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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 ..자유...게시 ■ 스크랩 일상에서 우리집 김장 풍경
해드림 추천 0 조회 71 08.11.24 15:15 댓글 13
게시글 본문내용

엊그제 토요일....

주말부부인지라 대충 일주일을 마무리하고

5시쯤 집으로 가니

집에서는 김장준비로 한창이다

왜이리 늦은시간에 이러냐고 하니까

주문한 배추가 늦게 도착해서 그런다나...

올해 우리집 배추는 날씨가 가물어서 영 흉작이라

시골살면서도 올해는 배추를 농장에서 튼실한 넘으로 구입을 했다네요

 

 

창원에서 여동생 3형제

그리고 우리집 마눌님.대학1년짜리 딸네미.그리고 고2짜리 아들넘까지

배추 150포기를 다듬고 소금에 절이느라 한창이다

이 행사를 진두지휘하시는 75세의 우리 어머님까지....

 

이몸은 저녁에 초등동창모임이 있어 대충 인사만하고

모임장소로 직행하여

"멋진 광란의 밤"을 보내고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와 집으로.....

 

친구와 들어간다는 전화를 마눌에게 넣었더니

우리 마눌님 왕짜증.... 시간도 늦었는데

그냥 모텔에서 자면되지 꼭 집으로  와야 되겠냐고....

헌데 우짜랴...초등시절 단짝이고 멀고먼 한양에서

예까지 친구들 얼굴보려 내려 왔는데 어찌 모텔로.... 그럼 절대로 안되지

 

암튼 친구와 같이 가겠노라고 선전포고를 하고 집으로 직행....

20여분후에 집에 도착하니

그래도 우리마눌 짜증 안내고 웃으면서 반겨주네.....ㅎㅎㅎ 휴우~~~~

한숨을 돌린후 .... 주무시는 어머니께 간단히 인사를 올리고

거실로 나오니 자기는 아들방에서 잘태니 안방에서 자라고

순순히 안방을 내 주더만....그래도 눈치는 조금 있더라꼬

 

그리 하루밤을 보내고 아침식사를 마치고

친구는 또 아침 일찍 서울로 떠나 보내고 난 후

나는 비장한 마음으로 마눌앞에 섰지.......

마눌님 왈.....

오늘은 김장해야 하니까 나중에 보자 그러구

일단 시장부터 다녀 오자네.....  휴우~~~~ 살았다. 야호....!!!

 

마눌님과 몇가지 시장을 보고

그리고 아들넘 학원 태워주고

집으로 오니 벌써 점심시간....

어젯밤 광란의 시간을 보낸 후유증으로  속도 좋지않고

슬슬 졸음이 오기 시작하네....

나 한숨 좀 자겠노라고 하니. 마눌표정이 장난이 아니네

에휴 오늘 낮잠은 글렀다 마음의 각오를 다지고 있는데

마눌님 왈.....

 

조금 있어면 동생들 오니까 빨리 식사부터 하라네

딸레미와 난 별로 생각이 없다 했더만 알아서 하라면서

자기 혼자 식사를 하더만 ....

나는 대충 눈치 봐가며 한숨 때릴려고 거실 쇼파에 딩굴고 있는데

여동생들이 떼거리로 들어오네

아휴 오늘 조졌다 생각하고 밖으로 나가 일단 담배부터 한모금하고

주위를 살펴보니  배추 절여 놓은게 아...장난이 아니네

 

난 여태 김장할 땐 늘 다른일이 있어

한번도 거들지는 못했지.....

늘 여자들의 한해 행사로만 생각했었고....

저 배추를 이제 씻어 물기 빼고 해야 된단다

누가 하냐고 물었더니.....

여태 김장할때 요리조리 잘도 피해가더만

오늘은 힘자랑 좀 하라네....

 

아 휴우~~~~ 내가 미쳐.....

그럼 여자들은 뭐하냐고 물으니

놀지 않으니까 잔말말고 배추나 씻어라네....

그때 "피할수 없어면 즐겨라" 는 말이 언뜻 생각나더만

좋다!!! 나 오늘 확실히 봉사 함 한다고 마음을 다그치고

배추 씻기에 돌입.....

 

 

배추를 한포기 한포기씩 씻기 시작했지.....

한 30분쯤 하니까 허리에서 신호가 오더만

일단 담배를 한대 피우고 곰곰히 생각하니

요렇게 했다간 두시간도 더 걸리겠더라고.... 잔머리를 좀 굴리기 시작했지

순간 머리속에서 빤짝거림의 신호가....해서

절인배추를 대충 소금기를 빼고 물을 틀어논 다음 다라이에 옮기기 시작

물은 낭비가 좀 있지만서도 내가 살아야 하지

그렇게 해서 절인배추를 새물에 모두 옮기고 또 잠깐의 휴식으로 니코틴을 보충하고

 

이젠 슬슬 씻어서 건지기만 하면 끝......

배추속을 살살 뒤집어 가며 건지니 30분만에 간단히 처리....

혹 덜 씻어져서 짜진않나 싶어 배추속 한닢을 짤라 먹어보니

적당히 간간한 맛만 약간.....

이렇게 하여 배추 씻는 작업 끝....!!!

 

근데 나만 바깥에서 배추 씻어라하고 여자들은 집안에서 무얼하는지....

약간의 불만을 갖고 집안으로 들어가서 보니

여자들도 나름 바쁘더라꼬....무우채 설고.양념 준비하고

배추 다 씻어노라고 보고를 하니 벌써~~~~다 씻어냐고...???

