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19. 달날. 날씨: 높은 파란 하늘, 뜨거운 햇살, 시원한 바람, 놀기 좋고 책
읽기 좋은 가을이네.
다 함께 아침열기-누룩 깨서 말리기-도서관 가서 책읽기-점심-청소-몸놀이(관문체육공원, 양재천 달뿌리풀 뽑기)-인채인준
생일잔치-마침회-어린이장터 준비회의-교사회의
[작은학교 달날 하루-누룩, 책, 닭의 죽음, 몸놀이, 달뿌리풀, 장터]
한가위 쉬는 날이 길어서 그런지 달날 아침이 새롭습니다. 동규가 아파서 못 왔어요. 부모님들이 주말에 학교를 깨끗하게 청소한 티가 곳곳에서 나네요. 고맙기만
합니다. 아침 파란 하늘이 참 놓고 흰구름이 솜사탕 같아서 누룩 말리기 좋다 싶습니다. 다 함께 아침열기 마치고 허아람 선생과 함께 강화도 누룩
연수에서 만들어 온 누룩을 아이들과 망치로 깼습니다. 가벼운데 정말 단단해서 손으로는 뽀갤 수가 없는데 아이들이 내리치고 야단입니다.
망치로 잘게 부수고 손으로 깨는데 누룩 안 상태가 좋습니다. 검은 곰팡이가 그리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은데 사부에게 보여주고 물어봐야지
싶어요. 잘 게 뽀개서 사흘 동안 이슬 맞히며 햇볕에 잘 말린 뒤 방앗간에서 가루를 내면 누룩 완성이네요. 한 달 간 누룩키우는데 정성을
들인 많은 손길이 느껴져 뿌듯하기만 합니다. 누룩으로 아이들과 나눌 이야기도 많고 함께 만들어 볼 것도 많으니 여름 연수가 든든한 밑천이 되어
본디 세운 밑그림에 더해 풍성해져 갑니다.
책 읽기 시간에는 과천동 주민센터 작은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습니다. 다른 모둠에서도 다녀간 적이 있는 곳인데 관리를 맡은 공익군인
빼고는 오전이라 우리밖에 없어 한갓지고 여유롭습니다. 책을 펴서 저마다 편하게 책을 읽는 여유로움이 가을과 잘 어울린다 싶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아주 놀기 좋은 계절이겠지요. 작은도서관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도서관에 있는 책들이 옛날 것도 많고 볼만한 책들이 많이 눈에 띄지는 않아요.
마을도서관으로 다시 만들어 많은 책과 공간배치를 다시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얼마전 과천시 참여예산제 사업 제안에 작은도서관 예산을 잡아 써
봤는데 반응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볼만한 좋은 책들이 가득하고, 마을 주민들이 좋은 책을 기부해 함께 읽고 가꾸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줄곧 들었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과학책을 작은 도서관에서 찾아 읽는데도 도서관을 이렇게 저렇게 꾸미고 책
배치 구상이 줄곧 떠올라 책을 덮고 맙니다. 많이 노는 아이들이 책 속에 빠진 모습은 언제나 보기 좋아요.
낮 몸놀이는 관문체육공원에서 합니다. 가는 길에 닭장에 들려 밥을 주는데 세상에 닭 한마리가 죽어있습니다. 이제 많이 커서 죽지는 않겠다
했는데 모두 안타깝고 슬퍼합니다. 들고간 자루에 싸 놓고 몸놀이 마치고 묻어줘야지 하고 나오는데 마음이 안좋습니다. 가축을 기르는 게 참 어려운
일입니다. 아이들과 깊게 이야기를 나누고 더 정성을 들여 키워야겠다 싶습니다.
관문체육공원 작은 축구장에서 다 함께 여러 개 공으로 축구를 한 판 하니 뜨거운 햇살아래 뛰고 달리느라 땀이 맺힙니다. 언제나 뛰고
달리는 아이들 모습만큼 즐거운 건 없네요. 쉬는 시간에 그늘에 앉아 하늘을 보니 햐얀 구름이 정말 곱습니다.
"애들아 저 구름 좀 봐. 가운데 구름 쪽 뒤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있어."
"정말요."
"에이 거짓말, 어디요 어디?"
"진짜 있는데."
