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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의 여왕] 02
#1. 봉순 집 앞 (D)
지애. 옷매무새 가다듬으면서 온다.
지애 : (여러 톤으로 연습해보는) 안녕하세요 사모님~ 어머나 안녕하세요 사모님. 처음 뵙겠습니다. (어쩌고)
집 앞에 선 지애. 후.. 심호흡하고. 벨을 누른다.
잠시 뒤. 안에서. “누구세요?” 묻는 소리가 나고.
지애 : 네.. 저.. 이사님 사모님께 소개 받고 온 사람인데요.
그리고 잠시 뒤. 문이 열린다.
지애,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나타나자. 고개를 90도로 숙여서 인사한다.
지애 : 안녕하세요 사모님.
허리를 들어, 누군가의 얼굴을 보는.
조금씩 틸업되어 드디어 얼굴이 보이는데. 완벽하게 성형을 해서 미인이 된 봉순이다.
지애는 첫눈에 봉순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봉순은 지애를 첫눈에 알아본다.
지애 : 처음 뵙겠습니다 사모님.
봉순 : 나.. 처음 봐요?
지애 : 네? 네.. 처음.. 뵙죠. 사실 오시기 전부터 워낙에 말씀을 많이 들어서... 뭐... 아는 언니 같기도 하구... 그렇긴 하지만요.
그래도 뵙는 건 처음이죠.
봉순 : 나는.. 아닌 것 같은데?
지애 : 네? (하고 보는)
봉순의 얼굴에 그제야 여유로운 미소가 묘하게 피어 오르고.
지애는 아직은 모르는 표정이다가. 서서히 뭔가 짚이는 듯... 눈이 커진다.
지애 : (설마 싶고) 봉순이니? (했다가) 어머 내가 무슨 소릴 하는거야. 제가 아는 누구랑 닮은 것 같아서요.
봉순 : 누구..?
지애 : 네? 아니... 양봉순이라고... 걔는 딱 정말 봉순인데... 사모님은.... (뚫어져라 보다가) 진짜 닮았네.
봉순 : 나야.
지애 : 네?
봉순 : 나라구. 내가 바로 그. 딱 봉순이인. 양봉순이라구.
지애 : (기절할 것 같다)
#2. 봉순 집 거실 (D)
지애, 앉아 있고. 봉순이 차를 내민다.
봉순 : 마셔. 얼그레이 티야.
지애 : 어.. (정신없이 입에 댔다가) 앗뜨.. (하다 민망하고, 다시 우아하게 찻잔 내린다)
봉순 : 너무 놀랬다 얘.
지애 : 어, 그래. 나두.. 좀 놀랬다.
봉순 : 아까 김이사님 사모님이 전화 주셨더라구. 누구 하나 갈건데. 남편 취직 자리 부탁하러 가는 거니까. 너무 박대하진 말라구.
지애 : (표정)
봉순 : (여유롭게 찻잔 놓으며) 그게.. 너일 줄이야...
지애 : (자존심 상하고) 부탁은 무슨. 그런 거 아니구. 앞으로 우리 남편이 이 회사 들어오게 될 것 같아서.
미리 인사나 하자는 차원이었어.
봉순 : 아... 그랬어?
지애 : (애써 자존심 지키며) 그래.
봉순 : 그럼. 해 봐.
지애 : 응?
봉순 : 인사하러 왔다며. 인사해보라구. 그런 인사는 어떻게 하는건지.. 난 해 본적 없어서. 궁금하네?
지애 : (겨우 참고, 미소로) 얘는. 우리 사이에 그런 게 왜 필요하니.
봉순 : 우리 사이가 어떤 사인데? 난 뭐.. 별로 좋은 기억도 없는데?
지애 : (표정 있다가) 그러니? 하하.. 참.. 왜 그럴까..? 난 많은데.
봉순 : (훗...) 이런 걸 보고 악연이라고 하는건가...
지애 : (화 참으며) 기지배.. 꼭 그렇게까지 말할 거 있니? 다 지난 일이고. 어렸을 때 일인데?
봉순 : 그래? 니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원래 너 편할 대로 생각하는 게, 특기잖아.
지애 : (분위기 돌리려) 그런데 너. 참 이뻐졌다? 못알아볼 뻔 했어 난.
봉순 : 그러니? 넌 좀 늙었다.
지애 : (헉...) 세월이 지났잖아. 나이도 먹었구.
봉순 : 나이보다 더 들어뵈는데? 주변에서 그런 얘기 안해줘?
지애 : (확 달아오르고)
봉순 : (아무렇지 않게 차 마시는)
지애 : (이앙물고) 근데 넌, 병원 좋은 데 갔나봐? 이쁘게 잘 고쳐졌다.
봉순 : (표정 있다가) 고..치긴 뭘? 그냥.. 치아 교정만 한거야.
지애 : 아우 야. 나 천지애야. 내가 널 몰라? 괜찮아.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으면 고칠 수도 있는 거 아니니?
봉순 : (차분) 콤플렉스?
지애 : (실수했다 싶고) 아니.. 사람은 다 콤플렉스가 있기 마련이잖아.
봉순 : (빙글 웃으며) 그래? 그럼.. 니 콤플렉스는 뭔데?
지애 : 응?
봉순 : 니 남편?
지애 : (표정) 뭐?
봉순 : 사연이 있었겠지만. 어쩌다 그 나이까지 취직도 못하고. 지 와이프 이런 인사를 다니게 하니?
인생 모른다더니... (훗..) 니가 어쩌다 이렇게 됐니.
지애 : (뭔가 한마디 더 하려다가 꾹 참고, 찻잔 드는데 손이 다 떨린다)
봉순 : (통쾌하고)
#3. 엘리베이터 앞 (D)
지애 나오며.
지애 : 얘. 나올 거 없어. 들어가.
말도 끝나기 전에 문이 쾅 닫힌다.
지애 : 저런.. 재수... (후.... 입김 불어 앞머리 날리며 열받는)
#4. 봉순 집 거실 (N)
문 닫고 들어오던 봉순. 소파 구석에 놓인 지애 휴대폰을 본다.
얼른 들어서 나가려다가, 멈칫하는 봉순. 회심의 미소.
자리에 앉더니 수첩 꺼내서 뒤져보고. 어디론가 전화한다.
봉순 : 여보세요? 경희니? 어. 삼파장 정수기.. 잘 돼. 고맙긴. 친구끼리 돕고 사는거지.
그런데 경희야. 너 애들 연락처 다 알지. 나 갑자기 좀 필요해져서.
#5. 엘리베이터 안 (D)
지애, 거울 뚫어져라 보고 있다.
지애 : 웃겨. 어디서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누가 지 아니면 안될 줄 알아?
영숙off : 안되지~
#6. 스포츠클럽 휴게실 (D)
땀에 젖은 채 운동복 입은 영숙, 의자에 털썩 앉고.
그 옆으로 눈 똥그래져서 앉는 지애.
지애 : 안돼요?
영숙 : 얘기 했잖아. 물론 우리 김이사님이 더 높은 직급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결정 권한이 있는 건 아니야.
3명 중 2명이 동의를 해야 하는 사안이니까.
지애 : (하아... 한숨 나고)
영숙 : 동창이라며.
지애 : 네.
영숙 : 그럼 더 잘된 거 아냐?
지애 : (똥씹은 표정)
영숙 : 친한 친구는 아니었나봐?
지애 : 친했다면.. 친했구요... 아니라면... 아니구.... (어색한 표정 위로)
#7. 디스코텍 앞 (N) - 회상
디스코풍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여고시절의 지애, 그 시절에 유행하던 펑키 패션에 짙은 색조 화장. 스카프로 머리띠 만들어 묶고.
80년대 후반 유행스타일로 꾸몄다.
핑크 스타킹에 보라색 하이힐 신고 위풍당당한 걸음으로 앞장 선다.
그뒤를 줄줄이 따르는 미영과 연선 등 친구들.
그리고 졸랑졸랑 따라오는 봉순.
오가는 남자들의 시선은 모두 지애에게 꽂혀 있다.
디스코텍 앞은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고.
입구에는 덩치 좋은 기도가 수질 검사를 해가며 사람을 들여보내고 있다.
지애, 줄 서 있는 사람들을 지나쳐서 기도 앞에 멈추고.
지애 : 오빠 오랜만이야.
기도 : (반가이 문 열어주며) 왜 이렇게 뜸했어. 얼른 들어가. 오늘 물 캡 좋아.
지애 : 얘들아. 가자.
미영과 연선 등 모두 들어가는데.
기도가 봉순 보고 화들짝 놀란다.
봉순, 스카프 뒤집어쓰고 어설픈 화장에 나름대로 멋을 내고는 왔는데 영 촌스럽기만 한 모습.
기도, 봉순을 가로막는.
기도 : 어어이.. 잠깐만. (하고 지애 보며) 저... 나머진 어떻게 되겠는데. 이쪽은 좀... 곤란한데?
봉순 : (굴욕스럽다)
지애 : (힐끗 뒤돌아 보고) 좀 봐주지?
기도 : (다시 봉순 얼굴 보고, 도저히 안된다는 듯 고개 절레절레)
지애 : 할 수 없지 뭐. 오빠두 규정을 지켜야 하는건데. (달래듯) 봉순아. 어떡하니?
봉순 : ....괜찮아 난. 별로.. 여기 오고 싶지도 않았어. 숙제 할 것도 있고.. (주저리주저리)
지애 : 그래? 다행이다. 불편한 자리에 껴 있으면 너만 더 불편하지. 먼저 집에 가라.
지애와 친구들, 신나게 안으로 들어간다. 닫히는 문.
#8. 스포츠클럽 휴게실 (D)
지애, 생각하는 표정 암담하다. 땅이 꺼져라 한숨 쉬고.
영숙 : 왜 그래? 모르는 사람도 내 편으로 포섭할 판에, 부장 와이프가 동창이면 이렇게 고마운 일이 어딨겠어.
지애 : 그게요 사모님.... (한숨 폭 쉬고)
영숙 : 사이가 별로였어?
지애 : 별로였던 정도가 아니구요...
영숙 : 아니구?
지애 : 문제가 좀... 많이... 있었죠.
영숙 : 왜? 무슨 문제?
지애 : 그게..
영숙 : 문제 좀 있었으면 어때. 남자 문제만 아니면 되지.
