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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리뷰 스크랩 [드라마 왁자지껄] 환상의 커플. 그리고 한예슬
흐르는 캥 추천 0 조회 1,563 06.12.04 20:01 댓글 10
게시글 본문내용

 

 

드라마를 좋아하진 않지만 환상의 커플은 꽤 즐길 수 있었다. 언론에서 '한예슬의 재발견'이란 말을 쓰면서까지 그녀의 연기에 대해 칭찬이 자자한데, 내가 봐도 한예슬은 나상실과 조안나, 닮은듯 서로 상반된 두 역활을 적절하게 소화해냈다. (^_^)

 

사실 한예슬은 비호감 배우였는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너무 좋아졌다. 앞으로도 계속 응원을 보내줘야겠다. 기품있고 도도해보이면서도 순수해보이고 웃는 모습이 너무 이쁜 그녀.

 

 

 

쓰리석 너무 귀여워 (^_^)

 

이 드라마가 성공한 이유는 현실적이면서도 개성강한 캐릭터, 나상실과 조안나라는 막강포스의 매력캐릭터, 각각 배치된 조연들의 감초연기, 판에 박힌듯 하지만 바로보면 신선한 스토리, 맛깔나는 대사와 유행어등이 아닐까? 다른 드라마와 비슷한듯 하면서도 전혀 다른 신선한 느낌을 주고 시트콤이라해도 무방할 웃음을 선사한다.

 

 

 

두 사람은 처음엔 원수였으나 대미엔 사랑이 이루어진다. 엔딩씬에서 약간 억지스럽고 허접한 부분이 있었는데 스티로폼같은 눈과 도로위라는 장소설정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동안 무난한 연기를 보여줬던 장철수역의 오지호가 국어책 읽는듯한 연기를 해버린 탓이큰 것 같다.

 

그동안 작품을 보면서 마지막회가 약간 떨어지는 듯한 인상인데 이건 우리나라의 드라마 제작여건 상황이(사전제작같은) 나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부분이다. 방송 이틀전에 대본이 나오고 시간에 쫓겨 방송시작전에 겨우겨우 드라마를 완성하는 현실은 좀 아니지 않나. 그만큼 완성도가 떨어지는데.

 

 

 

프린세스의 형사 가제트 패러디. 엄청 웃었다.

 

 

이 장면에서 뒤집어졌다. =_= 나뉘어서 토 세번

 

 

상실이가 가장 이뻐보였던 순간

 

 

다시보기를 무한반복했을정도로 귀여웠던 상실이 ㅠ_ㅠ

 

 

잘먹는다. =_=

 

 

강자도 떴다. (^_^)

 

 

 

돈과 권력앞에 비굴해지기도 하는 빌리박과 세 조카를 키우느라 돈모으기에 바쁜 쪼잔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장철수. 장철수는 안나와 연결되면서 한마디로 땡 잡았군 =_=; 빌리는 약간 불쌍하긴 하지만 리조트도 받았겠다 새여자도 찾았으니깐 뭐...괜찮겠지.

 

 

 

조만간 시간이 나면 다시한번 복습해야 겠다. (^_^) DVD가 출시되면 바로 구입한다. 히히- 사실 나는 환상의 커플을 끝나기 일주일전부터 다운받아보기 시작했기 때문에 약간 아쉬움도 많다. 1회부터 봤으면 그 설렘과 기대감을 가지고 두달을 보냈을텐데...하고 말이다. 그래서 좀 아쉽네.

 

 

 

 

환상의 커플 총감상기 (펌)

 

[환상의 커플] 8회에 상실이의 기억을 찾아주기 위해 철수가 튼 텔레비전에는 때마침 영화 [타이타닉]이 방영되고 있었다. 최근 개봉대기중인 [디파티드]의 주인공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점과 맞물려 유명한 영화라는 점에서 부담없이 삽입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다. [타이타닉]과 [환상의 커플]의 기둥 줄거리는 거의 흡사하다. 비록 기억상실증이라는 중요한 극적 상황이 없을 뿐 부잣집 여인이 하층계급의 청년과 사랑에 빠진다는 스토리는 우연치고는 너무 기가 막히게 딱 떨어지지 않는가.

