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37>좋구나, 이런 요물단지
10 옹녀의 전성시대 <15>
옹녀 년이 서둘렀다. 일단은 사내의 연장을 한번은 써 먹게 하자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방사까지 허용할 생각은 없었다. 사내의 애간장만 녹이다가 밭갈기를 그만두게 할 요량이었다. 그래야 사내가 환장을 하고 덤빌 판이었다. 꽃값이 열 배 스무배로 늘어날 수 있을 것이었다. 또한 자칫 사내한테 방사까지 시켰다가 고태골로 갈까 그 일도 걱정이었다. 산내골로 들어가 강쇠 서방님을 만난 이후 옹녀
는 사내를 만나 살풀이를 벌이드래도 방사까지는 허용하지 않을 요량을 단단히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것은 함양의 이생원한테도 마찬가지였다.
“오냐, 오냐. 갈마, 갈아야제. 연장이 튼튼한데 이까짓 밭이야 못 갈겠느냐? 흐참, 흐참. 이런 요물단지가 어딨다가 이제 왔을꼬이.”
이생원이 흐흐흐 웃다가 연장을 밭고랑 속에 푹 디밀었다.
“흐메, 나 죽겄소.”
옹녀 년이 감청으로 화답했다. 그럴 수록 사내는 신명이 나기 마련이었다. 제 놈의 연장에 밭을 내 준 계집이 죽겠다고 아으아으 소리를 내지르면 물건은 더욱 기운을 내게 마련이었고, 힘든 줄도 모르고 밭을 갈게 마련이었다.
제 놈의 말대로 한번 고개를 들고 밭을 갈기 시작한 이생원의 쟁기날은 좀처럼 일을 끝낼 줄을 몰랐 한나절을 간다는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좋구나, 이런 요물단지가 없구나.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기분이 묘허구나.”
잠깐 움직임을 멈추고 숨을 몰아 쉰 이생원이 말했다.
“안직 멀었소? 나리. 이년언 펄새 몇 번이나 극락얼 갔다왔구만요.”
옹녀 년의 거짓말에 이생원이 흐흐흐 흐뭇하게 웃었다. 계집이 극락에 다녀왔다는 말을 싫어할 사내는 없었다.
“그랬냐? 나는 아직 멀었는데, 너는 극락을 다녀왔느냐? 허허, 이것 꽃값은 내가 아니라, 네가 나한테 주어야겠구나. 주막 뒷방에서 네가 만난 사내들이라야 뻔할 것이 아니드냐? 오냐, 내가 오늘 너
를 아예 죽여주마.”
이생원의 말에 옹녀 년이 속으로 흐흐 웃었다. 제까짓 놈 쯤이야 한 순간에 골로 보낼 수도 있는 계집이라는 것을 모르고 입을 놀려대는 사내가 웃기는 것이었다.
“아이고, 나 죽소. 나리, 생원나리, 나 죽소. 날 좀 살려주씨요.”
옹녀 년이 그렁그렁 숨소리에 섞어 비명을 내지르다가 두 다리를 뻣뻣하게 뻗으며 온 몸에서 힘을 쭉 뺐다. 사내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자기 스스로 멈춘 것이 아니라 옹녀 년이 그렇게 만든 것이었다. 밭고랑에 단단히 박힌 쟁기날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든 것이었다.
가루지기<538>조였던 아랫도리 풀고
10 옹녀의 전성시대 <16>
“어? 어? 왜 이러냐? 내가 움직일 수가 없구나.”
“왜라? 왜 그러시오? 내동 밭얼 잘 갈다가 연장얼 멈추시오.”
옹녀 년이 웃음을 머금고 물었다.
“이상허구나. 내가 꼼짝얼 못하겠구나.”
이생원의 목소리가 갑자기 두려움에 잠겼다. 오입깨나 해 보았지만, 계집의 배 위에서 그런 꼴은 또 처음인 것이었다. 이생원이 몇 번 엉덩이를 뒤로 힘껏 빼보았지만, 한번 단단히 박힌 연장은 밭고랑을 빠져 나오지 못했다.
“백혀도 단단히 백혀뿌럿는갑소. 큰 일 났소. 내가 귀가 짧기넌 허요만 쩌그 어디서 들은깨, 사람 중에는 그런 사람도 있다고 그럽디다. 사내허고 계집허고 그 짓얼 허다가 사내의 연장이 안 빠져서 의원얼 불러 침얼 맞고 빼냈다고 그럽디다.”
옹녀 년이 아랫도리를 더욱 단단하게 조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큰 일이 아니더냐? 이것 우세를 단단히 살 것이 아니더냐?”
“어디, 나리 혼자만 우세럴 사겄소? 아, 어떻게 기운 쫌 써보씨요. 먼 남정네가 그리 히말때기가 없소. 참말로 의원 영감을 부르라고 허끄라?”
옹녀 년이 장난을 그만 쳐야겠다고 작정하며 소리를 높였다.
“아, 내가 빼기 싫어서 안 빼고 있냐? 이놈이 도통 빠질 생각을 안하니까 그러제. 거참, 요상시런 구녕도 다 있구나.”
이생원이 엉덩이를 좌우로 놀리며 들썩거렸으나 물건은 빠질 생각을 안했다. 그때였다 옹녀는 사내의 연장이 슬며시 수그러드는 것을 느겼다. 그것은 사내가 겁에 질렸다는 뜻이었다. 옹녀 년이 꽉 조였던 아랫도리를 조금 풀고 살집을 움죽거리다가 사내의 연장을 밖으로 밀어냈다. 그 순간 사내가 얼른 엉덩이를 치켜 들었다. 연장이 밭고랑을 빠져 나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어윽어윽 비명을 내지르며 방바닥에 질펀하게 방사를 했다.
“그 아깐 것얼 방바닥에 싸뿌렀소?”
옹녀 년이 빈정거렸으나, 이생원은 아무 말도 못했다. 숨만 씩씩거릴 뿐이었다.
밖에서 듣고 있었는지 주모가 물었다.
“나리, 술상을 들이끄라?”
역시 잡년은 잡년을 알아보기 마련이었다. 뜨끈한 장국밥 한 그릇을 코끝에 땀방울까지 송글송글 매달면서 맛 있게 비워낸 옹녀가 소매끝으로 콧잔등을 훔치며 싱긋 웃자 인월 삼거리 주모가 엉덩이를 움직여 조금 당겨 앉았다.
“눈 밑에 그늘이 지고 눈동자가 물기에 촉촉히 젖은 것얼 본깨, 사내 없으면 하룻밤도 못 살 계집겉은디, 어디서 굴러묵다 온겨? 팔령재럴 넘어온겨? 아니면 여원재럴 넘어온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