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이 카니발**이 되는 순간 / 강현미

[이연수]

카니발*이 카니발**이 되는 순간

강현미

사람은 사람을 잡아먹지 않는다

푸른 초원에 사자들이 모여 축제가 시작됐다

나팔 소리도 퍼레이드도 나부끼는 깃발도

구경꾼도 없는 그들만의 축제

장난하듯이 사자는 사자 뒤를 쫓으며 초원을 가로 지른다

오늘의 희생양은 암사자

쫓고 쫓기다 먹잇감에 이빨이 박히고

사이좋게 둘러앉아 으르렁, 남의 살은 맛있다

먹는 일에 죄책감을 두지 마라

피 묻은 절규는 식욕을 돋우는 소리

물어 뜯겨 산 채로 먹이가 된 동족

내 편이 아니면 한 입 거리다

카니발이 카니발이 되는 순간

맹수의 왕 사자는 악어의 눈물은 흘리지 않는다

느긋하게 주둥이를 닦고 포식한 배를 늘어트려

며칠간은 사냥을 하지 않을 것이다

TV를 보며 동물은 잔인하다고 중얼거렸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상실한 인간은 정말 자비로울까

얼마 전 세치 혀가 사람을 옥상에서 밀었다

이빨이 퇴화된 사람은 말로 상대방을 죽인다

*카니발 : cannibal 동족 포식

**카니발 : carnival 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