우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드라마 [환상의 커플]은 커트 러셀, 골디 혼 주연의 영화 [Overboard]의 기본 설정을 빌린 작품이다. 아울러 1회 도입부에 등장하는 흡사 헐리웃의 정통 슬래셔 무비를 보는 듯한 뻔뻔스러운 공포 영화 패러디 장면은 어떠한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물귀신 조안나를 보고 빌리는 경악해서 “니가 링이야?” 외친다. 1회에서 꽃순이와 프린세스를 교환하는 장면에서 인용된 모 이동통신회사 휴대폰 광고를 노골적으로 패러디한 장면은? 14회에서 상실이가 반지를 낄 때 [반지의 제왕]속 프로도가 반지를 끼는 장면과 이상할 정도로 카메라 앵글과 컨셉이 비슷했던 건? 상실이가 빌리의 집으로 걸어들어갈 때에 흡사 [매트릭스 리로리드]에서 네오같지 않았는가? 공실장과 아줌마 사이에서 튀어나오는 [가을동화]속 대사들은 어떠한가. 심지어 [환상의 커플]을 집필한 홍자매 작가의 전작 [마이 걸]의 기본 설정은 산드라 블록 주연의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모방한 느낌을 줬고, [쾌걸춘향]은 제목 그대로 친숙한 고전 설정과 캐릭터를 코믹하게 현대적으로 인용했다.

 

 

 

 

코메디 드라마라고 대충 만든다고 되는게 아니다.


[환상의 커플]은 우리나라 TV드라마를 돌이켜볼 때 독특한 위치에 서 있는 작품이다. 순수한 드라마라 볼 수는 없다. [연애시대]처럼 은밀하게 패러디를 하면서 드라마의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고 적정선을 유지하는게 아니라 아예 작정하고 시청자들에게 “그래, 나 패러디한다. 어쩔래?”를 당당히 외친다. 익숙한 장면과 대사가 코믹한 상황속에서 튀어나올 때 시청자들은 웃는다. 상실이는 마치 베르사유 궁전의 마리 앙투와네트마냥 행동하면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대사인 “꼬라지 하고는”으로 확인사살을 한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적당히 굵은 줄거리와 설정을 느슨하게 엮은 시트콤과 드라마의 어중간한 위치에서 줄타기를 했던 [프란체스카]풍의 작품인가. 그것도 아니다. 단순히 캐릭터와 독특한 상황 설정, 슬랩스틱 코메디에 목숨건다고 보기엔 드라마 구성에 지나칠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 드라마 도입부에 장철수와 조안나가 사사건건 부딪치며 남긴 갖가지 증거들이 공실장의 추리에 의해 순식간에 “안나는 제비와 바람을 폈다”는 걸로 결론내려지는 걸 보라. 남겨진 셔츠, 철수의 명함, 추격전을 벌였던 안나와 철수에 의해 날아온 과속 딱지까지. 전반부에 단순히 안나와 철수가 시청자들을 웃기기 위해 막나갔던 것처럼 보였던 작은 사실들 하나하나가 마치 작은 빗물이 호수에 고이듯 빌리와 공실장의 행동과 드라마 전개로 이어졌다. 아울러 안나에게 불만을 품은 직원이 준 설사약 음료 장면 하나가 폭발해버린 빌리가 안나에게 이혼하자고 외치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또 그걸 이유로 안나는 보트에서 술을 마시고 추락해버리고, 또 설사에 시달리던 빌리는 병원에 갔다가 우연치않게 안나를 마주치게 되어 서스펜스를 돋군다.


다시 말해 [환상의 커플]은 기막힐 정도로 ‘기본’에 충실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의 폐해가 뭔가? 전날 촬영한 걸 당일 편집하고 방송에 내보내야 하는 살인적인 제작 일정, 일단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작품성, 완성도 다 때려치고 무조건 연장방송부터 들어가라고 외치는 국장, 시놉시스와 기획의도만 제출하면 바로 허겁지겁 내일 촬영있을 대본부터 보내줘야 하는 작가의 초조함에 따라 대충 캐릭터와 스토리만 따라가기 급급한 조잡한 구성의 대본 등등. [환상의 커플]은 코메디 드라마라고 해서 대충 웃기고 막 만들면 되는 거라고 쉽게 생각하지 않는 현명함을 보여준다. 홍자매 작가팀은 지금까지 끌어온 재치있는 대사들과 상황설정이 스토리와 따로 노는 단순 개그씬으로 추락하지 않고 플롯과 연결될 수 있도록 미리 치밀한 준비를 해두었음을 드라마 곳곳에서 보여준다.