지애 : (헉하고) 남자 문제였어요.
영숙 : 응? 정말?
지애 : (끄덕끄덕)
영숙 : (흥미진진) 아 말해 봐.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나한텐 비밀이 있으면 안되지. 뭔데?
지애 : 봉순이가 좋아했던 남자애가 있었는데요. 그 남자애가 저를 좋아했거든요.
영숙 : 어머나. 그 흔한 삼각관계? 그래서?
지애 : 그런데. 봉순이랑 대판 싸우게 돼서요. 제가 홧김에 그 남자애를..
영숙 : 홀랑 사겼구나!
지애 : 네.
영숙 : 어머나...
지애 : 처음엔 그랬는데. 나중엔 진짜 좋아했었어요 저두.
#9. LP 가게 안 (D)
지애, LP 고르고 있는데. 지애의 귓가에 커다란 헤드폰을 껴주는 준혁.
그 순간, ‘Reality' 가 울려퍼지는. 지애, 표정.
마치 영화 라붐의 한 장면 같다.
지애, 소피마르소라도 된 듯 기분이 좋다.
준혁과 다정히 눈맞춤하고 소피마르소의 얼굴이 찍힌 음반 자켓을 본다.
#10. 교실 (D)
미영 등의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지애. 수다 떠는 중.
미영 : 그럼 준혁인 서울대 가는거야?
지애 : 당연하지~ 우리 준혁이 머리 좋은 거 니들도 알잖아?
정숙 : 우리 준혁이? 야. 너 진짜 사귀는 거야?
지애 : 그렇다니까!
연선 : 장난 아니다. 천지애 남자들 갖고 놀기만 했지, 진짜 사귀는 건 첨 아냐?
지애 : (피식 미소)
연선 : 너 설마.... 걔 좋아해?
지애 : (의미심장) 준혁이.. 오늘 우리집 오기로 했어.
미영 : (흥미진진) 왜?
지애 : 집 비거든.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 계모임에서 온천간대.
연선 : 뭐? 그럼 빈집에.. 니네 둘이...
아이들 : (꺄악~)
지애 : 왜 니들이 더 난리야? 크리스마스 이브잖아. 그냥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차원에서 만나는거지.
미영 : 야. 너 불교잖아. 무슨 크리스마스를 축하해.
지애 : (새초롬)
미영 : 혹시 니네 오늘.... 키스하는 거 아냐?
여학생들, 까르르 책상 치며 웃고.
지애, ‘어우 아니야~’ 하면서도 약간 들뜬 듯한 표정.
#11. 지애 옛집 앞 (N)
하얀 코트 입은 지애, 케익 상자 하나 들고 들뜬 발걸음으로 온다.
열쇠로 대문 열려고 하는데. 꼬마 하나가 뛰어온다.
꼬마 : 언니. (크리스마스 카드 내밀며) 이거...
지애 : 뭔데?
꼬마 : 아까 어떤 오빠가요, 언니 오면 이거 전해주라 그랬어요.
지애, 카드 받고 들어간다.
#12. 지애 옛집 거실 (N)
케익 내려놓는 지애. 카드 열어보는.
“메리크리스마스. 지애야. 집에 여러번 전화했는데 안받더라. 미안한데. 나 오늘 집에 일이 생겨서 못갈 것 같아. 정말 미안해”
준혁off : 메리크리스마스. 지애야. 집에 여러번 전화했는데 안받더라. 미안한데. 나 오늘 집에 일이 생겨서 못갈 것 같아.
정말 미안해.
지애, 카드 읽어보면서 김빠진다.
지애 : 뭐야... (봉투 뒤집어서 마구 흔들어보고) 목걸이 같은 것도 없이.. 달랑 이게 다야?
이때 전화 오는.
지애 : (얼른 받는다) 여보세요? 어. 연선이냐? 아니. 준혁이 오늘 못온대. 몰라 나두. 니들 어디 갈건데? 명동?
그럼 기다려. 갈테니까.
#13. 지애 옛집 앞 (N)
가로등 불이 탁 켜지고. 눈발이 희끗거리며 날린다.
흰 코트 입고 예쁘게 나오는 지애. 날리는 눈발을 본다. 그대로 가려다가.
문득, 몇집 건너 봉순네 집에서 나오는 준혁을 본다. 그뒤로 따라 나오는 봉순.
지애, 화들짝 놀라서 숨고. 몰래 내다보면.
봉순이 준혁에게 안겨있다. 준혁이 토닥토닥 봉순을 달래준다.
그 자리에 그대로 새파랗게 굳어 버리는 지애. 분노와 배신감에 파르르 떨린다.
#14. 스포츠클럽 휴게실 (D)
영숙 : 어? 얘기가 왜 그렇게 돼? 그럼 자기가 차인거야?
지애 : (흥분해 목소리 갈라지며) 아니에요 사모님. 차이긴요. 차긴 제가 찼어요.
영숙 : 아니... 남자가 먼저 배신을 때린 거잖아.
지애 : 그거야.. 그렇지만요.
영숙 : (재밌다는 듯) 암튼, 인연이네. 어쩜 이렇게 다시 만나?
지애 : (씁쓸) 글쎄요...
영숙 : 옛일은 다 묻고. 얘기 잘 해 봐. 솔직히 지금 도움이 꼭 필요한 건, 이쪽이잖아?
지애 : (내키지 않는데)
#15. 지애집 현관 (N)
지애 들어오는데. 발톱 깎고 있던 달수가 본다.
달수 : 뭐하다 이제 와?
지애 : (현관에 앉아서 구두 힘겹게 벗어 던지며) 말시키지 마. 힘들어.
달수 : 엄마 집 가자.
지애 : 응?
달수 : 엄마가 고기 굽는다고 오래. 형님네도 오실거래.
지애 : (반짝) 고기?
#16. 지애집 안방 (N)
지애 바삐 립스틱 지우고 있다. 머리도 질끈 동여매고. 옷장에서 추레해 보이는 회색 옷 꺼내서 입는 지애.
이때 문 열리며 민주가 핑크색 원피스 들고 들어온다.
민주 : 엄마. 나 이거 입을까?
지애 : (질색) 아니. 그거 말고. 까만색 입어 까만색.
민주 : 까만색 뭐?
지애 : 그거 있잖아. 무릎 나온 바지. 위에 티쪼가리 아무거나 입구.
민주 : 싫어. 왜 꼭 할머니네 집 갈 땐 이쁜 옷 못 입게 해?
지애 : 아우.. 전략적으로다가... 암튼 그런 게 있어!
#17. 지애 시댁 앞 (N)
검은색, 회색 등 무채색으로 추레하게 차려입은 세 사람. 덜덜거리는 소형차에서 내린다.
달수 : 야.. 무슨 동냥 온 흥부네 가족도 아니고. 꼭 이렇게까지 해야 되냐?
지애 : 내가 봤을 때. 오늘은 어머니가 생활비 좀 주실 것 같단 말야. 안 주신 지 석달도 넘었잖아. 이러고 가야 동정표 좀 받지.
달수 : 그래. 알았다. 알았어.
지애 : 민주야. 들어가면 할머니한테 애교 좀 많이 부리구. 알았지?
민주 : (뾰로퉁)
이때 번쩍번쩍한 중형차가 와서 멈춘다. 차에서 내리는 큰동서 식구. 다들 잘 차려입었다.
지애 : 어머.. 형님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아주버님.
큰동서 : 어머님이 저녁 먹고 가라 그러셔서 들렀어.
큰형 : 얌마. 넌 옷 없냐? 꼴이 그게 뭐냐?
달수 : 어... (긁적이고)
큰동서 : (가르치듯) 아무리 생활이 어려워두 동서. 남편 옷은 제대로 입혀야지. 사람이 어려울수록 의복을 잘 갖춰 입어야 되는거야.
안 그럼 사람이 우습게 보여.
지애 : 아니 형님.. 지금 우리가 우습게.. (말도 안끝났는데)
큰동서 : 들어가세요 도련님. 가요 여보. (화사하게 웃으며 들어가 버리고)
지애 : 저건 꼭 지 할말만 해. (째려보며 들어가고)
#18. 시댁 주방 (N)
지애와 큰동서가 상 차리고 있는데. 시모가 들어온다.
시모 : 아우 얘. 쉬어. 하루종일 일하느라구 힘들었을텐데.
큰동서 : 아니에요 어머님. 직장일은 직장일이구, 집안일은 집안일이죠.
시모 : (마냥 흐뭇하고) 많이 배운 애라 생각하는 게 벌써 다르지.
지애 : 어머님.. 이거 볶아요?
시모 : (못마땅) 볶든지 지지든지... (한숨) 요샌 남자가 좀 덜 벌어도 와이프가 맞벌이를 해서 든든하게 지켜준다든데....
우리 달수는 참... 복도 없지.
큰동서 : 서방님이 왜요. 머리가 얼마나 좋으신데. 조금만 뒷받침 돼두 금방 빛 보실 거에요.
시모 : 내 말이 그 말이다. 서울대 졸업하고부터 일이 안 풀리니 원...
큰동서 : 정확히 말하면 결혼하고부터죠.
시모 : 내 말이 그 말이다! 결혼은 뭐하러 일찍한다구 설쳐서는!
지애 : 어머니. 말은 바로 해야죠. 그이가 워낙 사회적응력이 없어서. 취직하는 데마다 자기가 박차고 나오든. 사고 치고 짤리든.
둘 중 하난데. 그게 왜 제탓이에요?
시모 : (거기엔 할 말 없고. 큼...)
큰동서 : (표정 있다가 주머니에서 봉투 꺼내고) 참.. 어머님. 이거...
시모 : (반색) 아유 이게 뭐냐.
큰동서 : 저 이번달 실적이 좋아서 성과금 받았거든요. 옷 한벌 해 입으세요.
시모 : (좋아서) 뭘 이런 걸 다... 펀드매니저 며느리 있으니까 좋긴 좋구나~
지애 : (나물 볶으며 입 삐죽이는 표정)
#19. 시댁 거실 (N)
지애,달수,시모,시부,큰동서,큰형,둘러앉아서 과일 먹으며 논문 돌려보고 있는.
큰형 : (잘난척) 어쩌면 네이쳐지에 실리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시모 : 네이쳐?
