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오랫동안 들어왔지만 올리지는 않았습니다. 그게 귀찮았다는[퍼억~!]
어쨋거나 여기에는 외전도 함께 들어있습니다. 왜냐하면 시험 기간인 고로 그리 된 것이고요.
다음 편은 핏빛 광휘입니다.[ 갈 수록 섬뜩해지는 제목] 윽. 찔리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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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그들의 사이는 더욱 가까워져 있었고
떠날 채비를 하는 레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안이 입을 열었다.
“레인형.”
“무슨 일이니. 시안?”
“환생을 믿어요?”
그 말을 들은 레인은 부지런히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환생이라……. 믿어. 아니 믿을 수밖에 없어.
그렇지 않다면 여기 있는 나를 믿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까.”
“에?”
시안의 물음에 레인은 침대에 아예 앉으며 입을 열었다.
“나는 전생에 토이렌에서 살았었다.
그 당시 내 이름은 강 현진.
그 곳에서도 어새신 길드가 존재했었고 나는 그 곳의 길드원이었지만
그곳을 배신하고 그들을 공격했고 모두 멸살했다..”
“어째서?”
시안의 놀란 말에 레인은 눈을 감으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후에 내 능력을 탐낸 그들이 내 가족을 죽였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나는 그들에게 분노했고 결국 그들을 모두 죽이게 되었다.
그리고 나 역시 죽음을 택했지.
이유는 복수하고 나니 조금 허망하더구나.
아니 살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 정확할 테지.
내 가족은 모두 죽었으니까
그리고 나와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사람들 중에도 산 사람이 없었으니
내가 의탁할 수 없었지.
그리고 내가 걸어왔던 길은 피의 길이었으니
그런 내가 평범한 생활을 영유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잔혹하군요.”
“그래. 잔혹하지만 그게 어둠의 법이야.”
눈을 뜬 레인은 짐을 모두 정리해 아공간에 집어넣은 뒤 시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갈까?”
“네. 레인형.”
그들은 그 마을을 떠났다.
그 여관 주인인 상당한 공명심을 가지고 있었고
레인은 그것을 알았지만 모른 체 했다는 것이 정확했다.
레인은 자신의 실력을 믿고 있었으니까…….
조용히 시안과 같이 걸어 가고 있던 레인이 멈추며
시안을 자신의 등뒤로 보낼 때 호위 기사와 함께
카이세리온이 레인의 앞에 가로 막고 서더니 물었다.
“패륜아를 닮았다는 사람을 데리고 다니는 이가 너냐?”
“후. 초면에 반말이라니....... 그게 아르윈 왕족의 예법인가요?”
“무례한!!”
레인 특유의 존대이나 비꼬는 말에
발끈한 기사가 검을 휘두르지만 그런 그의 공격은 레인의 방어에 막혀 무산되었다.
“!!”
“쿡.”
조용히 웃고 있는 그를 멍하니 바라보는 기사를 뒤로 보내며 카이세리온이 입을 열었다.
“실력이 대단하군. 떠돌이 검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칭찬 감사하군요. 카이세리온 왕제 전하.
하지만 예의 없는 기사를 데리고 다니시군요. 아무리 제가 도발을 했지만요......”
“그건 사과하지. 하지만 패륜아를 닮은 아이를 데리고 다니다니.......
그건 죽음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후후…….”
레인의 나직한 웃음소리에 카이세리온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걸 본 레인이 그의 입가에 띤 희미한 미소마저 지워버리며 입을 열었다.
“잘 알고 있지요. 카이세리온 왕제 전하. 하지만 말입니다.
지워진 자가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지워진 자입니다. 그래서 제 이름이 ‘레이빈’
과거를 버린 자라는 뜻을 지닌 고대어인 것이겠지요.
그리고 시안이 그를 닮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단호하게 말을 끊은 그는 카이세리온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이었다.
“그는 죽었습니다.
당신의 동생인 유이시드의 손에 의해서요.
당신의 한 일로 그는 죽음의 문에 다다른 상태였고
유이시드는 그런 그의 부탁을 들어주고 떠났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과 아르윈의 왕족인 당신들을 저버리고요.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
그렇기에 저도 당신의 원을 들어줄 수는 없는 듯싶군요.
그리고 추가하자면 저는 검사인 동시에 마법사입니다.”
말을 마친 레인은 옆에 서 있던 시안을 감싸 안으며 조용히 읊조렸다.
“공간을 넘어 내가 원하는 곳으로. 워프.”
