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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내게 익숙하면서 낯선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은 익숙하지만 서울이라는 그곳에 내가 서 있을 때는 자동차와 빌딩 숲,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 모든 것이 낯설음으로 다가온다. 마치 꿈을 꾸다 현실의 삶으로 돌아온 것처럼.
새벽 4시. 알람소리에 깼다. 오늘은 불암산을 출발해 수락산과 도봉산을 거쳐 북한산까지 ‘불수도북’ 약 40km의 종주 산행이 있는 날이다. 그동안 히말라야, 알프스 등 외국의 유명한 산들은 많이 가봤지만 서울에 있는 산은 처음인 제주도 ‘촌놈’이라 설렘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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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봉산 바위능선을 달리는 안병식씨와 오상희씨. 제주 출신인 두 트레일 러너들은 불암산과 수락산에서는 벌벌 기는 모습이었으니 도봉산에 접어들자 바윗길도 가볍게 달려 나갔다.
- 아직 이른 봄이라 서울 시내의 아침 공기는 제법 쌀쌀했다. 아침 식사를 하고 불암산 입구에 도착하니 오전 6시가 다 되어 가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운동 나온 사람들도 보였다. 시내의 불빛이 멀어지며 하늘을 바라보니 별들이 반짝였다.
오늘 일정의 첫 번째 산인 불암산은 높이가 510m다. 걷는 것보다는 달리는 것에 더 익숙해진 나에게 40km 코스를 걷는 것은 쉬우리라 예상했지만 산정으로 오를수록 험해지고 바위언덕들이 자주 나타났다.
산속 깊이 접어들면서 사람과 자동차로 북적이는 서울 시내의 혼잡함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서울의 하늘 아래 또 다른 세상이 있는 것처럼. 그리 높지 않은 산이라 헤드랜턴에 의지하며 오르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에 올라섰다.
동이 틀 무렵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풍경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느라 피곤했는데 그 피곤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내 몸은 가벼워져 있었고 마음까지 맑고 상쾌해졌다. 자연이 주는 힘일까? 불암산 정상에서 아름다운 서울 시내의 풍경들을 감상하며 나 혼자만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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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락산 능선상의 바위에서 조망을 즐기고 있다. 앞으로 걸어야할 도봉산(오른쪽)과 북한산이 장대한 산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 기이한 화강 암벽과 암벽등반의 짜릿함
불암산을 내려와 덕능고개를 지나니 산길은 수락산(637m)으로 이어졌다. 계절은 봄이지만 앙상한 나뭇가지와 낙엽은 아직 봄을 시샘하는 듯했다. 낙엽을 밟으며 산 속으로 깊이 들어가면 울창한 초록의 소나무 숲이 나타났다. 소나무의 고풍스러운 풍경은 앙상한 나무 가지와는 대조를 이루며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것 또한 제주 한라산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풍경이다. 서울의 산들은 히말라야나 알프스처럼 웅장한 산맥은 아니지만 화강암 암벽과 아기자기한 소나무 숲들이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멋을 풍기고 있었다.
나무 계단을 지나 해발 536m의 도솔봉에서 간식으로 허기를 면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치마바위를 지나 정상에 다가설수록 더욱 많아지는 화강암벽은 자연이 만들어낸 조각품들이었다. 서울 시내에서 바라볼 때에 정상은 작고 희미했지만 화강암 암벽 앞에 서니 자연이 주는 웅장한 힘과 신비로움이 내 가슴속 깊이 전해졌다.
수락산 정상에서는 서울 시내가 한눈에 보였다. 환상적인 날씨였다. 날씨의 변화가 심한 정상에서 이렇게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정상을 내려오다 기차바위에 다다르며 깜짝 놀란 것은 도보산행 코스에 암벽 구간이 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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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암산 숲길 달리기. 세계의 오지 사막 마라톤 대회에 여러 차례 참가한 바 있는 안병식씨에게 평범한 숲길은 탄탄대로나 다름없다.
- 한라산을 뛰고 알프스를 달리고 히말라야산맥을 달렸지만 바위 암벽을 오르내리는 것은 처음이었다. 50여 m 바위 암벽에 서서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몸은 경직되고 가슴은 콩알만 해지는 기분이었다. 강한 체력도, 극한의 인내와 지구력도 아닌 고소공포증과의 싸움이었다. 밧줄을 잡고 한 발 한 발 내려서는 순간마다 떨리는 가슴을 숨길 수 없었다.
