨지 말고 얼른 가!!
달수 : (손 뽀뽀 마구 날리고 다시 간다)
지애 : (보다가 작은 한숨) 웬수...
#15. 동대문 상가 (D)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호객 행위 하고 있는 영자.
영자 : 언니. 에이급 있어요. 진짜 똑같애. 와서 한번 봐봐. (또다른 여자에게) 언니. 뭐 찾아? 명품 다 있어. 신상도 똑같은 거 많아.
이때 명품백 하나 달랑 들고 다가오는 지애.
지애 : 언니.
영자 : (외면하고 다시 호객행위)
지애 : 모른 척 한다고 될 일이야 이게? 오늘도 결제 안해주면 드러눕는다?
영자 : 퍽두 드러눕겠다. 니가 언제 모냥 빠지는 짓 하는 애냐?
지애 : 빨리 좀 해 줘. 우리 민주 유치원 재료비도 못냈다.
영자 : 야. 저번 거 별로 반응 안좋아. 저번에 어떤 손님은 바느질 땀수 틀린 것도 딱 집어내드라.
지애 : 짝퉁이 달리 짝퉁이야? 바느질 땀수까지 어떻게 맞춰! 그래도 나만큼 잘 만들어내는 사람 없어. 왜 이래.
영자 : 너 요새 집중력이 예전같지 않아. 잘 좀 해. (하면서 할 수 없이 지갑에서 돈 꺼내 세어보는데)
지애 : (딱 가로채 가는) 그냥 줘.
영자 : 이게 증말..... (확.. 하는데)
여자 손님 들어오고.
손님 : (지애가 한 가방 보더니) 이거 여기서 파는 거에요?
지애 : (바로) 네! 저도 방금 샀는데. 어때요? 진짜 똑같죠. 얼마 전에 백화점에서도 들어봤는데. 구분 안돼요. 너무 똑같애.
손님 : (끄덕이며 보는)
영자 : (얼른 눈치 채고) 에이급 진짜 많아 언니. 들어와요.
지애 : (입으로만, ‘나 간다...’ 말하고 돈 세어보며 나가는)
#16. 동대문 상가 앞 (D)
지애 나오다가, 뭔가 생각하는 표정.
잠시 후 전화기 꺼내들고.
지애 : 어. 연선이니?
#17. 고급 미용실 내부 (D)
미영 머리 말고 있고. 그 옆에 연선.
미영 : 뭐? 지애 그 기지배가 여길 왜 와?
연선 : 몰라. 갑자기 아침에 전화가 왔길래. 오후에 너랑 머리하기로 했다니까 다짜고짜 오겠다잖아.
미영 : 암튼 그 기지밴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비호감이야.
연선 : 야. 근데 솔직히 어제 나 진짜 섭섭하더라.
미영 : 뭐가!
연선 :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까지 깜쪽같이 속이냐?
미영 : (큼..) 쪽팔리니까.. 그랬지..
연선 : 우리 우정이 이 정도였냐? 나 솔직히 회의가 든다.
미영 : (표정)
연선 : 니가 진작 나한테 털어놨으면, 내가 가만 있었겠냐? 너랑 같이 가서 그 새파란년 머리라도 같이 뜯어놨을 거 아냐!
미영 : (새삼 우정을 느끼고) 기지배..
연선 : 우리 새미아빠 바람났어봐. 넌 가만 있었을 거야?
미영 : 미쳤냐? 야구빠따 들고 가서 그년 다리몽댕이를 똑 분질러 놓지?
연선 : 거 봐. 이런 게 친구 아니냐?
두 사람 다정하게 웃으며 잡지 보고.
#18. 미용실 앞 (D)
고급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고급 미용실.
지애가 걸어온다. 전투적인 표정.
#19. 미용실 입구 (D)
지애 들어서는데. 전도연 급의 유명배우가 머리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지애, 럭셔리한 분위기에 약간 주눅 드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안으로 들어가는 지애.
#20. 고급 미용실 내부 (D)
지애 의자에 앉아 있고.
미영과 연선은 캡 쓴 채 지애 옆에 나란히 앉아 쿠키에 커피 마시고.
미영 : 웬일이냐 여기까지?
지애 : 마침 머리할 때도 됐구 해서.
연선 : 그래. 잘 왔어.
미영 : 여기 가격 꽤 하는데.
지애 : (미소로) 알아. 청담동이 그렇지 뭐. 나두 늘... 이 근처에서 하니까.
미영 : (아니꼽고) 그래?
이때 헤어디자이너가 지애 뒤에 선다.
디자이너 : 어떻게 해드릴까요?
지애 : 그냥.. 살짝 다듬어만 주세요.
디자이너 : (지애 머리 만져보며) 그냥 다듬어만요? 머리 끝이 많이 상하셔서 잘라내두 푸석해 보일 것 같은데.
영양 트리트먼트 어떠세요?
지애 : (off) 얼만데요? (말 못하고 미소만)
디자이너 : 그리구요. 사모님 같은 경우엔 이런 직모 스타일보단 살짝 컬을 넣어주시는 게 부드러워 보일 것 같아요.
지애 : (off) 얼만데요? (역시 못 물어보고 미소만)
디자이너 : 밝은 갈색으로 컬러도 좀 넣으시구요.
지애 : (off) 그게 다 얼마냐구요!!! (미소만)
디자이너 : 어떠세요?
지애 : 네? (표정 있다가) 그렇게 하죠 뭐.
#21. 미용실 다른 일각 (D)
차 마실 수 있는 공간에 앉아 있는 지애,미영,연선.
연선 : 딸 하나야?
지애 : 응.
연선 : 넌 애를 났어도 몸이 별로 안불었다.
지애 : 뭘. 군살 좀 붙었어. (웃으며 녹차 한 모금 마시고) 근데 미영아.
미영 : 왜?
지애 : 니네 오빠.. 잘 있지?
미영 : 우리 오빠? 그렇지 뭐.
지애 : 아직두 거기 다녀? 퀸즈..그룹?
미영 : 응. 왜?
지애 : 아니야...
약간 어색한 침묵 흐르고.
지애 : 그럼 니네 오빠. 퀸즈푸드에도 아는 사람 있고. 뭐.. 그러겠다? 워낙 오래 다녔으니까?
미영 : 내가 그것까지 어떻게 아냐?
지애 : (저런 싸가지.. 표정 있다가, 다시 미소로) 우리 그이가 어쩌면 거기 들어가게 될 지도 몰라서.
