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1시가 넘은 시각에 금정역 육교를 넘어가는데 좌판을 펴고 장사를 하는 할머니가 그 늦은 시간에도 채소를 다듬고 있더군요.
지나가다 말고 물끄러미 처다보는데 눈길 한번 안주고 하는 일만 계속합니다. 도라지 껍질을 깍는것 같더군요. 저게 팔릴까 싶은 바구니에는 미처 팔지 못한 고사리며 여러 나물들이 가득한데, 다 팔아봐야 얼마나 될까....
할머니의 시계는 4- 50년 쯤 전에 멈추어 있을 겁니다. 그 시절 거리의 모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죠. 내다 팔꺼리라곤 파 마늘 따위의 나물을 깍고 다듬은게 다였던 시절이죠.
속절없이 오고가는 풍상의 계절만큼 할머니의 젊은 시절 또한 그렇게 지나갔겠죠.
그 시절엔 누구나 다 그런 모습으로 살았습니다.
할머니는 여전히 그 모습으로 살아가는데...거리는 변합니다. 도로가 넓어지고 전철이 생기고 이마트가 들어서고 어플로 시장을 보는 세상이 되었는데 오늘도 할머니는 거리의 모퉁이를 지키고 앉아있죠.
단속을 피해 이리 쫒기고 저리 쫒겨도 할머니는 늘 그 자리에 있습니다.
금정역 육교 위의 할머니가 좌판을 펴는 이유는 21세기가 간절히 원해서가 아닙니다. 그저 저게 할머니가 늘 해왔고 할 수있는 최선이기 때문 일겁니다.
첫댓글 감성 풍부하시네요 외할어니가 생각이 남니다
기분좋은 하루 보내세요
할머니의 바로 옆은 임대료를 내고 장사하는 곳이더군요. 새벽시간에 앉아 있는 할머니와 대비가 되는 야속한 세상이죠. 믄득 그런 생각이 들어 써봤네요.
굿 에세이
물끄러니 바라보는 나를 보며 속으로 "뭘보나... 자네도 나랑 별반 다를 것 없어" 했겠죠.
맛깔나게 글 쓰십니다~~^^
가벼운 단상이죠.
할머니 거기서 장사 15년넘게 하신분인데
여름에 옥수수도 팔아요
시장근처 좌판은 할머니팔이
봉고차가 다니더군요
그래도 필요하다면 사드리는게...
와우 님 혹시 유시밋작가님이세요?
맞죠?
밤에 대리알바 하시는군요.
나도 금정역 자주 다녀서 많이 봤어요~
할머니:저새끼 뭘 꼻아봐 대리기사새끼같은데..돈도 없는 새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