그들의 몸 주위에 눈부신 백광이 흐르며 그들은 그곳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아르윈 왕국 최남단에 위치에 있는 숲 속 분지에
모습을 다시 드러낸 레인이 품에 안고 있던 시안을 풀어 주었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시안이 조용히 고개를 떨어뜨리자 피식 웃으며
그런 시안을 레인은 머리를 쓸어 내렸리면서 입을 열었다.
“이곳에 온 것을 환영한다. 시안. 이곳은 내가 겨울마다 와서 지내는 곳.
내 안식처이기도 하다. 이제 너의 안식처가 되기를 원한다.”
“고마워요. 형…….”
시안의 말에 희미하게 웃어 보인 레인은 몸을 돌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안쪽에는 보기에도 아늑해 보이는 집이 있었고, 한 명의 소녀가 그 안에서 뛰어나왔다.
“레인 오빠!”
“아, 이사아.”
“오빠…….”
그 소녀가 레인의 품속에 뛰어 들어왔다.
그의 품이 따뜻한 지 눈을 감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던 시안이 입을 열었다.
“누구죠?”
레인은 눈을 돌려 시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내 동생이자 너의 동생이다.
이름은 이사아 세일리아드. 너와 비슷한 고아이지만 노예였었다.
그 당시 주인에게 심하게 맞고 있는 이 아이를 데리고 이곳으로 왔고, 이사아라는 이름을 주면서 내 동생을 받아드렸다. 내가 없는 동안 이 집을 관리하는 당찬 아이지. 인사해라. 이사아. 너의 새로운 오빠다. 나는 겨울에만 이곳에 있으나 시안은 계속 이곳에 머물러 있을 거다.”
“그럼. 나는 외롭게 자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이사아의 물음에 레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본 이사아는 조용히 떨어지며 예법에 맞게 인사하면서 입을 열었다.
“반가워요. 제 이름은 이사아 세일리아드. 이제 저의 새로운 오빠가 되었군요.”
“나도 반가워. 이사아. 내 이름은 스티안 세일리아드. 시안이라고 불러줘.” 시안의 정중한 답례에 그것을 보고 있던 레인은 나직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제 들어가자. 점점 추워지고 있는 듯하니. 이곳은 겨울에 비교적 따뜻하지만 그래도 겨울이니.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겠구나.”
“네. 레인 오빠. 가요. 시안 오빠”
“그래. 이사아.”
그들이 그 집안으로 들어가고 이윽고 문이 닫혔다. 집안은 아주 아늑하게 꾸며져 있었지만 상당히 가구가 간단한 것이 많았다. 그도 그럴 듯이 레인은 그곳에 있을 때 화려한 가구를 상당히 거북하게 생각해 왔기 때문에 이곳으로 와 가구를 직접 만들면서 장식을 되도록이면 하지 않았다. 그래서 심플한 것이 많았다. 그렇기에 이사아도 편하게 지내는 것이겠지만.........
“레인 오빠 그리고 시안 오빠. 저녁 안 먹었지? 조금만 기다려.......”
“그래.”
이사아가 부엌으로 들어가자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시안이 레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레인 형.”
“왜 그러니. 시안?”
“이사아는 요리 잘하나요?”
“그런대로 수준급이라고 할 만하지……. 그런데 시안.”
“네.”
“손목을 내밀어 보겠니?”
“네.”
시안이 손목을 내밀자 레인은 맥을 짚듯이 두개의 손가락을 대었다. 그리고 시안의 몸속으로 펴지는 청명한 기운. 시안이 눈을 크게 뜨면서 레인을 바라보자 레인이 조용히 답했다.
“내 내부의 마나란다. 사람이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마나를 진원진기라 하지. 그러나 그것을 실제론 사용할 수 없어. 왜냐하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마나이기 때문이지. 내가 네 몸에 불어넣은 마나는 내가 나중에 심법을 통해 수련한 마나란다. 그 마나는 후천지기라 불리지.”
잠시 말은 끊은 레인은 손을 떼어 내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마나를 사용할 때는 되도록이면 말하지 말아야 한단다. 나야 양의분심결을 익히고 있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너와 이사아는 아니지. 내가 너의 몸에 마나를 불어 넣은 것은 네가 어떤 것에 자질이 있는지 알기 위해서란다.”
“그럼. 이사아도......”
“그래. 내게 배웠지. 이사아의 경우는 선천적으로 정령 친화력을 타고 났기 때문에 그녀에게는 정령 술을 가르쳐 주었지. 그게 가능한 이유는 나는 마검사이기 이전에 정령사이기도 하단다. 그전에 내게 친화력이 없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있었기에 정령 소환을 통해 정령사가 된 거지.”
