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협상. 한 해 동안 자신이 받을 돈의 액수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다. 특히 e스포츠에서 SK텔레콤, KTF, 삼성전자, 팬택앤큐리텔 등 기업팀은 연봉협상을 통해 선수들의 연봉을 결정한다. 테이블에는 책임 프런트와 선수 단 둘이 계약서를 놓고 줄다리기에 나선다.
이제까지 e스포츠에는 연봉협상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아는 선수들끼리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인지 연봉협상은 참 쉽게 끝났다. 회사에서 제시하는 얼마의 금액에 선수들이 사인하고 발표하는 것으로 종지부를 찍곤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연봉협상이 변할 것 같다. 선수들이 약아졌다. 자신의 연봉이 얼마쯤 될 것이고, 원하는 연봉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을 위해 사람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두드리던 시간보다 연봉협상에 대한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기도 한다.
선수들에게는 연봉의 액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연봉은 프로로서의 자존심이다. 물론 팬들의 사랑을 얼마나 많이 받는지도 중요하지만 선수들 사이에서 급을 나누는 절대 조건은 바로 돈이다. 그래서 선수들이 금액의 고저에 더 매달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문제가 생길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게임만 하던 선수들이 협상을 해본 적 없기 때문이다. 얼마 이상 받아야겠다는 생각에서 무턱대고 금액을 불러 놓고 한 발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자세로 일관하면 협상에는 차질이 빚어진다.
선수들은 금액에 대한 협상에서 “그거밖에 안 줍니까”라는 반응은 물론, “이런 금액에서는 못하겠다”며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서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런 식으로는 협상 자체가 불가능하다.
선수들이 명심해야 할 첫 번째는 절대로 자신의 금액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회사가 제시한 금액과 자신의 금액이 맞지 않는 경우에는 “생각할 시간을 더 주십시오”라고 요구한 뒤 연봉 이외에 다른 조건을 이끌어 내는 편이 바람직하다.
또 자신의 연봉 인상에 도움이 될 자료는 충분히 조사한 뒤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자신이 1년 동안 어떤 성적을 거뒀고, 팀에 어떤 도움이 됐다는 것을 명확하게 이해시킬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수 대부분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셋째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된다. “다른 팀으로 보내달라”는 말은 최후에나 하는 것이다. 연봉이 안 맞으면 서로 협상을 하는 편이 좋다. 감정 싸움은 선수 자신에게 독일뿐이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자기 주장을 당당하게 말하되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면 안 된다.
선수들이 연봉 협상에 대해서 가져야 할 태도는 더 많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세 가지만 숙지하고 나간다면 선수는 물론 팀에게도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 같다. 연봉 협상에 대한 많은 책이 있다. 원활한 협상을 위해서라면 한번쯤 읽고 나가는 것이 좋다.
물론 선수만의 문제는 아니다. 팀 프런트도 문제가 있다. 선수들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무턱대고 연봉 액수를 불러 놓은 다음 “더 이상은 줄 수가 없다”며 협상 자체를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만약 그 금액이 선수들을 만족시키는 액수였다면 상관 없지만 만족시키지도 못 하면서 금액을 부르고, 계약서를 내미는 행위는 결국 팀에 대한 자긍심을 떨어뜨리는 계기가 된다.
이 자리를 빌어 프런트들께 당부의 말을 전하고 싶다. 협상 테이블은 금액은 물론, 선수들의 1년 계획을 짜는 자리다. 일방적인 통보로 선수와 프런트의 마음에 상처를 내기보다는 서로에게 목표 의식을 심어주고 더 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