 

그냥 웃기라고 쓰는게 아니라니까.


[환상의 커플]의 기본 설정은 진부하고 단순하다. 부잣집 여인이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가난한 청년이 그녀를 데려왔는데 애초의 목적과는 다르게 티격태격하다보니 어느새 정이 들어버린다. 막 사랑이 시작될 찰나 그녀는 기억을 되찾게 되고......단 두줄만으로도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갈지가 뻔해보인다. 하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게 있던가. 아무리 새로운 것이라도 그것을 어떻게 조합하고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느낌은 분명히 달라진다.


홍자매가 내세운 전략은 앞서 말했다시피 패러디이다. 그들은 특별히 독창적인 스토리를 말하기보단 기존의 잘 알려진 스토리와 소재를 자기 마음에 맞는 방식대로 쓰려는데 집중한다. 그들은 어찌보면 대단히 현실적인 대중 작가들이다.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되는 것 마냥 사람들은 자극적이고 친숙한 불륜, 삼각관계, 출생의 비밀에 열광하며 실제로도 그런 식으로 사람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드라마는 시청률도 높다. 고로 특별히 대단한 스토리를 새롭게 창작하여 들려주는 것보단 익숙한 설정이라도 보다 맛있고 새로운 조리법으로 선보여주는게 시청률에 유리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공되는 갖가지 패러디들은 다른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평범한 상황들을 더욱 맛깔스럽게 재구성해줄 수 있었고, 또 독특한 느낌의 코메디로 반대로 스토리에 친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는 분명히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신선한 아이디어와 패러디는 분명히 그 작품을 쓰는 작가만의 독창적이고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


상실이가 매료되는 ‘짜장면’은 어떠한가. 종종 짜장면은 코믹한 상황을 유도하는 음식으로 정통 코메디에서 자주 쓰이곤 했던 장치이기도 했다. 또한 짜장면은 우리에게 가장 대중적인 동시에 서민적인 음식의 상징이다. “스테이크. 맘에 안 들어. 주방장 바꿔”를 외치는 안나의 까다로운 입맛을 고작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짜장면 따위가 만족시켰다는 점에서 터져나오는 독특한 웃음, 그리고 우아하게 음식을 조근조근 씹던 상실이가 바로 다음 회에 걸신들린 듯 짜장면을 후르륵 먹는 점, 게다가 짜장면은 아무리 조심해서 먹어도 결국 입 주변에 덕지덕지 시커먼 짜장들이 묻어날 수밖에 없어 상실이의 코믹한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해줄 수 있는 장치라는 점,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의 GOD의 “어머님께”라는 노래로 15회의 짜장면을 눈앞에 두고 눈물을 흘리는 조안나에 대한 ‘복선’을 깔아두는 치밀함까지. ‘짜장면’은 단순히 특정 음식에 중독된 부잣집 여자가 벌이는 일회성 해프닝으로 추락하지 않고 전체 플롯에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적절히 시청자들의 웃음과 눈물을 유발하는 분명한 목적으로 선택된 설정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드라마 매주 에피소드를 볼 때 [환상의 커플]은  전체 구성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연히 이 드라마는 자신의 기본 임무가 ‘코믹한 상황’으로 시청자들을 웃겨야 한다는 걸 잊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웃음은 철수와 상실이의 관계가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도록 적당히 진지하고 로맨틱한 분위기와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웃기는 장면과 진지한 멜로 장면이 일관성없게 뒤섞이면 감정이입을 끌어낼 수 없다. 고로 코믹한 상황 뒤에는 항상 일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열불터져가며 상실이에게 “으이구. 이런 녀석에게 일을 맡긴 내가 미친 놈이지.”를 외치는 철수에 의해 살짝 허공에 뜬 듯한 과장되고 비현실적으로 보였던 설정은 적당한 수준의 리얼리티를 확보한다. 정말 실제로 곱게만 자라서 뭘 모르고 이런 짓을 저지를 수도 있으니까. 빨래는 이렇게 하는거야, 설거지는 이렇게 하는거야, 라면은 이렇게 끓이는거야. 하나 하나 생활의 지혜를 터득하면서 조금씩 에피소드 전반부에 상실이가 벌이던 사건사고들은 조금씩 줄어든다. 대신 그 황당 코믹 에피소드가 줄어드는 대신 달라져가는 상실이와 철수가 서로에 대한 호감을 키워가고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늘어나면서 드라마는 본격적인 엽기발랄 멜로물로 탈바꿈한다. 여전히 적당히 웃겨주면서 이제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변화에 집중하되 드라마 후반부의 상실이가 기억을 되찾고 난 후의 장면에서 터져나올 임팩트를 위해 준비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포괄하며 드라마 전체 구성과 내용을 통제하는 [환상의 커플] 제작진들의 지휘력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빌리도 초조해요


