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현장실습 발암물질 현장으로- 고령화 사회 청년 일자리 꿈을 키워야 하는데 현장은 위험도 높아
특성화고 인권개선과 미래형 전문인력 양성 절실
독일은 학생-기업-정부 삼위일체 성공률 높아
현장실습 노동권과 건강권 침해 빈번해도 무방비
횡재세를 정치권 최초로 거론하여 관심을 모았던 용혜인의원이 사전안전 대책과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발암물질 현장에 투입되어 발암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인권개선 방안 마련 실태조사』 연구용역 보고서를 인용하여 건강위해성등이 제기되는 전자산업에서의 인권을 개선해야 하는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장실습제도는 기업측에서는 안정적인 미래형 전문인력의 양성이 되지 못하고 학생들은 전문성과 안정적이고 관심 있는 분야의 미래형 전문인력으로 양성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연구되어 현장실습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의 현장실습제도의 도입 목적은 출발부터 산업체의 요구를 반영하여 학생 노동력을 공급하겠다는데에 있었고 현장실습제도의 주요 변화도 산업체의 수요와 이해관계를 반영했다. 면접에 참여한 기업 관계자들은 인력 채용의 리스크 감소를 현장실습제도의 가장 중요한 이점이라고 말했고 특성화고 학생들은 현장실습제도를 취업 통로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실습에 참여했던 심층면접 참여자들은 실습 사업체에 전담교사, 교육 장소, 교육 교재, 평가가 부재하거나 미흡했으며 수행했던 역할도 단순 업무에 그쳤다고 응답했다. 그러면서도 실습 참여자는 실습 과정에서 학습적 경험이 부재하더라도 취업을 위한 통과의례로써 이를 수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 때문에 현장실습에서의 부정적 경험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다.
현장실습 사업체에는 학교전담노무사의 사전 점검과 기업 지원 코칭이 이루어지지만 점검 항목은 정성 평가 중심이고 사업체의 안전보건 실태, 학습 가능 현황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점검 결과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항목별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첨부되어야 하지만 입증자료 역시 첨부되지 않고 있는 문제점이 파악됐다.
해외사례의 경우 일원화교육체계를 갖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인 미국 중등 교육과정에서의 현장실습제도는 청소년 도제제도(Apprenticeship), 산학협동교육(Co-operative Education), 산학계약(business-education compact), 협력적 일 학습 프로그램(aligned work-study program) 등이 있다. 청소년 도제 제도는 참여자의 평균 연령은 29세이고 고졸자의 참여율은 2%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중등단계에서는 낮은 참여율을 보인다. 산학협동교육은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기회가 많은 단순한 일이 대부분이어서 중등교육 수준에서는 결함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취업과 중등 이후 교육에 대해 재정적인 지원을 약속받는 산학계약제는 산업체 훈련과는 차이가 있으며 일부 유능한 학교의 학생들만 선택적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독일의 이원화 제도의 성공에는 도제의 낮은 임금(기업), 자격 취득의 높은 가치와 도제를 마쳐야만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여건(학생), 학생의 교육비를 사업체에서 부담하는 이유로 인한 국가 교육비의 절감(국가) 등으로 각 이해 당사자 모두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
독일의 청년 실업률은 2019년 5.7%인데 EU 국가 중 체코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독일의 청년 실업률이 낮은 원인으로 이원화 도제제도를 꼽는다(Hanau, 2020).독일은 한국의 초등학교 과정인 그룬트슐레(grundschule, 1~6학년)를 마치면 김나지움(gymnasium), 레알슐레(realschule), 하웁트슐레(hauptschule)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 진학하게 된다. 김나지움은 대학진학을 위한 과정으로 9년을 다니게 되고, 레알슐레나 하웁트슐레는 졸업 후 VET 과정으로 진입하게 된다. 이원화 도제제도란 일주일에 3~4일간 기업에서의 현장훈련과 1~2일간 학교에서의 정규수업이 결합되는 방식의 VET를 말한다. 도제훈련기간은 훈련 직종마다 다르며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3년 또는 3.5년이 걸린다.
