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영국에서 벌어진 프로축구 경기로 인해 다시 한번 리더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바로 세계 최고의 리그로 평가받는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중인 손흥민 선수 이야기이다. 요즘 손흥민 선수는 토트넘의 주장으로 이런 저런 이유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동안 토트넘 구단을 이끌었던 주장단 선수가운데 해리 케인이 독일 뮌헨으로 이적하고 주장이던 골키퍼 요리스는 나이와 능력저하로 주전에서 밀려 났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요상한 선수 바로 에릭 다이어이다. 그는 수비수로서 능력도 품성도 갖추지 못했지만 그냥 영국 태생이라는 이유로 토트넘 구단에서 그동안 잘 버티어왔다. 하지만 새로 부임한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요리스와 케인 그리고 다이어라는 인물들이 토트넘 구단을 얼마나 파벌의식 그리고 유럽 그리고 영국 선수들을 중심으로 한 구단 장악이라는 그 암적 존재로 군림했는가를 말이다. 그래서 케인이 떠나는 것을 계기로 주장단을 완전히 교체해 버렸다. 한국의 손흥민이 주장이 되고 영국출신 미드필더인 제임스 메디슨과 아르헨티나 출신인 수비수 크리스티안 로메로를 부주장으로 임명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유럽인이 아닌 동양인이 구단의 주장이 된 적이 없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호주출신이다. 물론 신체조건이나 언어 등 모든 면에서 영국에 가까운 핏줄이지만 호주는 지금도 아시아권으로 분류된다. 축구 경기도 아시아권으로 치른다. 아마도 유럽권출신이 아닌 감독이어서 상황을 제대로 본 것으로 판단된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팀을 개과천선하게 만든 네덜란드 출신 히딩크 감독의 판단과 비슷한 것 아닌가 보인다. 혈맥 학맥 인맥으로 점철된 선수 선발을 그야말로 실력위주로 결정하게 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기득권이었던 세력에게 히딩크감독은 이래저래 욕을 참 많이 먹기도 하도 언론의 지적질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히딩크는 뚝심으로 버티었고 결국 월드컵 사상 다시오기 어려운 4강 신화를 이뤄낸 것 아닌가.
영국의 언론에서도 손흥민 선수의 주장 선임에 대해 이런 저런 지적이 나왔다. 특히 에릭 다이어라는 영국선수는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언론에 손흥민의 주장 선임이 부당함을 부르짖고 다녔다. 축구의 종주국인 영국에서 그것도 역사와 전통이 깊은 토트넘 구단에서 영국 출신 아니 유럽출신도 아닌 동양의 축구변방국가 출신인 손흥민이 주장이 된다는 것은 어불성실이라며 폄훼하고 다녔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오히려 다이어를 기용조차 하지 않는 강수를 두었다. 물론 지금 토트넘 레비 회장은 영국출신이다. 그래서 해리케인을 그토록 감싸 돌았고 그 언저리에 존재하는 다이어까지 챙겨주는 동포애를 발휘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레비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다이어의 수비 능력이 형편없고 그를 기용하면 수비가 구멍이 나서 대부분 지기 때문에 눈물로 동포애를 거두는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도 에릭 다이어는 언론과 SNS를 통해 손흥민 주장의 흠집내기 손흥민 흔들기식의 가짜 뉴스를 양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손흥민 선수는 너무도 지금의 토트넘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손흥민 선수는 2010년 독일 함부르크에 입단한다.18살의 나이였다.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독일로 건너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2013년 레버쿠젠으로 이적한다. 그리고 2015년 드디어 꿈의 무대인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으로 건너간다. 그로부터 벌써 8년이 지났다. 한국을 떠난지도 벌써 13년이다. 잘 알다시피 유럽은 엄청난 인종차별 주의속에 놓여 있다. 유럽축구 리그에 뛰는 흑인과 황인종 그리고 스페인 계열이 엄청나지만 유럽의 백인 선수들과 구단주들의 이런 저런 인종차별식 태도는 아직도 곳곳에서 존재하고 있다. 손흥민선수는 그런 모습을 13년째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런 환경속에 그 자신이 토트넘 구단의 주장이 되는 것이 얼마나 가시밭길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동안 백인계 유럽인 주장들은 주장이란 완장을 달고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는데 앞장 섰다면 손흥민은 그렇게 할 수도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단지 선수단의 일원으로 열심히 달리고 공을 차면서 팀을 최정상에 올리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감독은 그에게 가시밭길 고난의 감투를 씌워주고 말았다. 