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읽는 강론
토마스 사도 이야기는 우리가 성경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 중 하나예요 .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 때, 토마스는 그 자리에 없었어요 . 다른 제자들이 예수님을 봤다고 말했지만, 토마스는 믿지 못했죠 . 그는 예수님의 못 자국에 손가락을 넣어 보고, 옆구리에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절대 믿을 수 없다고 말했어요 .
여드레 뒤에 예수님께서 다시 나타나셨고, 토마스도 함께 있었어요 . 예수님은 토마스에게 직접 손과 옆구리를 보여주시며 의심을 버리고 믿으라고 하셨죠 . 토마스는 그제야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하고 고백했어요 . 이 이야기 속 토마스의 모습이 사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 제자들은 예수님을 직접 보고 만져봤기 때문에 부활을 확신했지만 , 토마스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봐야 믿겠다고 한 것이죠 . 우리는 흔히 이런 확실한 무언가를 필요로 해야만 믿음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
우리가 살면서 어떤 것을 믿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요 . 예를 들어 돈을 빌려주거나 중요한 약속을 할 때, 우리는 상대방을 믿기 위한 분명한 사실이나 증거를 원하죠 . 법원에서도 증거가 중요해요 . 사법제도에서는 범죄 사실이 객관적인 증거로 확인될 때까지 죄가 없다고 보는 증거 원칙주의를 따르거든요 .
하지만 믿음은 이런 확실한 증거를 바탕으로 하는 산술적인 것과는 조금 달라요 . 우리가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사람이 내가 기대하는 대로 100% 될 거라는 증거를 가지고 만나는 사람은 없죠 . 결혼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 배우자가 평생 나만을 위해 살아줄 거라고 100% 확신하고 결혼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 때로는 '속았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그래도 서로를 믿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거죠 . 내가 노력하면 상대방도 바뀔 수 있고 나 자신도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우리 안에 있어요 . 이렇게 믿음 안에는 의심과 불확실함, 그리고 기대와 희망이 함께 있는 거예요 .
예수님은 토마스에게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라고 말씀하셨어요 . 여기서 예수님은 보지 않고 믿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 행복의 기준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가르쳐주시는 거죠 .
눈앞에 보이는 것은 당장은 행복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 배고플 때 음식이 있거나, 돈이 필요할 때 돈이 있으면 당연히 즐겁죠 . 하지만 돈이든 음식이든, 눈에 보이는 것들은 영원하지 않아요 .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생기거든요 . 이런 것들은 영원하지 않은 가치들이에요 . 하지만 행복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영원한 가치를 믿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아름다운 것이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세요 .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믿음이 더 큰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뜻이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가족'이라고 대답해요 . 가족은 눈에 보이는 존재이고, 나를 지켜주니까요 . 하지만 가족이 정말 소중한 이유는 눈에 보이는 모습 때문만이 아니에요. 가족 안에서 서로 주고받는 신뢰, 사랑, 희생, 그리고 서로에 대한 위로가 바로 진정한 행복이죠 . 힘들 때 손잡아주고, 어려울 때 밥을 챙겨주고, 아플 때 곁을 지켜주는 존재 자체가 나에게 행복을 주는 거예요 . 하지만 이 행복 그 자체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랍니다 . 가족 간의 깊은 유대감과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삶을 가장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가치인 것처럼 말이에요.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눈으로 본 제자들은 아주 강한 믿음을 가졌어요 . 예수님처럼 자신들도 부활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목숨을 걸고 예수님의 가르침, 즉 복음을 전할 수 있었죠 . 그래서 많은 사도들이 순교했어요 .
그렇다면 예수님을 직접 만나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믿음을 갖게 되었을까요? 바로 목숨까지 바쳐가며 열심히 복음을 전하는 제자들을 보면서 믿은 거예요 . '저 사람들을 보니 무언가 대단한 것이 있구나, 저들의 믿음 안에 진실이 있구나' 하고 생각한 거죠 . 이렇게 사도들의 확고한 믿음은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졌고, 이것이 바로 가톨릭 교회가 2000년 동안 이어져 올 수 있었던 힘이 되었어요 . 교회는 베드로 사도와 다른 사도들의 든든한 믿음 위에 세워졌답니다 . 사도 바오로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출신이나 배경과 상관없이 성령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로 부름받았고 , 서로 연결되어 거룩한 성전을 이루며 하느님을 찬양하는 한 공동체가 되었어요 .
우리가 성당에서 만나는 신자분들을 서로 형제님, 자매님이라고 부르잖아요 . 이 호칭은 단순히 부르는 말 이상이에요 . 이는 우리가 믿음 안에서 하느님의 한 가족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해요. 이 하느님의 가족이 될 수 있었던 힘은 사도들의 신앙에서부터 시작되었답니다 . 사도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졌고 , 자신을 희생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것을 기뻐했어요 . 이것이 바로 교회가 희생하고 봉사하며 서로의 은사를 나누는 가장 중요한 가치예요 . 믿음 안에서 우리가 하나 되어 서로 사랑하고 돌봐줄 때, 우리의 공동체는 더욱 아름답고 튼튼해진답니다.
내가 가진 행복한 믿음은 나 자신에게만 머무는 것이 아니에요. 이것은 마치 불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옮겨붙어 더욱 커지고 확산되는 성질이 있어요 .
내 안에서 믿음을 가지고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그 믿음을 전하는 것에서도 행복을 느껴요 . 하지만 만약 믿음이 의무적이거나 마지못해 가진 것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믿음을 전하는 것이 불편할 수 있어요 . 왜냐하면 나 자신도 확신이 없기 때문이죠 .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믿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행복한 믿음, 즉 확신이 먼저 중요해요 . 내가 가진 행복한 믿음이 단단할 때, 그 확신은 다른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전해질 수 있답니다.
아멘.
(송용민 사도요한 신부)
첫댓글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