“전요?”
“너는 검에는 자질이 없다고 봐야 해. 물론 내게는 네가 검을 배울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있어. 그러나 위험도가 크기 때문에 하지 않는 편이 났지. 하지만 다행인 것은 너는 마법에 자질이 있다는 거야. 그러니 앞으로 내게 마법을 배우도록 하렴.”
“네.”
잠시 시무룩한 표정을 짓던 시안이 레인의 말에 표정이 밝아졌고 그것을 본 레인이 조용히 쿡쿡거리며 웃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저녁 먹으러 식당으로 가자. 시안.”
“네. 레인형.”
그들이 식당으로 들어가 식사를 마치고 거실에 모였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이사아는 조용히 소파에 기대 앉은 레인 옆에 앉아있었고 시안은 그의 앞에 앉아 있었다. 시안이 입을 열어 침묵은 깨졌다.
“언제부터 수련할 건가요?”
“모레부터 수련할 거다. 당분간 너를 가르쳐야 되기 때문에 방랑은 잠정적으로 중단할 것이다. 이사아의 경우에도 그랬으니까.”
“네.”
레인은 대답한 뒤 옆에 앉은 체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이사아를 안고 그녀의 방으로 갔다. 그의 등 뒤에서 시안이 말하자 조용히 웃더니 이사아를 방에 있는 침대에 내려 놓은 뒤 방문을 조심스럽게 닫은 다음 시안에게로 걸어갔다.
“뭐죠?”
시안의 물음에 레인이 말했다.
“따라오렴. 앞으로 네가 쓸 방으로 안내할 테니....”
“네..”
시안과 레인이 시안이 앞으로 쓸 방에 이르자 레인이 열고 들어갔다. 베이지색 톤의 방은 무척이나 아늑하게 꾸며져 있었다. 둘러본 시안이 입을 열었다.
“맘에 들어요. 레인형.”
“그럼 다행이구나. 내일 보자.”
“네.”
시안의 답과 함께 레인은 그의 방문을 닫고 자신의 방으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옅은 녹색으로 꾸며진 방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조용히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다 침대에 걸터 앉았고 침대 옆에 있는 협탁의 서랍을 열고 그 안에 들어 있던 투명한 수정구슬을 꺼내 들고 마력을 부여하며 중얼거렸다.
“공간을 다스리는 자여. 지금 나의 마력을 제물로 나의 청을 들어 내가 원하는 것을 수정 속에 투영하라. 리오시란.”
수정구슬이 희미한 빛을 뿜어내며 그곳에서 스며나온 빛이 벽을 이루었고, 그 안에는 집무실에서 서류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루블로프의 모습이 나타났다..
“쿡.”
그의 차가운 얼굴이 깨어지며 무언가를 그리워 하는 이의 슬픈 애잔함이 실려 있는 안타까운 감정이 어렸다. 그러면서도 건강해 보이는 루브를 보는 것이 기쁜지 나직하게 웃음을 머금었다..
“나는 당신들과 더 이상 어울릴 수 없어. 나는 과거를 버린 자. 지워진 자이니까..... 하지만 기뻐. 당신들이 건강해 보이니까 말야. 그렇지만 각자의 길을 걷던 대로 계속 걷는 편이 낫겠지. 이미 엇갈렸으니까....”
나직하게 중얼거린 그는 디스펠을 외워 마법을 해지했다. 천천히 머리를 가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긴 밤이 되겠군. 확실히 그와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오랜만이니까.”
눈을 감으며 침대에 누운 그는 손가락을 튕겼고 그 소리에 방안을 밝히던 라이트 스톤의 빛이 꺼졌다.
그날 밤은 레인에게 오랜만의 평안함을 선물로 주었다. 그때 이후로 꾸어오던 악몽을 오늘만큼은 꾸지 않았으니까. 꿈의 마지막은 언제나 자신의 품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카류의 모습을 보는 것으로 끝나지만 그날 밤만큼은 그것으로 마무리 되지 않았다.
다음 날 눈을 뜬 레인은 부스스한 차림세로 창문으로 걸어가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었다. 햇빛이 비춰지는 정원을 바라보고 그는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으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카류. 어제 네 꿈을 꾸었어. 하지만 마지막은 지금까지 꾸던 것과는 달라. 날 용서한 거니? 나는 네가 날 용서하지 않기를 원해. 아무리 고통을 덜어준다는 명목하이지만, 내가 사랑하는 형제를 죽인 죄인이자 패륜아이잖아. 그때 네가 죽음을 원한다고 부탁해서 죽였다지만 널 죽인 살인자라는 것은 변함이 없잖아. 그런데도 날 용서하겠다는 거니?”