큰동서 : 그게요 생명공학계에선 최고의 학술지거든요. 거기 논문이 실린다는 건. 세계적인 학자로 인정받는다는 그런 얘기죠.
시모 : 아유 그래?
시부 : (돋보기 쓰고 다시 들여다 보는)
큰형 : 사실.. 다들 그렇게 얘기하더라구요. 이 실력에 국내에서만 썩기 아깝다.
큰동서 : 그래서 말인데요 아버님. 충남 연기군 그 땅 있잖아요. 그거 이번에 처분해서 이이 미국 체류자금..
달수 : (OL) 그런데 형. 파필로마바이러스의 재조합 단백질을 이용한 자궁경부암 치료백신..
이건 이미 국내학술지에도 여러번 발표됐던 거 아냐?
큰형 : 뭐..뭐 임마?
달수 : 대장균에서 인체 파릴로마바이러스 16형 E6 단백질을 분리정제해서 자궁암 진단용 조성물을 만드는 건 특허까지 났어.
재작년에 논문 봤는데?
큰형 : (표정) 야. 얌마. 뭔 소리야. 니가 뭘 잘못 본 것 같은데....
지애 : 왜요 아주버님. 이 사람 다른 건 몰라두, 한번 본 건 절대 안잊어버리는 거 잘 아시면서. 그죠 어머님.
시모 : (그건 그렇다. 큼..)
큰동서 : (얄미워서 지애 째려보는)
#20. 시댁 안방 (N)
시모, 서랍에서 봉투 꺼내더니. 지애에게 내밀고.
무릎 꿇고 앉은 지애. 죄인 된 심정이다.
시모 : 아껴 써라.
지애 : 네 어머니.
시모 : 내가 말년에 가게세 받아가며.. 연금 타먹으며.. 그냥 편안히 해외여행이나 다니며 살 줄 알았더니..
생활비를 받진 못할 망정.. 주고 앉았으니.
지애 : (쓴 표정) 그러게요. 어머님두 참.. 짜증나시겠어요.
시모 : (밉게 째려보고) 현관에 반찬 좀 싸놨다. 가져가라.
지애 : 감사합니다.
#21. 시댁 현관 (N)
분홍 보자기, 파란 보자기 하나씩 놓여 있다.
지애, 얼른 다가와서 분홍 보자기 안의 반찬통을 열어보면. 간장 게장이다.
지애 : (환해지는) 간장게장이네? 웬일이셔? (좋아 하는데)
시모 : (다급히 와서 뚜껑 닫으며) 얘.. 그건 큰애꺼구. 니네껀 옆에꺼야.
지애 : (섭섭)
#22. 지애 차 안 (N)
달수가 운전하고 있고. 지애는 뒷자리에 앉아 있는데. 파란 보자기에서 빨간 김치 국물이 배어 나온다.
민주 : (코막고) 엄마... 김치 냄새 나.
지애 : (울컥.. 눈물 날 것 같은)
달수 : (거울로 지애 눈치 슬쩍 보고)
지애 : (후.. 울음 섞인 한숨 쉬며) 진짜 치사하다 치사해. 누군 입이고 누군 주댕이냐?
달수 : ... 그만 해. 형이 간장게장 좋아하니까 그런거지.
지애 : (울먹) 나도 좋아해 나도! 나도 간장게장 환장한다구 나도!!! 내가.. 게딱지에 밥 비벼 먹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데!!!
달수 : (표정)
지애 : (비장) 당신 꼭 성공해. 어머님이 우리한테 간장게장, 양념갈비, 제주옥돔, 은갈치. 또 뭐냐.. 암튼 기타 등등..
형님 빼놓고 우리만 챙겨주실 수 있게. 꼭 성공해!!
달수 : 뭐 얻어먹을라고 성공하냐?
지애 : 내가 미쳤지. 나 좋다던 애들 다 뿌리치고 어쩌다 당신이랑..
달수 : 애 듣잖아.
지애 : (민주 보면)
민주 : (빤히 보고)
지애 : (외면하며 작게 혼잣말) 진짜... 신경질 나 죽겠다...
#23. 봉순집 거실 (N)
봉순, 샤워 마친 차림. 가운만 입고 머리는 수건으로 틀어올린 채 주방에서 와인을 가지고 온다.
소파에 앉는 봉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흐뭇하기만 하다.
이때 벨소리 울리고.
#24. 봉순집 현관 (N)
봉순, 문 열며.
봉순 : 당신이야?
문 열리면. 거기 서 있는 사람. 준혁이다.
#25. 봉순집 거실 (N)
준혁 들어오는데. 따라 들어오며 기분 좋은 봉순.
준혁 : 웬 와인?
봉순 : (넥타이와 양복 받아들며) 그냥.. 자축할 일이 있어서요.
준혁 : 무슨 일?
봉순 : 계 탔어요.
준혁 : 계?
봉순 : 그게... 고등학교 때 묻어놨던 게 하나 있었는데. 갑자기 타게 됐어요. 생각도 않고 있었는데.
준혁 : (대수롭지 않게 들으며) 그래?
봉순 : 목욕 준비 해놓을께요.
#26. 봉순 집 욕실 (N)
아로마 초에 불 붙이는 봉순. 이미 욕조에는 거품이 가득차 있고. 조용한 음악까지 흐른다.
봉순, 반신욕 하면서 책 볼 수 있는 거치대 위에. 그날 신문 스크랩해 놓은 파일을 올려놓고.
하얗게 잘 마른 큰 타월과 작은 타월을 반듯하게 걸어놓는다.
봉순 : 여보.. 다 됐어요.
준혁 목욕가운 입고 들어온다.
봉순 : 오늘 경제지에 좋은 뉴스가 많더라구요. 맨 앞쪽에 스크랩해 뒀어요.
준혁 : 어. 그래? (하며 양치 하기 시작하고)
봉순 :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효모 관련 최신 연구 결과가 나와서 그것도 같이 넣어뒀구요.
당신.. 효모 이용한 식품 개발에 관심 많잖아요.
준혁 : (양치질만)
봉순 : 음악 볼륨은 괜찮아요?
준혁 : (끄덕이면)
봉순 : 그럼.. 푹 쉬면서 피로 풀어요. (조용히 나가는)
#27. 지애 집 거실 (N)
지애, 핸드폰을 찾고 있다. 가방도 뒤지고.
지애 : 어우 이게 어디 간거야?
달수 : 냉장고 찾아봤어?
지애 : 그래.
달수 : 세탁기는? 신발장은?
지애 : (찾다가 멈칫) 쯧.. 사람을 뭘로 보고..
달수 : 당신 잘 그러잖아. 전화해 봐.
지애 : (집 전화기로 전화해 본다. 누군가 받는 듯) 여보세요?
#28. 봉순 집 거실 (N)
봉순, 전화 받는.
봉순 : 응. 안그래두 연락해야지 했는데. 방법을 모르겠더라구. 그럼 내일 찾으러 오든가.
#29. 퀸즈팰리스 외경 (D)
#30. 봉순 집 거실 (D)
지애가 와 있다. 봉순에게 핸드폰 건네받는 지애.
지애 : 내가 요새 정신이 이래. (약간 봉순 눈치 보게 되고)
봉순 : 운동 많이 해. 너 그거 조기치매다?
지애 : (빈정 상하고) 무슨... 치매씩이나...
봉순 : (괜히 시계 보며) 이 아줌마가 정말 안올려나보네.
지애 : 응?
봉순 : 아니... 오후에 손님 접대할 일이 있어서 도우미 아줌마를 불렀는데. 시간 맞추기가 영 힘든가봐.
지애 : (반짝) 내가 좀.. 도와줘?
#31. 봉순 집 주방 (D)
앞치마 입은 지애가 열심히 샐러드를 만들고 있고. 옆에서 쥬스 따르고 있는 봉순.
봉순 : 내가 괜히 너 부려먹는 것처럼 됐다.
지애 : 무슨 소리야. 친구끼리 다 이럴 때 돕는거지. (힘 실어) 그리구.. 어차피 남편들끼리 한솥밥 먹으면,
우리도 한솥밥 먹게 되는 거잖아. 안그래? 우리 남편이 서울대 의대를...
봉순 : 맞다. 퐁듀 좀 만들어야 되는데? 냉동실 보면 수제 치즈 있거든? 거기에 화이트 와인 좀 넣고 녹여줄래?
지애 : (저게... 확 그냥...)
이때 벨소리 울리면.
봉순 : 왔나보네. 부탁 좀 할께. (하고 나간다)
지애 : (샐러드 만들던 집게를 확 내리치며) 내가 지 몸종이야? 감히 진짜.. 하.. 웃겨!! (해놓고 다시 집게 들어서 샐러드 비비고)
바깥에서 ‘어머 봉순아~’ 어쩌고 하며 반가워하는 소리들이 들린다.
누구야? 왠지 궁금해지는 지애.
#32. 봉순 집 거실 (N)
미영과 연선 정숙 등 친구들이다. 호들갑스럽게 수다 떨면서 봉순과 함께 들어오고.
미영 : 연락받구 정말 깜짝 놀랬다.
연선 : 근데 너 진짜 웬일이니? 너무 이뻐졌다.
정숙 : 살도 어쩜 쏙 빠지고. 완전 딴사람이야.
미영 : (둘러보며) 집 잘 빠졌네. 퀸즈에서 이 정도 평수면 얼마나 하니?
봉순 : 그냥 뭐... 15억 정도 하지. 요즘 많이 떨어져서 속상해. 종부세니 뭐니 때문에 골치도 아프구.
친구들 : (15억!)
봉순 : 잠깐만. 앉아 있어.
#33. 봉순 집 주방 (N)
봉순 들어온다.
봉순 : 나가서 인사할래?
지애 : 내가? 아니야. 내가 니 손님들한테 무슨 인사를 해.
봉순 : 너도 아는 사람들이야.
지애 : 응?
봉순 : 미영이 정숙이 연선이. 너 잘 알잖아.
지애 : (기막히고) 뭐? 아니.. 걔네들이 왜.. 온다던 손님들이 걔네였어?
봉순 : (태연) 응.
지애 : 왜 얘기 안했어?
봉순 : 지금 얘기하잖아.
지애 : 야! 너 지금 일부러... (버럭 하려다 꾹 참고)
봉순 : 인사하기 싫음 여기 있든가.