절반 정도 내려왔을까, 긴장된 마음은 조금씩 풀리고 경직된 몸도 조금씩 풀렸다. 그제야 멀리 야산의 풍경과 푸른 하늘 그리고 서울시내의 아파트 빌딩숲들이 눈에 들어왔다. 40~50도 경사 암벽 위에 홀로 서 있는 나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난 뒤의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내 생애 최초의 암벽 등반이었다.
새로운 경험은 또 다른 도전과 꿈을 꾸게 만든다
수락산을 내려서면 서울이 아닌 의정부 시내. 이제 겨우 11km. 아직 갈 길은 멀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난 뒤 다시 도봉산으로 향했다. 회룡골 중간쯤 위치한 회룡사를 지나 골짜기 안으로 파고들다가 가파른 사면을 올라서니 사패능선 삼거리. 사패산과 자운봉, 송추 방향으로 길이 나뉘는 갈림목이다. 물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다시 도봉산 최고봉 자운봉을 향해 길을 나섰다.
멀리 북한산을 바라보며 그리 험하지 않은 능선을 따라 길을 오르다보니 어느새 포대 정상. 바위 정상에서 신선대 기슭까지 와이어로프를 잡고 바위봉을 오르내리기가 반복됐다. 조금 위험하기도 했지만 암봉을 오르는 짜릿함과 스릴은 잠들어 있는 내 몸속의 원초적 본능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내가 이 산을 오르기 전까지 상상도 못 했던 새로운 경험들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경험은 나를 자극하고 이런 자극은 또 다른 도전과 꿈을 꾸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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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림이에게 휴식은 체력 보강의 시간이다.
- 처음부터 산은 내게 익숙한 곳이 아니었다. 한라산을 달리면서 산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한라산 역시 처음에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하늘처럼 높게 느껴지는 산이었다. 그러나 1년, 2년 그렇게 매일 한라산을 달리는 사이 내 몸은 점점 강해졌고 이제는 정상까지 1시간30분이면 오를 수 있는 나에게 익숙한 산이 되어 버렸다. 하나의 도전은 또 다른 도전을 만들어 냈고 그 도전들은 또 다른 꿈을 꾸게 만들었다. 나에게 꿈과 도전은 그런 것이었다.
나는 달린다
도봉 주능선과 우이남능선을 따라 강북구 우이동으로 내려섰다. 그리고 곧바로 오늘 산행의 마지막 산인 북한산(836m)으로 향했다. 북한산 정상 오르는 길. 같이 산행하는 후배인 오상희(30·디자이너)씨는 이미 몸이 천근만근. 그래도 시원한 계곡을 따라 걸을 수 있어 다른 산과 다른 더욱 특별함이 있었고 지친 몸과 마음의 위안길이 되어 주었다.
북한산은 ‘봄 속의 겨울풍경’을 간직하고 있었다. 정상이 다가올수록 아직 녹지 않은 눈과 얼음이 발길을 더욱 미끄럽게 했다. 하지만 아디다스 ‘테렉스 패스트 R 고어 미드’ 러닝화는 밑창이 콘티넨탈 합성고무로 되어 있어 젖은 지면에도 접지력이 좋아 미끄러움을 방지해 주었다.
백운산장을 지나자 정상이 가까워지고 위문이 나타났다. 북한산 주봉인 백운대와 만경대 사이에 위치한 위문은 북한산성 성문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다. 정상 가까이 이런 성곽이 있다는 게 그저 신비롭고 감탄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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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운대 바위 능선. 안병식씨와 오상희씨가 달리는 모습이 하늘로 도약하는 듯하다.
- 이제 북한산 정상이 눈앞에 다가왔다. 바위산을 오르는 난코스를 따라 백운대 정상에 오르니 그동안의 힘든 산행은 머릿속에서 지워져 버리고 둥근 해가 서해로 떨어지는 서울시내 풍경은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다.
산을 오르는 동안은 힘들지만 정상에 오르고 난 후의 희열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날이 어두워지도록 일몰 풍경까지 즐기고 싶었지만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 불광동까지 가려면 지금 상태로는 3시간 가까이 걸어야 한다.
