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가고 싶다/옥영경
불을 찾아놓고 보니
왼손에도 담배
입에도 담배
오른손은 또 담배갑에 가 있었다
창문을 열어 두어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담배 연기는
머리를 열어 두어도
문턱에 걸리는 기억
취기도 빠져나가는데
영악하지 못한 너만 머문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창랑대지 않는 게 없는 섬
논가 도랑물까지
사람,사람, 찰랑거리는 사람
그 섬에 가고 싶다
내게도 고향이 있던가
기다리마셨던 할머니 가고
그렇게 고향도 가고
출렁이던 섬도
삶에 빛으로 다시 서는 섬
나이는 이렇게 오는가
세월을 비껴가지 못하고
===[사랑하니까, 괜찮아. 나라원]===
[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 '한울림 출판'에 소개된 옥영경 작가입니다.
자유학교 물꼬 교장사회과학서점을 드나들며 80년대를 보냈고,새로운 학교 운동 1세대로, 공동체 운동 2세대로 90년대를 보내다산마을에 깃든 지 20여 년. 나이 스물두 살에 시작한 ‘공동체 실험’과 ‘새로운 학교 운동’을 3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아주 천천히, 그러나 뚜벅뚜벅 걸으며 하고 있다. 아이는 열여섯 살까지 학교를 다니지 않고 산골에서 지내다 열일곱 살에 제도권 학교에 들어가 3년 뒤 의예과를 갔다. 태교는 엄마의 사람됨, 교육은 부모의 삶, 그래서 좋은 엄마이기까지는 어렵더라도 제 삶을 잘 살려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 잘한 일 세 가지, 물꼬 일을 하게 된 것, 남편과 혼인하고, 아이를 낳아 그의 생에 동행한 일. 하나 더 보탠다면, 사랑하는 벗들과 생을 노래하는 것도. 드러누워 우듬지 보기를 좋아하고, 도시에서조차 맨발로 다니는 걸 사랑한다. 좋은 세상은 좋은 사람들이 만들므로 좋은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지 않고, 일하고 배우고 놀고 사랑하고 연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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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태어난 고향이 있습니다.
심심산골, 바닷가, 농촌, 강촌, 도시.....
태어난 곳의 풍경과 그곳에서 제공하는 음식으로 먹고 마시며 자랍니다.
그리고 점차 머리가 커지면 부모님은 자식은 도시로 보내야 한다며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었습니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농부가, 어부가 되지 않은 것에 만족하며 견디고 견딘 세월.
그 때는 몰랐습니다.
그 세월이 길었다는 것을.
엄마의 한숨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은
밤하늘의 별에서나 찾을 수 있습니다.
옥영경 시인은 섬으로 가고,
저는 농촌으로 갑니다.
엄마 소와 아기 소가 풀을 뜯는
그리운 고향, 아련한 고향으로 갑니다.
구름을 타고서.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