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와 불교의 제사 차이점은?
문 : 집에서는 제사를 돌아가신 전날 밤에 모시는데, 왜 사찰에서는 돌아가신 날 낮에 모시는지요? 또 집에서의 제사와 절에서의 제사가 많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 : 여기에는 두 가지의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 제사를 전날 모신다는 것은 잘못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이것은 동양전통의 시간을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되는데, 옛날에는 돌아가신 날의 가장 앞 시간대인 자시(子時)에 제사를 모신 것입니다. 기일(忌日)의 늦은 저녁에 제사를 모시는 것은 아랫사람으로서 잘 것 다 자고 먹을 것 다 먹은 뒤의 끝 시간에 모시는 것이 되므로 불효막심한 행위가 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전날에 모든 준비를 해 두고 기일이 시작되는 요즘 시계로 밤 11시가 되는 자시에 제사를 모셨던 것입니다.
만약 전날 초저녁에 제사를 모시게 되면 이것은 남의 제사를 모신 결과가 되므로, 부득이 초저녁에 모실 수밖에 없다면 기일(忌日)의 초저녁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둘째, 집에서 모시는 제사(祭祀)는 유교의 의례입니다. 즉 유교에서 가장 중시하는 효의 한 방법으로써, 돌아가신 어른에 대한 추모의 뜻과 조상님들의 보살핌을 바라는 음복(飮福)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므로 유교적 제사인 경우에는 조상님들을 잘 모심으로 인해 후손들의 앞길이 열린다는 사상이 담겨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전에는 거의 받을 수 없는 진수성찬을 차리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공자님이나 맹자님이 가르친 효행과는 상관없이 후대에 생긴 관행입니다.
불교에서는 재(齋)를 베푸는 것이지 제사를 모시는 것이 아닙니다. 불교에는 제사가 없습니다.
만약 스님들이 제사라는 표현을 한다면, 그것은 기존의 유교적 제사를 인정해주는 것일 뿐입니다.
불교에서는 이승도 저승도 아닌 중음(中陰)의 세계에 머물고 있는 일체의 영혼까지도 깨달음으로 인도할 중생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을 모시면서 의지하고 도움을 달라는 식으로, 매달리지 말라는 뜻으로 <지장경> 등에서는 “귀신에게 제사 지내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제사가 아닌 재를 베풀어 깨달음으로 인도하려는 것이지요.
본래 재(齋)란 부처님께서 하루 한번 드시는 사시공양(巳時供養)을 가리키던 말입니다. 그런데 신도들이 부처님과 제자들을 공양에 초청할 경우, 부처님께서는 공양을 하신 후 반드시 법문을 하셨기에 자연히 법회라는 뜻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라고 할 때는 불공과 법문 그리고 대중공양 및 영가(靈駕-죽은 영혼)들을 위해 공양물과 염불을 동시에 베푸는 시식(施食)까지를 포함하는 종합적인 법회를 뜻하게 된 것이지요. 재에는 아주 규모가 큰 영산재(靈山齋)와 수륙재(水陸齋) 등이 있고, 개별적으로 행하는 49재나 기일재(忌齋) 등이 있습니다.
49재는 불교의 의식이지만 지금은 타 종교에서까지도 행하는 중요한 의식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타종교에서는 왜 49재를 베푸는지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49일째에 지내는 추모의식쯤으로 알고 그날만 간단한 의식을 행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본래의 49재는 금생과 다음생의 중간대기의 기간인 49일간에 걸쳐, 영혼이 집착하는 과거에 대한 집착을 소멸시킴으로써 영혼을 해탈시키려는 지극한 자비행입니다.
뿐만 아니라 유족의 경우도 사랑하는 가족과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이별을 한 후의 아픔을 함께 나누면서 동시에 평소에는 피부로 와 닿지 않던 그 무상감과 생사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효과적으로 깨닫게 할 수 있는 중요한 법회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매일 염불과 독경과 축원을 하는 것이며, 다음 생으로 넘어갈 수 있는 칠일마다는 특별한 불공과 시식을 베푸는 것입니다.
출처 : 송영민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