연선 : 어머 진짜? 퀸즈푸드 좋잖아. 거기 무슨 통계 보니까 연봉도 우리나라 탑텐에 들어가던데?
지애 : (약간 우쭐해서) 그이는 공부 더 하고 싶어하는데. 선배가 굳이.. 추천을 해준 모양이더라구.
미영 : 뭐야 너. 그러니까 오늘 여기까지 온 게, 아는 사람 좀 소개 받자, 그거야?
지애 : 누가 그렇대? 우리 그이.. 그런 거 없어도 충분히 그런 데 붙고 남을 사람인 거 알잖아!
미영 : 그래 그럼. 소개고 뭐고 할 거 없겠네.
지애 : (OL) 그렇지만! 입사하기 전에 미리 회사 사람 알아둬서 나쁠 건 없잖니? 안그래?
미영 : (새초롬하게 잡지 넘겨보고)
지애 : (뭐라 더하려다가 표정)
#22. 미용실 입구 (D)
연선 카드 영수증에 싸인하고 있고. 옆엔 지애와 미영.
미용사 : (지애 보고) 사모님은요...
지애 : (긴장하는)
미용사 : 컷트 5만원. 트리트먼트 10만원. 세팅펌 20만원. 컬러 10만원. 합이 45만원입니다.
지애 : (아찔하지만 억지로 웃으며 아까 받은 돈 봉투 꺼내는데)
미영 : 지애야. 우리 오빠한테 물어볼께.
지애 : 어?
미영 : 물어봐 준다구. 퀸즈푸드 쪽 인사라인이라면 우리 오빠가 다 꿰고 있으니까.
지애 : (반색) 정말? 어머 얘.. 고맙다.. 야 내가 밥살께. (하는데)
미영 : 웬일이니. 나 치맨가봐. 지갑 놓고 왔다. 어떡하니....
지애 : (? 표정)
미영 : (새초롬) 언니 전 얼마에요?
미용사 : 펌하고 컷트하셔서, 25만원입니다.
미영 : 그래요? 아우 어쩌나... 지갑이 없어서...
연선 : 그래 그럼... 내가.. (말하려는데)
미영 : (연선 꼬집고)
지애 : (눈치 채고) 내가 내줄께.
미영 : 어머. 그럴래? 꼭 갚을께.
지애 : (욕나오는 거 참으며) 뭘 이깟걸 갚는다 그래.
미영 : 그래도 돼? 괜한 신세를 지게 되네?
지애 : (저년을 콱... 표정)
미영 : 맞다. 오빠한테 물어봐 준댔지. 나 통화 좀 하구. (나가며 전화) 여보세요? 오빠?
연선 : 야 같이 가. (따라 나간다)
지애 : (부들부들 떨며 봉투에서 돈 꺼내려다 봉투 째 줘버리는)
미용사 : (?해서 보면)
지애 : 세 보시구요. 부족한 건.. 깎아주세요. (후.. 입바람 불어 앞머리 날리고)
#23. 미용실 앞 (D)
미영과 연선이 대화 중이다.
연선 : 저렇게 막 뒤집어 씌워도 되냐?
미영 : 야. 옛날에 우리가 개지애한테 당한 걸 생각해 봐라. 뭘 저 정도 가지구.
연선 : 하긴... 근데 너 지애 남편 취직 도와주게?
미영 : 나쁘지 않을 것 같애. 얼마전에 들은 얘기가 있기도 하고.
연선 : 들은 얘기 뭐?
미영 : (뭐라고 말하려는데)
지애가 나온다. 미영을 보며 화사하게 웃는.
미영 : 너 그럴 것까진 없었는데. 괜히 머리하고 미안해질라 그런다.
지애 : 얜. 내가 좋아서 한 일인데 뭐. 오빠랑은.. 통화했어?
미영 : 응. 야, 근데 그쪽.. 장난 아닌 것 같더라?
지애 : 뭐가?
미영 : 좀 덥지 않니?
지애 : 뭐 좀 마시러 갈래?
#24. 커피 전문점 (D)
미영과 연선은 앉아 있고. 지애가 아이스커피가 올려진 쟁반을 들고 앞에 와서 앉는다.
지애 : 야. 마셔.
미영 : (한모금 쭉 빨고) 그쪽 여자들 완전 군대가 따로 없다드라구.
지애 : 응? 군대?
미영 : 나도 뭐 잠깐 들은 얘기라 자세힌 모르겠는데. 거긴 여자들 입김이 너무 쎄서.
모든 인사청탁은 여자들 입을 거쳐야 한다는 거야.
지애 : 그..래?
미영 : 그러니 여자들끼리 군기가 장난 아니라는 거지. 상사 부인한테 한번 밉보였다... 그럼.
그 남편은 회사 생활 접을 준비해야 된대 글쎄.
연선 : 어머머. 그 정도야?
미영 : 그 회사 부인회 여자들... 제일 바쁜 날이 언젠지 알아?
지애 : (응? 하는 표정 위로)
#25. 영숙 집 주방 (D)
일사분란하게 역할 나눠서 김치를 담그고 있는 아름을 비롯한 여자들.
영숙은 우아한 홈드레스 입은 채, 입으로만 야단 치고 있다.
영숙 : 내가 정말 무슨 말을 못해. 그냥.. 김치 담글 때가 됐다.. 이 한 마디 한 거 뿐인데. 다들 이렇게 몰려오면 어떡해.
아름 : 아유 사모님두 참. 우리가 남인가요? 이렇게 돕고 사는 게 사는 정이잖아요.
영숙 : 난 우리 퀸즈부인회가 이래서 좋아. 정말 한 가족 같잖아?
일동 : 그럼요 그럼요. (잘 보이려는 가식적인 웃음들)
아름, 영숙에게 슬쩍 다가오고.
아름 : 사모님. 이거... (수줍게 내밀고)
영숙 : 뭐야 이게?
아름 : 노량진 가서 굴 좀 사왔어요. 이사님께서 굴 들어간 김치 좋아하시잖아요?
영숙 : 아우 그렇다마다. 역시... 우리 김과장네가 센스가 있어.
아름 : (까르르) 센스는요 뭘.
나머지 일동 : (삐죽이며 자기들끼리 속닥이는데)
이때, 문 열리면서 정애가 급하게 들어온다.
아름 : (흠칫 경계하며) 늦었네? 우리 일 다 끝나가는데.
정애 : 죄송해요 사모님.
영숙 : (심기 편친 않고) 뭐하러 왔어. 이렇게 늦게.