독일의 도제훈련 관련 직종 수는 2018년 현재 총 326개이고, 도제 참여 기업체 수는 2016년 기준으로 426,375개(전체 기업의 19.8%)이다. 훈련생 수는 1,323,894명(2017년 기준)이고 도제훈련을 마치고 채용되는 비율은 68%(2016년 기준)이다. 독일이 이원화 도제제도가 자리잡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독일 전체 기업의 99.6%가 중소기업 및 제조업으로 이들이 독일 경제의 경쟁력이라는 점이다. 이들 기업이 전체 노동자의 67%를 고용하면서 이른바 ‘미텔슈탄트(Mittelstand)’32)를 형성하고 있으며, 도제훈련은 이런 산업구조와 관계가 깊다.
반면, 우리나라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에게는 여전히 노동권과 건강권 침해가 빈번했지만 구제 지원을 받기는 어려웠다. 현장실습과 채용 전환 이후 일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는 면접자들이 다수였다. 사업체 점검에 참여했던 학교전담노무사는 문제가 있는 사업장을 목격하여도 역할과 권한의 벽 앞에서 개입할 수 없었다. 면접 참여자 중 다수가 피해 사례를 언급하는 실정이지만 교육부 하이파이브, 청소년근로권익센터를 통해 집계되는 사례는 연간 수십 건에 불과하다. 특히 단위 학교의 순회지도 결과에서는 근로복지공단에 접수된 산재 사건도 누락되는 등 문제 사례가 과소 집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이파이브 원시자료에서는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이 정한 과태료 부과 대상에 해당하는 사례도 수백 건 확인되었으나 2018~2022년 5년 동안 과태료 부과 실적은 1건에 불과했다.
노동권과 건강권 침해가 의심되는 주요 전자산업으로 지목되고 있는 S 기업과 J 기업은 2019년부터 현장실습생을 전국 단위로 모집해 참가하고 있는 상태로, 2019년에는 총 239명이 현장실습에 참여했고 이후 2020년 380명, 2021년에는 431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심지어 S·J기업은 사업장의 주소와 대표가 같은 사실상 동일 기업인 것으로 보이며 해당 기업의 평균 퇴사율 역시 39%를 기록하고 있어 전체 기업 평균 퇴사율인 13.8%보다 2.5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실태조사에서 연구진은 S·J기업 현장실습 프로그램 실습과제에 포함되어 있는 “반도체 패키징 작업”에서 현장실습생들이 벤젠,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1급 발암물질과 유해성분에 노출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현장실습을 거쳐 전자산업 기업에 재직했던 노동자들이 반올림에 제보한 내용에 따르면 자신이 발암물질을 다룬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었고 제대로 된 안전보건교육조차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여러 교육청은 해당 기업을 사전 점검 없이 선도기업으로 승인했다. 사전점검을 진행한 경우에도 해당 기업에 대해 안전 및 보건 관리 수준이 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리며 선도기업으로 승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J기업에서는 3교대 근무제로 현장실습이 이루어졌다는 지적도 제기되었다. 해당 기업이 현장실습을 진행하기에 적절한지 파악하기 위해 열린 협의체 회의에서 한 협의체 위원은 J기업에서 4조 3교대 근무가 이뤄지는 점을 지적하며 현장실습에 신중한 참여가 요구된다는 현실적인 우려를 제기했다. 실제 현장실습에 참여한 학생 역시 교대제 형태로 현장실습에 참여하며 유해위험물질 노출과 안전문제에 자유롭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현장실습의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선 현장실습 사업장에 관한 고용노동부의 노동안전 관리 감독 책임 강화와 현장실습 전반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를 수행하는 교사와 전담노무사의 권한이 작고 고용노동부는 현장실습생의 노동자를 부정하며 책임있게 나서지 않는 등의 현장실습 제도의 한계로 인해 권리구제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특성화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교육과정 운영 ▲특성화고 학생 및 청소년의 기본권 보장 ▲특성화고 학생 및 청소년의 지원제도 확대를 3대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 ▲비교육적 산업체 실습 중단과 교육과정의 정상화 ▲특성화고 보통교과 수업 확대 ▲ILO 협약에 따른 조치 이행 등 23개의 세부 과제를 제언했다.
