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 SENSE
일루젼에서 3D까지
이번 전시에서는 3D를 차용한 조각, 설치, 영상, 사진, 판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전시하고,
출품된 작품이 지닌 내용과 함께 입체로의 구현 방식에 따른 시각적 요소를 살펴 볼 수 있다.
글 | 강재현(사비나미술관 큐레이터)
[2010. 3. 17 - 5. 23 사비나미술관]
[사비나미술관]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 159 T.02-736-4371
홈페이지로 가기 www.savinamuseum.com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의 관심사인 입체 구현에 대한 욕구가 작품 제작 과정에서 반영되고 있는 지점을 살펴보고, 新감각에 대한 관객의 갈증을 3D라는 매개체를 통해 구현해 보고자 하였다.
김준 작가는 몸 자체를 3D로 정교하게 제작하여 피부에 상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이식 시키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인간의 의식 안에 새겨진 문신, 즉 일괄적으로 통일된 모습이나 상품의 가치와 이미지로 동일시 된 현대인의 알몸에 문신으로 새겨진 옷을 입혀 유희적이면서 매혹적으로 표현한다.
김창겸의 ‘Still Life’는 2D로 촬영한 인물이 3D로 만들어진 가상의 공간에 혼재하여 마치 이상한 나라에 온 엘리스와 같은 판타지적 요소를 볼 수 있다. 이는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결합하여 그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허구의 이미지와 실제의 이미지, 현실과 환영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이남은 ‘비만 모나리자’와 ‘진주귀고리를 한 소녀’의 명화가 주는 감동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했다. 차가운 디지털 기술에 자연과 인간미를 담고자 한다는 작가는 이번 출품작 역시 위트 있게 재구성 하여 숭고한 이미지의 명화에 친숙한 인간미를 더해주고 있다.
정영훈은 실제 존재하지는 않는 환영이지만 꿈처럼 몽환적이며 환상적인 경험을 유도한다. 3D로 제작된 작품 ‘Anonymous Epic’에 등장하는 근육을 드러낸 파란 두 손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장엄함을 지니며, 손의 변화하는 과정에 작가가 숨겨놓은 비밀을 발견할 수 있고, ‘The Flower’는 꽃과 나비의 화려한 움직임을 관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한 인터렉티브 아트이다.
호불호는 4명으로 구성된 미디어 영상프로젝트 팀으로, 관객이 특수 안경을 착용하고 감상할 수 있는 3D 입체영상 애니메이션을 선보인다. 3D 합성기술을 이용한 영상 작업은 현대인의 일상에서 접하게 되는 기호와 문자, 픽토그램 등의 시각소통매체가 의사전달을 하는데 가질 수 있는 오류에 대한 이야기로, 관객은 극장처럼 마련된 지하 전시장에서 리얼한 가상공간을 흥미롭게 체험할 수 있다.
강영민은 미디어의 시지각적 왜곡에서 출발하여 넓게는 사회문화적 현상의 인식문제를 작품의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번 전시는 도시의 매트릭스, 경제난, 강대국의 재등장, 도심 속의 극단적 소외 등 대상 속에 숨겨진 사회적 의미들을 오브제와 사진의 해체 그리고 재조합을 통해서 드러내고 있다.
고명근의 ‘CHAMBER’시리즈는 작가가 채집한 사진을 투명 필름에 출력하여 큐브 형태로 제작함으로써 실제로 방 안에 사물과 인물이 존재하는 듯이 보여 진다. 보는 각도에 따라 빈 방으로 보이기도 하는 작품은 시각적 유희를 넘어 명상적이며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베른트 할프헤르는 사진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촬영하고 망막이 인지할 수 있는 상(像)을 확장시킨다. 작가가 촬영한 공간을 한눈에 인지가 가능한 구(毬)의 형태로 보여주는 것이다. 즉 한번에 360도의 풍경을 볼 수 없는 인간의 눈으로 완전한 사방의 공간을 인식할 수 있게 한다.
손봉채는 역사적 사건, 사고가 발생한 특정지역을 촬영하고 그것을 여러 장의 투명 폴리카보네이트 위에 그림으로 옮겨 원근법에 따른 중첩된 형태로 제작하는 패널 페인팅이다. 작가의 패널 페인팅은 마치 홀로그램 효과처럼 그림이 입체적으로 나타나는데, 자칫 깊이감을 유도한 단순한 풍경화로 보여 질 수 있는 작품들은 그 지역이 가지는 장소의 특수성과 함께 을씨년스런 분위기로 긴장감을 더해 준다.
여동헌은 입체 판화(3D Serigraphy)를 선보인다. 그가 이 기법을 즐겨 사용하는 이유는 일반 판화제작기법과는 다르게 수없이 많이 칼라를 올릴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건축 입체모형 제작을 계기로 1995년부터 제작하게 된 입체 판화는 하나하나의 이미지가 일정한 간격으로 겹쳐지면서 그 깊이가 시각적 환영을 주기 보다는 다분히 촉각적인 느낌을 주어 독특한 판화의 기법이 주는 흥미로운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최종운은 미술관 1층 전시장 전면 가득 수직으로 늘어뜨려진 고요한 은빛 장막은 관객 앞에서 갑작스레 몰아치는 거대한 쓰나미와 같은 일렁임을 연출한다. 단순 기계동작에 의해 생성되는 장막의 파문은 그 움직임이 전동되어 아름다운 시각적 환영을 가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