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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와 아빠는 닭살 커플이다.
“채린 아빠, 설거지 좀 부탁해요.” 이렇게 엄마가 도움을 청하면 아빠는 척척척 엄마를 도와주신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면 참 기분이 좋다. 하지만 아빠가 왕이 되는 날이 있다. 그날은 바로 우리 가족이 할머니 댁에 가는 날이다.
할머니 댁에 가면 엄마는 앉을 틈도 없이 저녁을 준비하느라 바쁘시다. 하지만 아빠는 태평하게 소파에 앉아 TV를 보며 여유를 부리신다. 아빠는 엄마와 눈을 마주치시지도 않는다. 더 이상한 건 엄마도 아빠에게 도움을 청하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명절만 되면 더욱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명절에 우리 할머니는 몸이 스무 개나 되는 슈퍼파워 할머니가 된다. 요리, 청소를 하시느라 우리랑 놀아 주시지도 못한다. “ 에구구, 명절은 왜 자꾸 돌아와~!” 하시며 무릎을 툭툭툭 치신다.
그럴 때 난 할머니가 너무나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는 눈치 없이 “따분해~. 자전거 타고 한강이라도 돌아야겠어.” 하신다. 그런데도 할머니께서는 과일이랑 시원한 물을 준비해 드린다. 할아버지 말씀이면 도깨비 방망이처럼 뭐든지 뚝딱이다.
집에 돌아오면 나는 궁금증이 쏟아져 나온다.
“엄마, 왜 할머니 댁에 가면 엄마는 신하이고 아빠는 왕처럼 행세해?”
“호호, 그건 할머니 기분 좋으시라고 아빠를 가짜왕으로 만들어 드린 거야!”
“그래. 아빠도 엄마가 고생하는 걸 알지만 아빠가 부엌일을 거들어 주는 걸 어른들은 싫어하신단다.”
하시며 아빠도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말씀하신다.
'이상하다, 나는 가짜 왕보다 닭살 커플이 훨씬 보기 좋은데….'
할아버지 할머니께 편지로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안채린│서울 목운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좋은생각 《웃음꽃》- 201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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