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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교육, 사회와 소통하고 역사에 부합해야 / 법인 <불교평론> | ||||||
기획 | 한국불교 여기에 문제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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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불교의 실상
게다가 최근에는 현대문명의 위기와 함께 동양적 전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불교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혹자는 이런 이유로 인해 한국불교의 새로운 중흥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현재의 상황이 그렇게 장밋빛 전망을 내놓을 만큼 낙관적인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불교가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겉으로 드러난 장점들 이면에 숨어 있는 갖가지 문제 역시 결코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분한 마음으로 한국불교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솔직히 진단해 보자. 우선 한국의 종교 지형에서 불교 인구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지난 2005년에 실시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995년에 1,032만 명이던 불자의 숫자가 1,072만 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종교 인구 중 불교 인구 점유율은 23.2%에서 22.8%로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천주교는 6.6%에서 10.9%로 급격한 신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종교 인구의 비율이 아니라 그 내용이다.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에 거주하고 고학력에 전문적인 직업군일수록 기독교인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법회와 기도에 출석하는 신도들의 연령이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전체 종교 인구에서는 불교가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나이가 젊을수록 기독교인의 분포가 많고, 불자는 4, 50대에 가서야 다수를 점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불교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젊은 층에 대한 포교가 소홀하다는 것과 우리나라의 젊은 층이 불교를 외면하고 있다는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젊은 층이 감소하면 이는 곧바로 지식인의 취약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전문가 그룹의 취약으로 이어져 마침내 정치인과 관료 등 사회 지도층의 취약으로 이어진다. 불자들의 구성을 보면 중하위층 이하는 많은 숫자가 분포하지만 사회 지도층으로 올라갈수록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신도 구성의 불균형은 곧바로 국가와 사회정책의 불균형으로 나타나고 이것이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공공 영역에서의 종교편향이라고 보는 것이 냉정한 자기 인식일 것이다. 이에 반해 기독교는 상류층과 사회 지도층으로 갈수록 신도 분포가 늘어남으로써 계급종교로 급격히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이유로 외형적으로는 전통을 담지하고 있고, 많은 신도를 거느리고 있지만 복지, 교육 등 사회 전반에 대한 불교의 기여도는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눈앞에 나타나는 긍정적인 현상에도 불구하고 한국불교의 미래를 걱정하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외부적 문제보다 내부적인 문제들이다. 최근 10년간 출가자의 비율은 갈수록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 그것이다. 출가자의 수는 10년 전인 1999년에는 532명에 달했지만 2009년에 와서는 266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자질을 갖춘 젊은 층의 출가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조계종교육원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출가자들의 연령은 20대가 20%, 30대가 30%, 40대가 40%로 점차 고령화되는 추세를 보여준다. 출가자의 연령이 고령화되면 자연히 학습 능력이 저하되고, 불교를 심층적으로 공부할 시간도 절대적으로 줄어들게 될 수밖에 없다. 젊은 불자의 감소, 출가자의 감소, 불자와 출가자의 고령화 등 현재 진행되는 추세대로라면 향후 50년, 100년 뒤의 한국불교는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 분명하다. 이런 이유로 불교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현재 한국불교가 직면한 상황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데 동의한다. 물론 이런 위기는 종단 안팎의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제도종교의 쇠퇴와 더불어 성직자가 감소하는 세계적 추세, 인간을 단순한 소비자로 전락시키는 물질문명의 팽창, 출산율 감소로 한 가구 한 자녀로 변모하는 인구 분포, 감각적 욕망을 부추기는 사회 풍조로 인해 진리를 추구하는 감성의 쇠퇴 등 다양한 원인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문제는 적절한 대응책을 세워야 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불교계의 노력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불교계의 노력으로 반전시킬 수 없는 시대적 흐름과 외부적 요인에 대해서는 우리로서도 어찌할 수 없다. 