상실이와 철수의 관계와 함께 드라마 전면에 부각되는 건 빌리라는 캐릭터이다. 생각해보면 오히려 상실이와 철수보다 드라마 안에서 훨씬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시달렸을 캐릭터이다. 싸가지없고 버르장머리없는 안나에 의해 시달리며 살아온 그는 일부러 부인을 피해 결혼기념일날 사하라 사막으로 출장까지 갔을 정도로 부인에 대한 애정을 잃은 인물이다. 안나가 죽은 줄 알고 장례까지 치른 빌리는 우연히 안나가 상실이라는 이름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려 철수와 살고 있다는 걸 알고 찾아가려다가 오히려 지금 새롭게 얻은 자유를 잃을까봐 두려워해 차마 진실을 말하지 못한다. 양심이 찔리니까 그냥 가서 진실을 말하고 데려와? 아님 공실장 말마따나 쌩까?


결국 안나의 동영상속 유언을 보고 안나를 되찾아오기로 한 빌리는 그 와중에도 엄청난 갈등을 겪는다. 안나를 데려오면 그동안 모른 척 했던 건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게다가 빌리는 자신과의 결혼생활에서는 전혀 웃지 않았던 안나가 상실이란 이름으로 철수와 즐거운 한때를 보고 있는 걸 보곤 허탈해져 집에 돌아온다. 이미 사랑이란 감정은 식어버린지 오래다. 하지만 그냥 남편이란 의무 때문에 혹은 재산 때문에 내가 행복해하는 그 사람을 다시 데려올 권리가 있다는 건가. 단순히 과장된 표정으로 안절부절해하며 공실장과 엉뚱한 모의나 해대는 것처럼 보였던 소심한 빌리는 드라마 후반부 안나와 철수의 멜로 장면과 연결되어 진지한 분위기로 그동안의 갈등을 한번에 압축하는 자신의 눈물로 이 모든 걸 보여준다.

 

행복하다는 것


빌리가 선물한 값비싼 결혼선물을 보고 매년 꼬투리 잡기 바쁘던 상실이는 철수가 자신을 위해 화장품 셋트를 구입하면서 덤으로 얻어온 머리핀을 보고 슬며시 미소를 짓는 이 한 장면에 [환상의 커플]의 단순명료한 주제가 담겨있다. 그것은 가족과 행복의 가치는 단순히 돈으로 환산될 수 없다는 것. 자신의 주어진 삶에 만족하고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고 소박한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으며 살아간다면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항상 단점만 발견하기 바빴던 안나가 오히려 많은 돈을 쥐고도 행복하지 못했던 이유 역시 여기서 설명된다.


정말 뻔뻔할 정도로 구닥다리 냄새가 풀풀 풍기는 주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환상의 커플]에서 이 주제는 이상할 정도로 참신하게 느껴진다. 결국 디테일의 승리다. 이것은 전기장판, 짜장면, 고스톱, 막걸리, 꽃순이, 설거지, 개밥주기, 빨래, 파스붙이기, 라면 처음 끓여보기, 감기걸린 애들 간호하기 등등 우리 일상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건들과 사물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상실이란 캐릭터의 변화와 성장을 다루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상실이와 한예슬