정애 : 그게요. (하며 보자기에 바리바리 싼 걸 내민다)
영숙 : 뭔데?
정애 : 이거... 경남 통영에서 오늘 새벽에 딴 자연산 굴이에요.
영숙 : 뭐??
정애 : 저희 사촌언니 올케의 작은 아버지가 통영에 사시는데요. 제가 급하게 연락했어요.
오늘 새벽에 동트는데 갯바위 가서 싱싱한 걸로 골라 따셨대요. 지금 강남 터미널 가서 화물로 받아오느라.. 좀 늦었네요.
영숙 : (감동한) 세상에... 자연산 굴... 이 귀한 걸....
정애 : (힐끗 아름이 가져온 굴 보며) 양식하고는 질적으로 다르죠.
아름 : (표정)
영숙 : 암튼... 우리 양과장네가 사람이 정성이 남달라. (아름에게) 김과장? 잠깐 비켜줄래?
아름 : 아... 예...
영숙 : (의자 끄집어내주며) 앉아. 더웠지. (아름에게) 쥬스 좀 내다줄래?
아름 : .....예... (정애를 두고보잔 식으로 째려보고 돌아선다)
영숙 : (보자기 끌러보며, 향기 음미) 바다의 향기가 벌써 느껴진다. 우리 이사님.... 요즘 회사일로 피곤하신데. 너무 좋아하시겠다.
#26. 영숙집 거실 (D)
열받아 나오는 아름.
아름 : 아우 저 불여시같은 거..진짜...
열심히 방걸레로 바닥 문지르고 있는 향숙.
아름 : (갑자기 버럭) 박대리네.
향숙 : 네 사모님.
아름 : 그걸 여태하고 있음 어떡해? 여기서 밤 샐거야?
향숙 : 죄송해요. 서두를께요.
아름 : 부창부수라구... 우리 과장님한테 들으니까... 박대리 업무 속도가 그렇게 떨어진다던데 말이야. 와이프도 똑같네.
향숙 : (표정)
아름 : 얼른얼른 마무리 하고 가자고. (괜히 큰소리)
#27. 빌라 외경 (N)
#28. 민주 방 (N)
민주 툴툴대고 있고. 달래는 지애.
민주 : 영어 특별활동비 내야 되는데...
지애 : 엄마가 쓸 데가 있어서 썼다니까?
민주 : 치! 애들은 다 영어 한단 말이야!
지애 : (나름 논리정연하게) 너 공부는 돈 쏟아붓는다고 잘하는 게 아니야. 이 엄마도 학교 다닐 때 과외며 학원이며
안해본게 없었지만. 늘 꼴찌였어. 반면에 니 아빠는? 아무 것도 안해도 맨날 1등만 했구.
민주 : (걱정되고) 나도 엄마처럼 맨날 꼴찌만 하면 어떡해?
지애 : 그건 그렇지가 않아. 음.. 엄마가 내신 15등급 중에 15등급이었거든? 니 아빠는 1등급이었구?
그러니까. 너는 내 생각에 기본적으로 7등급은 할거야. 그 정도면 4년제는 가.
민주 : 진짜?
지애 : 그래. 그러니까... 영어특활 그런 거 하지 말고. 막 뛰어놀아. 우리 집은 니가 일으킬 게 아니고. 니 아빠가 일으켜야 하거든?
민주 : 어떻게 일으키는데?
지애 : 그게... 일단은 취직을 해야 되는데. 그건 또 이 엄마가 나설거니까. 넌 아무 걱정 하지 마. 스트레스 받으면 키 안 커. 알았지?
민주 : (끄덕이고)
지애 : (뭔가 결연한 눈빛인데)
#29. 퀸즈 팰리스 앞 (D)
위용도 당당한 고급 주상복합건물 앞.
건물을 올려다 보고 있는 지애 표정 위로.
미영off : 그 회사 들어가려면, 퀸즈팰리스를 먼저 정복하란 우스개가 있대. 부장급 이상 웬만한 임원진들은 다 거기 산다고 하더라구?
지애, 후.. 심호흡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30. 퀸즈 팰리스 스포츠 센터 (D)
입구에서부터 카메라.. 빠른 속도로 목표물 향해 접근한다.
거기에는 영숙이 땀을 흘리며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40대로는 보이지 않는 미모와 몸매. 그리고 남다른 카리스마를 내뿜는.
미영off : 그 회사 부인회 회장이야. 김홍식 이사 부인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한마디로. 실세지. 니가 뚫어야할 라인의 핵!
입구에 선 채 영숙을 보는 지애. 후우... 심호흡을 한다. 영숙에게 다가가는데.
지애를 스치고 가는 이슬과 정란.
이슬 : 사모니임~ 이거 좀 드시고 하세요. (이온음료 내밀면)
영숙 : (힐끗 보고 런닝머신 속도 줄이며 걷는다) 나 지금 12킬로미터 뛰었거든? 그거 한캔 마시면 도루묵 되는 거 알지?
이슬 : (얼른 치우며) 어머나.. 죄송해요.
정란 : (치고 들어오는) 역시.. 이렇게 관리를 해주시니 그 몸매 유지하시죠.
영숙 : 뭘.. 이 정도 보통이지.
정란 : 보통은요~ 우리 이슬씨랑 사모님이 같이 나가봐요. 다들 사모님이 이슬씨 동생인 줄 알걸요? 얼굴로 보나.. 몸매로 보나..
이슬 : (쓴웃음) 저는 애 낳고 약을 잘못 먹어서 붓기가 덜 빠져 그렇죠.
정란 : 붓기가 3년을 가? 그거 다 살이야. 안그래요 사모님?
영숙 : (런닝머신 멈추고 땀 닦으며) 솔직히.. 찐 사람들 좀 게을러 보이고. 자기 관리 못하는 것처럼 보이긴 해.
비쥬얼이 그만큼 중요한거야.
이슬 : 그러니까요. 저도 요새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살 좀 확 빼려고 여기 등록한거잖아요 사모님.
영숙 : 그래. 열심히 해 봐.
이슬 : 어드바이스 감사합니다 사모님~~
이슬과 정란에게 둘러싸여 나가는 영숙.
지애, 그런 영숙을 지켜보는 모습. 몰래 지켜보고 있던 지애. 수첩에 메모한다. 오전 9시. 스포츠 센터 유산소 운동 (CG)
#31. 백화점 주차장 입구 (D)
풍댕이 모양의 외제차가 서고. 영숙이 발랄하게 내린다.
VIP 주차장에서 주차요원이 달려나와 키 받아간다.