"그럼 외계인도 있고 우주선도 있고 수퍼맨도 다 있겠네요."
선생이 던진 거짓 장난에 신이 나서 아님을 증명하는 아이들 말이 살아뜁니다. 상상하는 건 상상을 깨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입니다.
저마다 자유롭게 노는 동안 서민주랑 현서에게 양재천에 가서 달뿌리풀을 뽑자 했더니 따라나서네요. 몸놀이 장소 둘레에는 많지가 않아 다시
돌아왔는데 높은 학년 아이들에게 양채천에 달뿌리풀 뽑으러 가자 제안을 했어요. 축구랑 뛰고 자유롭게 노는 게 좋은 아이들이니 당연히 싫다
합니다. 그래서 살짝 유혹의 덫을 놓았어요. 땀흘려 일하는 거니 선생이 맛있는 거를 쏘겠다고 말이죠. 망설이던 아이들이 먹을 거라는 말에
솔깃하더니 몇 몇이 따라나서더니 어느새 일곱이 됐어요. 아이쿠야 선생 혼자 가고 말 걸 괜히 아이들에게 바람 넣었다 싶어 후회하다가 이미 저지른
일이라 즐겁게 양재천 길을 걸어갑니다. 풀을 뽑고 걸어가는데 옛날 안골에 이 년 동안 학교가 있을 때 늘 걸어다니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현서랑 한주가 기억난다 해요. 사계절 양재천을 걸은 추억이 떠오르네요. 걷다 비석치기에 쓸 돌을 가방에 넣고 갔던 것도, 아이들과
손잡고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재미에 빠진 것도, 뛰고 달리다 가방 들어주기 놀이랑 양재천 물고기와 백로 보던 것도, 설탕같다는 눈을 맞으며 걷던
것도 모두 생각납니다. 어느 곳에서나 우리들의 추억을 가득 쌓았던 게지요. 아이들이 뽑은 달뿌리풀은 얼마 안되지만 잠깐의 양재천 나들이가 추억을
선물하네요. 에고 비밀로 하자며 먹은 불량과자 이야기는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모두에게 털어놓은 정직한 아이들이라 비밀이 없습니다. 먹을거리 교육을
하는 곳에서 선생이 불량과자를 안겼으니 욕 먹어도 쌉니다만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니 하고 넘어가고 맙니다. 다음엔 공부로 뽑으러 가는 걸로.
인채인준이 생일잔치 하는 동안 달뿌리풀을 소금물에 삶아 널었으니 이제 빗자루를 만드는 일만 남았네요. 가을 자연속학교에서 장흥 선강래 선생에게
아이들이 빗자루를 만드는 법을 배우게 되니 미리 예습을 하는 셈이고 선생에겐 복습이 되는 셈입니다. 자연물로 손을 놀려 뭔가를 만들어내는
손끝활동과 생활기술 교육은 줄곧 됩니다. 학교에 들어오니 낮에 마당에서 양말목 직조틀을 만들고 있던 단희아버지가 아직도 일을 하고 있어요. 틈나는대로 선생들이 하는 부탁을 들어주고 이것저것 일을 하시는 분인데 오후 줄곧 애를 쓰시네요. 직조틀을 만들어 수익사업을 한다는 부탁이라는데 직조틀을 매끈하게 사포질까지 해주시고 정말 일을 많이 하십니다. 괜히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학교 마치고 장터준비를 위해 장터준비모임을 아이들과 하는데 챙길 걸 잘 확인합니다. 먹을거리 장터에 내오는 건 부모님에게 해달라 부탁하지
않고 스스로 준비한 것만 가져오기로 하고, 기부금은 수익의 70%를 하기로 제안하자 합니다. 기부할 곳은 북한 홍수 피해 주민들을 돕자는 제안도
나왔어요. 장터 평가를 해서 모두에게 발표를 하자고 제안하더니 발표를 하고 싶은 성범이와 본준이가 투표를 거쳐 발표자를 결정하자고 합니다. 내일
가는 국립중앙박물관 역사 공부와 함께 지진과 핵발전소, 북한 큰물 피해, 어린이장터 이야기가 한 주를 채울 것 같습니다. 경주에 다시
4.5지진이 났다는데 아침 저녁으로 효모를 만나는 설렘은 딴 세상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