천천히 눈을 감으며 실내로 고개를 돌리는 레인의 눈가에 이슬이 맺었다.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한 이슬이 뺨을 타고 흘려 내렸다. 손을 들어 눈을 훔치며 씁쓸한 자조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까지도 내게 인간의 감정이 남아 있었나? 과거를 버리고 지워지면서 인간의 감정을 버렸는데도 남아있었다는 이야기였던가? 후후후. 참 세상은 살아갈 수록 알기 힘들어...그렇지 않아. 카류?”
누군가에게 말하는 듯한 태도. 레인은 그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카류에게 질문을 던지며 세면대로 향했다. 대야에 물을 부은 그는 그대로 얼굴을 그 물속에 집어넣었다. 잠시 그러고 있던 레인이 고개를 들자 물기가 그의 은백발에 묻어있었고 그의 얼굴에도 묻어있었다. 거울을 담담하지만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던 그는 입고있는 잠옷을 벗고 새 옷을 꺼내들었다. 검은 진 바지와 검은 와이셔츠를 걸친 그는 천천히 방문을 열고 밖으로 걸어나갔다. 생을 거의 포기한 그이지만 아직까지도 죽지 않는 이유는 그가 레이빈으로써의 동생인 이사아와 오래전 그의 손에 의해 죽은 자신의 형제인 카류리드 때문이었다. 그것 때문에 죽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괴롭지만 살아가고 있는 것이고 그 족쇄는 그가 윤회의 룰을 벗어나지 않는 한 계속 그의 발목을 붙잡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인간의 정을 거의 포기한 체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어머, 레인 오빠. 일찍 일어났네.”
“후훗.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니니, 이사아?”
“아. 그렇게 되나요? 후훗 오랜만이에요. 레인 오빠랑 아침을 시작하게 되는 것은.....”
“그래. 나도 오랜만이다. 오랜만이니까 밖에 나가 정원을 가꾸는 것이 어떻겠니. 이사아?”
“그래요. 오랜만에 그렇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가요. 레인 오빠.”
“그러자꾸나.”
그들이 밖으로 나가 정원으로 가자 무척이나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그 정원은 레인이 마법을 걸어 놓았기 때문에 한겨울에도 따스한 봄날씨를 유지하고 있는 그런 곳이었다.
북쪽 끝에는 자그마한 폭포가 만들어져 있었고 그 끝에는 작은 시냇물이 흘러가면서 못에 잠시 고였다가 밖으로 흘러나가게 되어있었다. 또 못 옆에는 정자가 놓여있고 그보다 가까운 곳에는 작지만 세명이 앉을 수 있는 긴 의자가 놓여있었다. 못 주위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있었다. 물망초. 안개꽃. 제라늄과 벚꽃까지..... 그들은 그런 그곳을 바라보다가 한쪽으로 걸어가자 작은 텃밭이 있었다. 감자, 당근, 방울 토마토등. 조금 먼 곳에는 과일 나무가 있었다. 북숭아와 사과등이 심어진..... 그들이 그곳에서 멈춰섰고 이사아는 텃밭으로 가 잡초를 뽑고 잘 익은 방울 토마토등을 거두었다. 레인은 과일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서 익은 복숭아와 사과를 따서 미리 마련한 바구니에 담았다. 레인이 밖으로 나가자 치맛속에 감자와 당근, 방울 토마토등을 담고 있던 이사아가 그 바구니 안에 감자와 당근 등을 담고 같이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온 레인은 거실에 있는 안락의자에 앉아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고 이사아는 부엌으로 들어 갔다. 달그락거리며 요리하고 있는 소리를 듣고 있던 레인은 나직히 중얼거렸다.
“신께서는 내게 아직은 평화를 허락하시는 것 같군. 그 동안 피의 길을 걸었음에도......후후.. 냉혹의 바람이라..... 누가 지었는지 참 잘 지은 별명이로군. 아니 차라리 피의 기사가 낳을지도....”
그는 눈치채고 있었다. 이번엔 마법을 사용해서 돌아왔기 때문에 언젠가 이곳 위치가 들어날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가 설치한 환상미로진(幻想迷路陣)에 의해 들어날 시간이 지연되는 것 뿐이기에 아직은 안심할 수 있었다.
“오빠. 식사 준비 다 되었어!”