하지만 불교계의 각성과 노력으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대목에 대해서는 역량을 모아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현재 시점에서 불교가 역량을 모아 추진해야 할 핵심적인 사안은 무엇일까? 사람에 따라 다소 이견은 있을 수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승가교육의 내실을 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가 교육에 있다면 당연히 불교의 미래 비전을 준비하는 것도 승가교육 진흥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불교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젊은이와 식자층이 불교로부터 이탈되는 것은 그들을 감동시키고 불교를 포교할 만한 자질과 능력을 지닌 출가자가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젊은 층과 식자층의 감소는 전문가 그룹의 부재로 이어지고, 그것은 사회 지도층의 이탈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젊고 유능한 출가자들이 많이 배출되어 시대적 언어와 상황에 맞게 포교를 활성화해야 한다. 승가교육이 개편되어야 하는 이유는 비단 포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출가자의 급격한 감소는 불교에서 출가자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출가자는 행자 시절부터 사찰 노동력의 중심축을 형성해 왔다. 사찰은 출가자들의 헌신과 노동에 의해 유지되고 지탱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출가자의 급격한 감소는 출가자 중심의 노동력만으로는 사찰의 유지와 운영이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음을 말해 준다. 예전 같으면 젊은 행자들로 넘쳐나던 본사급 사찰에도 이제 행자가 모자라 재가자의 일손을 빌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따라서 이제 출가자에 의해 사중의 업무가 지탱되고 유지되는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 명확하다. 그렇다면 출가자가 담당하는 분야가 노동력 제공이나 각종 사중 업무를 담당하는 것에서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가자의 주요 업무가 가람수호나 일상적인 작무 중심이라면 승려들에 대한 교육 수준도 그리 높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제 출가자의 역할이 노동력 제공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할 시점에 왔다. 일상적인 사중 업무와 행정 업무 등은 법사나 재가자들에게 이양하고 출가자는 경학연찬과 수행으로 최고의 정신적 지도자로 역할을 전환하는 것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출가자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양에서 질로 바꾸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가람수호와 사찰 행정과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역할에서 최고의 정신적 지도력과 품성을 갖춘 스승으로 육성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분야가 바로 교육이다. 승가교육을 개편해야 하는 시급성과 당위성은 바로 이와 같은 시대적 상황 속에서 역사적 필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째, 중앙 행정기구에 나타난 변화는 삼원분립과 더불어 교육원이 별원으로 독립되었다. 교육원장의 임기가 종법으로 보장되고 교육원 예산이 총무원에서 독립됨으로써 총무원과의 행정적 재정적 독립성이 확보되었다. 이는 종단의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교육 관련 예산과 종책을 안정적으로 집행하고 교육종책의 일관성을 담보해 내기 위한 조치였다.
둘째, 승가교육 체계를 수립하였다. 당시까지 전통 강원 중심이던 승가교육 체계를 기초교육, 기본교육, 전문교육, 특수교육, 재교육으로 이어지는 승가교육 체계를 확립했다. 이와 더불어 기본교육을 이수한 사람에 한해서 구족계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선교육 후득도 제도를 정비하였다. 이와 같은 교육제도의 개편 이후 15년이 경과하면서 많은 성과를 얻게 된 것도 사실이다. 우선 교육행정이 안정화되고, 교육종책의 일관성이 담보되면서 승가교육의 체계가 서기 시작했다. 특히 4년간의 기본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사미승들이 구족계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기본교육기관이 안정적으로 정착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나아가 종립승가대학의 설립과 실상사 화엄학림, 율원 등 전문교육기관이 잇따라 설립되면서 고급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 그리고 이들 교육기관에서 학업을 이수한 졸업생들이 전국의 기본교육기관에 배치되면서 안정적인 교수 인력 수급도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외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내면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현실은 여전히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첫째, 전국 사찰에 설립된 불교대학의 강사진을 구하려 해도 여전히 힘들다. 분명히 교육체계는 안정적으로 정착되었고, 매년 졸업생들이 배출되고 있지만 현장에서 요구하는 인재가 공급되지 못하는 현상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각 교구 내에서 강사진을 확보하지 못하고 서울을 비롯해 외부에서 강사진을 수급해야 하는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다.