[환상의 커플]을 언급하면서 조안나/나상실 역의 한예슬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는 건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환상의 커플]이란 드라마 자체가 한예슬 그 자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드라마는 한예슬의 몸을 던지는 연기와 표정연기, 특유의 고음 발성, 실제 외국에서 살다왔다는 점에서 능숙한 영어대사를 완벽하게 활용했다. 특히 연기력에 대해선 아직까지 논란이 많은 여배우가 이렇게 몸을 사리지 않고 자신의 이미지를 꼭 빼닮은 맞춤형 캐릭터를 연기하다는 건 “연기자”로 인정받고 싶은 야심과 목적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냉정하게 말해 이 드라마로 한예슬 개인의 연기를 평가하는 건 아직 힘들다. 조안나/나상실을 연기할 때의 한예슬은 마치 신들린 듯한 연기를 보여준다. 눈을 날카롭게 치켜뜨고 “마음에 안들어. 바꿔!”, “꼬라지 하고는”을 외치는 한예슬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 다른 여배우를 도저히 대입시킬 수가 없을 지경이다. 아울러 조금씩 표정을 펴고 해맑게 웃는 상실이가 “고마워요. 미안해요.”를 말할 줄 알게 되는 연기를 보여줄 때의 한예슬 역시 시청자들의 공감과 이해를 받기에 충분할 정도로 사랑스럽다. 심지어 걱정되었던 15회에서 모든 진실을 알고 혼란스러워하는 조안나/나상실 역을 연기할때의 한예슬은 어떠한가. 한예슬은 짜장면을 눈앞에 두고 눈물을 흘리는 씬에서 한예슬이란 배우에 대한 기존의 선입견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상당한 감정이입을 끌어낼 수 있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정통 멜로 연기를 할 때 여전히 발성이 살짝 튀고 표정연기는 종종 상투적인 멜로드라마 속 여주인공 연기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배역에 몰입한 채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최대한 조안나/나상실의 혼란스러움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앞으로 한예슬이 어떤 작품에 출연할지, 어떤 이미지를 쌓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우선 [환상의 커플]이란 작품에서 보여준 노력과 열정, 기대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준 점은 충분히 기억해둘만하다. 상실이란 배역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비비안 리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영원한 스칼렛 오하라로 기억되었던 것처럼 한예슬이 우리들의 영원한 나상실 역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배우에게 뿌듯한 일이 아닐까.

 

 

 

그래도 아쉽긴 해.


[환상의 커플]이 장점만 잔뜩 안고 있는 작품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가장 큰 문제는 유경 일명 꽃다발이란 캐릭터가 낭비되었다는 점이다. 유경이란 캐릭터는 이 드라마에서 빌리를 제외하면 거의 유일한 악역이라 할 수 있지만 그 악역으로서의 이미지가 지나칠 정도로 애매하고, 철수와 과거에 연인이었다는 점은 드라마 전개에 실제로 별 영향을 주지도 않았다. 상실이 기억을 되찾도록 악의적인 도움을 주고, 철수에 대한 상실이의 질투를 끌어내는 역할로 만족하기엔 유경의 캐릭터는 필요이상으로 크게 만들어졌다. 아마 유경이란 캐릭터를 만들면서 홍자매 작가는 기존의 청순가련형 캐릭터를 악역으로 뒤집고, 대신 기존에 악역으로 설치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대립 구조의 뒤집기 설정을 활용할 생각이었던 것 같지만, 실제로 유경이란 캐릭터는 비중에 비해, 박한별이란 적당한 정도의 스타파워를 가진 젊은 여배우의 이미지에 비해 영양가없는 캐리터로 전락했고, 박한별이란 여배우의 연기가 상당히 지루하게 느껴졌다는 점도 지적해야 할 듯.


강자라는 캐릭터 역시 아쉬운 점이 많았다. 꼭 필요한 등장인물들이 적재적소에 꽉 짜여 플롯을 구성하고 있던 것에 비해, 강자는 단순히 ‘정신 나간’ 코믹 캐릭터 이상의 뭔가를 보여주지 못했다. 공실장과 빌리에게 상실에 관한 어설픈 뒷정보를 알려주는 역할도 너무 약했다. 코믹한 상황을 유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회성 캐릭터로 추락한 감이 있어서 아쉬운 점이 있다.


필요이상의 자기복제도 약간 식상했다. “난 입맛에 안 맞는 건 못 먹어요.”하면서 짜장면, 막걸리에까지 입맛을 붙이는 건 좋지만 거기에 고스톱까지 붙인 건 꽤나 심심한 설정이었다. 아울러 시청자를 웃겨야 한다는 의무감에 너무 무게를 둔 나머지 공실장과 아줌마의 로맨스와 가을동화 패러디를 넣은 건 억지스러운 설정이 아닌가 싶다.