순 엉터리로 대충 한거 아니냐고 다그치더만

마눌님 검사에 착수.... 이래저래 검사를 하고 속잎 몇점 뜯어 먹어보더만

합격이라면서 깨끗히 잘 씻었네라네....

안도의 숨을쉬고 난후......  내 한마디했지

내가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한다고 하면 한다꼬....

그러니 마눌 왈!!!  이렇게 잘하니 내년부턴 아예 혼자 도맡아 하라네

내가 미쳐.... 큰소리 뻥 친 죄로 그러겠노라고 약속을 할수 밖에 없는 상황...

내년은 아직 일년이나 남았는데 뭘...ㅋㅋㅋㅋ

 

배추씻기를 마치고....느긋한 마음으로 니코틴을 보충하고

집안으로 들어가니....

마누라 왈....

이젠 먼저 씻은 배추순서대로 집안으로 옮겨라 그러네....

내참....오늘 된통 걸렸다 생각하고

이왕하는거 끝까지 해주자 마음먹고

한다라 두다라 집안으로 옮겨주니

이제 준비한 양념으로 치대기(경상도 사투리) 시작하네

마눌한테 그 김치 한닢 주보소 그러니

한닢을 따 똘똘 말아서 잎에 넣어 주는데

굴 향기와 생강조각의 맛이 비치면서 맛이 꽤 괜챦더라꼬

금방먹는 김치에만 굴을 넣는다나....

 

 

 

그라고 마눌님께서.... 고생했으니께

돼지고기 수육 삶어 놓은거 있으니  김치를 곁들여

식사하라고 그러네

속이  더부룩하더만 한참 움직였더만 그때사 시장끼가 팍 느껴지는기라

야들야들한 수육과 막 버물린 김치를 한점 했더만

뭔가 하나가 빠진듯한 느낌...!!!  그렇지 이슬이가 빠졌구만

냉장고를 뒤져보니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고

이슬이가 한병 딱 버티고 있네....히히 왠 횡제....

이슬이 한잔에 수육한점 그리고 김장김치....

환상의 궁합이더라꼬.....

 

 

              김치와 수육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이슬이 한잔 크으~~~ 

 

 

그렇게 늦은 식사를 하는데

김장하는 마눌과 여동생 셋.....아주 신이 났더만...

신랑자랑.자식넘들 자랑을 차례로 하다가

또 흉을 한번 보기 시작하니 또  줄줄이 흉타령......

웃다가....꺄르르 넘어 갔다가.....

저라다  김장은 언제 할까 싶더만

그래도 저마다 김치통을 따로 가져와서 지내들 통에 가득 가득....

그러면서 김장은 거의 끝을 향해가고

나의 이슬이도 밑이 보이고......

 

그래서 옛날부터 김장은 가족이 한데모여 하는가 그런생각이

지천이 다된 지금에서야 드는거야....

철도 아주 일찍 든다 싶더구만.....

이젠 내년 김장에도 동참해야 되겠다 싶은 마음이

가슴 한구석에서 막 ?아나데...히안하구로

 

 

집집이 가져온 김장통을 하나 가득씩 싣고

각자의 집으로 흡족한 미소를 띠고 떠나는 동생들을 보니까

내가 디기 부자라는 생각이 또 들더라꼬

 

우리집 김장풍경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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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8.11.24 16:46

    첫댓글 네 눈 앞에 보이는 적나한 글입니다, 훈훈한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까지 찍어시고 수고하셨습니다, 꾸벅

  • 작성자 08.11.25 14:28

    너무 주접이 심했지요...ㅎㅎㅎ

  • 08.11.24 23:27

    해드림님, 어휴ㅡㅡㅡ 정모를 못해 심통이 나는데,, 맛있는거 혼자 다 드시공 ~~ 김장하면 부자가 되는거 맞지요? ㅎㅎ 고생 많으셨습니다.

  • 작성자 08.11.25 14:27

    샛별님... 오랫만에 뵙습니다. 안녕하시죠...내년에 정모하시면 참석할께요

  • 08.11.25 15:21

    사람사는 냄새가 맛깔스런 김장배추에 고운빛깔만큼 풍기는글 잘 읽었습니다...언제나 건강하세요..^^&

  • 작성자 08.11.26 09:48

    감사합니다....님도 언제나 좋은일 가득하시길요.......

  • 08.11.25 19:53

    ㅎㅎㅎㅎㅎ 해드림님의 배추씻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보니 제가 흐뭇합니다. 동참 협동 사랑이 뭉쳐서 행복이 여기까지 근데 맛깔스런 굴김치와 수육 냄새가 군침이 나네요 고운 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 08.11.26 09:49

    봄햇살님.... 근데 제가 손은 씻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 08.11.26 22:14

    배추 절인물로 소독까지 다 되었네요. ㅎㅎㅎㅎㅎㅎㅎ

  • 08.12.02 20:46

    마지막꺼 택배로 보내주심 제가 택배비 억~~억~~쏠께요!^^넘 맛있겠당 빨랑 나아서 쐬주한잔 캬~~아 하고싶당 아직 아퍼서 잉잉잉.치료 꾸준히 해야징^^

  • 작성자 08.12.06 16:54

    확신을 가지고 천천히 꾸준히 다스려 나가세요....그럼 분명 좋은일이 있을것입니다

  • 08.12.11 19:57

    내년에는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사서 드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요즘은 품질이 좋아서 사서 드시는 것도 좋습니다.특히 여자들 고생 안하잖아요.근디 우리 마누라 그렇게 사서 먹으라고 해도 열포기나 김장 했습니다.ㅋㅋ

  • 작성자 08.12.11 21:52

    크으~~~ 열포기씩이나요... 저희집 150포기...거의 죽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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