“알았어. 금방 가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걸어갔다. 그러며 다시 중얼거렸다.
“뭐. 어찌 되었든 상관없어. 다만 이 평화를 깨는 자는 그가 설령 신이라 해도 용서하지 않아. 내 영혼에 걸고 맹세하건데!”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던 그는 발을 재촉하여 부엌으로 들어갔고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시안을 데리고 서재로 갔다. 서재로 간 그들은 마주 앉았고 이사아가 차를 가져다 놓고 나간 뒤에야 레인은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마도전승을 하마.”
“예.”
“나는 정확히 말하면 혼돈마법사라 말할 수 있을 거다. 흑마법과 백마법을 둘다 익히고 있으니까. 다만 네크로멘싱을 익히지 않고 있을 뿐이지.”
“왜죠?”
“네크로멘싱은 마족과 계약해야지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혼돈마법사이지만 마족과 계약해서 내 영혼을 더럽히고 싶은 마음따윈 없다. 그렇기에 익히지 않은 거지.”
“형......”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있던 레인은 이윽고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제 시작하자. 원래대로 하면 두명의 마법사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이 마나석이 그것을 대행해줄 테니 상관없다. 하지만 명심하렴. 내가 너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마법은 백마법뿐이야. 흑마법을 쓰게 되면 바깥에서는 이단아 취급 당하니까.”
“네.”
“후후....” 삼각형의 하나를 제외한 각 꼭지점에 마나석을 놓은 레인은 한가운데에 시안을 세워두었다. 수인을 맺은 레인은 나직하게 주문을 외웠다.
“세상의 지혜를 가지고 있는 에누엔이여. 만물의 길을 수호하며 이끄는 이스카라여. 나 지금......(중략)......내 앞에 있는 자를 일깨워 그대를 섬기는 자가 되게하라!”
시안의 주변에 마법진이 생기며 그 써클 중에 순백광이 뿜어졌다. 시안은 그렇게해서 마법사가 되었다. 레인은 그가 아는 모든 것을 시안에게 가르처 주었고 그렇게 행복하게 지내던 중 레인이 알고 있었고 또한 믿었던 사람의 배신으로 인해 환상미로진이 파괴되었고 레인은 그를 처벌했다. 죽음으로 그렇게해서 레인은 끝까지 지켰으니 워낙 많은 군사들의 인해전술로 인해 붙잡혀 레인과 이사아 그리고 시안은 수도로 끌려갔다.
아르윈 왕성 내 빛의 궁......
“그대가 패륜아를 닮은 아이를 보호하고 있다는 자로군. 카이세리온 대공에게 들었는 데 그것이 사실이었군.”
트로이 후작의 오만한 태도에 레인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면서 입을 열었다.
“후. 여전하군요. 트로이 후작. 하긴 당신이 생각하기에는 카류가 위험 인물이었으니 그와 닮은 사람도 위험 인물이겠지.”
“귀족을 앞에 두고도 당당하다니... 처형장에도 당당한지 지켜보지.”
트로이 후작이 지하 감옥을 빠져나가자 레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화를 간신히 참던 레인은 이사아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구나. 이사아. 너와 나의 연은 여기까진 것 같구나.”
“오,오빠!”
이사아의 경악어린 외침에도 레인은 잔잔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나는 너를 여전히 내 동생으로 여긴단다. 이제 너의 길을 걷거라. 성인은 스스로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해. 지금까지는 내가 책임을 져주었을지 몰라도 이제부터는 네가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해. 너도 이젠 18살. 성인이잖니. 네 앞길에 창조주의 가호가 있기를 기원하마. 이사아.”
“오빠.”
슬프고 안타까운 눈으로 레인을 바라보던 이사아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레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띠어지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같은 감옥에 갇혀있던 시안도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레인은 천천히 손을 들어올려 목에 걸려있던 펜던트를 풀려 이사아의 목에 걸어주며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눈을 감으며 나직히 외쳤다.
“내 앞에 있는 자를 그대의 곁으로 인도하라. 텔레포테이션.”
이사아의 몸 주변에 백색의 마법진이 그려지며 짧게 빛을 내뿜었고 레인의 의지로 그가 원하는 곳에 이사아를 보내었다. 눈을 뜨고 그것을 바라본 레인의 입에서 나직한 시동어가 새어나왔다.
“리무브 폴리모프 디 아더.”
