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내려서 걸어가요
이 광 천 목사
버스 안에서 아기울음소리에 짜증내던
승객들이 잠시 후 아기를 데리고 내리는
아기엄마가 한 행동에 모두 눈물 흘린
늦은 밤 어느 지방 버스 안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입니다. 도로를 따라 천천히 달리고 있는 버스 안. 엄마 품에서 곤히 자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깨더니 울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있으면 그치겠지 했던 아이는 계속해서 울었습니다. 울음은 세 정거장을 지날 때까지 도무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 승객들의 화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습니다.
“아줌마! 아이를 좀 잘 달래 봐요.” “버스 전세 냈나?” “아줌마 내려서 걸어가요! 여러 사람 힘들게 하지 말고.”
“아유 정말 짜증나네.”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에게 승객들이 잔뜩 화가 나서 온갖 험한 말을 퍼붓고 있는데 갑자기 버스가 멈췄습니다. 모두 무슨 일이 생겼나? 승객들이 의아한 마음으로 앞을 바라보는데, 버스 기사아저씨가 차를 멈추고 문을 열고 나가더니 길옆에 있는 상점에서 무언가를 사들고 왔습니다.
그리고 성큼성큼 아이 엄마에게로 다가가더니 초콜릿 하나를 아이 입에 물려주었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아이는 울음을 뚝 그쳤습니다.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버스가 다시 출발하자 화를 내고 짜증을 냈던 승객들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정거장을 지나자 아이엄마는 버스기사 아저씨에게 다가가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손등에 다른 한 손을 세워 보였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뜻의 수화였습니다.
아이 엄마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장애인이었습니다. 아이 엄마가 아이를 업고 내리자 버스기사 아저씨는 출발하지 않고 아주머니와 아이를 위해 자동차 불빛을 비추어 주었습니다. 버스에서 우는 아기의 청각장애인 엄마에게 보였던 버스기사의 이런 행동에 모두가 오열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기사 아저씨를 보고 “빨리 갑시다”라고 재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달빛을 따라 천천히 달려가는 버스 속에는 착한 기사 아저씨의 배려의 손길을 따라 행복한 마음들이 함께 천천히 굴러가고 있었습니다. 작은 관심을 갖고 초콜릿 하나를 사서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아이 엄마에게 작은 베풂을 준 기사야말로 멋진 키다리 아저씨였습니다. 세상 살아가면서 화날 일이 있고 미운 마음이 생길 때는 한 번만 더 생각을 해주십시오. 그런 작은 생각 하나가 화해를 이루어주는 배려의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들은 과연 무엇입니까? 우리의 마음을 억누르고 있는 미움과 분노들은 과연 누구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남이든 자신이든 따지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을 해보시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한 번만 더 관심을 갖고 배려를 베풀어 주십시오. 그리하여 서로 서로 먼저 양보하고 용서하는 가운데 행복과 사랑과 화목함이 풍성하게 넘치는 이 세상과 우리 모두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좋은날입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 잠시 지나온 일들을 돌아보게 하는 것 같습니다.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 후 40여 년간 제약회사에서 CEO 재직 후 말년에 신학대학원을 나와서 목사로 현재 대형병원에서 급여 없이 원목으로 헌신하고 있는 이광천 목사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