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받은 원고를 막 끝내고나니 지인으로부터 '낚시 가자'는 연락이 왔다.
머리도 식힐 겸 낚시대 하나 달랑 들고 송도 거북섬으로 향한다.
고등어와 전갱이가 쉴 새 없이 낚시미끼를 물고 늘어지기를 한참.
어느덧 해질 무렵의 거북섬에는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식히려 한자리씩 차지하고 앉았다.
가족끼리 옹기종기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먹는 풍경이 정겹기만 하다.
우리도 잡은 전갱이로 회를 쳐서 소주 한 잔 들이킨다.
암남공원으로 지는 저녁놀이 아름답다.
송도에 밤이 온다.
어두운 바다에 푸른 야광찌가 선명하게 빛을 발한다.
그 때쯤이면 매립지의 해물포장마차 골목에도 하나둘씩 불빛이 켜지기 시작한다.
낚시에 걸린 고등어와 잠깐 씨름하는 동안 골목은 돌연 활기를 띤다.
숯불을 피우고 있는 한 가족에게 잡은 물고기를 다 주고 낚싯대를 접는다.
그리고는 어슬렁어슬렁 해물포장마차 골목 속으로 들어간다.
그야말로 야시장 풍경이다.
사람과 불빛으로 이 곳은 이미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여름밤이라 그런지 대부분이 노천 파라솔에서 서로의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한여름 밤의 노천카페라? 어딘지 모르게 낭만적이고 분위기가 있어 보여 좋다.
송도 입구 해안을 매립할 당시부터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한 이 곳 해물포장마차는,몇 년 사이
그 수도 많이 늘어나 지금은 40여 곳이 넘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주로 활어회와 해물을 파는데 가격이 대부분 2~3만원대라서 간단히 먹기에는 큰 부담이 없다.
골목 입구에 고동과 홍합을 파는 집도 보인다.
밤의 포장마차 골목을 어슬렁거려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도열해 있는 포장마차를 사열하듯이 하나하나 구경하고 다니는 재미와 여유를...
아주머니들의 우악스런 호객행위를 받는 재미로 한바퀴.
'어떤 상호가 재밌나?' 상호 구경하느라 한바퀴.
'어느 집에 들어갈까? 무슨 안주로 한 잔할까?' 고르는 재미로 한바퀴...
그렇게 두어 바퀴 돌다가는 안면이 있는 포장마차에 자리를 잡는다.
아까 낚은 고기로 회는 먹었는지라 '우럭 통마리 매운탕'을 시킨다.
입안의 회 비린내를 가시기 위해 땡초를 듬뿍 넣고 얼큰하게 끓여달라고 주문한다.
매운탕이 앞에 놓인다.
펄펄 끓는 뚝배기에 우럭 한 마리가 동그마니 들어앉았다.
코끝으로 깻잎과 방아 냄새가 살짝 묻는다.
한 숟가락 떠먹는다.
맵싸한 맛이 우선 좋다.
생선 비린내를 말끔하게 없애준다.
또 한 숟가락 떠먹는다.
우럭의 진한 맛과 무의 시원한 맛이 방아 향과 어우러져 그저 그만이다.
더부룩하던 속이 확 풀린다.
해장국으로도 아주 좋겠다.
소주 한 잔 탁 털어 넣고 우럭 살점을 입에 넣는다.
활어로 장만한 매운탕이라 살이 퍽퍽하지 않고 쫄깃하다.
양념이 잘 배여 씹을 때마다 매콤한 맛이 돈다.
소주 안주로 더없이 괜찮아 보인다.
같이 간 지인이 우럭 대가리를 손에 들고 쪽쪽거리며 빨아먹는다.
여간 맛있어 보이는 게 아니다.
나도 우럭 등뼈를 손에 쥐고 쪽쪽거린다.
고소한 맛이 혀끝으로 전해진다.
그 맛에 또 소주 한 잔을 털어 넣는다.
그렇게 매운탕이 바닥을 보일 때쯤 어느새 소주 2병이 비워져 있었다.
이제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 시기이다.
저녁으로 시원한 바다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바다가 있는 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난 송도.
이 곳에서 가족끼리 저녁산책도 즐기고,해물전문 노천카페(?)에서 회도 한 접시 맛보며,
저물어가는 한여름 밤의 여유와 낭만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최원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