그러자 머리와 눈의 색을 바꾸고 있던 마법이 풀리며 다시 그의 머리와 눈의 색이 검푸른색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싸늘한 얼음이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그는 시안을 안고 이동 마법을 전개. 다시 그들. 버리기 이전의 형제들 앞에 섰다. 그를 보고 경악하는 그의 형제였던 이들을 바라보며 레인은 입가에 조소를 띠었다.
“오랜만이군요. 그동안 건강했는 지 모르겠지만 신수가 좋아졌군요.”
“유이!”
세라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그의 버린 애칭을 부르며 그에게 다가와 안았다. 뒤늦게 쫓아온 이들도 기쁨의 눈물을 흐르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유이의 눈에 서린 살기는 여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걱정이 된 루브가 그에게 다가가자 유이의 손이 품에서 빠르게 꺼내며 루브의 가슴을 노렸고 그의 손에는 어느 틈엔가 예리한 단검이 들려있었다. 그렇게 루브가 죽으려는 찰나에 시안이 끼어들었다.
“아아악!”
“시안!”
유이가 외치며 시안을 감싸안자 심장에 가까운 동맥이 크게 다친 시안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유이. 이.....제 그만.....둬. 어차.....피 ‘왕자’는 죽......었어. 이제....와서 그 일을 되돌릴 수....도 없어. 하지만 내가 시안....으로 환생....했을 때 깨달...았어. 나는 시안...이기도 하..지만 카류.....리드라는 것을......”
“후후. 역시 너였구나. 카류. 기뻐. 마지막 순간에 함께할 수 있어서.”
시안. 아니 환생한 카류는 4년 전처럼 유이의 품에서 죽었다. 유이는 카류의 몸이 싸늘히 식어질 때까지 그런 그의 몸을 안고 있었다.
“환생....이 실제로.... 존...재했었구나. 미안해. 유이 그리고 카류.....”
카이의 떨리는 목소리를 유이가 듣고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후후후후, 하하하핫.”
“유이?‘
계속해서 떨고 있는 카이를 똑바로 바라본 유이는 입가에 시니컬한 미소를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그것을 이제야 알았나 보지, 카이세리온? 그렇다고 해서 일어난 일은 결코 되돌릴 수 없어. 그래서 더욱 안타까울 뿐.”
웃음을 멈춘 유이의 입에서 나온 것을 차갑디 차가운 독설이었다. 그가 4년전 왕성을 떠날 때 그들에게 한 것과 같은...... 그는 품에 안고 있었던 카류의 시신을 눕힌 뒤 로브를 벗어 덮어 주며 일어났다.
“후후후.... 카류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는 다른 이들을 원망하지 않았지. 분명 원망할 수 있었을 텐데도. 나라면 하지 못할 일을 그는 했지.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환생한 자야. 이곳에 환생했음을 알았을 땐 기뻤어. 옛날의 나를 잊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었으니까. 전생의 나는 손에 피를 묻히며 사는 자. 어쌔신이었거든. 그래서 조금 삭막하고 좋은 추억이 없었지. 그래서 피로 물들어 버린 전생의 기억 따윈 잊고 싶었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어! 당신들이 카류를 믿었더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다시 손에 피를 묻힐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러나 당신들은 카류를 믿지 않았고 그렇게 행동했어. 나는 카류의 부탁과 고통을 덜어준다는 명목하에 카류를 죽이고 그의 피를 손에 묻혀야 했어! 그때서야 깨달았지. 나는 더 이상 안식을 취할 수 없음을.....”
“유이....”
씁쓸한 미소를 짓던 유이는 다시 입을 열었다. 주먹을 쥐고 있는 손에서 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
“이젠 지쳤어. 더 이상 손에 피를 묻히며 살 자신이 없어. 그리고 이 기억을 가진 체 윤회하고 싶지 않아. 그렇지만 나는 당신들을 용서하지 못해. 나 자신도 용서하지 못하지만 말이야.”
“미안해.. 유이...”
“내가 말했을 텐데 나는 당신들을 용서하지 못한다고. 그리고 형제로 인정하지 않았어.”
“유이...”
슬픈 눈으로 바라보던 세라는 그의 애칭을 부르며 다가갔지만 유이는 뒤로 물러나서며 입을 열었다.
“이제 마지막이야. 더 이상 살아있을 이유는 내게 존재하지 않으니까. 리스카일.”
공간 차단 절계가 왕성 내 전체 문에 쳐젔다. 그것을 느끼며 유이는 천천히 눈을 감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 그의 입에서 새어나오는 것은 나직한 주문의 영창이었다.