#34. 봉순 집 거실 (N)
봉순 나오고. 그 뒤로 따라나오는 지애. 완전 구겨진 표정이다.
정숙 : 어? 지애야.
연선 : 야. 너도 왔었어?
지애 : 어...
봉순 : 인사차 왔대. 지애 남편이 우리 남편 회사에 들어오고 싶어하는데. 그 문제루.
미영 : (이미 알고 있었다) 맞다. 봉순이네 남편이 이 회사 다녔지? 나도 얼마전에 들었다.
지애 : 그럼 너.. 알고 있었어?
미영 : 그게 알고는 있었는데. 왜 이제야 생각이 나냐? (히죽)
봉순 : 참.. 지애야. 미안한데. 쥬스 따라논 거 있는데. 좀 가져다 줄래?
지애 : (표정 있다가) 어.. 그래.. 내가 가져오지 뭐. (일어나서 주방으로 간다)
친구들 : (웬일이니.. 자기들끼리 표정 주고받고)
봉순 : (모르는 척)
#35. 봉순 집 주방 (D)
지애, 쟁반에 담긴 쥬스 보며 파르르 떤다. 밖에선 웃고 떠드는 소리.
더는 못참겠는지, 쥬스 한잔 벌컥벌컥 마시는 지애. 다른 한잔 집어들더니 거실로 나간다.
#36. 봉순 집 거실 (D)
지애, 거침없이 다가가 봉순 얼굴에 쥬스 끼얹어 버린다. 친구들 놀라고.
봉순 : 야! 너 뭐하는 짓이야!
지애 : 나쁜년. 너야말로 친구한테 뭐하는 짓이야? 니 남편이 부장이면 부장이지, 니가 부장이야? 사람을 이렇게 갖고 놀아?
양봉순 주제에 천지애를?
봉순 : 뭐?
지애 : 딱 보면 견적 나오지. 귀족수술.. 눈밑에 애교살 넣구. 누가 모를 줄 알아? 턱 깎구 코에 지방 넣구 할 거 다해놓고..
치아 교정 좋아하고 자빠졌네.
친구들 : (풋.. 웃고)
봉순 : 야. 너 니 남편 취직 안시켜도 되나보지?
지애 : 됐어 이 기지배야. 누가 여기 아니면 취직 자리 없을 줄 알아?
봉순 : (흥!) 그래. 잘해봐라!!! 요즘 같은 불경기에.. 파릇파릇한 대졸생들도 갈 데 없어 난린데.
서른 넘은 백수가 취직이 잘도 되겠다. 그것도 퀸즈그룹처럼 연봉 빠방한 회사에!
지애 : (표정)
봉순 : 계속 그러고 살어. 애는 커가는데, 남편은 돈 한푼 못 벌어오고. 시댁에 생활비 타러 갈 때마다 주눅들고.
지애 : (점점 울상 되는)
봉순 : 시어머니한테 게장은 한번도 못얻어먹고 김치만 얻어먹으면서. 그렇게 살어!!!
지애 : (울상되는) 이 기지배가...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봉순 : 하나마나한 상상 그만해! 제대로 들이받지도 못할 거면서!
지애 : (울상)
#37. 봉순 집 주방 (D)
지애 울상인 채로 그냥 서 있다. 내려다 보면, 컵에는 쥬스들이 찰랑.. 그대로 있다.
후.. 한숨 쉬고. 쟁반 얌전히 들고 나가는 지애.
#38. 봉순 집 거실 (D)
친구들과 봉순, 뭔가 얘기하며 까르륵대고 있고.
지애, 쥬스 쟁반을 그 앞에 갖다 놓는다.
지애 : 마셔...
연선 : 야. 너도 좀 앉아라.
지애 : 어.. (하고 엉거주춤 앉으려는데)
봉순 : 아 맞다. 샐러드 가져와야지?
지애 : 아우 야. 내가 가져올게. (용수철처럼 튀어서 주방으로 간다)
봉순 : (의기양양하게 쥬스 마시고)
친구들 : (웬일이야.. 눈짓 나누고)
봉순 : 다들 잘 살았니? 지애 만나고 나니까 갑자기 옛날 친구들 생각이 나고 보고 싶더라구.
연선 : 그래. 이제 이렇게 다들 연락하고 살자. 애들도 비슷한 또랠거구. 넌 애가 어떻게 돼?
봉순 : 일곱살짜리 남자애 하나. 지금 영어 유치원 갔어.
정숙 : 너 그런데.. 원래 피부가 그렇게 좋았니? 그땐 여드름 빡빡이었던 거 같은데.
봉순 : (표정 있다가) 어려서 지성 피부가 나이 들면 더 낫다잖아. 아무래도 탄력이 있으니까.
미영 : 그래도.. 관리 하지? 보니까. 장난 아닐 거 같은데?
봉순 : (미소로) 우리 건물에 에스떼띡이 하나 있는데. 거기 다녀.
미영 : (반색) 알어! 여기 입주민들한테만 회원권 끊어주는 데. 맞지.
봉순 : 응. 아무래도.. 어중이떠중이 다 받을 수 없으니까.
미영 : 그래두 회원이 추천하면 외부 사람들도 받아준다던데?
봉순 : 시스템을 잘 아네?
미영 : 안그래두 내가 우리 오빠한테 아는 사람 줄 좀 대달라구 막 졸랐었잖아. 우리 오빠가 퀸즈그룹 다니긴 하는데. 여긴 안 살거든.
봉순 : 그래? 그럼... 온 김에 같이 갈래?
미영 : 어머..진짜?
정숙 : 우리야 좋지. 나도 잡지에서 몇번 보고 침만 흘린 거 같은데.
연선 : 야 우리가 봉순이 덕을 다 본다 진짜.
이때, 주방에서 샐러드 접시에 샐러드 담아 내오는 지애.
봉순 : (지애 보며) 너두 갈래?
지애 : 응? 어딜? (표정에서)
#39. 고급 에스떼띡 라운지 (D)
인도풍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고. 에스닉한 분위기로 꾸며진 에스떼띡 라운지.
웬만한 탤런트 뺨치게 이쁘고 우아한 에스떼띡 여직원이 입구에 서 있다가 봉순 일행을 맞이한다.
에스떼띡 : 사모님 오셨어요?
봉순 : 정실장님. 아까 말한 내 친구들.. 회원등록 되죠?
에스떼띡 : 사실 이렇게 여러 분은 한꺼번에 안되는데. 사모님이 특별 부탁하신거니까요.
봉순 : (미소) 고마워요.
에스떼띡 : 1년 회원권이 있구요. 3년짜리두 있어요.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정숙 : 난, 일단 1년만 할래.
연선 : 나두..
미영 : 아우.. 난 3년. 이게 어떻게 잡은 기횐데.
지애 :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약간 당황스럽고)
에스떼띡 : 1년은 오백만원이시구요. 3년은 1200만원이세요. 카드로 하시겠어요?
지애 : (컥.. 기절할 것 같고)
지애 빼고 모두 지갑에서 금빛 카드 꺼내 들면.
봉순 : 잘됐다. 이런 거 끊어 놓으면 정기적으로 얼굴 볼 수도 있잖아.
미영 : 그러게. 이제 자주 보자. (하더니 지애 보며) 넌?
지애 : 어?
미영 : 안 끊어?
지애 : 저... 꼭 1년씩만 돼요? 전 피부가 예민한 편이라.. 일단 한번 받아보고 나서 결정하는 게...
에스떼띡 : (정중하게, 하지만 냉정하게) 저흰 1회씩은 안되는데요.
미영 : 야 이런 덴 그렇게는 안되지! 너 그건 매너야.
봉순 : 안할거야?
지애 : 아니... 누가 안한대? 근데... 제품들이 내 피부에 맞을라나 모르겠네.
에스떼띡 : 저희 제품은 아토피 환자분들에게도 트러블이 없었던 제품이에요. 녹차와 허브 라인들이거든요.
봉순 : 그래. 그건 내가 보증해.
지애, 내키지 않지만 망신 당하기 싫은 마음에 카드 꺼내고.
직원이 지애 카드를 긁는데.
지애, 약간 불안한 기색.
에스떼띡 : (표정 있다가) 사모님. 다른 카드는 없으세요?
지애 : 네?
봉순 : 왜? 무슨 문제 있어요?
에스떼띡 : 한도초과로 나와서요.
지애 : (표정)
미영 : 하긴.. 일반 카드는 한도가 500씩은 안되지.
지애 : 아니야. 내꺼 돼. 되는데.. 이번달에 내가 좀 썼더니.. 저번에 미용실도 가고... 그래서.. (망신스러워 카드 얼른 받고)
봉순 : (확인사살) 1회씩은 정말 안되는거죠?
에스떼띡 : 죄송해요 사모님. 웬만하면 해드리고 싶은데...
봉순 : 할 수 없죠 뭐. 실장님두 규정을 지켜야 하는데. (달래듯) 지애야.. 어떡하니?
지애 : (얼굴 빨개진 채) 괜찮아. 난. 첨부터.. 별로 여기 오고 싶지도 않았어. 집에 일도 있고...
봉순 : 그래? 다행이네. 불편한 자리에 껴 있으면 너만 더 불편하지. 먼저 집에 가라.
봉순을 위시한 친구들 지애에게 인사하며 안으로 들어가고.
지애 표정.
#40. 고급 에스떼띡 앞 (D)
지애 나오는데, 닫히는 문.
문 앞에 선 지애. 마음이 착잡하다 못해 열 난다.
카드를 다시 지갑 안에 넣는 지애. 눈물 나는 거 겨우 참느라 볼에 바람 잔뜩 넣고 얼굴에 대고 손부채질.
#41. 소현 집 거실 (D)
집에서도 명품 며느리룩 차림의 소현, 집 전화로 통화 중이다.
소현 : 사장님 지금 외부 사람이랑 잠시 미팅 중이세요. 네.. 비공식 미팅이라 비서팀에도 얘기 못하셨다구 하시더라구요.
회장님한텐 황비서님이 그렇게 좀 전해주세요. 기사 대기 안시키셔도 돼요. 네.
소현, 전화 끊는다. 일어나서 안방 쪽으로 걸어가고.
#42. 소현 집 안방 (D)
소현 들어와서 팔짱 끼고 본다.
상의 벗은 채 세상모르게 잠들어 있는 태준. 베개에 푹 파묻혀 있다.