둘째, 각 지방 승가대학에 개설된 다양한 교과목을 담당할 강사진 역시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지방 승가대학의 교과목이 사집(四集)과 사교(四敎)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전통적 교과목에 대한 강사진은 별 어려움 없이 수급되고 있다. 하지만 공통 과목으로 개설된 불교사, 불타론, 계율학 개론 등의 교과목이나 응용불교와 관련된 교과목을 담당할 강사들은 여전히 모시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는 전문교육기관을 통해서 심화학습을 한 학인들이 매년 배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교육 현장에서 요구하는 능력과 안목을 갖춘 전문가들이 원활히 배출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현상은 교육 현장과 포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수요와 교육기관에서 배출되는 인력의 공급이 유기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셋째, 시대적 담론을 형성하고 지역사회와 국가적 의제를 설정할 만한 식견과 안목을 갖춘 지식인을 육성해 내지 못하고 있다. 오랫동안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현실적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에는 여전히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현상은 스님들이 받고 있는 교육 내용이 시대적 요구 상황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초래되는 현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환경문제나 노사문제를 비롯해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불교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그런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넷째, 출가자들이 사회적으로 존경받거나 도덕적으로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사회적인 존경과 도덕적 신뢰는 반드시 지식과 대응하는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것도 교육의 부재에서 초래되는 현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현행 승가교육이 출가자로서의 품성과 태도, 정신적 지도자로서의 지성과 안목을 담보해 내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회로부터 존경받고 신뢰받는 승가가 되기 위해서는 전통적 가치에 대한 학습뿐만 아니라 시대적 맥락에 맞는 품성 교육과 수행이 겸비되어야 한다.
다섯째, 불교는 여전히 다른 종교에 비해 사회적 기여도가 낮다. 스님들이 존경받고, 불교가 신뢰받는 종교가 되기 위해서는 승가와 불교의 사회에 대한 긍정적 기여도가 중요하다. 사회에 봉사하고, 헌신하는 활동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교육을 통해서 봉사하고 헌신하는 승가상을 정립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승가교육의 교과과정은 승가 자체, 불교 자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 세상과 소통하고 사회문제에 대한 불교적 대안을 고민하는 내용이 부재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개혁종단을 통해 승가교육의 외형적 체계가 확립되고 여러 가지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낸 것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교육 내용면에서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물론 교육개혁을 위해 풀어야 할 문제는 복잡하게 얽혀 있고, 해소해야할 과제 또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종단 안팎에서 승가교육을 시대에 맞게 개혁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어느 때보다 강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일례로 지난 2009년 불학연구소가 1천여 명의 스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무려 74%에 이르는 스님들이 전통적인 교과목을 현대적 상황에 맞게 바꾸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교육 개편의 방향을 결정하기에 앞서 무엇을 위해 교육을 할 것인지, 승가교육의 목표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필자는 현대사회에서 승가교육이 담보해야 할 내용과 목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출가자로서 분명한 자기 정체성 확립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출가자는 궁극적으로 중생을 구제하고 사회를 선도하는 정신적 지도자가 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승가교육에서 가장 중시되어야 할 대목은 출가자로서 분명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사회와 소통하고 역사에 부합할 수 있는 교육이다. 물론 이에 대한 종단 안팎의 공식적인 합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2009년 불학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에 대한 승가의 답변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현대사회에서 가장 바람직한 승려의 역할에 대해 27.3%가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에 전념하는 것이라고 답한 반면 36.1%가 자비정신을 사회에 구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하는 것보다 부처님의 자비를 사회에 구현하는 것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따라서 승가교육 역시 불교와 승가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사회와 소통하고 역사에 부합하는 교육이 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인재를 육성해 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학습량, 더욱 유능한 교수진, 더 많은 예산이 투여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불교가 신뢰받고 존경받는 승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요구는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셋째, 불교적 세계관의 확립을 담보할 수 있는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 사회와 소통하고 역사에 부응하는 교육을 위해서 인문학적 소양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학습이 요구된다. 