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탄도·순항·요격 미사일들 탑재
유사시 北미사일 기지 등 초토화
수직 발사기 갖춘 합동화력함 도입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5를 비롯, 최대 100발 안팎의 각종 탄도·순항·요격 미사일들을 탑재해 유사시 북한 미사일 기지 등을 초토화할 수 있는 합동화력함 도입이 추진된다. 이 같은 함정의 도입 추진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실제 도입되면 북 핵도발시 ‘미사일의 비’를 퍼붓는 대량응징보복(KMPR) 등 해상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 축(軸)이 될 전망이다.
◇ 대량응징보복 강조되면서 합동화력함 미사일 탑재량 , 크기 늘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7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3)에서 합동화력함 모형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합동화력함은 대형 이지스구축함 크기인 배수량 8000t급으로 길이 150m, 폭 20여m에 달한다. 특히 예상보다 많은 약 100기의 미사일 수직발사기(VLS)들이 장착돼 관심을 끌었다.
당초 지난 정부에서 검토됐던 합동화력함은 5000t급에 80기의 미사일 수직발사기를 탑재하는 형태였는데 경항모 도입이 최우선적으로 추진되면서 우선 순위가 뒤로 밀렸었다. 한 소식통은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형 3축 체계 중 대량응징보복이 강조되면서 합동화력함의 우선순위가 높아지고 화력도 당초 계획보다 강화돼 탑재 미사일 숫자가 늘어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23년6월 'MADEX(국제해양방위산업전) 2023' 에서 공개된 한화오션의 합동화력함 모형. 8000t급으로 '괴물 미사일' 현무-5를 비롯, 탄도,순항,요격미사일 등 각종 미사일을 최대 100발이나 탑재할 수 있다. /한국국방안보포럼
이번에 공개된 합동화력함은 함포는 없이 함체 앞부분에 KVLS-1 수직발사기 48기, 함체 중앙에 이보다 큰 KVLS-2 수직발사기 32기, 그 뒤에 대형 탄도미사일 등을 탑재하는 수직발사기 15기, 그리고 함체 뒷부분 갑판에 기립형 대형 수직발사기 4기 등이 설치돼 있다. 크고 작은 수직발사기 99기가 설치된 것이다.
◇ 김정은 벙커 단 1발로 무력화 ‘현무-5′ 4발 탑재할 듯
그리고 함정 가장 뒤쪽에는 누리호 기술을 사용해서 제작할 25m 길이의 500㎏ 급 소형위성발사체도 서 있었다. 합동화력함이 미사일뿐 아니라 미국의 ‘시 론치’처럼 저궤도 소형위성 우주발사체도 발사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KVLS-1 수직발사기에는 국산 해궁 함대공 요격미사일을 비롯, 함대공-2 미사일, 해성-2(현무3) 함대지 순항미사일(최대 사거리 1000㎞), 홍상어 대잠 미사일 등이 탑재될 수 있다. KVLS-2 수직발사기에는 현무2를 함대지 탄도미사일로 개조한 함대지 탄도미사일 등이 탑재되고 15기의 대형 발사기에는 현무-4급 고위력 탄도미사일 등이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소 4종 이상의 각종 미사일이 탑재되는 것이다.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함정 뒷편에 있는 길이 20m 가량에 달하는 4기의 기립형 발사대다. 금수산태양궁전이나 지하 100 깊이에 있는 이른바 ‘김정은 벙커’을 한발에 무력화할 수 있는 ‘괴물 미사일’ 현무-5를 탑재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무-5 4발이면 주석궁 일대 등 북 권력 중심부를 초토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현무-5 1단 로켓 엔진 위력이 워낙 커 발사시 충격을 안정적으로 흡수하기 위해선 함정이 1만t급으로 커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 미국에서 추진하다 포기했던 합동화력함
합동화력함은 원래 미국에서 검토됐지만 포기했던 함정이다. 우리 합동화력함이 세계 최초 사례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990년대 미 해군은 토마호크 함대지 크루즈(순항) 미사일이 걸프전에서 크게 활약하자 크루즈 미사일 수백발을 대량으로 탑재한 ‘아스널 쉽’(Arsenal ship) 의 건조를 추진했다.