“붉은 홍염의 신 아바돈이여 불을 관장하는 왕인 이프리트여 이제 나의 마력을 제물로 나와 함께 그릇된 존재를 벌하는 징벌의 길을 걷자. 나에게 힘을 빌려주어 모든 그릇됨을 벌하는 징벌의 법칙을 이행하라. 메테오 스웜.”
그가 전개한 것은 운석 소환 마법이지만 변형된 것이다. 매개물이 있어야지만 완전히 구현할 수 있는 것으로 그 매개물은 유이의 피이다.
“유이 너 대체 무슨....”
“무슨은 뭐. 말그대로 운석 소환 마법이지. 워낙 광범위한 것이고 뭐 조금 변형된 것이긴 하지만 말야.”
입가에 냉기어린 미소를 짓던 유이는 싸늘한 눈으로 앞에 있는 자신이 한때마나 소중히 생각했던 형제들을 바라보았다. 말문이 막혔는 지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그들을 보던 유이는 단검을 꺼내 손목을 향해 그어내렸다. 손목에서 피에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을 바라보던 유이는 나직히 읊조렸다.
“우주의 파괴자이자 심판자여. 여기에 임하여 징벌의 규칙을 이행하라.”
말을 마쳤을 때 그의 손목에서는 붉은 선혈이 빠른 속도로 다량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점점 정신이 희미해짐을 느낀 유이는 비틀거리며 카류의 곁으로 걸어와 그의 옆에 누웠다. 그가 걸어온 곳에는 피로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흐린 눈으로 그가 발코니 창을 바라보니 하늘에는 많은 숫자의 붉게 타오르는 운석들이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고 그것을 본 유이의 입가에는 짙은 미소가 떠올랐다.
“이게....내....분노야..... 당...신들로 인해....이 같은 일이.....일어났으니까..... 영...원...히 기억해둬....신의를 어긴.....것에 대한.....대가...는 이렇듯 참.....혹....하다는 것...을......”
대륙력 1435년 봄. 아르윈 왕국 수도와 주요 도시 운석들에 의해 파괴. 같은 시기에 내전 발발
대륙력 1440년 여름. 체르딘 혼 레이샤크 승리. 레이샤크 왕조 시작.
대륙력 1540년 가을. 카르틴 국의 침입으로 아르윈 왕국 멸망과 동시에 레이샤크 왕조 몰락.
과거를 버린 자 외전 - 4년 전 그 날…….
아르윈 왕실 직속 지하 감옥 내 고문실.......
“아악!”
쇠사슬에 결박된 체로 벽에 매달린 카류는 자신을 뒤덮은 고통에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렸다. 그런 그의 육신은 지금까지 받아왔던 고문으로 인해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져 있었다. 바닥에는 피와 고름이 뒤섞여 기묘한 색깔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떨구며 기절하자 그를 고문하던 고문관이 밖으로 나갔다.
고문관이 밖으로 나가는 순간, 어둠이 덮힌 구석에서 한 청년이 걸어 나왔다. 긴 흑청발이 목덜미에서 묶여 허리쯤에서 찰랑거리는 그는 밤의 정령처럼 차분했고 고귀해보였다. 그렇지만 그의 표정은 살아있는 자의 표정이 아닌 인형의 표정. 얼음처럼 차가운 표정이었다.
그는 조용한 태도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손을 모으고 수인을 맺었다. 한참동안 복잡한 수인을 맺은 그는 자신의 오른 손을 펴서 들어 올리며 읊조렸다.
“소리없는 침묵과 고요의 공간이여. 지금 나의 마력을 제물로 이곳에 임하라. 사일런스(silence). 공간을 다스리는 자여 지금 나의 마력을 제물로 이곳에 잠시 거하여 모든 것을 차단하라. 리스카일.”
그는 더블 스펠을 사용했음에도 정신력의 소모가 그리 크지 않는 지 태도는 매우 평온했다. 그가 감았던 눈을 뜨고 다시 주변을 살핀 뒤 쇠사슬에 묶인 채로 벽에 매달려 있은 카류에게로 걸어가더니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빼어들어 그 쇠사슬을 잘라내었고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그를 받아 벽에 기대게 했다. 조용히 흔들며 그를 깨운 유이는 그가 깨어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으윽... 유이?”
“그래. 나야. 카류…….”
그는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렇지만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흐르고 있었다. 카류는 그런 그를 조용하지만 슬픈 그리움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유이…….”
“미안해. 미안해. 카류……. 나 너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보았어. 하지만...하지만…….”
유이가 말을 끝내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자 카류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유이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 유이. 하지만 나는……. 콜록콜록.”