영숙, 발랄하게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32. 백화점 일각 (D)
영숙, 화이트 블랙 패턴의 H 라인 원피스를 입어보고 있다.
직원 : (과도하게 감탄하며) 어머나. 사모님.. 너무 잘 어울리세요.
영숙 : 그래? 좀 퍼져 보이는 것 같은데?
직원 : 퍼져 보이긴요. 아니에요. 딱 좋으세요.
지애 : (OL) 그런 라인은 웬만큼 마르지 않고선 소화하기 힘들긴 하죠.
영숙 : (? 해서 보면)
지애, 고급스러워 보이는 카디건을 몸에 대보고 있다가 영숙을 보고 생긋 웃는다.
지애 : 어머..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영숙 : (보다가) 아니에요. 내 생각도 같았어요. 허리라인이 전혀 안사는 것 같아.
지애 : 음.. 제 생각엔 좀 두꺼운 벨트를 해주거나.. 아니면 블랙 롱 가디건 같은 걸 매치해주는 게 어떨까 싶어요.
워낙 볼륨감이 있는 몸매시니까. 그렇게 코디해주시면 라인이 깔끔하게 떨어질 것 같은데.
영숙 : (표정)
지애 : (들고 있던 카디건을 다시 걸어놓고) 잘 봤습니다. (하고 나간다)
직원, 뭐야.. 하는 표정으로 보면.
영숙 : 미스장. 넓은 벨트 하나 가져와 봐.
직원 : 네? 네..
#33. 백화점 다른 일각 (D)
지애, 몰래 숨어서 영숙이 벨트 한 채 거울에 비춰보는 모습 본다.
수첩 꺼내서 본다. 벌써 몇번씩이나 체크한 듯 빼곡히 메모된 영숙의 쇼핑 경로. 코너별 상세 지도까지 그려져 있다.
지애 :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마담스잔 다음엔. 구두샵..
종종걸음으로 얼른 달려가는 지애.
#34. 구두 코너 (D)
영숙 들어오는데.
지애가 앉아서 구두를 고르고 있다. 심플하면서도 멋스러워 보이는 디자인이고.
지애, 영숙을 보고. 미소로 까딱 눈인사를 하고.
영숙도 인사를 받는다.
남직원 : 사모님. 오셨습니까.
영숙 : (직원에게) 신상 들어온 거 있어?
남직원 : 네. 어제 이태리에서 들어온 게 있는데요. 잠시만요.
남직원 구두 찾으러 간 사이.
지애, 구두 하나를 들고 일부러 감탄.
지애 : 어머나..
영숙 : (힐끗 보면)
지애 : (영숙과 눈 마주치면 친근하게 웃고) 이 아이.. 너무 이쁘지 않으세요?
떨어지는 선이 여성스러우면서 어딘가.. 천진난만하고...
영숙 : (보고 마음에 딱 드는) 그러네요. 내가 왜 그걸 못봤지?
지애 :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저한테보단 사모님께 더 잘 어울리실 것 같은데.
영숙 : 그래요?
지애 : 지금 입으신 의상하고도 딱이구요. 최신 유행 트랜드는 아니지만. 클래식하면서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게.
사모님 이미지랑 매치가 잘 돼요.
이때 직원이 구두 가지고 들어오면.
영숙 : (지애가 추천한 구두 가리키며) 미스터박. 나 이걸로 한번 신어볼께.
#35. 백화점 내 고급네일샵 (D)
영숙, 전씬의 구두를 신고 들어오는데. 지애가 손톱손질 받고 있다.
영숙, 반갑고.
영숙 : 세상에.. 또 보네요?
지애 : (자신도 놀랍다는 듯) 어머...
영숙 : 쇼핑패턴이.. 나랑 비슷한가봐. 나두 일 마치고 나면, 여기 와서 손톱 만지면서 쉬었다 가거든요.
지애 : 네에.
영숙 : 그런데 그쪽은 뭐 안샀나봐요?
지애 : 오늘은 꼭 살 게 있어 나온 건 아니구요.
영숙 : 쇼핑 많이 좋아하나봐요?
지애 : 미치죠.
영숙 : (감탄) 어머나.
지애 : 쇼핑에 미친 사람.. 의외로 만나기 어렵더라구요. 다들 물건의 가치를 보는 게 아니라, 가격을 먼저 보거든요.
취향이란 게.. 맞춘다고 맞춰지는 것도 아니구.
영숙 : 맞아 맞아. 그래서 난 쇼핑 그냥 혼자다니잖아요.
지애 : 저두요. 완벽한 파트너가 있었으면 좋겠다.. 속으로만 그러죠.
영숙 : (완전 호감으로 보고) 파트너?
#36. 안방 (N)
지애, 화장대 앞에 앉아 로션 바르고 있고. 츄리닝 입은 달수는 침대 위.
달수 : (깜짝) 퀸즈푸드 이사 부인?
지애 : 응. 뒤로 다 알아봤는데. 김홍식 이사라고.. 그 사람이 인사쪽은 꽉 잡고 있대.
그리구.. 김홍식 이사를 꽉잡고 있는 건. 그 와이프고.
달수 : 아니.. 무슨 수로 그런 사람을 만났어?
지애 : (자랑스런) 내가 제일 잘하는 거 있잖아.
달수 : 욕?
지애 : (째려보면)
달수 : (주눅)
지애 : 암튼 이쪽 일은 나한테 맡기고. 당신은 당신이 할 준비나 잘해. 서류는 갖다 냈어?
달수 : 어. 근데 사진을 한장 빼먹어서. 다시 갖다 내야 돼.
지애 : 으유.. 잘 좀 해.
#37. 의류 샵 (D)
영숙 이옷 저옷 입어보고. 옆에서 어울리는 악세서리 대주기도 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는.
다른 옷 갖다가 얼굴에 대주기도 하면서. 든든한 쇼핑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지애.
영숙은 그런 지애가 마음에 쏙 든다.
#38. 속옷샵 (D)
영숙과 함께 속옷 고르는 지애.
지애 : 사모님은 이런 스타일도 잘 어울리실 것 같아요. 네크라인 사이로 브래지어 컵이 살짝씩 보이는 건데요. 파티 같은 데 가실 때.
영숙 : 백화점 퍼스널쇼퍼보다 자기가 훨씬 낫다 정말. 어쩜 그렇게 감이 좋아?
지애 : 사모님을 보면.. 자꾸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워낙 모델이 좋으시니까 그런가봐요.
