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영조가 손비를 간택할 때의 일이다. 가문 좋은 집안의 처자들이 영조대왕이 하문하기를 기다리는데…. "세상에서 제일 깊은 것은 무엇인고?" 별별 답이 다 나오는 속에 눈에 번쩍 뜨이는 답이 있으니 "사람의 마음이옵니다" 이어서 두 번째 문제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이 무엇인고?" 온갖 꽃 이름이 난무하는 가운데 사람의 마음이라 답했던 처자가 또 한번 좌중을 놀라게 하니 답인즉 "목화이옵니다" 영민한 답변에 영조 대왕의 마음은 어느새 그 처자에게로 기울었지만 시험이니 만큼 끝까지 문제는 나가야 하는 법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은 무엇인고?" 가문 좋은 집안의 처자들이 입으로 만들어내는 갖가지 산해진미가 영조 대왕 앞에 가득 펼쳐질 무렵 처자는 조용히 말했다. "소금이옵니다"
이 답변으로 그녀는 영조대왕의 손비로 간택되었으니 소금이 사람 팔자까지 바꿔놓은 거 아니겠는가? 하긴, 역사적으로 소금은 화폐적 가치를 대신할 정도였으니 그리 호들갑을 떨 일도 아니다. 급료를 뜻하는 샐러리(salary)는 로마시대 병사들이 급료를 소금으로 받았던 것에서 비롯되었고, 또한 소금은 백색 황금과 마찬가지였으니 소금을 가진다는 것은 곧 부와 권력을 손아귀에 쥔다는 의미였다.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왕건의 두 번째 부인인 나주부인의 아버지 오다련 집안의 재산 역시 소금 가마에서 나오지 않았던가.
가장 맛있지만, 몸에 해롭다?
소금은 몸에 해롭다. 요즘에는 5살 꼬마도 이렇게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나쳤을 때의 얘기이고, 결코 부족해서도 안된다. 소금 섭취가 부족할 경우 우리 몸에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액의 삼투압 균형이 무너지면서 소화액의 분비가 줄고 식욕이 떨어지고, 급기야 권태감, 피로, 무기력과 같은 증상을 일으키게 된다. 결국, 소금의 짠맛은 생명의 맛인 셈이다. 단맛이나 신맛, 쓴맛 등은 다양한 야채, 과일, 열매 등에서 느낄 수 있지만 짠맛은 오직 소금에서만 느낄 수 있고 다른 대체물이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소금은 얼마나 섭취해야 할까? 하루 식염 필요량은 성인의 경우 13그램 내외. 이 정도만 섭취하면 미각적으로도, 생리적으로도 충족된다고 한다. 간이 제대로 맞지 않는 음식은 얼마나 맛이 없는가? 음식의 제 맛을 찾아주고, 몸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시켜주는 적정한 양이 하루 13그램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우리나라의 상황이고 육식을 많이 하는 나라의 경우 이 절반 정도만 섭취해도 충족된다고 한다. 결국 어떤 절대적인 기준이 있다기보다는 혈액의 염분 농도가 좌우한다. 그래서 혈액의 염분 농도가 낮은 사람이 간을 맞춘 음식은 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화가 난 사람, 사랑에 빠진 사람, 노심초사 근심 걱정이 많은 사람은 혈액의 염분 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그들이 만든 음식은 아마도 짜지 않을까 싶다.
13그램이라는 권장량에 비해서 우리가 실제로 섭취하는 양은 현저히 많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무심코 먹는 음식에도 나트륨이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소금을 과잉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피자나 각종 치즈, 햄 등은 물론이고, 토마토 케첩 30그램을 먹으면 소금 1그램을 먹는 꼴이고, 마요네스 40그램에 들어있는 소금량도 1그램이나 된다. 이렇게 전혀 짠맛이 나지 않는 식품에도 나트륨이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소금을 과잉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소금을 과잉 섭취하게 되면 동맥경화, 고혈압, 신장, 폐 등의 약화를 초래하게 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소금성분의 약 40%를 차지하는 나트륨은 혈액 속의 수분 함량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나트륨 성분이 혈액의 부피를 늘려 혈관을 팽창시키고, 혈압을 높인다고 한다. 그래서 고혈압이나 뇌졸중, 심부전증 같은 질환이 유발되기 싶다는 것이다.
[Tip]좋은 소금 고르기
좋은 소금이란 수분이 적은 소금이다. 소금을 한 줌 집어들어서 꼭 쥐었다 펴봤을 때 손바닥에 소금이 적게 남아 있으면 수분이 적은 좋은 소금이다. 또, 한줌을 쥐고 비벼보았을 때 단단해서 잘 부서지지 않으면 나쁜 소금이고 잘 부서지면 용해가 잘되는 좋은 소금이다.
