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태어나서 돌 전후로 걷기 시작하여 이승의 삶을 마감하고 저 세상으로 떠나는 날까지 두 발로 걸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고 생각하고 있다.
120세 시대로 진입하는 길목에서 어떻게 해야 아프지 않고 좀 더 건강하게 살 수가 있을까 ?
후손들에게 짐이 되지 않게 세상을 마감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 우리 요즘 전공노(전철공짜타는노인)들의 현실이리다.
물이 고이면 썩어서 온갖 돌연변이들이 생겨 자연생태계를 파괴 하듯이 사람도 혈액순환이 않되면 모든 조직이 파괴되는 것도 당연한 자연법칙의 하나일 뿐이다.
고로하여 인간들에게 암을 비롯하여 모든 질병은 오장육부를 엉망진창으로 죽음의 나락으로 곤두박질도 해야 하는 순간도 피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것을 조금이나마 늦게 찾아오게 하려면 어떤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가.
영양이 풍부한 식사도 건강에 이롭다고 하는 건강식품으로 가득 채워야만 할 것인가.
가장 기본적인 것은 무엇이 있을까.
부모님 품속에서 태여나는 순간부터 본능적으로 일상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태여난지 돌 전후가 되면 아장아장 첫발을 내딛을 것이다. 이 순간부터 마지막 숨을 거두는 그 순간까지 걸을 것이며 무조건 걸어야 하리라.
한발자국도 내딛일 수가 없는 황혼의 노을도 피할 수는 없는 것이 미약한 인간의 마지막 종착지가 아닌가.
심장이 뛰고 숨을 들이쉬고 내쉴 수만 있으면 절대 드러눕지 말고 기어서라도 일어나 걸어야 한다.
2023년 4월 8일(토) 오늘의 날씨는 아침 최저기온이 영상3℃이고 최고기온은 영상14℃라고 한다.
동기들과 매월 두째 네째 토요일은 산행(둘레길걷기)을 하는 날이다.
비가 퍼붓든 태풍이 몰아치고 눈보라가 앞을 가려도 지기들의 행동은 변함이 없다.
이처럼 산행을 함께 한 지기들과의 세월도 30여년이 흐르고 있는 오늘이다.
70% 이상이 산과 계곡이 펼쳐져 있는 대한민국의 곳곳을 찾아 헤매면서 엎어지고 자빠지고 미끄러지고 뒹굴기를 몇번이던가. 지금까지 오르내린 산의 이름을 한번 더듬어 보련다.
서울의 남산을 비롯하여 설악산 태백산 아차산 도봉산 팔공산 북한산 한라산 지리산 금산 유달산 지리망산 월악산 불곡산(양주) 불암산 서울의 청계산 포천의 청계산 양평의 청계산 운길산 금정산 치악산 마니산 고려산 월출산 운악산 연인산 예봉산 수락산 백악산 인왕산 안산 계룡산 마이산 소금산 검봉산 삼악산 오대산 천마산 명학산 천등산 월릉산 소백산 덕유산 대둔산 감악산 광교산(용인) 축령산 문형산 백운산 명성산(철원) 검단산 남한산 관악산 무등산 대모산 구룡산 추읍산 모락산 수리산 삼성산 칠갑산 설봉산 내장산 국망봉(포천) 유명산 명지산 화악산 호명산 북배산 가덕산 덕유산 대둔산 감악산(파주) 명태산 보납산 물안산 굴봉산 몽덕산 석룡산 민둥산 백운산(가평) 박달봉(포천) 각흘산(철원) 광덕산(화천군) 광덕산(천안) 왕방산(포천) 소요산(동두천) 마차산(동두천) 정암산(경기광주) 백병산(양평) 앵자봉(경기광주) 금봉산(경기광주) 해협산(경기광주) 무갑산(경기광주) 불곡산(경기광주) 광교산(용인) 달마산(해남) 선운산(전북고창) 용문산(양평) 공작산(홍천) 용봉산(홍성) 오대산(평창) 계방산(평창용평면) 사패산(의정부)~~~ 등등 기억이 가물가물 헤아리기도 버겁다.
아무리 기억엔 떠오름이 없어도 150여곳 이상의 산을 오르내리고도 남았을 게다.
역시 노객의 두뇌의기억력은 한계점이련가.
수많은 산행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고 생각만으로도 아련한 슬픔이 가슴을 적시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에 위치한 계방산(1579.1m)이다. 남한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산이다.
한강기맥의 고봉으로 북으로는 설악산(1,708m), 남으로는 태백산(1,567m)을 이어주는 백두대간의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 북한이 좋으냐, 남한이 좋으냐 " 무장공비가 이승복에게 묻는다.
"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 " 아홉살인 천진난만한 이승복어린이가 뱉은 이 한마디이다.
승복이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리고 입속에 대검을 넣어 좌우로 찢고 가슴을 난자질 한다.