소현, 건드리기도 싫다는 듯 손가락으로 꾹 태준의 등을 누른다.
태준, 꿈쩍도 않는다.
소현 : (팔짱 낀 채) 일어나 봐.
태준 : (그대로)
소현 : 일어나 보라구. 회장님이 찾으신대.
태준 : (그제야 약간 꿈틀)
소현 : 황비서님한테 재떨이 던지셨대.
태준 : (돌아눕고 실눈 뜬다) 뭐라 그랬어?
소현 : 비공식 미팅 있다구..
태준 : 잘했어. (피식 웃고 일어나 앉는다) 암.. 찍히면 안되지. 내가 회장님한테 찍히면.. 당신한테도 좋을 게 없으니까..
그러면 안되지.
태준, 옷 대강 걸쳐 입는 모습 한심하게 보던 소현.
소현 : 부끄러운 줄 알아.
태준 : (소현을 빤히 보다가) 언제 보여줄거야?
소현 : 뭐?
태준 : 바람 피워주겠다며? 그것도 내 부하직원 중에서 골라잡아서.
소현 : (모멸감) 왜? 못할 것 같애?
태준 : 어. (피식 웃고 나가면)
소현 : (노려보는)
#43. 퀸즈팰리스 주차장 (D)
지애의 소형차가 주차장에서 나오다가 시동이 팍 꺼져 버린다.
#44. 지애 차 안 (D)
안 그래도 열받은 상태인 지애. 짜증이 극에 달한다.
지애 : 아.. 이놈의 똥차 진짜.. (계속 시동 걸려고 하는데 안 걸리는데)
갑자기 뒤에서 뭔가가 쿵 박는다. 그 바람에 운전대에 머리를 쿵 박는 지애.
지애 : 아야.. (홱 돌아보며) 뭐야!!!
#45. 퀸즈팰리스 주차장 (D)
지애, 차에서 나온다.
바로 뒤에 으리번쩍한 외제차가 서 있고. 태준이 귀찮은 표정으로 차에서 나온다.
지애 :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태준 : 왜 거기서 그러고 있어요.
지애 : 나야 시동이 꺼져서...
태준 : 아줌마. 그럼 비상등이라도 켜든가.
지애 : 아줌... (확 열받고) 아저씨! 그래서 지금 잘했단 거에요? 가만 있는 차 와서 들이받아놓고?
지애, 호들갑스럽게 차 뒤를 살핀다. 뒤가 찌그러져 있다.
지애 : 어떡해 진짜. 완전 찌그러졌네. (찌그러진 데 쓰다듬고 난리 치더니) 잠깐 비켜보세요. 일단. 법적인 증거를 확보해야 되니까.
지애, 수사관처럼 온갖 폼 다 잡으며 핸드폰 카메라로 여기저기 찍고.
옆에 서 있는 태준도 마구 찍는다.
태준 : (어이없이 보다가) 이 아줌마가.. 나는 왜 찍어?
지애 : 아니... 나중에 발뺌할 수도 있잖아요!
태준 : (짜증스러운 듯 지갑에서 수표를 척척 꺼내서 준다) 자요.
지애 : (보면)
태준 : 이거면 이런 차 사고도 남을걸요? 이거 중고차 시장에 내놔도 50만원이나 받을라나? 에이 똥차..
태준, 차에 오르려고 하는데.
지애 : 이 아저씨가 진짜!!! (확 열받는 표정 있다가, 갑자기 뒷목을 잡는) 아...
태준 : (왜 이래? 표정)
지애 : 나 뒷목이 이상해요. 목뼈.. 아니 척추에 이상이 생긴 거 같아.. 아야... 속이 미쓱거리는 게..
뇌가 놀랬나..? 뇌가 충격받았나봐.
태준 : (놀고 있네..)
지애 : 일단 안되겠어요. 병원 가서 거..뭐냐.. 씨티 촬영이랑 다해보고 나서 연락 드릴테니까.
(한손으론 목잡고 한손으론 손 내미는) 명함 주세요.
태준 한심한 듯 보다가, 지갑에서 명함 꺼내려는데.
사장 한태준.. 잠깐 보이고. 안되겠다 싶어 지갑 닫는다.
태준 : 나 명함 같은 거 없는데?
지애 : (쳇! 백수구만?) 그럼 핸드폰 번호 찍으세요. (자기 전화기 내밀고)
태준 : (번호 찍으면)
지애 : (바로 전화해 보고, 태준 전화벨 울리는 거 확인하는) 됐어요. 일단 차는 공장 넣어놓고. 저는 병원 가서 검사부터 하구요.
이쪽으로 연락 드리죠.
태준 : (귀찮다) 그러든가.
태준, 차에 올라타더니. 끼이익 하고 뒤로 물러서더니 횅하니 가 버린다.
지애, 저게..!! 하는 표정.
#46. 정형외과 6인실 (N)
지애 환자복 입고 누워 있고. 옆에서 사과 깎는 달수. 츄리닝 차림.
지애 : 딱 보니까 백수야. 백수 주제에 어디서 그런 외제차를...
달수 : (기분 나쁘고) 여보. 듣는 백수 배려 좀 해줘.
지애 : 아 미안. 암튼, 사람이 너무 싸가지가 없더라구. (소리 낮춰) 그리구 돈이 진짜 많아 보이구.
달수 : (사과 깎으며) 그래도 있지. 같은 백수 입장에서 좀 그렇다. 이런 식으로 사기를 쳐먹는다는 게...
지애 : 아까 엄마한테 물어봤는데. 작은 이모도 이러고 한 몇주일 드러누워 있다가 합의금으로 삼백 받았대.
달수 : 삼백?
지애 : 그래~
달수 : (태도 바뀌고) 사실.. 나처럼 검소한 백수면 이런 식으로 사기치는 게 좀 그렇지만.
그렇게 사치스런 백수라면 괜찮다는 생각도 든다.
지애 : 그지? 아후... 아주 죽으란 법은 없나봐.
두 사람 사악하게 낄낄거리면서 칼로 사과 찍어서 서로 먹여주고.
#47. 봉순 집 서재 (N)
준혁 스탠드 불 켜놓은 채 서류들 검토중이다.
녹즙 가지고 들어오는 봉순.
봉순 : 먹고 해요. 머리 맑아질거야.
준혁 : 놔둬.
봉순 : 그리구. 다음주 화요일에 대상식품 김기만 이사랑 골프 약속 잡았어요. 부부동반으로.
준혁 : 김이사 시간 된대?
봉순 : 와이프가 된다고 했으니, 없어도 내겠죠.
준혁 : 그래. 잘했어. (다시 서류로)
봉순 : 여보..
준혁 : (서류 보는 채) 응?
봉순 : 당신은 나 사랑해요?
준혁 : ........
봉순 : .. 한번도 안했잖아요 그런 말.
준혁 : (서류 넘기며) 잠이나 자.
봉순 : (왠지 쓸쓸해진다)
#48. 교실 (D) - 회상
지애 : (의미심장) 준혁이.. 오늘 우리집 오기로 했어.
수다 떠는 지애와 친구들 뒤로.
책상에 엎드려 있던 봉순. 벌떡 일어나고.
봉순 시선에서 보이는 지애 모습.
미영 : 왜?
지애 : 집 비거든.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 계모임에서 온천간대.
연선 : 뭐? 그럼 빈집에.. 니네 둘이...
아이들 : (꺄악~)
지애 : 왜 니들이 더 난리야? 크리스마스 이브잖아. 그냥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차원에서 만나는거지.
미영 : 야. 너 불교잖아. 무슨 크리스마스를 축하해.
지애 : (새초롬)
미영 : 혹시 니네 오늘.... 키스하는 거 아냐?
여학생들, 까르르 책상 치며 웃고.
지애, 아니라며 내숭 떠는 모습 보며 초조해지는 봉순.
#49. 지애 옛집 앞 일각 (N)
여자 꼬마에게 커다란 초코파이 상자 안겨주는 봉순. 꼬마 손에는 카드가 들려 있다.
봉순 : 뭐라고 하면 된다구?
꼬마 : 아까 어떤 오빠가요. 언니한테 이거 전해달랬어요.
봉순 : 잘했어. 꼭 그렇게 해야 된다?
#50. 봉순 옛집 방 (N)
의자 들고 있는 봉순. 눈 딱 감고 의자를 들어서 창문을 깬다.
와장창 깨지면서 사방으로 튀는 유리 파편.
유리 조각 집어든 봉순, 이 악물고 손등에 상처를 낸다.
#51. 봉순 옛집 앞 (N)
대문 앞에 서 있는 봉순. 피가 배어나오는 손수건을 손등에 감은 채.
모퉁이를 돌아서 꽃다발을 들고 걸어오는 준혁이 보인다.
봉순, 안경을 벗어서 밟아 버린다.
준혁이 가까이 왔을 때 쯤, 튕겨지듯 그 앞으로 달려나오는 봉순.
준혁 : 어? (알아보고) 너...
봉순 : (벌벌 떨며) 도..도와주세요. 집에 도..도둑이 들었어요.
준혁 : 뭐?
#52. 봉순 옛집 방 (N)
준혁 들어오고, 쭈빗대며 따라오는 봉순.
준혁 : (유리파편 보며) 도망간 것 같은데?
봉순 : 고마워.. 아깐 너무 놀라서...
준혁 : 그래. 손 다친 데 병원 가 봐야 하는 거 아냐?
봉순 : 아니야. 살짝 베인 것 같애.
준혁 : 다행이지. 그나마 내가 그때 집앞을 지나가서.
봉순 : 난 누군지도 몰랐어. 안경이 깨져서... 앞이 잘 안 보였거든.
준혁 : 부모님 어디 가셨다구?
봉순 : 어... 동네 어른들이 다같이 여행 가셨어.
준혁 : (정의감에 넘쳐) 그 자식이 그거 알고 왔나보네. 신고부터 하자.
봉순 : (막듯이) 이따가.. 내가 할께. 그러니까.. 너무 놀래서... 나 좀 쉬고 싶어서.
준혁 : 어. 그래...
#53. 봉순 옛집 마루 (N)
붕순은 소파에 앉아 있고. 준혁이 물 갖다 준다.
준혁 : 괜찮아?