소금과 인체
소금은 수분과 함께 삼투압을 조절하고, 산과 알칼리의 평형을 유지하는 등 인체에서 가장 근원적이고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소금의 효능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면,
먼저 신진 대사를 촉진한다. 음식물을 분해하고 노폐물을 처리하는 신진대사를 주도한다. 만약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하면 혈액이 산성화되고, 면역성이 떨어져서 각종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혈관을 정화시키고 적혈구의 생성을 돕는다. 적혈구의 주성분은? 바로 철분이다. 철분을 소화시키는 것이 위염산인데, 소금속에 들어있는 염소이온이 위염산을 만들기 때문에 소금이 부족하면 적혈구가 생성되지 않아서 빈혈로 이어질 수 있다.
체액의 균형을 바로 잡는다. 심하게 갈증이 날 때 물만 마시게 되면 어떻게 될까? 염분이 부족해지고 수분이 많아져서 부종이 오게 되는데, 신체가 체액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분 속에 있는 염분이라도 붙잡기 위해서 소변 배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체액에 녹아있는 0.9%라는 미량의 소금이 수분을 적당하게 조절하여 신진대사가 산성이나 알칼리성으로 치우치지 않게 하고 영양분을 잘 흡수하고 저장하게 하는 것이다.
해독작용과 살균작용을 한다. 약간 상한 듯한 나물이나 실수로 하루 정도 유통 기간이 지난 우유를 마시더라도 배탈이 나지 않는 것은 염분의 살균 작용 때문이다. 신체 내에 유해한 물질이나 병균이 침투했을 때, 염분은 이것이 세포와 혈관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인체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준다. 하수도나 쓰레기장에 소금을 적당히 뿌려놓으면 파리나 모기의 번식을 막을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심장과 신장의 가능을 강화시킨다. 우리 몸에서 단 한순간도 휴식을 취하지 않는 심장. 이 심장 근육에도 염분이 포함되어서 소금을 섭취하지 않으면 당연히 심장의 근육이 약해질 것이다. 신장도 마찬가지다. 체내에 염분이 부족하면 신장은 소변 속의 염분을 한번 더 흡수해서 체내로 돌려보내게 된다. 그러면 소변의 양은 줄어들고, 동시에 노폐물도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서 독소가 쌓이고 신장은 부담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신장이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소화기능이 떨어지면서 권태감과 피로감을 부르게 된다.
세포를 생산한다. 어느 날 갑자기 눈 아래 까맣게 내려앉은 주근깨나 기미. 그것은 이미 죽은 세포라고 한다. 미용염을 이용해서 피부를 관리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렇게 파괴된 세포를 빠르게 회복시키는 소금의 효능 때문이다.
커피에 소금을?
단맛을 더욱 강하게 하려면 설탕 대신 소금을 가미하라. 이 정도는 요리의 기본이다. 왜냐하면 소금에는 재료의 수분과 단맛을 빼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소금은 음식에 흡수되는 속도가 아주 빠르기 때문에 설탕을 먼저 넣은 후에 소금을 넣어야 단맛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다. 그래서, 단팥죽에 소금을 살짝 치면 단맛이 더욱 강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커피에 소금을 넣으면 어떻게 될까? 짭짤 씁쓸 이상한 맛이 날 것 같지만 의외로 맛이 좋다고 한다. 커피와 설탕, 크림을 넣고 난 후에 살짝 거짓말처럼 소금을 넣어주면 커피 맛이 훨씬 좋아진다고 하니, 호기심 많다면 실험 해보더라도 손해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삶은 달걀의 껍질을 벗길 때 찬물에 담가두면 물론 잘 벗겨진다.
조금 더 생활적인 면으로 들어가 보면 오래 사용한 실내용 빗자루의 경우 한쪽으로 쏠려서 사용하기가 불편하다. 그럴 때 물과 소금을 10대 1의 비율로 섞어서 20 - 30분 정도 담다뒀다가 말리면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고 한다. 그리고, 재떨이의 담뱃진도 물만으로는 깨끗하게 제거되지 않는데, 이때도 소금을 약간 뿌리고 천으로 문질려 닦으면 말끔하게 지워진다.
식탁 위의 3백(白)
어떤 이는 음식 첨가물중 가장 위험한 요소가 소금이라 하고, 건강 장수하려면 식탁 위의 3백, 즉 소금 설탕 조미료를 줄여야 한다고 하지만, 소금의 유 무해론은 아직도 공방을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가장 확실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소금은 과해서도 부족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미각적으로, 생리적으로 불만이 유발되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것! 지극히 어려운 일이지만 그 선을 지킬 때 건강과 행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