왜. 딱 보면. 뭘 입혀야 하나.. 막막한 것이 아무 생각 안나는 사람도 있잖아요.
영숙 : 그건 그래. (기분 좋고) 그런데 자기 남편은 뭐하는 사람이야? 이렇게 센스 있는 와이프를 둔 남자면
꽤 능력 있는 사람일 거 같은데?
지애 : 능력이야 있죠. 학교 다닐 때두 내내 전교 1등만 했구요. 서울대 출신이거든요.
영숙 : 어쩐지.
지애 : 그런데.... (한숨 푹)
영숙 : 왜?
지애 : 너무 튀면 꼭 시기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영숙 : 그럼. 그렇지. 우리 이사님두... 워낙 능력이 있으시니까. 젊었을 때 시기 질투 많이 받았지.
지애 : 그럼 제 마음 좀 이해하시겠네요. 워낙 물욕 없고 명예욕 없는 사람이라서. 다니던 데 그만두고.
여기저기 러브콜 다 거절하다가. 이번에. (눈치 슬쩍 보고) 퀸즈푸드에 한번 입사를 해볼까... 그러더라구요.
영숙 : 어머나. 우리가 진짜 인연은 인연인가부다. 나도 퀸즈푸드 식구야.
지애 : (깜짝 놀라며) 정말이세요?
영숙 : (약간은 뻐기듯) 그래.
지애 : 그럼... 혹시 퀸즈팰리스 사세요? 거기 다니시는 분들.. 거기 많이들 사신다던데?
영숙 : 응. 나도 거기 살아.
지애 : 저두... 남편 입사하게 되면 거기 들어가 살려고 했는데. 뭐.. 아직 모르는 거긴 하지만.
사모님이랑 저랑... 한 지붕 아래 살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우리처럼 맘 잘 통하는 쇼핑메이트가 흔한 것도 아니고...
#39. 퀸즈팰리스 로비 (D)
영숙, 지애를 데리고 온다.
영숙 : 부동산 갈 거 뭐 있어. 우리집 구경하면 되지.
지애 : 그래두... 너무 폐끼치는 거 같아서요.
영숙 : 괜찮다니까.
하는데, 이슬이 나오다가 영숙을 보고 90도로 인사한다.
이슬 : 사모님 어디 다녀오세요?
영숙 : (거만하게 고개 까딱하고, 지애에게 다정스럽게) 자기야, 이쪽이야.
영숙 지애와 함께 가면.
이슬, 쟨 뭐야? 싶어서 본다.
#40. 퀸즈팰리스 엘리베이터 (D)
지애와 영숙 엘리베이터 앞으로 온다.
지애 : 몰라뵜는데. 정말 높으신 분인가봐요.
영숙 : 아니라곤 말 못하겠네. (호홋..) 우리 퀸즈 가족들이 워낙 여기 많이 살다 보니까. 여자들끼리도 기강이 확실한 편이긴 하지.
이때, 엘리베이터 띵 멈추며. 문 열리면.
소현(28세)이 서 있다. 진정한 명품녀. 요란하게 꾸미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고급스럽다.
영숙, 흠칫 놀라며. 얼른 고개 숙인다.
영숙 : 안녕하세요 사모님.
소현 : (무표정하게 고개 까딱하고 스쳐 나간다)
영숙 : (표정)
지애 : (소현의 옆모습 뒷모습까지 지켜보고)
#41. 엘리베이터 안 (D)
영숙, 표정 영 안좋다.
지애, 조심스럽게 영숙 보고.
지애 : 방금.. 그 분.. 누구세요?
영숙 : 있어. 재수없는 기지배.
지애 : (? 해서 보면)
영숙 : 사장 와이프야. 어린 게 아버지 잘 만나 정략결혼이나 한 주제에... 어찌나 고개가 빳빳한지.
여왕 여왕하니까 지가 진짜 무슨 여왕이나 되는 줄 알아.
지애 : (표정)
#42. 리무진 안 (D)
소현이 뒷자리에 타고 있다. 의자에 깊숙히 기대어 앉은 모습이 여왕 포스. 어디론가 전화하는.
소현 : 나에요. 지금 프리마로 가고 있어요. 좀전에 체크인 확인됐어요. 호수 확인해 줘요.
#43. 호텔 복도 (D)
스위트룸 앞의 복도로 걸어가는 소현.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떨린다.
#44. 스위트 룸 (D)
태준이 침대 위에 앉아 있고. 샤워 가운을 입은 여자가 나온다.
여자 : 오빠. 안 씻어?
태준 : (시계 보는)
여자 : 오빠 아까부터 왜 그렇게 시계만 봐? 누구 기다려?
태준 : 이상하네..
여자 : 응? 갑자기 불러내놓고 누구 열녀문 세워줄 일 있어? (하며 안기려고 하면)
태준 : (일어서며) 재미없다. 가자.
여자 : 뭐?
하는데. 띵동 소리.
태준, 얼굴에 슬핏 미소가 떠오른다. 그럼그렇지.. 하는 표정.
여자 : 룸서비스 시켰어?
태준 : 응. 문 열어줘.
여자 : 내가? (샤워 가운 여미면서 나간다)
여자 문 열면, 소현이 얼음장 같은 표정으로 서 있고.
여자 : 누구세요?
소현 : (뚜벅뚜벅 들어온다)
여자 : 어머? 이 여자 봐? 누구시냐구요!
소현이 룸 안으로 들어오면.
태준, 재밌다는 듯 빙글 웃으며 앉아 있다.
태준 : 왔어?
여자 : 오빠. 이 여자 누구야?
태준 : 어. 내 와이프.
여자 : (화들짝 놀라 어쩔 줄 몰라하고)
소현 : 5시에 창립기념식 있는 거 알지? 웬만하면 여기까진 안오려고 했는데. 중요한 자리니까 가야 할 것 같아서 말야.
태준 : 잠깐만 나가서 기다려 줄래? 애 옷은 입혀서 보내야 하잖아.
소현 : ....뭐? (파르르 떨리다가) 좋아. 빨리 나와. 시간 없으니까.
소현, 나간다.
여자 : (오히려 이상하고) 오빠 미쳤어? 와이프한테 이혼당하면 어쩌려구.
태준 : 저 여잔 이혼하잔 소리 안해.. 절대로.. (지갑에서 수표 몇장 꺼내 주며) 차 대기시켜 놓을테니까 타고 가. 나중에 연락할께.
여자 : (감동적이고) 나 이런 상황에서 머리는 많이 뜯겨봤는데. 차비 챙겨 받는 건.. 진짜 처음이야 오빠.