하지만 승가교육은 어디까지나 승려를 육성하는 것이며, 불교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이므로 승가교육의 내용도 불교적 가치관을 분명하게 확립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경전을 보는 것도,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도,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것도 모두 불교적 가치를 사회에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불교적 세계관을 분명히 확립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어려운 한문 원전을 공부하고, 아무리 다양한 인문학적 소양을 연마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승가의 자질 함양과 불교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넷째, 전법과 봉사를 위한 풍부한 소양을 배양해야 한다. 불교적 가치관이 확립된 수행자가 할 일은 은둔의 삶을 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중생을 위해 헌신하고 중생의 고통을 구제하는 것이다. 그래서 《화엄경》 〈보현행원품〉에서는 “보리(菩提)는 중생에게 속해 있다.”고 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부처님처럼 보살행을 행해야 하며, 그 보살행은 바로 고통받는 중생들을 내 몸처럼 보살피는 것이다. 출가자가 중생을 떠난다면 성불의 길은 요원해진다. 따라서 승가교육 역시 승가 스스로를 위한 공부, 불교 자체만을 위한 학습이 아니라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중생을 위해 헌신하는 종교 지도자를 육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런 소양을 배양하기 위해서 똑같은 경전을 보더라도 관점이 중요하며, 외전을 도입하더라도 이와 같은 서원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내용으로 보강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지식기반사회를 선도할 수 있는 지도자를 육성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현대사회는 산업사회를 지나 지식기반사회로 접어들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고등교육을 받은 구성원의 비율이 시간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종교인 역시 시대적 흐름을 이해하고, 거시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안목을 지녀야 한다. 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승려들이 일반 대중보다 뛰어나거나 적어도 그들과 동등한 지적 능력과 안목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여섯째, 대안적 가치관을 제시할 수 있는 지식인을 양성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현대사회는 갖가지 문제로 인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가치관과 삶의 양식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물질문명으로 인해 생태적 위기에 직면하면서 많은 지식인들이 불교의 세계관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원대한 불교 사상이 구체적 사회현실 속에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접목이 필요하다. 따라서 승가교육은 불교적 사유와 지적 전통에 입각하여 현대사회가 나아가야 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지식인을 양성할 수 있을 만큼 전문성을 담보해야 한다. 승가교육 개편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부분은 교과과정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이다. 현재 지방 승가대학의 교과과정은 조선시대에 정착된 것으로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있다. 시대는 급변하고 달라졌는데 교과과정은 조선시대의 시대 인식으로 편성된 교과과정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 사이 인문학을 비롯해 제반 학문은 눈부시게 발전하였다. 따라서 승가교육 프로그램과 내용도 이와 같은 시대적 여건을 반영하여 새롭게 재정립되어야 한다. 사집(四集)과 사교(四敎)로 구성된 현행 승가대학의 교과목만으로는 급변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할 수도 없으며, 시대적 해결 과제에 대한 대안을 기대하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현실은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과 학식을 겸비하고 사회적 현상에 대해 불교적 대안을 제시해 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승가교육은 전통적인 교과과정만을 고집함으로써 이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연히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초래되고 교육생은 배출되지만 현실적 효용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폭적인 교과과정의 개편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불교의 역사, 초기불교, 중관사상, 유식사상, 선과 수행, 응용불교학 등 불교를 포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다양한 교과목이 개설되어야 한다. 나아가 불교 과목 외에도 불교 사상을 풍성하게 하고, 현대적 응용 범위를 넓혀 줄 수 있는 철학, 사회학 등 다양한 인문학적 내용도 승가교육의 내용으로 편입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서 승가대학원에 진학하여 전문적인 교학연찬의 기초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한문, 일어, 중국어 등에 대한 기본적 자질도 기본교육기관에서 소화해야할 내용이다. 현재 승가대학의 교재는 조선시대 때 확립된 교과과정으로 진행되고 있고 교재 역시 한문 원전으로 진행하고 있다. 