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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사람들은 그를 '벽디치'라 부른다.
처음 애칭을 듣고는 참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통곡의 벽과 비디치의 이름을 절묘하게 결합했다. 곰곰이 생각하니 비디치의 특징을 이보다 더 간결하게 압축할 애칭도 없겠다 싶었다. 비디치의 위력적인 대인방어와 공간 장악 능력은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유럽 전역에서 인정하는 클래스로 통하고 있다.
우선 피지컬 파워가 엄청나다. 상대 공격수와의 몸싸움에서 좀처럼 밀리는 법이 없다. 그렇다고 인상과 힘으로만 싸우는 유형의 수비수는 아니다. 공격수와 공을 끝까지 쫓는 투쟁심에 높이와 스피드를 겸비한 다기능의 디펜더다. 세트피스 시 탁월한 헤딩 능력이 말해주듯 공간을 찾아 들어가고 공의 궤적을 좇는 판단력과 시야가 남다르다. 파워풀 스트라이커 혹은 스피디한 공격수 등 어떠한 유형의 포워드를 상대해서도 쉽게 뚫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패스의 줄기를 끊어내는 능력도 빼어난 비디치의 복합 경쟁력은 그의 이력과 무관치 않다. 비디치는 레드 스타 시절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고 상황에 따라 수비라인 전역에 배치 가능한 멀티플 수비수로 뛰었다. 20대 초반에 주장을 맡아 팀을 이끌 만큼 리더십도 인정받았다. 수비라인의 중심인 센터백에게 또 필요하고 중요한 게 리더십이다.
리오 퍼디난드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우수 선수로 비디치를 꼽는데 주저 하지 않았다. 2006년 1월, 비디치가 맨유에 합류한 이래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수비는 물론 시즌 개인 최다 골을 넣는 등 공격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비디치에 대한 찬사다. 밀라노 등 빅 클럽들이 비디치를 향해 구애 공세를 펼치는 것이 괜하지 않은 흐름이다. |
'강하다. 교묘하다. 거침없다.'
강력한 파워와 지능적인 플레이, 몸을 아까지 않는 과감성은 키엘리니 수비의 강점을 적절히 묘사한 세 단어다. 측면 수비수 출신답게 전술적 효용 가치가 높은 키엘리니의 명민한 움직임은 세계 최고 공격수들을 상대할 때마다 빛나는 키플레이어 저지 능력을 통해 더욱 더 빛이 난다.
지금 이 순간 유럽 축구 최고의 중앙 수비수를 꼽으라는 질문에는 여러 가지 답이 나오겠지만, 선정의 초점을 대인 방어(Man Marking)로 압축한다면 아마 대다수 유럽 축구 전문가들의 입에서 키엘리니의 이름이 가장 먼저 튀어나올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숙성되는 키엘리니의 뛰어난 방어 능력은 올 시즌 들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올 시즌 중앙 수비수의 대명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가 (리버풀 전을 제외한다는 전제 하에!) 네마냐 비디치였다면,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는 키엘리니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하지만, 키엘리니에게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그 중 상대팀 최고 공격수들을 상대로 펼치는 몸싸움이나 과감한 공격 차단 능력은 단연 발군인데 덕분에 종종 심하게 기복을 타는 유벤투스 수비의 약점도 키엘리니로 인해 절묘하게 가려진다.
어린 시절, 고향 리보르노 지역 축구팀에서 공을 차기 시작한 키엘리니는 피오렌티나를 거쳐 유벤투스로 오는 과정에서 측면 수비수로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세리에A로 복귀한 2007/2008 시즌 유벤투스의 중앙 수비는 부상과 부진으로 난조였고, 키엘리니를 중앙에 세우기로 한 라니에리 감독의 결단은 유벤투스와 이탈리아 대표팀 모두에게 축복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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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브루스-개리 팔리스터 콤비 이후 최강의 라인이다.