태준 : (따뜻하게 한번 안아주고 쿨하게 나간다)
#45. 리무진 안 (D)
소현과 태준 나란히 앉아 있다.
태준 : 이혼하자고 안해? 현장을 들켰는데.
소현 : 유치하다 진짜. 이게 복수니?
태준 : (피식)
소현 : 왜? 당신이 좋아하던 그 여자랑 결혼 못하게 막아서?
태준 : (표정)
소현 : 누군 그러고 싶어서 그랬어? 난 이 결혼 하고 싶어서 했어?
태준 : 너만 안한다고 했어도, 막을 수 있었어.
소현 : 안했으면? 양쪽 회사에 막대한 손해였어! 사람이 왜 그렇게 철이 없어?
태준 : 니가 그랬지. 결혼만 하자고. 하고 나선, 내가 뭘 하든 상관 않겠다고.
소현 : 그래서 그래? 대낮부터. 사람들 다 보는데. 그렇게 싼티나는 애랑. 보란 듯이. 호텔방이나 드나들고? 주간지에 또 나고 싶어?
태준 : 걔 착한 애야. 그렇게 번 돈이어도. 그걸로 지 옷 안 사입고. 동생들 공부시키는 애야.
소현 : 착하겠지. 입으라면 입고. 벗으라면 벗고!
태준 : 소현아.
소현 : (노려보면)
태준 : 난,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니가 단 한번도 여자로 보인 적이 없다. 널 봐도 감흥이 없어. 전혀. 마음도, 몸도, 안 움직여.
난 이제 니가 그만 포기했으면 좋겠다.
소현 : (모욕감으로 떨리고)
#46. 회사 외경 (D)
#47. 회사 로비 앞 (D)
소현과 태준이 탄 차가 멈추면. 직원들 우르르 나와서 줄선다.
#48. 회사 로비 안내센터 (D)
안내센터 앞에서 문의하고 있는 달수.
달수 : 제가 저번에 서류를 냈는데요. 사진을 빼먹어서요. 이거 다시 내러 들어갔다 오려고 그러는데.
이때 경비 무전기로 “사장님 내외 도착하십니다” 소리 들리고.
경비 : 잠시만요. 조금만 있다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경비, 얼른 뛰어 나간다.
달수, 뭔가.. 싶어서 기웃거리며 사람들 모여 있는 데로 간다.
#49. 회사 로비 (D)
직원들이며 경비들 일제히 고개 숙여 인사하고.
그들 사이로 걸어가는 소현과 태준.
사람들 사이로 왔다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 숙여 인사하게 되는 달수.
다음 순간.. 내가 왜 인사를 하고 있나 싶어 고개 들어서 보면. 소현의 옆모습.
달수 : 어...? 은소현...?
#50. 엘리베이터 (D)
태준과 소현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소현은 애써 참고 있지만, 여전히 창백한 표정이다.
#51. 엘리베이터 안 (D)
통유리로 된 엘리베이터. 밖으로 사람들이 보인다.
소현 : 아까... 당신한테 고개 숙였던 사람들 봤지?
태준 : (? 해서 보면)
소현 : 나. 그 사람들 중에서 한명이랑.. 바람 필거야.
태준 : (!!!)
소현 : 사랑하지 않아도, 배신당한다는 건 끔찍한거야. 그 기분... 오빠도 느껴보길 바래.
이때 띵.. 도착하는 소리.
문 열리면. 소현이 먼저 나간다.
태준 표정 있다가 따라 나간다.
#52. 행사장 (D)
소강당으로 들어서는 태준과 소현.
소현은 태준의 팔짱을 가볍게 낀 채. 인사하는 사람들에게 눈부신 미소를 보여준다.
누가 봐도 행복해 보이는 부부의 모습이다.
#53. 화장실 개인 구역 (D)
소리 죽여서 흑흑 울고 있는 소현.
태준off : 난, 니가 단 한번도 여자로 보인 적이 없다. 널 봐도 감흥이 없어. 전혀. 마음도, 몸도, 안 움직여.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눈물이 쏟아진다.
소현 : (눈물 닦으며 엉망된 얼굴로 거울 보는) 개새끼...
#54. 화장실 공동 구역 (D)
이 앙물고 눈물 참으면서 화장 고치는 소현. 후... 심호흡 하고 밖으로 나간다.
#55. 화장실 앞 (D)
남자 화장실로 들어가려던 달수와 딱 마주치는 소현.
소현 고개 숙인 채 피해 가려는데.
달수 : (소현 알아보고) 소현이지..?
소현 : (고개 들고 약간 놀라고) ....
달수 : 야. 못알아볼 뻔 했잖아.
소현 : (코맹맹이 소리) 어.. 선배..
달수 : 너 아까 로비에서 봤거든. 사람들이 그냥 다 너한테 고개 숙이고... 야 난 무슨 니가 사장 부인쯤 되는 줄....
(하다가 놀라고) 야...
소현 : (다시 울음 터졌고)
달수 : 왜 그래 너... (어쩔 줄 모르고) 무슨 일 있어?
소현 : 아니야 오빠.. 우리 나중에 봐.. (말 겨우 마치고 다시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고)
달수 : (걱정되는 표정으로 기웃기웃)
#56. 영숙 집 거실 (N)
지애, 집안 둘러보며 부럽기만 하고.
지애 : 정말 좋네요.
영숙 : 자기도 우리 식구 돼서, 여기 들어와 살면 되잖아.
지애 : 그럼 좋은데... (말끝 흐리고)
영숙 : 왜?
지애 : 얘기 듣자하니까. 저희 남편 말고 추천받은 사람이 또 하나 있대요. 그 사람이 인사부장님 조카라나 뭐라나..
사실 실력으로만 보면 밀릴 일이 없는데. 아직은 한국사회에 학연이니 혈연이니.. 이런 게 앞서니까요.
영숙 : (정색하고) 무슨 소리야 자기? 딴 덴 몰라도, 우리 퀸즈푸드엔 그런 거 없어.
지애 : 그래요? 그렇다면 더할 수 없이 다행이구요. 암튼... 어떻게 일이 잘 성사되면 좋겠어요.
사모님 말씀대로 가까이 살면서 같이 쇼핑도 다니고. 너무 좋을텐데요. (애교스런 미소)
영숙 : 참... 자기 혹시 이번주 토요일에 시간 돼?
지애 : 네? 괜찮아요.
영숙 : 실은 그날이 내 생일인데. 가까운 지인들 몇명만 초대하려구.