결과적으로 홍자매 작가팀의 매너리즘이 우려된다. [제리 맥과이어], [올모스트 페이모스]를 연출한 카메론 크로우가 여전히 특유의 재치있는 대사와 코믹하고 독특한 상황 설정, 유쾌한 자아가 가득 투영되었지만 필요이상의 자기복제와 공허하고 산만한 주제들로 가득차있던 [엘리자베스타운]으로 실패한 적도 있듯이, 이런 방식의 패러디와 조금씩 식상해지고 있는 홍자매 작가식 작품구성이 언젠가 바닥을 보일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풍부한 아이디어와 작품의 기본 구성과 캐릭터의 감정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부지런한 작가들이니만큼 이런 매너리즘에 대해 우려하지 않게끔 작가들이 자신들 고유의 스타일을 충실히 지켜가면서 끊임없이 신선하고 유쾌한 코메디 드라마를 집필할 거란 희망 역시 갖게 만든다.


시간이 흘러도........


가볍게 시작한 척 했지만 결과적으로 [환상의 커플]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어떻게 시청자들을 웃겨야 하는지, 어떻게 왕싸가지 캐릭터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유도해낼 수 있는지, 코믹연기를 일삼았던 등장인물들의 멜로씬에 어떻게 시청자들을 울릴 수 있는지를 치밀하게 준비하고 시작부터 끝까지 자신감있는 연출과 기본에 충실하되 풍부한 아이디어를 중무장한 작가들의 비전에 의해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아마 이런 종류의 ‘코메디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많은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라면 이 드라마의 구성과 대사, 아이디어 하나하나를 음미해보면서 연구해봐도 많은 걸 얻어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네 멋대로 해라] DVD 서플리먼트에서 본 게 기억난다. 어떤 팬이 “아직 이 세상 어딘가에 경이와 복수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몇 년 뒤 집에서 밍기적거리며 "이게 무슨 꼬라지야.“를 외치며 설거지를 하는 상실이를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희미한 미소를 짓게 될 것 같다. 짜장면을 후루룩 삼키면서 짜장면에 강한 집착을 보였던 상실이를 마치 옆집사는 성격 괴팍한 처녀 얘기하듯 친구에게 넌지시 꺼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에게 많은 웃음을 주었던 상실이와 장철수, 꽃순이, 강자 등등. 지금은 드라마 종영과 맞물려 익숙해보이고 아쉽기만 해보이는 것들이 시간이 흐르면 잊혀지겠지. 하지만 그 잊혀진 것들이 세월이 지나도 가끔씩 기억의 뇌리에서 가끔 꺼내볼 수 있는 추억의 사진처럼 간직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드라마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Dvdprime 무제보바
-마이클럽 펌-

 

 

 

완소 상실이 (^_^)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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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6.12.04 21:06

    첫댓글 정말 잼있게 봤다... 공감... 그래서 또 본다. ㅡㅜ

  • 06.12.04 21:22

    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진짜 강추지,,ㅋㅋㅋㅋㅋ

  • 작성자 06.12.04 21:41

    하악하악

  • 06.12.05 06:38

    예슬이를 다시보게 만든 작품,, 물론 연기가 일취월장한 건 아니지만,, 무던히도 노력하는 모습이 나의 색안경을 벗김과 동시에 사랑스럽게 보이게까지 만들었어요.,노력하는 자는 아름답다..뭐,, 진심은 통한다..??,, 진심하니까 황진이 생각나네요.ㅋ

  • 06.12.05 09:27

    정말 너무나 재미있게 본 드라마 예요 ^^ 꼬라지하고는~~ 이 대사는 잊지 못할것 같네요. 네멋대로 해라 이후에 가장 재미있게 본 드라마...이 드라마를 보고,한예슬도 좋아졌어요.

  • 06.12.05 17:44

    친구들이 나더러 .." 말하는게 완전 나상실 이군" 하길래...(말투 만) 못알아 듣고 있다가.. 나중에 알고 많이 웃었다. 한예슬.. 정말 완벽에 가깝게 이쁘다.

  • 작성자 06.12.07 11:16

    한번 만나보고 싶은 -ㅂ-)

  • 06.12.07 07:22

    중간에 너무 바빠서 못봤는데 이제 다시 봐야겠어요 으흐흐 볼 생각 하니까 너무 흐뭇해요^^

  • 작성자 06.12.07 11:15

    부럽다 -ㅂ-)

  • 06.12.08 01:50

    아놔 주말에..낙이없어졌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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