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015 '이재명 찍을 바엔'… 이낙연 지지층, 조국 책 찢고 야권 이탈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패한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의 여권 지지 이탈이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은 자신들의 비방을 지적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책을 찢고 민주당 대선 후보 결정 효력 정지 가처분도 10월 14일 신청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실시한 10월 2주 차기 대선주자 4자 대결 조사에서 지난 10월 10일 민주당 최종 대선 후보로 이재명 경기지사가 확정된 가운데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쪽으로 이탈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3만8771명에게 접촉 후 최종 2027명이 응답(응답률 5.2%)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다.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은 이재명 대 윤석열 대결에서 이재명 지사를 14.2%, 야권 후보인 윤석열 전 총장을 40.3%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재명 대 홍준표 대결에서도 이재명 지사를 13.3%, 홍준표 의원을 29.9% 지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이낙연 지지층에서 이재명 지지 응답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부동층이나 관망세로 돌아선 규모도 크지만 윤석열·홍준표 지지 응답도 다수 보이고 있다"며 "조사 기간 동안 이낙연 전 대표의 경선 결과 수용이 반영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도 경선 후유증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은 당이 경선 무효표 이의 제기를 수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은 경선 무효표 산출 방식에 대한 캠프의 이의신청이 당무위원회에서 기각되자, 당 지도부의 편향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송영길 당대표가 전날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의 항의 수준을 극우 온라인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와 비교하면서 기름을 부었다. 사사오입 부정경선을 반대하는 민주당 당원 4만명은 이날 민주당 대선 후보 결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파괴한 당 지도부와 경선선거관리위원회의 편파성과 위법성을 규탄하고 부정경선을 바로잡기 위해 민주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나섰다"며 "민주당 당원 4만명은 특별당규를 위반하고 헌법에 보장된 유권자의 투표권리를 침해한 20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접수한다"고 밝혔다. 송영길 대표를 향한 비판도 쏟아졌다. 송영길 대표는 전날 YTN '뉴스Q'에 출연해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이 자신을 강도높게 비판한 데 대해 "거의 일베 수준으로 공격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가공해서 악의적 비난을 퍼부었다. 이런 행태는 일베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은 당원게시판에 "당원들을 일베로 모냐", "당원 보고 일베라 칭하는 당대표 수준", "사람을 일베로 만들어버리냐", "졸지에 일베가 됐다" 등 게시글을 올려 항의했다. "일베 당원 인사드린다"는 자조적인 글도 보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도 화살이 돌아갔다. 조국 전 장관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낙연 후보의 승복으로 민주당 경선이 끝났다"며 "제안 하나 하겠다. 자신이 반대했던 후보에 대한 조롱, 욕설, 비방 글을 내립시다"라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이 조국 전 장관 게시글 중 '승복'이라는 표현을 문제 삼자, 조국 전 장관은 이를 '수용 선언'으로 수정했다. 해당 게시글은 현재 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 피드에서 보이지 않는 상태다. 일부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은 조국 전 장관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편을 들었다며 '조국의 시간'을 찢거나 불태우는 방식으로 항의를 표했다. 한 지지자는 조국 전 장관이 그려진 티셔츠와 '조국의 시간'을 찢은 사진을 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 게시글 댓글에 남겼다
이낙연 지지자 40% "대선서 윤석열 찍겠다"… 與 '원팀' 빨간불
더불어민주당 경선 갈등의 후폭풍이 이어지면서 여당 지지층까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 10명 중 4명은 내년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아니라 야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경선에서 40%에 가까운 지지를 받은 이낙연 전 대표 표가 야권으로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여당 내에서 커지고 있다.
○ 이재명 찍겠다는 이낙연 지지층 14% 뿐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10월 14일 발표한 대선 4자 대결 여론조사(10월 11~12일 조사·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 ±2.2%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결과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이 이재명 후보 대신 야권 후보로 옮겨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민주당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했다고 답한 응답자 중 40.3%가 대선에서 윤석열 전 총장에게 투표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자는 14.2%에 그쳤다. 윤석열 전 총장을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으로 바꿔도 결과는 비슷했다.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의 29.9%가 홍준표 의원을 찍겠다고 했고, 13.3%만이 이재명 후보를 택했다.
누가 야권 후보로 결정되든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의 이재명 후보 지지 의사는 13~14%대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14% 수준 이탈도 심각하게 볼 상황에서 14% 수준 흡수는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로서는 빨간불”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4자 대결 결과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34.0%, 윤석열 전 총장은 33.7%로, 0.3%포인트 차이의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같은 날 발표된 NBS 여론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전주보다 3%포인트 하락하는 등 경선 후 컨벤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모양새다.