지애 : 어우, 그럼 당연히 와야죠.
영숙 : 그냥 간단히 할 거니까. 부담은 갖지 말고 와야 돼.
#57. 퀸즈팰리스 로비 (D)
지애, 꽃다발에 케익에 선물에 바리바리 싸들고 뛰어온다.
엘리베이터 막 닫히려는 순간이고.
지애 : 잠깐만요!!
소리소리 지르며 뛰어와서. 머리부터 들이미는데 콱 낀다.
#58. 엘리베이터 안 (D)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태준. 머리가 낀 지애를 보고 깜짝 놀란다.
엘리베이터 자동으로 열리면. 지애 헉헉대며 올라타고.
지애 : (머리 추스르며 얄밉게 태준을 보는) 아니.. 사람 머리통이 꼈으면 하다못해 열림 버튼이라도 눌러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태준 : 깃털 하나만 껴도 자동으로 인식하고 열리게 돼 있어요. 깃털도 아니고. 그렇게 큰 머리가 꼈는데. 안 열리고 배기겠어요?
지애 : 머리가..크긴..무슨.. 어깨가 좁은거거든요?
태준 : (피식)
지애 : 제가 좀 말라서 그래요. 머리가 크긴 누가 크다구..
태준 : (무표정하게 숫자 보고)
지애 : 웃겨 진짜.. 머리는 그쪽이 더 크거든요? (궁시렁대는)
#59. 영숙 집 앞 (D)
지애 걸어온다. 호수 확인하고. 흠흠.. 목소리 부드럽게 가다듬고. 벨 누른다.
영숙off : 누구?
지애 : 저.. 천지애에요 사모님.
#60. 영숙 집 안 (D)
지애 들어오면. 영숙의 양옆엔 이슬과 정란이 그리고 그 외 많은 여자들이 줄줄이 서열별로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
모두 하나같이 미스코리아식 가식 미소를 띤 채 앉아 지애를 보는.
영숙 : 아까 내가 얘기했던 지애씨.. 조만간 한 식구가 될 지도 모르니까. 미리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
지애 : (그말에 너무 좋아 꾸벅) 사모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영숙 : 나이 먹는 게 뭐 좋은 일인가? 앉아.
지애 : (조심스럽게 인사하고 앉는)
영숙 : 우리 퀸즈부인회 식구들이야. 뭐.. 우리 회사 직원 와이프라고 해서..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그런 덴 아니구.
지애 : 네에.. (여자들과 눈인사 나누고)
영숙 : 보통 부인회처럼 만나서 수다나 떨고 시간 죽이는 그런 모임 아니구. 서로 정보 공유도 하고.
지금 회사에서 어떤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는지 공지도 되고. 우리가 회사를 위해, 남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은 뭐가 있나... 힘을 모으기도 하지.
지애 : (감탄) 네에..
정란 : 워낙 우리 사모님께서 리드를 잘해주시니까~
영숙 : 아우 그런 소리들 마. 내가 뭐 한 게 있나?
이슬정란 : (뭐라고 하려는데)
지애 : (얼른 가로채서) 딱 보면 알죠. 제가 오늘 이런 자리엔 처음 참석하는 거지만,
첫눈에도 사모님 인품과 인덕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영숙 : (좋아서 호호 웃으며) 아우.. 인품은 무슨...
이슬정란 : (표정)
#61. 영숙 집 정원 베란다 (D)
정원식으로 꾸며진 드넓은 베란다. 옆에서 바비큐 굽고. 샐러드 만들고 난리났다.
지애는 영숙 옆에 딱 붙어서 떨어질 줄 모르며 시중 들고.
이슬과 정란은 바비큐 연기 들이마시며 구우면서 빈정 상한.
이슬 : 쟤 정체가 뭐야?
정란 : 그러게. 남편이 우리 회사에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거는 또 뭐냐구.
이슬 : 여우처럼 생긴 게 완전 재수 없다 진짜. 아까 립서비스 하는 거 봤지? 아주 입술에 딸랑딸랑 종을 달았더구만!
정란 : 그건 자기도 만만치 않던데?
이슬 : (쳇!) 자기는!
둘 티격태격하는데.
영숙 : 내 생일에 초대해놓고 부려먹는 것 같잖아. 다들 이제 그만 하고 앉아.
여자들 모여들면. 잔에 와인 따르고 있는 지애.
영숙 : 이사님이랑 프랑스 사또네프 뒤 빠브 포도원에 가서 직접 가져온 거야. 향이 그만이야.
이슬 : 사모님. 건배 제의 하셔야죠.
영숙 : 음.. 내 생일이니까.. 우리 지애씨가 건배 제의 한번 해 볼래?
지애 : 어머.. 그래도 될까요?
이슬정란 : (기막혀 보고)
영숙 : 그래.
지애 : 40대라고는 믿기지 않지만, 마흔 네번째 생신을 맞이하신 장영숙 사모님의 건강과 아름다운 평강회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그리고 저와 여러분의 좋은 인연을 위해.
영숙 : (뿌듯하고 잔을 높이 든다) 건배!
다같이 : (잔을 쳐들며) 건배!!!
#62. 가라오케 (N)
고급 노래방 또는 가라오케.
이슬이 코믹한 춤과 노래로 분위기 한껏 띄우고 있다. 다른 여자들도 뒤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춤추고 탬버린 추는 등..
영숙은 웃으면서 박수만 치고. 지애는 옆에서 노래책 보고 있다.
영숙 : 자기는 안해?
지애 : 다음곡 제가 할께요 사모님~
(컷튀면)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전주가 흐르고 있고.
모두 기막힌 표정으로 지애를 본다. 다만 영숙은 흐뭇하다.
지애 : (축복손을 영숙 쪽으로 향하고)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컷 튀면) 일동, 모두 영숙을 향해 축복손 하고.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을 부르고 있다.
모두 하나 되는 분위기.
지애 : (마지막 방점을 찍는) 사모님. 태어나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슬 : (저 멘트 내가 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
다른 여자들은 일제히 지애를 째려보고. 영숙만 흡족하다.
#63. 지애집 안방 (N)
지애 그대로 들어와서 침대에 푹 엎어진다. 따라 들어오는 달수.
달수 : 자기야. 얼마나 마신거야~ 술도 잘 못하면서~
지애 : 온달수!!
달수 : 왜. (하며 하이힐 한쪽 벗기고)
지애 : 내가 진짜.. 우리 엄마한테 이렇게 했으면 효녀상을 탔을거고.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하바드 갔을거야!