봉순 : 응.. (물 마시고)
준혁 : (시계 보고) 그런데.. 어쩌지? 나.. 지애랑 약속이 있어서 가봐야 되는데.
봉순 : (표정) 아...
준혁 돌아서서 나가는데.
봉순 : 지애 지금...
준혁 : (응? 해서 돌아보면)
봉순 : 없을텐데...
준혁 : 무슨 소리야?
봉순 : 아까.. 학교에서 애들이랑 얘기하는 거 봤거든. 저녁에 미팅 있다고 그러는 거 같던데.
준혁 : 말도 안돼.. 나랑 만나기로 했는데?
봉순 : 지애는... 약속같은 거 안 지켜. 한남자하고만 만나지도 않구.
준혁 : (표정)
#54. 봉순 옛집 앞 (N)
준혁 나오는데. 따라 나오는 봉순.
그런데 지애가 집앞으로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봉순, 얼른 비틀.. 하고. 준혁 봉순을 잡아주는데. 그대로 기대는 봉순.
봉순 : 미안... 나 좀 어지러워서...
준혁 : (감싸주며) 너 많이 놀랐나봐. 혼자 진짜 괜찮겠어? 누구 부를 친척 없어?
봉순 : 괜찮아. 잠깐만 이대로 있을께. 잠깐만.
이 모습을 보는 지애. 파르르 하더니 대문 꽝 닫고 들어간다.
그 소리 들으며, 봉순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55. 공원 (D)
겨울 코트 입은 준혁과 봉순이 앉아 있다.
봉순 : 오늘도 지애 못 만났어?
준혁 : 지애가 안만나줘. 전화도 안받고. 집으로 가도 안나오고..
봉순 : 있잖아. 지애가 말하지 말랬는데. 그래두 안되겠어.
준혁 : 응?
봉순 : 지애 크리스마스 이브에 명동 나가서 미팅 했었대. 그러려구 너 바람 맞힌 거구.
준혁 : (표정)
봉순 : 그리구. 그때 만난 애랑 사귄다더라.
준혁 : (비참해지는 표정)
준혁 고개 푹 숙인 채 머리 감싸쥐면. 그 옆에서 복잡한 표정으로 보는 봉순.
#56. 봉순 집 서재 (N)
봉순, 책 보는 준혁을 물끄러미 본다.
준혁 : (힐끗 보고) 왜..
봉순 : ..... 기획부 충원한다며요?
준혁 : 어떻게 알아?
봉순 : 김홍식 이사님 사모님.
준혁 : 참.. 그 여자도.. 회사일에 관심 많아.
봉순 : 누구 생각해 둔 사람 있어요?
준혁 : 몇 명이 추천 받아 온 거 같은데. 인사부장이 자기 조카 얘기하더라구.
봉순 : 그럼 그냥 그 사람 뽑아줘요. 괜히 인사부장이랑 각 세워서 좋을 게 뭐 있어요?
준혁 : 왜?
봉순 : 아니.. 김홍식 이사님 사모님이... 그 자리에 누굴 추천한다구 그러면서. 그 사람 와이프를 집까지 보냈는데. 부담스러워서...
준혁 : (버럭) 그런 사람을 왜 집에 들여?
봉순 : 이사님 사모님 부탁이라 그랬죠.
준혁 : 다시는 그런 사람 상대하지 마. 별... 이상한 여자 다 있네. (다시 서류 본다)
봉순 : (물끄러미 보는)
#57. 정형외과 6인실 (D)
지애, 비닐에 담긴 떡볶이 맛있게 먹고 있다.
달수 : 맛있지. 내가 신당동까지 가서 사온거야.
지애 : 아 진짜 살 거 같애. 아우.. 병원밥 싱거워서 못먹겠다니까.
달수 : 안 심심해? 아프지도 않은데 주구장창 드러누워서..
지애 : (쉿!!!하며 난리치고 속삭이는) 보니까.. 보험회사에서 막 급습하고 그러더라구. 보안을 철저하게 해야 돼.
달수 : 퍽 큰일도 한다.
지애 : (흘겨보고) 그럼 삼백만원 버는 일이 작은 일이야? 그나저나 당신 퀸즈푸드에서 내라는 서류는 다 냈어?
달수 : 새 상품 홍보 기획안 내는 게 있는데. 아직 구상 중이야.
지애 : 빨리빨리 해서 내버리지. 뭘 그렇게 꾸물대.
달수 : 그게 막 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지애 : 암튼 이번 일 잘 안되면. (떡볶이 먹던 거 마구 튀기며) 진짜 이혼할 줄 알아.
달수 : 아.. 드러..
지애 : 면접인가 뭐시긴가 준비 잘하고 있지?
달수 : 몰라. 한두번 하는 건가?
지애 : 잘하란 말이야! (베개 밑에서 휴대폰 꺼내더니 전화하는)
달수 : 어디 전화해?
지애 : 당신은 진짜 능력있는 마누라 둔 거.. 고마운 줄이나 알아. (전화하고) 여보세요? 어머나.. 사모님. 궁금해하실 거 같아서요.
제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요즘 백화점엘 못나가... (놀라고) 네?
#58. 장례식장 (D)
영숙, 상복을 입은 채 손님들을 맞이하며 전화 통화 중.
영숙 : 시어머님이 돌아가셨다구. 응.. 오늘 오전에.
#59. 정형외과 6인실 (D)
지애, 전화 끊더니. 그대로 굳어 있다.
달수 : 왜 그래?
지애 : 여보. 얼른 집에 가자.
달수 : 왜?
지애 : 하늘이 주신 기회야. 얼른 옷 갈아 입으러 가야 돼!
지애, 벌떡 일어나서 다다다 뛰어나간다.
#60. 장례식장 앞 (N)
지애와 달수가 검은 색 옷으로 빼입고 와 있다.
지애 : (달수의 넥타이를 고쳐서 매주며) 진짜 잘해야 돼. 알지? 여기 회사의 핵심 관계자들은 다 모여 있는 거?
달수 : (갑자기 가려고) 여보. 나 못하겠어.
지애 : (확 잡아채고) 왜 그래 또..
달수 : 어색하잖아. 속 뻔히 보이는데.
지애 : 아 좀 보이면 어때. 다들 그렇게 간 쓸개 다 빼놓고 살잖아. 다른 사람들은 뭐 자존심도 없어서 그러고들 사는 줄 알아?
달수 : 아니 그래두...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할 말도 없구...
지애 : 누군 날 때부터 아는 사람이야? 오늘 보고 인사하면. 아는 사람 되는거야! 왜 이렇게 사회성이라곤 쥐뿔도 없는거야 진짜!
달수 : 여보. 내가 실력으로 승부..
지애 : 실력으로 승부 좋아하네. 실력 백번 좋아야 아무 소용 없어. 진짜 실력자의 눈에 들어야지. 얼른 따라와.
달수 : (머뭇)
지애 : (버럭) 진짜 이혼해 볼래?
#61. 장례식장 (N)
상주인 홍식을 비롯해 영숙과 집안 식구들이 손님을 맞고 있고. 대성황리에 치러지고 있는 장례식.
이때 달수를 끌고 들어오는 지애.
지애 : (영숙 발견하더니, 바로 닭똥같은 눈물 뚝뚝 흘리는) 사모니임... 아니 어쩌다가 이렇게 애통한 일을...
영숙 : 어... 뭐하러 왔어.
지애 : 와야죠 당연히 와야죠. 사모님께서 이렇게 가슴 찢어지는 일을 당하셨는데. 제가 안오면 어떡해요.
저 오는 내내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흑흑)
달수 : (기막혀서 그런 지애를 보고)
영숙 : (속삭) 저기.. 그럴 필요 없어. 호상이야 호상.
지애 : 그래두요. (흑흑..)
영숙 : 그리구.. 나 우리 시어머니랑 사이 많이 안좋았어.
지애 : (바로 눈물 쓱 닦더니, 쾌활하게) 사모님. 저 뭐부터 할까요? 손님도 이렇게 많으신데. 일손 딸리시죠.
영숙 : 딸리긴 딸리는데. 그래두... 괜찮아. 벌써 우리 부인회 식구들이 와서 다 도와주고 있는걸?
지애, 휘리릭 둘러보면.
이슬과 정란을 비롯한 회사 여자들,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손님들에게 서빙도 하고. 온갖 잡일을 다 도맡아 하고 있다.
지애 : 저 일 안시켜주시면 섭섭해요. 그래두 사모님과 꽤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영숙 : 어머나. 자기가 그렇게까지 생각한다면 할 수 없구.
지애 : 감사합니다 사모님.
달수 : (그런 지애 보며 찝찝한데)
지애 : 저.. 사모님. 그리구.. 이쪽은.. 제 남편...
영숙 : 아...
지애 : (달수를 쿡 찌르면)
달수 : (흠칫) 안녕하십니까. 온..달수라고 합니다.
영숙 : 아. 그래요? 잠시만? (하더니 홍식에게 가서 뭐라고 속삭인다)
홍식 : (고개 끄덕이면)
영숙 : (오라는 손짓)
지애 : (환희에 차서, 달수를 끌고 홍식 곁으로 가고. 90도 절을 하며) 안녕하세요.
달수 : 안녕하십니까. 온달수라고 합니다.
홍식 : 어. 이 사람한테 몇 번 얘기는 들었어. 기획부 인력 충원하는 데 지원했다구?
달수 : ...예..
홍식 : 그래. 잘 알았어.
지애 : (표정 환해져서) 감사합니다 이사님..
달수 : (표정)
#62. 백화점 명품샵 (N)
소현, 태준모가 옷 입어보고 있는데 옆에서 시중들고 있다.
태준모 : 태준이 또 아침 회의 빠졌다며? 회장님 노발대발 난리나셨다.
소현 : 비공식 미팅이 잡혔대요.
태준모 : 그걸 미리 얘기도 않고 잡아? 댈 핑계를 대.
소현 : ...
태준모 : 우리 회장님도 젊었을 땐 태준이 같았어. 고삐 풀린 망아지모냥. 그거 잡아준 게 나 아니니.
소현 : 네 어머님.
태준모 : 너 내조가 별 거 아닌 거 같지? 그게 남자를 영웅으로도 만들고 핫바지로도 만드는거야. 너 그거 잘해야 돼.
소현 : ...네 어머님.
태준모 : 참. 김홍식 이사 모친상 당했다면서.