종단에서 종단본 교재를 편찬하여 제공하고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석을 달아 학습의 편의를 제공하는 데 그쳤을 뿐 학인 스스로 교재를 읽고 내용을 공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일반인들의 한문 독해 능력을 고려한다면 처음 출가한 사람들에게 현행의 강원교재는 지도교수의 해석 없이는 단 한 줄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한문을 자유자재하게 해독할 수 있는 뛰어난 학인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출가 연령의 고령화와 출가 이전의 학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현재의 강원교재는 암호문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현재의 승가대학 학습 내용은 어려운 한문 교재를 읽고 해석하는 데 급급할 뿐 정작 텍스트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이해는 부진할 수밖에 없다. 승가대학을 졸업한 대부분의 스님들은 곧바로 일선 포교당이나 사찰로 돌아가 종무행정은 물론 법회를 주관하는 실무에 종사하게 된다. 그러나 현행과 같은 교육 내용으로는 구체적인 현실에서 요청되는 내용을 담보하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한문 텍스트에 대한 이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교과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승가대학의 학습교재는 한글화 내지 한글로 편찬된 교재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해 한문 교육이 부실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한문교육은 승가대학 수준에서는 ‘불교한문 입문’ 같은 과목을 개설하여 기초적인 학습 능력을 배양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한문에 대한 해독 능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교육 내용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문에 대한 전문적인 학습과 연찬은 전문교육기관에 진학하여 공부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판단된다. 교재의 한글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교수법의 현대화이다. 현재 승가대학의 교수법은 주어진 교재를 중심으로 한문 해석에 비중을 두는 서당식 교수법을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한문 원전을 수업 교재로 채택함으로 인해 내용에 대한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한 토론보다 암호를 해독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하지만 이와 같이 한문 교재를 해석하는 것만으로는 창의적인 사고를 배양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지식기반사회에서 단지 주어진 텍스트를 해독하는 것만으로는 적절한 교육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대사회는 쏟아지는 정보를 분석하고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과 창의적인 응용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따라서 교수법 역시 다양한 내용을 섭렵하여 발표하고 토론하는 교수법이 요구된다. 정보화사회에서 지식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접속하는 것이다. 책은 도처에 넘쳐 있으며, 정보도 넘쳐흐른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단지 지식을 암기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지식을 종합하고 질서를 찾아내는 분석력이며, 습득한 지식을 현실에 적용할 줄 아는 응용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이런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마땅히 한문 해독을 중심으로 하는 현행 교수법은 현대적 교수법으로 바뀌어야 한다. 교수는 학습의 방향을 제시하고 스스로 다양한 자료를 찾아 주제에 맞게 내용을 구성할 줄 아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출가자를 교육하는 것은 단지 승가대학에 재학할 때의 학습을 위해서가 아니라 졸업 이후 일선 사찰에서 법문하고, 원고를 집필하고, 사회 현안에 대해 주체적 견해를 피력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승가대학의 교육 내용은 이 같은 시대적 요청에 부응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마땅히 현대적 교수법이 도입되어야 한다. 출가자들이 시대적 흐름을 파악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교과과정이 몇몇 경전과 논소에만 갇혀 있어서는 곤란하다. 철학, 문학, 역사 등 다양한 인문학적 소양도 함께 갖추어야 한다.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불교 사상을 시대적 맥락으로 재해석해내고 창조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다. 오늘날 학계의 분위기는 개별 학문의 벽을 허물고 지식의 대통합을 지향하고 있다. 불교 역시 불교 안에 갇힌 교육만으로는 시대를 향도하고, 사회를 선도하는 지도자를 육성할 수 없다. 다양한 인문학적 소양을 습득하고 이를 종합하여 창조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할 때 비로소 우리 시대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불교는 수행의 종교이고, 깨달음의 종교라는 것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동안 승가대학 교육은 수행과 학습이 이원화되어 있었다. 강원교육을 통해 《서장》과 《선요》 등 간화선에 관한 텍스트를 공부하면서도 정작 그곳에 수행은 없었다. 이론은 강원에서 배우고, 실참은 선원에서 하는 이원화된 제도는 수행 이론과 실참을 경쟁하게 하고 소원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서장》과 《선요》 같은 수행론을 강의하는 강사 스님들은 정작 간화선 수행과는 특별한 관계가 없었으며, 선 수행에만 전념하는 선방에서는 오히려 수행 이론이 부재하는 문제를 노정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원화된 학습 구조는 수행이 담보되지 못하는 마른 지식과 논리정연하게 수행을 설명하지 못하는 침묵하는 수행자를 만들어 내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승가교육에서 수행에 대한 이론과 실참은 하나의 목표와 공간에서 접목되어야 한다. 