완결 점까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를 기준하자면 비디치의 베스트 모멘트는 이번 시즌 전반이다. 퍼디난드와의 호흡이 절정이다. 맨유의 각종 무실점 기록과 이를 토대한 다관왕을 향한 고공행진에 비디치-퍼디난드 조합의 공헌을 빼놓을 수 없다. 근래 이 두 선수가 부상과 징계 등으로 번갈아 결장하자 맨유가 흔들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멀게 짚으면 퍼거슨 감독의 3기 수비 라인 개혁 작업의 1차적 완성이다. 1990년대 브루스와 팔리스터의 센터백 조합으로 프리미어리그의 영광 시대를 맞았던 퍼거슨은 99년 로니 욘센과 야프 스탐의 중앙 수비라인으로 트레블을 달성했다. 그 이후 로랑 블랑, 미카엘 실베스트르를 영입했고 개리 네빌과 존 오셔, 웨스 브라운을 중앙에 배치하는 등 새로운 조합 찾기에 나섰지만 확실한 카드를 손에 쥐지 못했다.
그러다 2002-03시즌 퍼디난드의 영입과 05-06시즌 중반 비디치의 합류로 센터백 라인의 안정감을 확보했고 전력을 다져 지난해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더블의 성과를 거둔 맨유다. 이번 시즌 각종 무실점 기록을 경신하는 등 퍼거슨 감독의 3기 수비 라인 개혁 프로젝트가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그곳에 비디치가 서 있다.
비디치 개인의 활약에 초점을 맞춘다면 2006월드컵 예선 과정에서 가브란치치-크르스타이치-드라구티노비치와 함께 '페이머스 포'의 철벽 수비를 구축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현재는 분리)의 유럽 최소 실점 본선행(비디치는 징계와 부상이 겹쳐 본선에 나서지 못했고 비디치가 빠진 팀은 3경기에서 10골을 내주며 무기력하게 탈락했다)을 이끈 기억과 2006년 12월6일 챔피언스리그 벤피카전에서 공수에 걸친 눈부신 활약으로 맨유를 16강으로 견인한 추억이 강렬하다. |
2005/2006 시즌의 인터밀란 전과 지난해 12월 AC밀란 전,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레알 마드리드 전. 상대팀 키플레이어들을 완벽하게 봉쇄한 키엘리니의 활약을 만끽할 수 있는 시합 목록의 일부다. 하지만, 이 목록의 가장 윗 자리에는 그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여준 유로2008이 들어가야 한다. 물론, 페르난도 토레스와 다비드 비야를 동시에 묶어버린 '우승팀' 스페인과의 8강전(0-0)은 그 정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대회가 개막되기 전까지 출전 가능성이 높지 않던 키엘리니는 대회 개막 전 연습 과정에서 주장이자 팀 수비의 핵인 파비오 칸나바로가 키엘리니(!)와 부딪혀 다치는 바람에 대회 출전이 무산되고 대회 개막 이후에는 바르잘리와 마테라치의 부진이 겹치자 순식간에 주전 도약 기회를 잡게 된다.
칸나바로 부상의 원인제공자이기도 한 키엘리니는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대회 최고 활약을 펼친 수비수라해도 좋을만큼 완벽한 맨마킹 능력을 펼치며 공격력 난조에 빠진 이탈리아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한국 나이로 따져도 스물 여섯에 불과한 젊음과 186cm에 달하는 거대한 체구에 스피드까지 갖춘 다재다능함은 풍부한 측면 수비수 경험에서 비롯된 전술적 유연성을 만나 초강력 중앙 수비수 키엘리니를 만들어냈다.
구체적 단점을 찾기 쉽지 않은 믿음직한 플레이로 매 경기 상대 공격수들을 '무득점 지옥'으로 몰아세우는 그가 유벤투스 팬들의 바람대로 파올로 말디니(AC밀란)처럼 장기근속을 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제 더 큰 기대와 도전 앞에 선 키엘리니가 이제까지 그랬듯 상대팀 공격수들을 차례로 거꾸러뜨리며 유벤투스와 이탈리아를 챔피언으로 이끌 수 있을 지 유심히 주목해보자. |
첫댓글 둘다 벽!!!
현시점에선 비디치가 우위인거 같긴한데...키엘리니 왠지 대박터질것 같아서...
키본좌 포텐 폭발중 ㅎㄷㄷㄷ
대인마크만 따지면 키엘리니가 위일듯... 1대1론 키엘리니 거의 안털림.
간만에 박빙이될듯
대인마크는 박빙이나 수비라인조율을 더 잘하는 키엘리니에 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