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7-15 KBS
[KBS 아침마당 여름방학 기획 '인터넷' - 월요일편 '게임']
안녕하세요? KBS 아침마당에서는 여름방학 기획 '인터넷-게임'이란
주제로 게임 동호회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나는 왜 게임에 몰입하는가? 게임의 매력은 과연 무엇인가?
학생들의 솔직 담백한 talk를 듣고 싶습니다!
스타의 지존! 프로게이머 임요환씨가 직접 출연!
내가 게임에 몰입했던 이유! 왜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가?
게임의 매력과 게임을 통한 자기 정체성 확립 등
게임의 성공 사례를 동호회 여러분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자 합니다.
더불어 각 분야의 인터넷 전문가들이 출연하여 몰입을 넘어
중독에 빠졌을 때 헤어나올 수 있는 방법 등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도 마련하고자 합니다!
* 방송일시 : 2003. 7. 21(월) AM 8:30~9:30 생방송 (KBS-1TV)
* 참여 신청 문의 : TEL 02-781-3521~5
*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하시는 분과 발언해주시는 분께는 소정의 출연료가 지급됩니다. (발언하시면 출연료 더욱 높음)
* 대상 : 온라인 게임 및 패키지 게임 동호회 활동하시는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솔직히 저 공지를 보고 이번 아침마당의 주제가 게임이고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가 나오리라 생각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물론 임요환 선수와 프로게이머 협회도 그렇게 생각했을 테죠. 그래서 출연을 결정한 거구요. 즉, 이 공지야 말로 임요환 선수가 "건전게임문화 홍보대사"로서 그 자리에 참석한 이유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나온 것은 게임에 대한 토론이 아니라 게임중독에 대한 것뿐이었습니다. 물론 게임중독이 매우 심각하고 분명 그러한 것은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키거나 해서 해결점을 찾아가야 합니다만 오늘의 방송은 무조건 게임의 부정적인 면만을 부각시킬 뿐이었습니다. 그나마 제대로 된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했구요.
공지와 달리 시종일관 게임은 아주 나쁜 거라고 작정하고 씹어댔고 그와 연관된 내용만 언급했습니다.
편파적인 방송 그리고 무지하고 무책임한 기성세대의 모습 그 자체였죠.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는 것 같습니다만, 김동준 MBC게임 해설위원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프로게이머들 중에서 스타를 재미로 하는 사람은 없다고요. 철저한 직업의식 속에서 하는 "노동" 이라고요. 이 프로그램은 그런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단순한 온라인 게임 중독자들의 대표로 취급했습니다.
게임을 평생 직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을 앞에 두고 애들이 게임에 빠지는 원인 등은 무시한 채 무조건 나쁘다고 하지 말라고만 하는 그네들의 무책임한 진행... 이것이 KBS가 프로게이머 협회와 게이머 협의회, 그리고 임요환 선수에게 사과해야 하는 첫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는 본문에서도 언급했지만 준비성과 전문성 부족입니다.
최소한 게임에 대해 진행할거면 진행자들도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하는거 아닙니까? 그러나 방송에서 비쳐진 진행자, 패널들은 게임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어 보이더군요. 그냥 무조건 나쁜 거다라는 인식만 갖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 단적인 예를 들어볼까요? 오늘 이 방송을 보셨다니 아래 나오는 대화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오늘 방송에서 스타 크래프트 게이머를 모셔놓고 중점적으로 다룬 화제가 어처구니 없게도 PK와 사이버머니였습니다. 게임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적절한 비유를 하자면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을 불러놓고 어떻게 하면 코너킥을 잘할 수 있느냐 하고 이야기 한 셈이죠.
달리 말하면 임요환 선수가 무슨 게임을 하는지도 모르고 임요환 선수에게 사이버머니를 물어본 것입니다. 굉장히 황당하더군요. 거기다 PK 등 온라인게임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 드라군들의 공격모습이 나온 것 또한 어이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작가나 진행자들이 방송 전에 제대로 알기나 하고 저런 질문을 하고 무대에 컴퓨터를 설치했는지 아직도 궁금합니다.
백번 양보해서 사이버머니에 관한 언급은 그저 농담이라고 봅시다. 하지만 게임의 폭력성이 현실에까지 미치고 있다, 게임의 영향으로 어린 동생을 살해한 중학생도 있었다라는 말끝에
"임요환씨는 현실에서도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려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나요?"
라고 질문한 것은 도저히 용납이 안됩니다. 도대체 임요환 선수가 왜 그런 질문을 받아야 합니까? 방송을 보고 있던 제가 모욕당한 기분이었습니다. 그건 분명히 임요환 선수를 게임 중독자로 기정사실화 한 채 행해진 질문입니다. 그 발언 하나만으로도 사과 요구는 마땅하다고 봅니다.
이런 제작진의 무성의한 사전준비와 MC들의 생각없는 발언 등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요환 선수는 방청객이 아니었습니다.
"패널", 소위 말하는 "초대손님"이었던 것입니다.
그런 패널에 대한 일말의 기본 상식도 없다는 것 자체가 임요환 선수와 프로게임을 무시하는 것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