교학과 실참으로 분리되어 경쟁하고 다툴 것이 아니라 인천(人天)의 스승을 육성한다는 공동의 목표의식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수행을 통해 품성을 갖춘 수행자로 육성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승가대학 교과과정에 수행에 대한 이론을 다루는 과목은 물론 직접 수행하고 수행을 지도할 수 있는 능력도 함께 배양해야 한다. 승가교육은 불교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법회와 종무행정을 담당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불교는 위대한 사상적 전통을 자랑하고 있으며, 세상은 불교를 향해 현대사회가 직면한 제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 주기를 요청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안팎의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기본교육기관에서 습득한 학문적 기초를 바탕으로 불교 사상에 대한 심도 깊은 연찬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초기불교, 한문불전, 선전(禪典), 역경(譯經) 등을 전문으로 연찬하는 전문교육기관의 설립이 요청된다. 물론 현재에도 종립승가대학원, 율원, 학림 등의 전문교육기관이 있으나 제각기 상이한 위상과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교육기관을 승가대학원이라는 단일한 학제로 재편하고, 분야별로 전문 영역을 심도 깊게 연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전문교육기관에서는 일반 대학원 제도의 장점을 수용하되, 전통 강원해서 행해 왔던 논강 형식 등도 최대한 수용하여 기본교육기관을 통해 습득하지 못한 전문적인 내용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문교육기관을 통해 육성된 우수한 인재들은 승가대학의 교육교직자, 불교학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불교학자, 불교적 관점에서 사회적 현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지식인 등 불교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지성인으로 육성하는 교육기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전문교육기관과는 별도로 불교의례나 불교미술 등 특수한 분야에 대한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기관도 필요하다. 이런 분야의 교육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어산작법학교와 같이 별도의 교육기관을 설립하여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과 재능을 습득할 수 있도록 제도와 여건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전문교육기관이 특정한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들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면 주지 소임 등 종무행정에 종사하는 스님들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일반인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환경을 따라잡기 위해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재교육을 실시하는 것처럼 승려 역시 전문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가 그룹에 속한다. 따라서 승려에게도 사회변화에 따라 시의적절하고 전문적인 재교육 과정이 절실히 요청된다. 재교육 프로그램은 불교 사상에 대한 심화학습은 물론 종무행정과 주지 소임 등에 필요로 하는 현실적인 분야까지 망라해야 한다. 언제든지 필요한 교육을 이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강좌를 상시적으로 개설하여 본인의 선택 여하에 따라 이수하도록 해야 한다. 상시적으로 진행되는 이런 교육을 통해 전문적 식견과 시대적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3)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는 교육 이상과 같이 기본교육은 물론 전문교육에 이르기까지 승가교육 전반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고 또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통과 현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시대적 맥락을 읽어내고 이에 부합하는 현대적 제도와 교육 내용도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불교의 힘은 바로 전통적 교학에서 오는 것인 만큼 전문교육기관을 통해 한문을 비롯해 전통적 교학에 대한 교육도 결코 소홀히 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이 부분을 소홀히 하게 되면 자칫 불교를 표피적으로 학습하게 만드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본교육기관을 통해 현실적 요구를 수용한 다양한 내용을 학습하되, 전문교육기관을 통해서는 최고의 엘리트로 육성해 냄으로써 보편과 특수, 일반과 전문, 현재와 전통이 조화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결국 승가교육은 법고창신(法古蒼新)의 정신으로 전통을 잘 계승하되, 그것을 시대에 맞게 응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가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6. 교육개혁을 위한 과제 이상과 같은 교육개혁 방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상적 목표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제도적 개선도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첫째, 제도적 측면에서 세밀한 학사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수과목에 대해 필수과목과 선택과목 등에 대해 규정한 학칙을 정밀하게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이수학점과 수업일수 등에 대한 원칙을 정하고 각 과목별로 내실 있는 강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알차고 내실 있는 교육이 진행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정비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무조건 졸업하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학사관리를 통해 학칙에 정한 바에 따라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인들은 졸업을 유보하는 유급제 등을 도입하여 교육의 내실화를 기해야 할 것으로 판단되다.