소현 : 근조화환 보냈습니다.
태준모 : 꽃나부랭이루 돼? 사람이 직접 가봐야지. 태준인 시간 없을 거니까 니가 가 봐라.
소현 : 네.
태준모 : 싫어도 가 봐. 듣자하니까, 말단 직원부터 임원회까지. 부인네들은 김이사 와이프가 꽉 잡고 있다며?
너 그거 보통 권력 아니야.
소현 : ...
태준모 : 안그래두.. 회장님이 태준이보다 김이사를 더 신뢰하시는데. 그 여자가 회사 부인회까지 다 장악하게 냅둬선 안돼.
이럴 때 얼굴도 비치고. 인맥도 쌓고. 그래야 니 남편도 편이 생기는거야. 알겠어?
소현 : 네 어머님.
태준모 : 여기.. 얘 입을 걸루 검은색 정장 한 벌 내줘봐. 고급스런 걸루.
직원 : 네 사모님.
#63. 장례식장 (N)
지애, 전투적으로 일 열심히 한다. 손님들에게 하는 것도 싹싹하기 이를 데 없고.
먼발치에서 영숙도 그런 지애를 흐뭇하게 본다.
달수는 구석에 혼자 앉아서 안주 깨작대고 있고.
지애, 일하면서 옆으로 가서.
지애 : 좀.. 사람들 많은 데 가서 친한 척 좀 하고 그래 봐. 그러라고 내가 이러는 건데.
달수 : 아 됐어. 그만 하고 집에 가자.
지애 : 있어 봐 좀! (시계 보며) 봉순이 이 기지배는.. 안오는거야 뭐야?
달수 : 뭐?
지애 : 아니야. 암튼 좀만 더 있어.
지애, 다른 쪽으로 얼른 가면. 달수, 멀쭘하고.
#64. 장례식장 다른 일각 (N)
이슬과 정란은 지애 일하는 모습 보면서 그 꼴이 얄밉기만 한.
이슬 : (돼지 머릿고기 누른 거 집어먹으며) 뭐야 진짜. 자기가 우리 회사 식구도 아니고. 왜 이런 데 와서 설치냐구.
정란 : 내 말이. 사모님 사모님 하면서... 어쩜 저래? 얼굴 진짜 두껍다.
이슬 : (소주 한잔 캬.. 하고) 아우..난 저렇게 니끼한 애들 보면 소주가 땡기드라.
이때, 일하는 아줌마가 음식물 쓰레기 봉지 큰 걸 버리러 가려는데.
정란 : (표정 있다가) 아줌마! 그거 저 주세요. 저희가 처리할께요.
아줌마 : 아유 그래요? 그럼 고맙지. (주고 가면)
이슬 : (코 막고) 이걸 뭐하게.
정란 : 지애씨~~ 여기~~
지애 : (멀리서 보고. 저요? 하며 달려온다) 네? 왜요?
정란 : 아우.. 이거 좀 버려줄래? 일손이 바쁘네. (턱 맡기는)
지애 : 아니.. 이걸... (받고.. 웩.. )
이슬 : 얼른 버려. 여기 오래 놔두면 손님들 냄새 나잖아.
지애 : 네? 아..네..
#65. 장례식장 밖 (D)
지애, 쓰레기 봉지 끌면서 나온다. 일을 하고 난 터라 머리도 헝클어져 있고 심란한 행색인데.
맞은편으로 럭셔리하게 걸어오는 봉순.
지애, 봉순 얼굴 보는 순간. 하필 이럴 때... 짜증나고 민망한데.
바로 그 뒤로 모퉁이 돌아 나오는 남자. 준혁이다.
헉.... 깜짝 놀라는 지애. 놀란 건 준혁도 마찬가지.
봉순도 약간 당황스럽다.
봉순 : (표정 있다가) 어머, 지애야. 니가 여긴 웬일이야?
지애 : 어.. 사모님 뵈러 왔다가 좀 도와드리느라구.. 그런데... (하며 봉순과 준혁을 번갈아 보면)
봉순 : 응. 우리 그이.. 너도 알지?
지애 : (표정 있다가) 알지..
봉순 : 당신도 알잖아. 지애.
준혁 지애와 지애가 쥔 쓰레기 봉지를 본다. 저게 천지애라고? 하는 듯한.
준혁 : 두 사람.. 연락하고 지냈었어?
봉순 : 아니.. 얼마 전에.. 지애가 찾아왔더라구.
지애 : 둘이.. 부부야?
봉순 : 어. 몰랐어? 난 알고 있는데 니가 불편해서 안물어보는 줄 알았지.
지애 : 아니.. 난.. 몰랐지. 둘이.. 그렇게 된 줄은..
준혁 : (냉정할 정도로 쌩하게) 만나서 반가웠다. 여보. 나 먼저 들어가 있을게.
준혁 들어가 버리고 나면.
봉순 : 근데 너.. 좀 오바 아니니? 아직 니 남편 회사 들어온 것도 아니잖아.
지애 : 니 남편 준혁인 건 왜 말 안했어?
봉순 : 내가 그걸 너한테 말해야 할 의무라도 있니? 말 참 웃기게 한다 너.
지애 : 그래두...
봉순 : 들어갈게. 좀 바빠서.
지애 : (표정)
#66. 장례식장 일각 (N)
봉순, 영숙에게 인사하고 있다.
봉순 : 정신 없으시죠.
영숙 : 어. 그래도 지금은 사람들 많이 갔어. 좀 한가해.
봉순 : 사모님 그런데... 메이크업이 좀 진하신 것 같아요.
영숙 : 어? 그래? 창백하게 한다고 한건데.
봉순 : 제가 좀 봐드려도 될까요? 잠깐만...
#67. 장례식장 다른 일각 (N)
봉순, 가방에서 메이크업 셋트를 쫙 펼치고. 파우더를 섞는다.
봉순 : 보라색 계열을 더해주면. 얼굴이 파리하고 창백해 보이면서도. 품격 있는 느낌을 연출할 수 있거든요.
영숙 : 자긴.. 진짜 못하는 게 없어. 이런 건 또 언제 배웠어?
봉순 : 학원에 다녔었어요. 입술은 거의 색깔 없는 핑크 계열로 해드릴께요. 맨입술 같으면서도 까칠해 보이진 않거든요.
영숙 : 암튼... 내가 이래서 우리 한부장네한텐 꼼짝 못한다니까... 그런데 있잖아? 천지애씨랑 동창이라면서?
봉순 : ... 네.
영숙 : 난 사람 괜찮던데...
봉순 : (미소만)
영숙 : (더는 말 못하고)
#68. 장례식장 일각 (N)
봉순이 가방 챙기며 나오는데.
준혁 눈에 달수가 혼자 소주 홀짝이는 모습 보인다.
준혁, 달수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간다.
봉순 : 여보.. 저쪽에 강이사님 계신데? 그쪽으로 가지?
준혁 : (싸늘) 어제 말한 사람이.. 천지애야?
봉순 : (표정) 응?
준혁 : 김홍식 이사가 자리 부탁했다는 사람!
봉순 : ...응. 괜히.. 당신이 지애인 거 알면 부담갖거나.. 그럴까봐 얘기 안했어.
준혁, 달수 맞은편 쪽에 앉는다. 뚫어지게 달수 보는 준혁.
달수는 왜 저러나 싶고.. 약간 비스듬하게 몸 틀어서 홍어를 김치에 싸서 먹는다.
준혁, 그런 달수를 보는 표정 위로.
#69. 지애 옛집 앞 (N) - 회상
휴가 나온 군인 준혁,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준혁 발밑으로 수북하게 쌓인 담뱃재들.
이때 대학생인 달수와 지애가 함께 걸어온다. 몹시 다정한 모습들이고.
들어가려는 지애를 달수가 잡고. 달수와 지애가 키스하는 모습까지.
돌아서는 준혁 표정. 분노로 가득.
#70. 장례식장 (N)
그때의 분노가 다시 치솟는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달수 보는 준혁.
달수는 왜 저래.. 싶은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면서 먹고.
준혁, 소주를 맥주잔에 따라서 원샷한다.
봉순 : 어머 당신 왜 그래. 속 버리게.
준혁 : (표정)
#71. 장례식장 앞 (N)
지애, 수돗물 앞에서 손 씻는데 기막힌다.
지애 : 봉순이 남편이 준혁이야? 하..참... (입맛이 쓰고) 그러니까 그 한부장이.. 한준혁이야? 하하 참 나..
(하다가 눈빛이 변한다) 그러니까... 준혁이가... 부장님이라는 거 아냐. 어머나~
#72. 장례식장 (N)
지애 들어오는데. 준혁이 달수와 마주앉아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란다.
표정 있다가 얼른 다가가는 지애. 얼른 달수 옆에 앉는 지애.
지애 : (얼른 웃으며) 어떻게 같이들 앉아 있었네?
달수 : 응?
봉순 : (표정 있다가) 니 남편?
지애 : 응. 여보 인사해. 이쪽은.. 봉순이라구 내 친구구. 그 옆은... 한준혁 부장님이시래. 기.획.부.장.님.
달수 : (헉하고 자세 고치는) 아.. 안녕하십니까. 온달수라고 합니다. (꾸벅 인사)
준혁 : (보고만 있고)
봉순 : 여보.. 인사하시는데.
준혁 : (말없이 술잔 내미는)
달수 : 예?
봉순 : 난 사모님 일 좀 돕고 올게.
지애 : (얼른) 나두...
봉순 지애 빠지면. 서로 팽팽하게 보는 달수와 준혁.
달수 : (준혁이 따라 준 잔을 마시면)
준혁 : 나도 한잔 줘야지.
달수 : (표정 있다가 따라서 주고)
준혁 : (원샷하고. 또 잔 내미는)
달수 : (안주 먹으려다가 표정)
#73. 리무진 안 (N)
소현, 리무진 뒷자리에 앉아 있다. 전화 꺼내 1번 누르고. 화상통화시도.
잠시 후 태준이 화면에 나타난다. 회의실에 앉아 있는 태준.
태준 : 왜 또.
소현 : 어디에요?
태준 : 보면 몰라? 회의실이잖아.
소현 : 김홍식 이사 모친상이라고 해서 장례식장 가는 길이에요. 혹시 올 수 있어요?
태준 : 내가 거길 왜 가.
