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설레는 일
하루가 시작되다.
동 트는 하늘 무늬색,
물안개 피어 오르는 방죽,
아롱진 이슬 맺힌 꽃잎새, 잎새들
이 모든 것이 하루의 시작에 가슴 설레게 한다.
올해 91세이신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의 건강 비결을 묻는 기자에게 오히려 반문하셨다.
"매일 아침에 가슴 설레며 일어날 일이 있습니까?"
한 방송인은 "올해 나의 목표는 주변 사람을 설레게 하는 것이다" 기사를 읽었다.
그는
"감사하다, 보고 싶다는 문자나 전화를 자주 하고 작은 물건이라도 선물을 전하려고 한다" 라고 했다.
지난 금요일 중학교 동창인 벗이 대구에서 호정골에 찾아왔다.
50년의 만남이 어찌 반갑지 않을소랴?
그간 간간히 이메일 교신으로 인연의 끈이 이어지고, 전화 통화는 왕왕하곤 했지만 얼굴은 서로 앨범사진으로 아는 것 밖에 없었다
올해 6개월 사이에 두 딸의 결혼 소식에 두 차례 축의금을 동봉하고 딸과 사위를 위해 정성을 다한 손편지 축하글과 책 선물을 등기로 보낸 것에 감동되어 호정골에 와서 그 감사로 밥을 사고 환담을 나누었다
50만에 첫 만남이 이루어졌으니
편하게 서로 왕래하고 가정간에도 만나자고 약속하고 방명록에 덕담까지 휘호를 적었다.
공자의 논어 말씀 그대로였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人不知而不 不亦君子乎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화내지 않음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논어(論語)>>의 제1편인 학이편(學而篇> 첫머리에 나오는 구절로, 공자(孔子)의 인생관을 집약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주자(朱子)는 이 세 구절을 학문의 시작과 중간, 완성의 단계로 파악하였다.
먼저 깨달은 사람들로부터 배우고, 배운 것을 거듭 익혀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가운데 배우는 기쁨이 있다.
그 배움으로 인한 수양과 덕행이 쌓여 다른 사람에게까지 미치게 되면 믿고 따르는 벗이 생긴다. 라고 한문학자는 주석하고 있다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오늘 나의 심정을 꼭 맞게 표현해 주고 있다.
그가 떠난 후에 벗을 향한 깊은 감사와 사랑에 카톡으로 인사를 했다.
"친구여!
먼길을 달려와서 우정이 이어지게 하신 가슴이 따스한 마음에 감사하오!
빈 손으로 찾아와도 감격인데 세세하게 정성과 사랑으로 창 긴 모자로 밭일 할 때 쓰고 하라고 모자와 목 보호 스카프를 선물까지 주심에
이것을 볼 때마다 친구의 깊은 마음이 간직되리라!
이렇게 작정하여 만나지 못한다면 訃告에나 접할 형편인데 첫 발걸음이 생명 다할 때까지 이어집시다!
새 아내에 대한 나의 투정은 벗과 친밀함으로 받아 드려주면 고맙겠소이다!
가난한 사람에게 가정에 찾아온 천사라고 생각되니 다음 아내 만날 때도 그런 사람으로 대하여 주었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인형의 가정에 하나님의 가히 없는 은혜가 임하소서!
청주에서
종병 드림"
벗이 격려와 사랑으로 남기고 간 선물과 방명록에 기록한 글은 오래동안 소자를 정말 가슴 설레게 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소자의 수필집 '꿈이 피어나는 호정골'과 생명으로 이끌 세계적 영성가의 책인 'Steps to Jesus'와 신문 칼럼 몇 장을 건내 주며 벗을 위해 기도한 것이 전부였다.
한 해의 반을 돌아가는 이 시점에 소자도 벗이 호정골에 와서 가슴 설레게 한 것처럼 소소한 일상에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되길 결심을 해 보았다.
호정골에서
정종병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