둘째, 인적인 측면에서 우수한 교육교역자의 육성과 교수법 개발이 절실하다. 교과과정이 개편되고, 교육목표와 세부 지침이 변화되면 이를 수용하고 교육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갈 수 있는 유능한 교수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변화된 교육제도를 수용하지 못하는 기존 강사진은 현대적 교수법에 입각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유능한 교육교역자로 육성되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문적 재능이 뛰어난 승려들을 선별하여 전문교육기관으로 진학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학습 방법론적 측면에서 교육시설과 교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교육목표와 교수 방법이 달라진다면 이에 부합하는 교육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정해진 교재의 틀을 벗어나 다양한 시각으로 폭넓은 내용을 스스로 공부하고 자신의 견해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도서를 구비한 도서관의 설치는 필수적이다. 교육철학과 교육목표에 부합하는 교재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교재가 없으면 설사 좋은 과목을 개설한다 할지라도 과목만 동일할 뿐 강사의 역량과 자질에 따라 각기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위험성이 높다. 아무리 강좌의 목표가 분명하고 강의 주제가 적절하게 구성되었다고 할지라도 교육 내용은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일한 교과목에 대해서는 일정 정도 표준적 교육 내용이 담보될 수 있도록 교재 개발이 요구된다. 이런 교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불교학의 현대적 해석이 진행될 것이며, 이것은 곧 바로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불교학을 발전시키는 계기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불교학과 인문학적 내용을 종합하여 현대적 교재 편찬을 진행하게 되면 순수 불교학과 구체적인 현실 속에 처해 있는 불교를 접목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과 같은 고민과 대안은 어제 오늘에 논의된 것이 아니다. 물론 진단과 대안은 늘 있어 왔다. 다만 그것이 실제 교육 현장에 적용되어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을 따름이다. 물론 여기에는 기존 교육 방식에 안주하려는 교육계의 타성에 젖은 성향도 한몫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승가가 살고, 불교가 제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이제 개별적 이해관계를 떠나 교육개혁에 동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범불교적 차원에서 교육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 그동안 승가교육 문제는 기본 선원, 전통 강원, 중앙승가대, 동국대 등 각자가 속한 기관의 이해관계나 학연 등에 의해 좌우되었다. 하지만 바람직한 승가상 정립과 승가학풍 정립이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한다면 해법은 충분히 있다. 1912년 만해는 《조선불교유신론》을 집필하고 승려의 교육 개혁을 강력하게 주창한 바 있다. 이 책이 출판된 것이 1912년이지만 원고가 탈고된 것은 1910년이다. 따라서 2010년은 한국불교사에서 승가교육에 대한 개혁론이 제창된 지 꼭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그리고 교육은 백 년 앞을 내다보고 설계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작금에 종단에서 진행하는 교육 개혁은 향후 한국불교의 100년을 좌우하는 불사가 될 것이라는 데 재론의 여지가 없다.■
법인 / 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1977년 천운 스님을 은사로 득도. 실상사 화엄학림에서 《화엄경》 공부. 원광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 박사과정 수료. <불교신문> 주필,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 역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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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법인스님께서도 '지방'승가대학 이라는 표현을 쓰고 계시네요. '전통승가대학'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