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면 생각나는 것은 아마 단풍과 코스모스가 아닐까. 거기에 탁 트인 시야까지 더해진다면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지천으로 가을이 흠뻑 물든 경기 안성은 이름처럼 천고마비의 계절을 보고 즐기고 느끼기에 안성맞춤이다. 안성의 명소 안성팜랜드와 서운산을 찾았다.
코스모스로 물든 안성팜랜드
안성팜랜드는 경부고속도로 안성나들목(IC)에서 빠져나와 차로 10여분만 달리면 닿는 가까운 곳이다. 안성시 공도읍에 자리한 이곳은 이맘때면 광활한 초원에 코스모스의 향연이 펼쳐진다.
드넓은 초원을 가득 메운 코스모스를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정문을 통과하자마자 곧장 오른편 분수대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그렇게 5분 정도를 코스모스 생각에 사로잡혀 걸으니 푸른 하늘과 코스모스로만 채워진 공간에 당도할 수 있었다.
‘그림 같은 초원’이라 명명된 공간은 이름 그대로 그림 같았다. 그것도 그냥 그림이 아니라 향기 나는 그림 말이다. 온 구릉을 분홍빛으로 물들인 코스모스에 파란 하늘이 더해져 만들어진 풍광은 그 어떤 절경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다. 거기다 바람을 타고 꽃내음이 코끝으로 전해졌다. 조심스레 꽃밭 사잇길로 걸음을 옮겼다. 9만㎡(2만7200여평) 규모를 빼곡히 채운 코스모스밭에 발을 들이는 것은 처음인지라 설레기까지 했다.
코스모스라 하면 으레 길을 따라 줄지어 피어 있는 소박한 풍광을 떠올리기 마련일 테다. 하지만 대지를 뒤덮고 하늘에 맞닿은 이곳의 코스모스 풍경은 전혀 달랐다. 꽃으로 뒤덮인 초원은 웅장했고, 코스모스 물결은 가을에 대한 환희 그 자체였다. 덕분에 가을이 쓸쓸한 계절이 아니라 화사한 계절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광활하게 펼쳐진 코스모스가 보여준 가을의 또 다른 장면. 이 꽃밭 한복판으로 어느덧 꽃처럼 화사한 가을이 내리고 있었다.
가을과 함께 오른 서운산 전망대
서운산은 경기 안성과 충북 진천에 걸쳐 있다. 해발 547m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이래 봬도 안성의 최고봉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 초입의 초목들은 아직 푸르렀으나, 날씨는 완연한 가을이었다. 여름철 시원함을 안겨주던 나무 그늘은 어느새 서늘함을 건넸다. 그래서일까. 지난여름 그렇게 피해 다녔던 햇살이 반가워 일부러 쫓았다. 나뭇잎 사이사이로 새어드는 따사로운 햇살을 느끼는 일은 가을 산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아니겠는가.
팔부능선을 지났을 때쯤부턴 가을 산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단풍이다. 아직 짙게 물들지 않아 노랑·주황·빨강의 나뭇잎이 초록잎과 뒤섞여 있었지만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어쩌면 이 시기 등산은 그리운 이 만나듯 단풍을 만나고 싶어 산 정상으로 향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단풍 감상에 빠져 걷고 서기를 여러번 반복하니 마침내 산 정상의 전망대가 보였다. 드디어 한시간 남짓의 등산을 마쳤다. 정상에 첫발을 내디디고 산 아래를 내려다보는 때는 설렘과 희열의 순간이었다. 전망대 난간에 기대서자 봉우리부터 서서히 물들기 시작한 산세와 황금빛 들판, 안성 시가지가 모두 발아래 놓였다. 마치 가을과 안성을 모두 품에 안은 듯했다. 이 순간은 일상을 벗어나 산을 오른 자에게만 자연이 주는 값진 보상이 아닐까. 그래서 사람들은 이를 누리고자 힘든 산행을 마다하지 않고 가을 산에 오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안성=김동욱, 사진=오정훈 기자
안성에서 꼭 맛봐야 할…
푸짐하고 시원·칼칼한 ‘어죽’ 선조들의 배 채운 ‘안성국밥’
◆어죽
호수가 많은 지리적 특성상 안성은 민물생선을 재료로 한 어죽이 별미인 고장이다.
민물생선·해물·버섯에 고추장으로 국물을 낸 덕분에 시원하고도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게다가 밥·소면·수제비가 함께 들어 있어 푸짐하기도 하다. 기호에 따라 부추·청양고추·들깻가루를 곁들여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한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안성국밥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친숙하고 흔한 음식이 국밥이다.
하지만 안성국밥은 좀 특별하다. 서울과 삼남지방을 연결하는 요충지에 위치한 안성장은 조선 중기 이래 크게 발달한 시장이다. 안성국밥은 오랜 세월 이곳을 드나들던 이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면서 명맥을 이어왔다. 우거지와 쇠고기를 듬뿍 넣은 얼큰한 국에 밥 한그릇 말아 먹으면 하루가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