너 이거 잊으면 안된다. 엉?
달수 : 알지.. 내가 자기한테 얼마나 미안하냐면.... 나 꼭... 후반 45분에 골대 앞에서 똥볼 찬.. 국가대표축구선수가 된 기분이야.
(하고 보면)
지애 : (벌써 코 골고 잠들어 있다)
달수 : (보다가 이불 덮어준다)
#64. 영숙집 거실 (N)
영숙 차 마시고 있고. 홍식은 신문 보고 있다.
영숙 : 좀 알아볼 수 있겠어요?
홍식 : 기획부에 경력사원 충원한다는 얘긴 들었어.
영숙 : 최종 후보가 두명인데. 한명은 인사부장 조칸지 그런가봐요. 나머지 한명이 내가 말한 그 사람이구.
홍식 : 경력 같은 경우엔 인사위원회가 간단하게 꾸려지는데. 나랑. 또 한명이 인사부장. 나머지가 담당부서장인 한부장.
이렇게 되지.
영숙 : 그럼.. 당신이 그 사람 밀어주면? 한부장만 어떻게 포섭하면 되겠네?
홍식 : 난 아직 밀어주겠단 얘기 안했는데?
영숙 : 스팩은 괜찮더라구요. 서울대 출신에 아이큐 150.. 멘사회원이래요.
홍식 : 그런데 뭐가 부족해서 그 나이에 백수야?
영숙 : 뭐 사정이 있었겠지.
홍식 : 그 와이프가 당신 마음에 쏙 들었나보네.
영숙 : 뭐 좀... 감이 남달라 좋아요.
홍식 : (신문 넘기고) 남다른 거, 그거 좋은 거 아닌데.
영숙 : 당신은 몰라. 암튼 그런 게 있어요. 그런데 생일 선물 없어요?
홍식 : 오늘 받은 거. 다 내 와이프라서 받은 거 아냐? 그럼 그게 다 내 선물인거야. (신문 접고 들어가는)
영숙 : (치..하고 보다가, 문득 서랍을 연다)
서랍 안에 가득한 귀걸이며 목걸이며 반지 같은 귀금속들과 상품권 같은 것들.
흐뭇하게 반지 끼어서 보며, 기분 좋은 영숙.
영숙 : 암튼.. 내 얘기.. 참고해 줘요.
#65. 커피전문점 (D)
스타벅스류의 건물1층 커피전문점.
영숙 표정 안좋은 채 앉아 있고. 지애가 커피 두잔을 쟁반에 받쳐서 가지고 온다.
영숙 : 참! 내가 우리 이사님한테 그 문제 여쭤봤어.
지애 : (눈 반짝) 네!
영숙 : 최종 후보자를 선택하는 데엔 세명이 관여한대. 우리 이사님. 그리고 인사부장. 나머지 한명이 담당부서장인 기획부장.
지애 : 네...
영숙 : 우리 이사님한텐 내가 얘길 잘해뒀어. 아마.. 믿어도 될거야.
지애 : (감격) 감사합니다 사모님!!!
영숙 : 인사부장이야.. 자기 처조카니까.. 그쪽을 밀어줄거고. 그럼 나머지 한명이 관건인데.
지애 : 기획부장님 말씀이시죠?
영숙 : 응. 그렇지.
지애 : 제가 어떻게..하면 될까요?
영숙 : 한부장 와이프는 나랑 절친한 사이긴 해.
지애 : (희망이 보이고) 네에..
영숙 : 그렇다고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그런 입장은 아니구.
지애 : 그럼요. 제가 그렇게까지 부담드리면 안되죠.
영숙 : 대신 내가 연결은 해줄께. 자기가 한번 잘해봐.
지애 : (다시 감격) 사모님. 정말 이 은혜를 어떻게...
영숙 : 온가족이 휴가 떠났다가 오늘 돌아왔다고 하더라구. 가기 전에 얼굴 보고 가.
지애 : 네 사모님!
영숙 : 만만한 상대는 아니야. 내가 얘긴 잘해둘테니까. 자기가 열심히 친해져봐.
지애 : 네 사모님. 누 안되도록 최선을 다할께요 정말..
영숙 : (커피 마시고) 내가 자길 왜 이뻐하는지 알아?
지애 : (보면)
영숙 : 내가 인연을 믿는다 그랬지? 인연은 첫단추가 중요한 법인데. 자긴 그걸 잘 꿰었잖아.
아무런 사심 없이, 날 도왔구. 날 좋아해줬구.
지애 : (표정)
영숙 : 앞으로도 잘해보자 우리.
지애 : (들떠서) 네 사모님.
#66. 화원 (D)
예쁜 꽃 고르는 지애.
#67. 기획부장 집 앞 (D)
지애. 꽃다발 든 채 옷매무새 가다듬으면서 온다.
지애 : (여러 톤으로) 안녕하세요 사모님~ 어머나 안녕하세요 사모님.
아무래도 긴장되는지. 길게 심호흡하고.
마침내 집 앞에 선 지애. 마른 입술 침으로 축이고. 벨을 누른다.
잠시 뒤. 안에서. “누구세요?” 묻는 소리가 나고.
지애 : 네.. 저.. 이사님 사모님께 소개 받고 온 사람인데요.
그리고 잠시 뒤. 문이 열린다.
지애,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나타나자. 고개를 90도로 숙여서 인사한다.
지애 : 안녕하세요 사모님.
허리를 들어, 누군가의 얼굴을 보는. 조금씩 틸업되어 드디어 얼굴이 보이는데.
완벽하게 성형을 해서 미인이 된 봉순이다.
지애는 첫눈에 봉순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봉순은 지애를 첫눈에 알아본다.
지애 : 처음 뵙겠습니다 사모님.
봉순 : 나.. 처음 봐요?
지애 : 네? 네.. 처음.. 뵙죠. 사실 오시기 전부터 워낙에 말씀을 많이 들어서... 뭐... 아는 언니 같기도 하구... 그렇긴 하지만요.
그래도 뵙는 건 처음이죠.
봉순 : 나는.. 아닌 것 같은데?
지애 : 네? 무슨...? (하고 보는)
봉순의 얼굴에 그제야 여유로운 미소가 묘하게 피어 오르고.
지애는 아직은 모르는 표정이다가. 서서히 뭔가 짚이는 듯... 눈이 커지는데서.
지애off : 여자라면.. 누구나.. 일생에 한번쯤은... 여왕인 시절이 있다. 그녀에겐.. 지금이... 그때인 것 같았다....
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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