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우리 아이들이 가장 재미있게 보고 또 보고 있는 만화책!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보리]에 연재되었던 하민석 작가의 만화를 한 권에 담은 만화책으로, 열아홉 편의 옛이야기가 실려 있다.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신명나는 옛이야기와 표현이 자유로운 만화의 결합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재미를 배가시키는 이 책은 아이들이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어른인 내가 보아도 재미있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
요즘 출간되는 만화책들을 보면 종이 재질도 매끈하고, 총천연색의 선명한 색채와 깔끔하면서도 화려한 그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렇긴 하나 아무래도 그림이며 본문의 글이 컴퓨터 등의 기계적인 작업으로 이루어져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다. 반면 이 만화는 손으로 직접 그리고 글-말풍선 속의 대화도 포함하여-을 쓴 정취가 느껴져 더욱 정감이 간다. <도깨비 감투>, <로봇 찌바>, <꺼벙이>, <아기 공룡 둘리>, <맹꽁이 서당>, <보물섬>, 같은 만화책(or잡지)을 보면서 자란 세대이다 보니, 어린 시절에 보았던 만화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 만화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과장된 표정과 동작으로 캐릭터의 특징과 상황에 따른 표정을 잘 살리고 있으며, 등장인물들의 현실감 있는 천연덕스러운 연기(?)에 연신 웃음을 머금게 된다. 등장인물들이 짧게 툭툭 던지는 말을 보면 어찌나 재치가 넘치고 감각적인지~. 특히 옛이야기의 해학성에 현대적인 부분들을 가미하여 이야기의 재미를 높인 점이 돋보이고 더 큰 즐거움을 준다. 우렁 각시가 몰래 차리는 밥상을 잠시 살펴보면 초밥, 중국 요리, 이탈리아 요리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들이 등장한다. 덕분에 착해 빠진 총각 농부 집에 기거하는 생쥐도 포식을 하는데, 이 생쥐는 부부가 동해로 자취를 감출 때도 행보를 같이 한다.
[전우치 전]에 헬기가 등장하는 등 현대적인 것들을 첨가하고, [씨 뿌린 개]에서 나무에 열린 열매의 모양이나 구름을 개 모양으로 그리는 등의 만화적인 묘미가 이야기의 즐거움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두꺼비 신랑]처럼 작가가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여 다른 결말을 보여주는 이야기도 있고, 옛이야기의 내용 그대로 들려주되 색다른 점을 가미하여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킨 이야기도 있다. 옛이야기가 매력적인 이유는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 권선징악이 실현되는 이상적인 세계를 그리고 때문일 것이다. 반면 우리가 접하는 현실과 살고 있는 세상은 전혀 그렇질 못하니 더욱 옛 이야기에 끌리게 된다.
이 만화책이 오던 날부터 두 아이가 번갈아 보는데, 작은 아이는 처음 볼 때 '히히히~' 거리며 숨넘어가게 웃느라 배꼽 잡고 뒤로 넘어가기까지 했다. 중학생인 아이도 재미있다며 학교 다녀와서 잠시 쉴 때나 밥 먹을 때 - 시험을 앞두고 공부하다가도- 틈나면 보곤 하는지라 책꽂이에 꽂혀 있을 틈이 없다. 아이들이 가장 재미있다고 꼽은 이야기는 [전우치 전]으로, 도술을 부려 욕심쟁이 임금도 혼내주고, 도깨비가 사람들에게서 훔친 이야기도 되찾는다. 하민석 작가의 <안녕, 전우치?> 1, 2권이 7월경에 나올 것이라는 뒤 책날개의 신간 예고 글을 보더니 책이 나오면 꼭 사달라고 당부를 한다. "이런 게 좋은 만화다!"라고 쓰신 윤승운 만화가의 추천사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