한국의 중등직업교육 정책은 전공 기술교육과 산업현장으로의 연계를 강조하며 기능주의 및 직업주의적 입장에 서 있으며 기초학습능력과 인문적 소양의 증진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소홀했다. 취업률 상승이라는 가시적인 성과에 초점을 둔 중등단계 직업교육이 해당 교육을 이수한 학생과 우리 사회에 안기는 불이익이 없는지, 불이익이 있다면 어떤 종류의 불이익인지, 이러한 질문에 진지한 성찰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유네스코는 「직업기술교육 협약(Convention on Technical and Vocational Education)」(1989)에서 직업과 관련된 사회·경제·환경 개념이 포함된 개인과 문화 발전에 필요한 일반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유네스코는 「교육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사회 계약」(2021) 보고서에서도 취업을 위한 교육이나 기업적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교육에만 집중하는 것을 잘못으로 규정하고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 지역사회를 위해 장기적으로 사회적, 경제적 웰빙을 창조할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ILO는 제77호 협약(연소자 건강검진(공업) 협약)17)과 제78호 협약(연소자 건강검진(비공업) 협약)18)을 통해 아동 및 만 18세 미만의 연소자는 엄밀한 건강검사에 의하여 고용되어야 할 작업에 적합하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면 공업적·비공업적사업에 이를 고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청년고용위원회 보고서에서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교육, 훈련, 직업 세계간의 연결을 개선하고, 향상된 직업교육훈련(TVET)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도제를 보다 체계적인 학습으로 보완하고, 강사의 훈련기술을 향상시키며, 지역사회 참여를 강화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더 많은 직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신찬기전문기자)
<특성화고 현장실습 관련 재해 등 주요사건 정리>
시기 | 업체 | 재해원인 | 재해유형 |
2002.7. | 세원테크 | 현장실습생을 구사대로 동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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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 | 엘리베이터 정비업체 | 안전장비 없이 일하던 현장실습생이 추락 | 사고사망 |
2007.3. | 삼성전자 기흥공장 | 현장실습생 재직 중 노동자 백혈병 발병 | 질병사망 |
2011.12. | 광주 기아자동차 | 현장실습생 장시간 노동 끝에 뇌출혈 | 뇌사 |
2012.12. | 울산 신항만 한라건설 | 작업선 전복되며 현장실습생 3명 사망, 풍랑주의보에도 작업 강행하다가 사고 | 사고사망(3명) |
2014.1. | CJ 제일제당 진천공장 | 장시간 노동과 괴롭힘에 의한 자살 | 자살 |
2014.2. | 울산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 야간작업 중 폭설로 무너진 공장 지붕에 깔려 사망 | 사고사망 |
2015. | 부산 말레베어공조(주) | 현장실습생 16명을 불법 대체인력으로 투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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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5. | 스크린도어 유지보수업체 | 현장실습 졸업생이 구의역 스크린도어에 끼어 사망 | 사고사망 |
2016.5. | 성남 토다이 | 현장실습 졸업생이 장시간 노동과 괴롭힘에 의해 자살 | 자살 |
2017.1. | LG 유플러스 고객센터 | 실적압박 호소하며 자살 | 자살 |
2017.11. | 안산 반월공단 플라스틱업체 | 사내 괴롭힘에 자살 | 자살 |
2017.11. | 제주 생수제조업체 | 제품 적재기에 끼어 사망 | 사고사망 |
2021.10. | 여수 요트업체 | 잠수 업무 중 사망 | 사고사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