○ 與 지지층 균열 조짐
민주당 경선 도중 캠프 간 갈등이 워낙 깊었던 데다 ‘무효표 논란’까지 벌어지면서 이낙연 지지층에서 이재명 후보와 당에 대한 반감이 커진 영향이다. 당 지도부는 경선 직후 ‘민주당 후보는 이재명’이라며 여러 차례나 쐐기를 박으며 결선투표를 요구하는 이낙연 전 대표 측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심송심’ 논란 등 지도부가 그동안 이재명 후보 편을 들어온 것으로 판단해온 이낙연 지지층의 불만은 폭발했다.
이낙연 캠프 전략실장을 맡았던 김광진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당 대표가 패배한 후보 지지자를 ‘일베 같다’고 말하는 게 원팀에 무슨 도움이 되냐”며 “당선되신 분(이재명 후보)과 당이 갈등 봉합을 더 적극적으로 해 주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영길 대표가 전날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를 일컬어 “일베와 다를 바 없다”고 강하게 비판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이후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엔 송 대표 발언에 대한 항의글이 쏟아졌고 송영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송영길 대표의 ‘일베’ 언급은 이낙연 지지자 전부를 말하는 게 아니라 문자로 욕설폭탄을 보내는 등의 일부 강성 지지자를 지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원팀’ 위한 해결책 찾아야
지지층 이탈이 현실화되기 전에 ‘원팀’을 위한 방안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루빨리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이낙연 캠프 인사들을 요직에 배치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단 얘기다. 이재명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우원식 의원은 “모두가 대선 승리를 위해 흔쾌히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설훈 의원도 선대위에 들어와서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설 의원은 이재명 후보의 구속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최전선에서 이 후보를 공격해왔다.
다만 당무위원회에서의 ‘박수표결’ 등을 문제삼으며 경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이 아직 많아 원팀까지 갈 길이 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은 경선 결과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소송인단은 4만6000여 명 규모로, 민주당 경선 투표권을 갖는 당원과 일반 시민으로 구성됐다. ‘원팀을 위해 가처분 신청을 자제시켜야 한다’는 이재명 후보 측 인사의 주장이 나오자 이낙연 캠프에서 일했던 정운현 공보단장은 “가처분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권리”라며 “주제 넘고 무례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후보를 전향적으로 돕겠다고 나서기 전까진 여권의 내부 갈등이 완벽하게 봉합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포스트 JP' 이완구 별세… 파란만장 정치여정 미완으로
충청 출신의 대표적인 보수 정치인인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10월 14일 별세했다. 향년 71세. 이 전 총리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JP)를 잇는 ‘포스트 JP’ ‘충청 대망론 대표주자’로 불리며 부상했으나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휩싸인 뒤 중앙정치에서 멀어졌다. 파란만장했던 정치여정은 미완으로 멈춰서게 됐다. 이완구 전 총리는 이날 오전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 2012년 1월 다발성 골수종 판정을 받은 뒤 골수 이식을 받아 완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암이 재발하면서 투병생활을 이어왔다.
1950년 충남 청양에서 태어난 이완구 전 총리는 성균관대에 재학하던 1974년 행정고시(15회)에 합격했다. 경제기획원 사무관에서 경찰로 자리를 옮긴 후 최연소 경찰서장, 최연소 경무관 기록 등을 세웠다. 1995년 충남지방경찰청장을 끝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첫 금배지를 달았다. 1998년 김종필 총재가 이끄는 자유민주연합에 합류했고, 16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2006년 한나라당 후보로 충남지사에 당선됐으나,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해 2009년 지사직을 사퇴했다. 이 일로 당시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던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와 가까워지면서 향후 정치행보에서 ‘친박근혜계’로 분류됐다.
그의 정치여정은 박근혜 정부 때 급부상과 추락을 오가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2012년 암투병으로 19대 총선에 불출마한 뒤, 2013년 4월 재·보궐 선거에서 다시 국회에 입성했다. 세월호 참사로 정국이 어지럽던 2014년 5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추대됐다. 세월호참사특별법, 청탁금지법 등 민감한 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여야 협상의 중심에 섰다. 안대희·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연이어 중도낙마한 뒤 박근혜 정부의 ‘정국 전환카드’로 국무총리에 지명됐다. ‘충청 대망론’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며 정치인생에 정점을 찍은 순간으로 평가된다.
이후엔 악재가 이어졌다. 총리 인사청문회 과정에선 언론관과 부동산 투기 등 도덕성 의혹으로 새누리당 내에서도 인준표결에 이탈표가 나와 간신히 국회 문턱을 넘었다. 총리 임명 후 성완종 새누리당 의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며 남긴 로비리스트에 이름이 담긴 것으로 확인되면서 63일 만에 물러났다. 2017년 대법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지만 정치적 내상은 남았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완구 전 총리는 충청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뚝심과 책임의 상징”이라고 추모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장지는 청양군 비봉면 소재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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