가성비를 살리기 위해 강력한 스텔스 성능을 갖추되 함정 방어 미사일과 함포는 탑재하지 않고 미사일만 탑재한 ‘병기고함’이었는데 논란이 많아 취소됐다. 대신 스텔스 성능과 전투함 방어 및 지상타격 능력을 갖춘 줌왈트급을 건조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전투함이 됐다.
2023년6월 'MADEX(국제해양방위산업전) 2023' 에서 공개된 한화오션의 1만6000t급 무인전력지휘통제함 '고스트 커맨더'. 영화 '어벤저스'의 공중 항모를 연상케 하는 모습으로 무인수상정, 무인잠수정, 무인항공기 등 다양한 무인 무기를 탑재하는 일종의 '무인 항모'다. /한국국방안보포럼
우리 군의 합동화력함은 아직 초기단계인 개념설계 단계로, 선행연구와 소요검증, 기본설계 단계 등을 거쳐 2020년대 말쯤 건조에 착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은 지난 4월 한화오션을 개념설계 업체로 선정했다. 개념설계 단계인 만큼 앞으로 형태가 바뀔 수 있는데 군 당국과 업체는 몇가지 형태를 검토중이다. 검토안 중 가장 많은 미사일을 탑재하는 형태가 이번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공개됐다고 한다.
◇ 잠수함정, 미사일 공격에 취약해 생존성 우려도
북한에 대한 타격력이 큰 만큼 합동화력함은 북한에겐 최우선 공격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잠수함정이나 대함미사일, 자폭드론 등의 공격에 취약해 생존성에 문제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래 적은 비용으로 다수의 타격 미사일을 탑재한 ‘가성비 갑’ 함정을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벗어나 1척당 가격이 탑재 미사일 가격까지 포함하면 1조원을 훌쩍 넘겨 가성비가 떨어질 것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총 3척이 도입될 예정이어서 합동화력함 사업은 3조원이 넘는 대형 프로젝트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은 “합동화력함의 탄도미사일은 몇분 안에 즉각 북한의 핵심 목표 수십 곳을 타격할 수 있는 핵심 자산”이라며 “요격어뢰, 원거리 탐지 무인체계 등 생존성 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한화오션은 무인항공기(UAV), 무인수상정(USV), 무인잠수정(UUV) 등을 활용해 해상, 수중, 공중에서 무인정찰 및 공격임무 등을 수행할 수 있는 무인전력지휘통제함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특히 길이 200m에 달하는 1만6000t급 무인전력지휘통제함 ‘고스트 커맨더’는 영화 ‘어벤저스’에 나오는 공중 항모와 비슷한 형태로 주목 받았다. 여기엔 국산 스텔스 무인전투기 ‘가오리’와 이를 호위하는 무인편대기를 비롯, 정찰용 및 공격용 무인수상정과 무인잠수정, 정찰 및 자폭용 무인기 등이 탑재된다.
◇ KF-21 함재기 탑재 8만t급 한국형 항모 모형 등도 첫공개
HD현대중공업도 이번 전시회에서 KF-21을 함재기로 개조한 KF-21N을 탑재하는 8만t급 한국형 항공모함을 비롯,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무인전력지휘통제함, 원해경비함(OPV) 등을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대외협력담당 이사는 “원해경비함은 해외에서 수요가 많은 모델인데 HD현대중공업은 MRO(유지보수)와 함께 패키지 수출을 통해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며 “필리핀에서 수주 성과를 올렸고, 현재도 다양한 국가와 협상을 진행 중으로 수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방산 함정분야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여온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현재 차기호위함 3차사업 5·6번함 수주 경쟁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