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성의 비밀
알맞은 온도와 습도에서 일정 기간 숙성(熟成) 과정을 거친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숙성 과정을 거친 소고기와 삼겹살은 풍미와 함께 한층 부드럽고, 숙성회는 갓 잡은 활어회보다 더욱 깊은 맛을 낸다.
최근에는 숙성육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도 높아져 가정에서 간단한 방법으로 고기를 숙성해 먹기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맛있어지는 고기와 생선의 숙성 비밀에 대해 알아본다.
◈ "저등급 소고기 숙성하면 더 맛있어"
숙성 후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잇는 것이 바로 소고기다.
소고기 등급은 지방의 많고 적음, 즉 마블링에 따라 1++, 1+, 1등급, 2등급, 3등급 등 5단계로 나뉜다.
농촌진흥청 축산물이용과 조수현 연구관은 "2, 3등급의 소고기를 숙성시키면 1++ 등급 소고기 특유의 마블링 맛은 느껴지지 않지만 고기의 풍미는 훨씬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육류 숙성법에는 건식숙성(Dry-aging)과 습식숙성(Wet-aging) 등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건식숙성은 온도 조건과 습도 조건을 고려한 상태에서 건조 숙성시키는 것이고, 습식숙성은 소고기를 진공 포장한 뒤 저온의 물속에서 천천히 숙성시키는 방식이다.
건식숙성은 저장 온도와 습도, 공기 흐름 등까지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전용 시설을 갖추지 않고는 가정에서 따라 하기 어렵다.
반면 습식숙성은 건식숙성에 비해 집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에 1등급에 배해 상대적으로 지방의 함량이 적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2, 3등급의 소고기를 구입새 숙성하면 1등급 못지않게 부드럽고 풍미 있게 즐길 수 있다.
농촌진흥청 조수현 연구관은 "숙성 기간과 방식의 차이에 따라 고기의 식감과 풍미가 다르다. 좀 더 오랜 시간 제대로 숙성시키면 지방 함량이 적고 질긴 고기도 부드럽고 풍미 있게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 수성구 수성동 수성세무서 뒤 '더우'에 가면 편백나무로 만든 소고기 건식숙성고가 있다.
그곳에는 30일, 50일, 70일 숙성된 고소기가 전시돼 있다.
송재현 대표는 "숙성과정을 거친 고기는 일반 소고기 가격에 비해 싸다. 건조숙성을 하면 고기의 겉이 딱딱해져 먹을 수 없는 부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제거해 속살을 먹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최대 40, 50% 정도의 고기를 제거해야 먹을 수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숙성 과정을 거친 고기에 대해 처음에는 의견이 분분했는데, 이제는 숙성의 맛을 아는 단골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생선, "내장·피 제거하고, 공기 닿지 않게 숙성"
생선회는 활어회와 숙성회 등 크게 두 가지로 즐긴다.
활어회는 살아 있는 상태에서 바로 손질해 벅는 반면, 숙성회는 피와 내장을 젝한 뒤 일정 온도에서 숙성한 후 먹는다.
숙성회에는 활어회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특별한 '감칠맛' 이 있어 일본에서는 활어를 좋아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선어를 숙성시켜 회로 즐겨 먹는다.
저온에서 서서히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감칠맛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생선을 숙성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손질이 중요하다.
살아 있는 생선의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하고 피를 닦아낸다.
이때 물로 씻지 않고 키친타울로 내장 막 안을 깨끗이 닦아내야 부패하지 않는다.
생선의 지느러미와 꼬리, 머리 부분을 제거하고 뼈와 살을 분리하여 살코기만을 추린다.
손질한 생선은 해동지나 빨아 쓰는 키친타월로 감싼다.
일반 키친타월은 생선갈에 들러붙을 수 있다.
그런 다음 랩으로 여러 번 감아 공기를 차단하고 1~2℃로 유지되는 김치냉장고에 숙성시킨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건강보험공단 수성지사 바로, 옆 아오야마 초밥집 우창하 대표는 "생선마다 숙성 시간과 방법이 달라 절대적인 방법은 없다. 요리사마다 숙성 시간, 온도,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의할 것은 숙성이 가해지면 생선살이 부서지고 물비린내 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우 대표는 숙성의 핵심은 수분 제거라며 "피를 잘 뽑아 수분기를 줄여야 퍼석퍼석한 식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생선을 숙성시키면 생선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마이 잘 우러 나온다. 그리고 바로 회로 잡았을 때 보다 적당히 숙성시킨 생선이 씹는 맛도 훨씬 좋다" 며 "숙성 과정에서 단백질이 분해돼 소화 기능이 떨어진 어르신들이 특히 숙성 초밥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 집에서 숙성하는 방법
집에서도 고기나 생선을 숙성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 육고기 숙성
저등급 소고기를 가정에서 숙성하는 경우에는 매장에서 고기를 구입 할 때 부분육 진공포장을 요청해 -1~4도 온도가 유지되는 김치냉장고에서 자연 숙성한다.
숙성 기간은 20일 전후가 적당하다.
돼지고기도 동일한 방법으로 일주일 정도 두면 숙성이 가능한데 2주일을 넘지 않는 게 좋다.
진공 포장이 아닌 비닐이나 랩 포장일 경우에는 미생무의 오염이 쉽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이보다 숙성 시간을 짧게 하는 것이 좋다.
숙성은 온도 변화가 적은 김치냉장고가 좋은데, 일반냉장고를 이용할 경우에는 신선실과 같은 별도 구획된 공간에 넣어 숙성시키는 것이 좋다.
숙성 기간은 가공일자가 아니라 도축일로부터 계산한다.
그래서 고기를 구매할 때 도축 날짜가 언제였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열흘 전이었다면, 앞으로 열흘만 더 숙성하면 된다.
도축한 지 하루 이틀 밖에 안 됐다면, 앞으로 보름 이상 숙성하면 된다.
농촌진흥청 조수현 연구관은 "만약 집에서 고기를 숙성하고 싶다면 숙성된 고기가 어떤 맛이고 어떤 상태인지 확실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3등급 소고기도 숙성 과정을 거치면 부드럽고 연하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 생선 숙성
머리와 꼬리, 내장과 비닐을 제거해 포를 뜬 생선을 해동지나 빨아 쓰는 키친타월로 말아준다.
이때 껍질은 생선의 종류에 따라 벗기기도 하고 그대로 두기도 한다.
도미의 경우 기름이 많기 때문에 벗겨서 숙성기키면 기름이 다 빠져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없다.
광어는 기름이 별로 없기 때문에 벗겨서 최대한 식감을 살리는 것이 좋다.
해동지로 감싼 생선은 다시 랩으로 여러 번 감아 공기를 차단해준다.
그리고 1~2도로 온도가 유지되는 김치냉장고에 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