나중엔 숨만 겨우 붙어있던 승복이 머리를 돌로 쳐서 죽인다. 속사초등학교 계방분교 2학년 재학중에 여리디 여린 이승복이 피살을 당한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어머니와 남동생(6살), 여동생(4살)도 무참히 살해당하는 순간이다.
승복이는 1959년 12월 9일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속사리에서 태여난다. 1968년 12월 9일 저녁 8시경에 무장공비 다섯명이 집으로 들이닥친 것이다. 울진 삼척방면으로 침투한 북한 무장공비들이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떨리고 인륜을 저버린 흉악무도한 북한의 실상이 아닌가.
차마 무슨 말이 필요한가. 55년여 세월이 흘러도 그 순간 그 참상은 흑백필름으로 계속 재생되곤 한다.
한마디로 반공의 역사이며 살아있는 증인기도 하다. 근처에 있는 계방산을 운두령에서 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정상에서 노동계곡을 거쳐 제2야영장으로 하산하면 이승복의 생가와 기념관이 그곳에 자리하고 있다.
" 야 ~~~ 산행대장님아 ~ 앞으로는 300m 이하의 산행만 하자꾸나 , 그것도 몸에 부치고 발바닥이 떨어지지를 않는다 ~~ 아이고 힘들어 죽 ~겠 ~다 ~~~~아 ~ " 최근에 산행을 동행하는 녀석의 아우성이 산허리를 휘감곤 한다.
연세가 80고개를 넘고 있으니 어찌할 방법은 무엇일까.
" 야 ~ 오늘은 바람도 쌔~완~하고 한강물도 일렁이고 너무 경치가 좋구나 ~~~ 기분이 찢어지게 좋다,
야 ~ 대장형님아 ~ 최고다 ~ "
오늘 광나루역 2번 출구를 오전 10시 39분에 출발하여 한강가로 들어서는 순간이다.
항상 힘들어 죽겠고 더 이상 못 걷겠다던 엉까의 터지는 함박웃음소리이다. 가다쉬다를 반복하며 구리암사대교 밑을 지나서이다.
겨우 4.6Km 정도를 한시간 30여분이 지난 정오 12시를 가리키고 있다.
" 야 ~~~ 대장놈아 ~ 더 이상 못가겠다. 발바닥이 땅에 붙어 떨어지지를 않는다 ~~` 엉 "
바로 조금 전에 기분 좋다던 그 녀석이 부르짖는 하소연이다.
그저 귓등으로 스쳐버리고 한강물에 흘려 보낼 뿐이다. 방법은 없다. 구리시민공원에 자리를 잡는다.
떨어진 혈당을 보충하기 위함이다. 아내들이 준비한 겉절이 김장김치, 초코렛 파이. 두유, 빵, 막걸리, 쐬주 커피등이다.
예전에 회사에 근무 당시의 추억이 한잔술에 넘쳐나는 모양이다. 옆에 있는 벗들이 듣던지 말던지 주절주절 주절임이 끝이 없다. 주인공은 바로 " 엉까페 " 엉을 까곤 하는 바로 그 녀석이다.
30여분이 지나서 다시 배낭을 어깨에 걸친다. 다시 강동대교 방향으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강동대교 한참 못 미쳐서 새로 건설되고 있는 교각의 모습이 태양빛에 화사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름하여 교덕대교(구리대교)라는 새로 건설코 있는 한강대교이다.
고속도로 29호선 세종포천고속도로이며 서울특별시 구간인 고덕대교(구리대교) 남구리IC 강동IC 초이IC 방아다리터널 남한산성터널 등을 통과하고 있다.
서울세종고속도로 또는 제2경부고속도로 라고도 불리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천안 안성 용인 광주 서울강동 구리를 잇는 4-6차선이다.
2024년 6월 개통을 예상하고 있다. 고덕대교는 길이 1,725m의 사장교이다. 주탑 사이의 길이가 540m인 세계 최장 주경간장이다.
올림픽대교, 서해대교, 진도대교, 창선·삼천포대교 등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장교이기도 하다.
사장교는 주탑에서 늘어뜨린 케이블에 의해 지지되는 교량으로, 교각 사이의 간격이 큰 경우에 주로 사용되며 외관상으로도 아름답다. 아름답게 보이는 고덕대교를 배경으로 노객들의 모습을 몇컷 담는다.
강동대교를 오른쪽에 끼고 왕숙천으로 들어선다. 토평교에 도착시각은 오후 두시를 넘기고 있다.
저 멀리 뒤쳐져 오고 있는 녀석이 엄청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앞서 가던 동기들 세명도 주저앉아 기다리고 있다.
" 지금까지 걸음수가 2만보가 넘는다, 정말 힘들어 미치겠다 " 일그러진 표정에서 마음을 읽는다.
수년전에 오른쪽 발목이 뒤틀린 것이 아직도 걸음걸이를 뒤뚱거리게 하고 있다.