‘불수도북’의 가장 큰 매력은 소나무 숲과 바위산을 오르내리는 코스와 정상에서 바라보는 서울시내 풍경이 백미였다. 북한산성길을 따르는 사이 칠흑 같은 어둠이 산을 덮어버리고 비봉능선을 거쳐 불광동으로 내려설 때에는 하늘에 초승달이 외롭게 떠 있었다.
나는 달리기를 통해 삶을 배워간다. 일반 도로가 아닌 산이나 정글, 사막 등 익스트림한 환경에 도전하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더 강해진 나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 성취감도 얻는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들을 경험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나를 찾아간다. 그렇게 나는 달리면서 성장해 간다.
나는 달리면서 상상하고 꿈을 꾼다. 그렇게 꿈꾸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고 어느새 그 꿈들은 현실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달린다. 더 멀리 있는 세상을 보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하기 위해.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울지 않고 달린다.
‘If you can imagine it, you can achieve it!
If you can dream it, you can becom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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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운대에서 모처럼 쉬고 있는 트레일 러너들.
- 안병식 프로필
트레일 러닝 전문가, 2001년 제주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1998년 제주대학교 5km 건강마라톤 참가로 달리기 시작
2001, 02년 100km 울트라마라톤 대회
2003년 제주 국제 아이언맨 대회 (수영3.8km, 사이클 180km,마라톤 42km)
2005년 이집트 사하라사막 250km
2006년 중국 고비사막 마라톤 250km 우승(한국 최초 사막마라톤 우승), 칠레 아타카마사막 마라톤 250km 4위, 이집트 사하라사막 마라톤 250km 3위
2007년 중국 고비사막, 칠레 아타카마사막, 이집트 사하라사막 미디어 팀 카메라맨, 남극(Last Desert)마라톤 130km 3위(한국 최초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 달성)
2008년 베트남 정글마라톤 235km, 4월 북극점 마라톤 우승(한국 최초 남극과 북극점에서 마라톤 완주), 고어텍스 트렌스 알파인 런 300km(1만4,000m), 이집트 사하라사막 마라톤 250km
2009년 제주 국제 울트라 마라톤 한라산 148km 트레일 런 우승, 고어텍스 트렌스 알파인 런 240km(1만5,000m), 스페인 카미노 산티아고 800km(15일 동안 완주),
노스페이스 몽블랑 울트라 트레일 런 166km(9,800m), 남아프리카 칼라하리사막 익스트림 마라톤 240km, 히말라야 100마일(166km) 런 3위
2010년 한라산 트레일 런 148km 우승, 호주 익스트림 레이스 250km, 프랑스 횡단 및 독일 횡단 2,350km(35일 동안 하루 평균 70~80km씩 달림)
저서 <나는 달린다>(사막에서 북극까지)
현재 ‘제주국제 트레일 러닝’ 대회 운영(홈페이지 www.trjej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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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극기가 휘날리는 백운대 정상에서 조망을 만끽하고 있다.
- 제품 리뷰
■테렉스 Li2.5L CPS 재킷
가볍고 통기성이 우수한 클라이마프루프 윈드 소재와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장하는 포모션 디자인을 적용했다. 체온조절을 위한 덮개가 달린 공기 투과성 프론터 지퍼는 속옷이 젖어 있을 때 재킷 안으로 바람이 들어가 땀을 마르게 하고 몸을 상쾌하게 했다. 트레일 러닝은 몸에 땀이 차지 않게 통기성이 좋아야 하는데 프론터 지퍼는 최고의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방풍, 방습, 투습 등 날씨의 변화가 심한 산악지형에 어울리는 제품으로 노란색, 붉은색의 강렬한 색상과 아디다스만의 고유한 디자인이 고급스러움과 세련미를 더했다.
■테렉스 패스트 R 고어 미드 하이킹 슈즈
첨단 기술과 경량성을 갖춘 미드컷 패스트 하이킹 슈즈로 콘티넨탈 합성 고무로 만든 트렉션 아웃솔을 적용해 다양한 지면에서 최상의 접지력을 발휘한다. 3D포모션 유닛은 제어력을 강화하고 거친 지형에서 힘을 균등하게 전달하며 하산 시 발꿈치에서 발가락까지의 움직임을 안정시켜줬다.
따라서 관절에 가해지는 힘을 대폭 감소시켜 주었고 미끄러움과 뒤틀림 없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산행할 수 있었다. 특히 돌과 바위가 많은 험한 산악지형에서도 빠르고 가볍게 움직일 수 있어 익스트림한 환경에서도 탁월한 제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