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오면 꼭 가는 숙박업소가 있습니다.
출근버스 정류장과 가까운데다, 단골이라고 아침에 사과, 복숭아, 포도 같은 과일과, 샌드위치, 요플레나 우유를 주니 간편하게 맛있는 식사도 가능하기 때문이죠.
요즘에는 사과와 함께 포도를 주는데, 사과야 1년 열두 달 언제든지 먹을 수 있어서 색다를 게 없지만, 포도는 좀 다릅니다.
분명 제철은 아니지만 싱싱한 게 탱글탱글 맛나거든요.
제철이 아니라 그런지 알 굵기는 보통 크기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제철이었다면 손만 바쁘지 입에 들어오는 게 없어서 거들떠도 안 봤을, 언뜻 알 굵은 머루인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간편하게 맛난 아침을 먹고 나오면 기분이 좋습니다.
출근버스 정류장은 상남동 대우아파트 앞에 있습니다.
정류장에는 아파트 안에 심어진 은행나무가 인도 위로 가지를 축 늘어뜨리고 있는데 알이 장난 아니게 큽니다.
탐스럽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이 은행을 보노라면 다닥다닥 열린 게 꼭 아침으로 먹은 포도송이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다 은행나무에서 포도가 열리게 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번집니다.
하지만 똥냄새 나는 포도가 달리면 안 되겠지요.
근데 은행나무는 어쩌다가 많고 많은 냄새 중에 하필 똥냄새를 풍기게 됐을까요?
혹시 태고 시절에 인간이 똥냄새를 좋아하는 똥파리보다 못해 보여서 은행나무가 똥파리를 선택한 건 아니었을까요?
오늘도 30도가 훌쩍 넘는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릴 거라네요.
한여름에 더욱 영글어가는 탱글탱글한 포도와 은행처럼 팔팔 뛰는 생명력을 뽐내 보십시다. ~^.^~
♥내 얼굴은 사각형♥
"선생님 얼굴은 왜 사각형이에요?"
"자세히 보면 육각형이에요. 웃겨요!"
내가 사각 턱인 것은 부모님의 유전자 때문이다.
아버지 얼굴형이 사각형이어서 우리 남매는 그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엄마는 나를 낳으실 때 고생도 그런 고생은 없었다고 자주 말씀하신다.
오빠들은 사각형 얼굴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오히려 남성답고 잘생겨 보이기까지 해서 대 만족한다.
그러나 나는 엄청난 열등감에 사춘기, 오춘기, 육춘기까지 겪었다.
결국 서른 살 즈음 성형외과에 찾아갔다.
아무 표정도 없이 털만 깎으면 균형이 안 맞으니 광대까지 깎아야 한다고 설명하는 선생님... 하나도 안 아프다고 하면서 천만 원 견적을 내 주었다.
헉! 천만 원이라니! 나는 결국 수술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의 육춘기는 서른네 살에 끝이 났다.
어느 날인가 한 광고 문구를 보고 차분히 생각 속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여성은 없다. 자신이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여성만 있을뿐."
그동안 내가 아름답지 않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문구를 떠올리며 사물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연습을 했다.
나 자신에 매몰되어서 보이지 않던 것들에 눈뜨게 된 것이다.
그러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도 초록색, 연두색, 옅은 색, 짙은 색 등 다양했다.
나 자신도 그렇게 보니 눈도, 코도, 입도 예뻤다.
비로소 육춘기가 끝난 것이다.
누구나 고유한 개성이나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아름답지 않은 사람은 없다.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는 눈만 있을뿐.
-고마워 좋은생각/월간 좋은생각/윤정ㅇ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