팀 선수 입장에서 감독이 제안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팀을 떠나겠다는 표시밖에 되지 않기에 그는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은 자신이 주장이 될 경우 에릭 다이어같은 인물들이 얼마나 훼방을 놓을까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구단 락커룸에서 벌어지는 우리가 모르는 그런 상황속에 얼마나 인종차별이 심했겠는가. 하지만 손흥민은 주장 제의를 수락한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는다. 이제는 개인 손흥민이 아니라 팀의 주장이자 리더인 손흥민이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팀 동료이자 후배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자신은 그들을 뒷바라지 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굳게 다짐한다. 그래서 자신이 공을 넣을 수 있는 상황에 도달해도 그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있는 선수에게 공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그동안 경기에서 한골도 넣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언론과 팬들은 손흥민의 능력이 저하됐다...손흥민이 나이장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후배들을 챙긴다는 명문으로 자신의 능력저하를 숨기려 하고 있다는 등등 그에게 무수한 화살을 퍼붓고 있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게의치 않고 상태가 좋지 않은 선수들을 찾아다니며 위로하고 격려했다. 자신의 심정도 태산같은데 그는 자신의 아픔보다 동료들의 힘듬을 더 걱정하고 있었다. 특히 그는 해리 케인이라는 월드 클래스 스트라이커가 독일로 떠나 이제 공을 넣을 선수가 없다는 비아냥에도 반응하지 않았다.이제 토트넘은 2부리그로 강등될 것이고 손흥민이라는 선수 한 명으로 토트넘을 부흥시킬 수 없다는 지적에도 겸허하게 참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을 해리 케인의 자리인 스트라이커 자리에 올렸고 드디어 오늘 새벽 번리와의 경기에서 무려 3골을 몰아넣는 괴력을 보인다. 시즌 1호 2호 3호골이다. 그동안 손흥민이 골을 넣고 싶어도 능력이 떨어져 넣지 못한다는 언론과 악플 세력들에게 멋진 한방으로 되갚아준 것이다. 손흥민 선수는 경기 종료후 인터뷰에서 그의 리더로서 자격을 더욱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해트트릭을 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팀이 이겨서 승점 3점을 가져 온 것이 더욱 값진 것이다...이 모든 것은 같이 뛰 동료 선수들의 도움과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다...우리는 조금씩 향상되어간다...그래서 더욱 높은 위치로 올라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렇다. 이것이 리더의 품격이자 능력이다. 손흥민은 자신에 대한 자랑도 기쁨도 전혀 내세우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공을 공급한 동료들의 도움에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손흥민이라고 왜 그런 대단한 결과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겠는가. 그동안 해리 케인과 전 감독의 요상한 전술에 눌려 제대로 골을 넣지 못한 분함이 왜 없었겠는가. 그래도 그는 남의 탓을 하지 않았다. 바로 그것이 리더의 품격이다.
어제 밤부터 오늘 새벽에 걸쳐 벌어진 영국에서의 축구경기를 보고 난 뒤 왜 그렇게 흥분이 가라앉지 않던지. 그것은 단지 한국출신 선수가 해트트릭을 했다는 그 성과때문만이 아니고 그런 성과를 거둔 그 과정이 너무도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스포츠를 비롯한 세상의 모든 이벤트가 살아있는 느낌을 주는 것은 바로 그 감동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런 감동을 받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서로 자기가 잘났다고 난리치고 서로 남을 탓하고 자신에게는 잘못도 없다는 식의 그런 행위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손흥민 선수 아니 손흥민 주장의 그런 언급과 행동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올해 31살의 젊은 선수가 멀리 영국에서 발하는 그 품격과 능력이 바로 감동 아니겠는가. 이런 감동적인 품격과 능력의 소유자들이 우리 주변에 조금이라도 더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보는 하루이다.
2023년 9월 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