카류가 말을 마치지 못하고 기침을 하자 입가에 검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 그의 몸은 그 동안 받은 고문으로 인해 그의 몸 속 내상이 엄중해 사형날 당일까지 살아 있으리라고 단언하지 할 뿐만 아니라 사형당하지 않아도 죽을 정도였다.
“괜찮아?”
유이의 물음에 카류는 작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뒤 입을 열었다.
“그런데 어떻게 온 거지?”
“난 검사이지만 마법사야. 아직 워프 마법을 쓰지 못하지만 말이야. 하지만 내가 익힌 무술 중에 전이라는 기술이 있어. 그것을 사용했을 뿐이야.”
유이의 말이 그는 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구나. 그런데 부탁이 있어. 유이.”
“?”
“날 죽여 줘…….”
유이의 눈이 크게 떠지자 카류는 눈을 감으며 입을 열었다.
“내 몸은 내가 사형당하지 않는다고 해도 죽을 정도야. 그리고 이제 쉬고 싶어. 또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기도 해. 그러니까. 네가 날 죽여 줘.”
“.....”
유이는 말없이 듣기만 했다. 카류는 쓸쓸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미안해. 유이. 하지만 약속할게. 너의 곁으로 돌아오겠다고 분명히 약속해. 그러니 내 부탁을 들어줘. 응?”
“넌 참 잔인하구나. 한 사람에게 있어 괴로운 것이 바로 소중한 이가 그에게 죽음을 원하고 부탁하는 거야. 그것은 한 사람을 무너지게 할 수도 있어. 후후후…….하지만 들어줄게. 그러나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그러니 나와 만나게 될 때 다시는 이런 부탁을 하지마…….”
유이는 애써 참았지만 확연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답했다. 그런 그의 눈은 슬픔과 절망으로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 말을 듣고 있는 카류는 미안한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그 미소가 더 처연해 보였다. 유이는 떨리는 손으로 품속에서 검은 날을 지닌 단도를 꺼냈고 그 단도를 그대로 카류의 심장에 박아 넣었다.
“아윽…….”
카류는 비명을 참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직하게 흘러나오며 그의 머리를 유이의 어깨에 기대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유이에게 말했다. 그 목소리는 밀려오는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유이를 염려하고 있는 그의 따스한 정이 배어있는 목소리였다.
“고마워…….유...이 할 수 있다면 반드시 돌아올게.... 그....리...고 사랑해…….”
그 말을 듣는 유이의 눈에는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카류는 고개를 들어올려 유이에게 희미하지만 슬픈 미소를 지어보였다. 잠시 뒤 카류의 눈이 감기며 미약하게 이어지던 숨마저 멈췄다.
“흑. 흐흑…….카류. 카류~!!”
유이는 오열했다. 그리고 신과 자신의 형제들을 원망했다. 신은 그에게 망각을 허락하지 않은 것에서. 그리고 자신의 형제는 그를 믿어주지 않은 것 때문에……. 잠시 뒤 유이의 울음은 멈추었고 몸을 일으켰다. 그의 얼굴은 카류를 향할 때와 달리 차가운 무표정으로 변해 있었지만 그는 소리 없이 계속해서 울고 있었다. 그는 나직하게 주문 해지의 시동어를 외운 뒤 조용히 중얼거렸다.
“-전이(轉移)-”
그가 익힌 무술 중 경신법에 해당되는 전이가 발동되어 그는 그곳에서 사라졌고 다시 나타난 곳은 그의 거처가 된 땅의 궁내에 있는 작은 정원이었다. 아늑하게 꾸며진 그곳에 나타난 그는 그대로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그런 그의 모습은 애처로왔다. 어깨를 들썩거리며 시작되는 그의 통곡은 차라리 울부짖는 절규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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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귀찮아서 정리 다하지 못했습니다. 그럼 핏빛 광휘에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언제가 될지 장담하지 못하지만요. 그리고 핏빛 광휘에서 과거를 버린 자의 케릭터 설정을 같이 하겠습니다. 죄송^^
첫댓글 ...이런식?...어쨌거나 잘봤...
에헤.....[멍]...결국 멸망인가...[중얼]
으음.. 보면서 늘 생각하는 거지만... 읽기가 힘들다는...ㅡㅡ;;
꺄아! 읽기가 힘들어!(<-)
................읽으신 분들이 있나요?
후~~ 결국은 보다가 복사해서 읽었어요. 글이 너무 붙어있어서요..ㅠㅠ 눈 아프당..ㅠㅠ 카류도 죽고... 오해도 못풀고. 또 주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