하는데. 갑자기 화면 속으로 쑥 들어오는 야한 차림의 여자. 놀라더니 쓱 빠진다.
태준, 약간 당황하고.
소현 : 여보!
하는데 뚝 끊긴다.
#74. 술집 회의실 셋트 (N)
태준 앞에 지배인 무릎 꿇고 앉아 있고. 술집 여자 미안해 어쩔 줄 몰라한다.
지배인 : 죄송합니다. 저희 화상통화 전용 방에서 이런 사고 전혀 없었는데. (여자 머리 한대 쥐어박으며) 이년 때문에..
죄송합니다 사장님.
술집여자 : 죄송해요. 제가 취해서 방을 헷갈려가지구.
지배인 : 야. 헷갈릴 걸 헷갈려야지! 이제 사장님 어떡해. 사모님한테 뻥 치신 것까지 다 걸렸잖아!
태준 : 야야.. 괜찮아. 오바하지 마. 우리 마누라는 이런 일로 이혼하자고 안해. 정 미안하면 (힐끗 여자 보며) 너 오늘 나랑 놀자.
술집여자 : (그저 좋아서) 어머 진짜요? 사장님 완전 쿨하다.
태준과 여자 나가면.
지배인 : 역시... 통이 크십니다. (좋아라 따라 나가고)
#75. 리무진 안 (N)
소현, 전화해 보면. 전화기 꺼져 있고. 입술 꼭 깨무는.
#76. 장례식장 (N)
준혁과 달수, 여전히 술잔을 주고 받고 있다. 취한 상태.
달수 : 이제 그만하시죠. 많이 드셨는데.
준혁 : (시니컬) 오죽 못났으면.. 지 마누라를 팔아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그래.
달수 : (잘못 들었나 싶고) 예?
준혁 : 찌질한 자식.. 니 실력에 그렇게 자신이 없어? 왜 니 마누라를 여기저기 돌림빵을 시키냐고!
달수 : (슬슬 열받고) 방금 뭐라고 그러셨습니까?
준혁 : (팔을 뻗어 달수 이마를 툭툭 치며) 취직하고 싶으면. 정정당당하게. 니 실력으로 승부를 걸어 임마.
애먼 사람 여기저기 인사다니고 굽신거리게 하지 말고.
달수 : (머리 제껴지면서 사나워지는 표정)
준혁 : 사내새끼가 쪽팔린 줄 알라고! 야. 니 마누라... 아까 음식찌꺼기 버리러 가더라. 저 여자가 그럴 여자가 아니거든.
달수 : (벌떡 일어나며) 이 사람이 진짜! 당신 말이면 단 줄 알아?
준혁 : (함께 일어나며) 자식아. 그런 말은 그냥 그렇게 멀겋게 서서 할 말이 아니지. 주먹이라도 확 휘두르면서....
말 끝나기도 전에. 준혁의 몸이 뒤로 팍 쓰러지고. 상이 엎어지고 난리가 난다.
달수가 준혁에게 달려든 것이다.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싸우는 두 사람.
옆에서 고스톱 치던 사람들 달려와서 말리고. 김홍식 이사도 놀라서 뛰어오고.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는데.
영숙과 함께 들어오던 지애와 봉순도 이 모습 보고 기겁을 한다.
봉순 : (뛰어와서 말리며) 여보.. 아니 왜 이래요.
지애 : (뒤이어 뛰어와) 미쳤어 진짜. 왜 이래~!
사람들 겨우 준혁과 달수 뜯어 말리는데. 겨우 떨어져서 씩씩대는 두 사람. 둘 다 엉망이다.
준혁 : (취한 채) 괜찮아 괜찮아.. 내가... 손 좀 봐주느라고.. 괜찮아... 그런데...
준혁의 코에서 피가 쭉.. 흐르고. 왠지 준혁이 진 느낌.
봉순 : 어머.. 여보.. 피...
준혁 : (쪽팔린 표정) 아니.. 이게 왜.. 지금 나오고.. 지랄.. 아니야. 내가 맞아서 이게 나는 게 아니고....
지애 : (갑자기 달수 뺨을 때리고)
달수 : 여보!!
지애 : 당신 이게 뭐하는 짓이야?
준혁 : (보고)
지애 : 빨리.. 부장님께 사과 못 드려?
달수 : 지애 너.. 니가 알아? 지금 이 상황이..
지애 : 상황이든 뭐든.. 얼른 사과 드리라구!!
일동 : (조용해져서 수근대며 보는)
달수, 표정 있다가. 그대로 나가 버린다.
지애, 눈 질끈 감고. 준혁, 표정. 봉순 표정.
영숙, 마뜩찮은 표정으로 본다.
#77. 장례식장 앞 (N)
달수, 미칠 것 같은 기분이다. 뭐라고 소리를 지르며 벽을 주먹으로 그대로 내리치는데. 아프다.
이때, 누군가가 옆에 서고.
소현 : 선배..?
달수 : (보면) 어... 소현아...
소현 : 자주 보네.
달수 : 그러게.. 너두 여기 온거야?
소현 : 어... 오기 싫은 자리... (보고) 그런데 무슨 일 있어?
달수 : 아니.. 그냥... 좀... (하고 손 터는데. 아야.. 역시 아프다. 다 까졌다)
소현 : (조금 웃고) 뭐야.. 애두 아니구...
달수 :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하고)
소현 : (표정 있다가) 기분 안좋아보이네? 나도 그런데.
달수 : (표정) 넌 왜?
소현 : 우리 술 한잔 하러 갈래?
달수 : 어?
소현 : 잠깐만. (전화하는) 네. 전데요. 차 두고 퇴근하세요. 저한테 비상키 있어요. 차 어디 있어요?
#78. 장례식장 (D)
정란, 이슬 등 흘끔거리며 난장판 된 곳을 치우고 있고.
지애는 영숙에게 사과하는 중.
지애 : 사모님.. 정말 뭐라고 사과를 드려야 할 지..
영숙 : (냉랭하고) 글쎄.. 나만 있는 자리였으면 상관 없지만. 우리 이사님 얼굴이 뭐가 돼?
지애 : 정말.. 죄송합니다...
영숙 : 남편이 성격이 그래서 여태 취직 못한 거 아냐?
지애 : 네? 그게 아니라...
영숙 : 내가 자기한테 화낼 일은 아니지. 일단 수고했어. 가 봐.
지애 : 나머지 뒤처리 하고...
영숙 : 아냐. 나머진 우리가 알아서 할거니까. 일단 가봐.
지애 : ....네...
지애, 완전히 풀 죽은 채 나가면.
이슬과 지애는 고소하다는 표정.
#79. 장례식장 앞 (N)
지애, 나와서 두리번거려 보지만. 달수는 안보이고.
지애 : 어디 간거야.. (마음이 안좋은)
지애 전화한다. 안받고.
지애 : 미쳤어 진짜... (하.. 얼굴 감싸며 괴롭다)
이때 좀 멀리 떨어진 주차장에서 차가 나온다.
봉순은 운전하고 있고, 창문으로 지애 쪽 보고 있는 준혁.
벽 앞에 주저앉은 채 얼굴 감싸고 있는 지애를 보는 준혁.
#80. 리무진 안 (N)
강변북로처럼 탁 트인 곳을 지나고 있는 차.
소현이 운전하고 있고. 옆엔 달수.
달수 : 너.. 시집 잘갔구나?
소현 : 응?
달수 : 아니.. 차도 그렇고.. 저번에 회사에서 보니까 디게 높은 사람이 니 남편인 거 같던데.
소현 : 응. 그 회사 사장이 내 남편이야.
달수 : (딸꾹) 사..장?
소현 : 응.
달수 : 야.. 술이 다.. 확 깬다야.. 너 진짜 성공했구나? 하하하. (너털웃음)
소현 : 후회되지?
달수 : 뭐가.
소현 : 내가 선배 좋아한다고 고백했을 때 받아줄걸... 후회 안돼?
달수 : (진지) 야!
소현 : (웃고) 내가 좋아한다 그랬다구 동아리를 탈퇴하냐? 소심해가지구..
달수 : 어색해서...
소현 : 그래서 좋았어. 그렇게 순진해서. (미소)
#81. 지애 집 민주 방 (N)
민주 자는데, 옆에서 머리 쓰다듬던 지애. 전화해본다. 여전히 안 받고.
지애 : 아 진짜! 뭘 잘했다구... (걱정도 되고)
#82. 갤러리 (N)
갤러리에 들어오는 소현과 달수.
조명 탁 켜는 소현.
달수 : 여기가 진짜.. 니꺼야?
소현 : 그냥.. 내가 맡아서 운영하는 거야. 수익 하나도 안나는데. 기업 이미지 관리하느라고 그냥 하고 있는 거.
달수 : (우와.. 하며 둘러보고)
소현 : 앉아. 얼마전에 양주 선물 받은 거 있거든.
소현이 답답해 보이던 웃옷 벗는다. 드러나는 맨살과 아찔한 드레스. 그 뒷모습 아름답다.
달수, 뭔가에 홀린 듯 그렇게 보고.
#83. 지애 집 거실 (D)
지애, 소파에 엎드려 자다가 문득 일어난다. 시계 보면 6시 넘었고. 어스름한 새벽이다.
지애 : 이 인간이 미쳤나.
전화한다. 신호 가다가 달수 받는.
달수off : 여보세요?
지애 : 지금 뭐하는거야?
달수off : 어.. 미안. 술 먹다가...
지애 : 미쳤어 진짜!! 나 아침에 회진 돌기 전에 병원 들어가야 된단 말이야. 어디야!
#84. 갤러리 (D)
소파 위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소현 보이고.
함께 잠들었던 듯 달수가 부스스한 머리로 긴장해서 전화 받고 있다.
그들 앞으로 테이블에는 양주병 몇 개가 보이고.
지애off : 누구랑 있었는데!
달수 : (헉 놀라서 돌아보면)
소현 : (부스스 눈뜨면서 달수를 보고 잠기 있는 목소리) 왜 그래..
달수 : (새파랗게 질리고)
#85. 지애 집 거실 (D)
지애, 표정 사악 변한다.
지애 : 뭐야? 방금 누구 목소리 들렸던 것 같은데? 어디냐구! 누구랑 같이 있냐구 지금!!! (카랑카랑하게 소리 지르는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