제대로 발목전문의 진료를 받지 않은 게 아닐까. 지금껏 걸어온 거리는 9Km이다.
집에서부터 걸은 것을 합쳐서 여타 친구들은 15,000보 전후이다. 앞으로 가야할 거리는 약 4.7Km이다.
저 앞에 보이는 인창고교 건물을 가리키며 바로 옆이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이라며 용기를 북돋아 준다.
그래도 포기치 않게 또 일어서서 걷는다. 왕숙천(王宿川)이란 임금님이 주무시고 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시대 첫 임금인 이성계가 함흥에서 한성으로 내려오다 하룻밤을 지샌다.
개울가에서 목욕을 하며 터져나오는 여인네들의 간드러진 웃음에 혼을 빼긴다.
불끈 치솟아 오르는 남정네 가운데 다리를 어찌할까. 임금이고 뭐고 체면은 그저 허울이 아닌가.
달빛에 비추고 있는 여인네들의 매끄럽고 풍만한 젖가슴과 배꼽 밑에 가운데 연못이 황홀경 그 자체이다.
아랫도리를 훌러덩 벗어 팽기치고 후다닥 공격에 들어서는 찰나이다.
" 나~무~아~미~타~불 ~ 관~세~음~보~살 ~~~ 들이치고 내치고 중(僧) 동냥 왔습네다 ~~ 어 ~ 흐 으음 ~~ "
함께 동행한 무학대사의 근엄한 염불소리가 아닌가. 모처럼 치솟던 박달나무 방맹이는 순식간에 쭈그러들고 보이지도 않는다.
이런 역사적 사건이 벌어진 바로 이곳이 왕숙천(王宿川)이 된 사연이기도 하다.
노객들이면 이런 모습에 어떤 행동을 보였을까.
" 에 ~ 라 모르겠다 ~ 마누라고 뭐고 앗 ~ 뜨거워 ~~ 아얏 퍼 ~" 라는 장미향기가 그윽한 혼(魂)에 빠진 신음소리에 왕숙천 개울물도 역류(逆流)시키려는가. 딱 한사람만이 그 쾌감을 만끽하리라.
네명 동기들 중에 어느 노객이려는가.
어쩌튼지 뻐드타 단서조 엉까페 까토나 동기생들만의 절대적인 함구무언의 비밀일 것이리다.
인창고교를 바라보며 왕숙천을 뒤로 하며 강둑으로 올라선다. 바로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 들어선다.
손바닥만한 도다리(가자미목 붕넙칫과에 속한 바닷물고기)의 세꼬시(Segoshi, Unboned Sliced Raw Fish, 뼈를 발라내지 않은 생선회)가 노객들의 목젖을 당기고 있다.
이곳에는 1Kg당 50,000원이라고 너무 비싼 느낌으로 타곳에서 물으니 1Kg에 35,000원 을 부른다.
지난번 대명포구 수산시장에서는 25,000이었는데 방법이 없다.
도다리세꼬시 2Kg과 해삼 두마리 합쳐서 80,000원을 지불한다. 멍게 몇마리는 공짜로 주겠다고 한다.
2층에 횟감을 사가지고 가면 자릿세와 매운탕 끓인 값등을 지불해야 하는 식당으로 올라간다.
손님들로 시끌벅적하다. 할 수가 없이 한구석에 자리를 틀고 앉는다.
시원한 맥주 1병 쐬주 6병 공기밥 두개 매운탕 끓여준 값을 합쳐서 73,000원이다.
해삼맛도 꼬들꼬들하고 맛이 새롭다. 도다리세꼬시는 예상보다 양이 많다.
부딫치는 한잔술에 지난 날의 추억담이 끝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오후 4시 20여분에 시작하여 시간을 보니 저녁 7시 30분을 넘긴 시각이다.
다시 일어서는 노객들의 행선지는 어드메일까. 구리역에서 전철에 승차를 한다.
각자의 방향에 따라 스스로의 행선지로 돌아선다. 늦은 밤이건 이른 새벽에도 기다림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오롯이 한사람 바로 평생 삶의 동반자인 아내뿐이렸다.
만보기에 나타난 오늘의 걸음수는 25,208걸음이다. 거리는 17,645m이며 소모한 열량은 949.6kcal로 걷는 데 소요시간은 4시간 29분 09초를 가리키고 있다.
백미(白米) 한공기(210g)의 열량(칼로리)은 210kcal로 환산하면 공기밥 네그릇반 정도의 열량을 소모한 계산이 나온다. 동기들도 한번 눈여겨 보면 어떤가.
오늘처럼 행복한 삶은 80대 노객들에게 언제까지 계속이 되려는가.
천리만리 저 멀리 까마득한 느낌으로 오늘 하루 하루를 걷는 이 순간만이 삶의 전부인 것이리다.
2023년 4월 8일(토) 무 무 최 정 남
이곳에 동기들의 활기찬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