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이란 단어를 시전에서 찾아 보니, '마음 속으로 다져 먹은 생각이나 태도, 조금도 굽히지 아니하고 버티어 나가는 성품이나 태도'를 말한다. 내 지인중에 배 아무개가 있다. 성격도 털털하고 생김새도 남자답게 생겨서 우리는 별명으로 '배째라!'로 불렀다.
'배 째라'는 먹고 튀는 '먹튀'보다도 더 배짱이 좋은 한량들을 말한다. 말하자면 조폭이나 깡패같은 족속들이다.
어제 증권회사에 볼일이 있어 지하철을 타고 한참 걸어서 찾아갔더니 문이 잠겨 있었다. 이상하다 싶어서 문을 열려고 하니 안에서 누군가 직원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문을 열고 나오더니 점심시간이라고 하면서 나중에 다시 오라고 했다. 시계를 확인해 보니 11시34분이었다. 아직 점심시간이 멀었지 않느냐고 했더니 자기들은 교대할 사람이 없어 11시반부터 12시반까지 식사를 하는데 12시 반에 다시 오라고 했다.
할 수 없이 밖으로 나왔다.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가 오자니 괜히 시간만 낭비할 것 같고 그래서 바닷가를 산보하기로 하였다.
바다를 보면서 천천히 걷는 것도 건강에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날씨가 별로 춥지 않아 조깅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산책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멀리 수평선으로 짐을 가득 실은 컨테어너선이 어디론지 가고 있었다. 작년에는 사상 최대로 수출량이 늘어났다고 했지만 기업들은 해운운임이 그 전보다 2.5배나 올라서 별로 남는게 없다고 한다. 해운도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데 해운도 모르는 사람들이 해운을 좌지우지 하면서 우리나라 대표 해운사인 한진해운을 공중분해시킨 이후 세계7위의 선복량을 가졌던 해운국이 하루 아침에 수출물량을 실어 나르는 배를 구하기에 전전긍긍 하는 사태를 맞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착잡하였다.
혼자 걷다가 마린시티에 사는 친구를 불러내어 커피라도 한 잔 할까 생각하다가 그러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고 빨리 증권사에서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야 된다는 생각에 타임킬링만 하기로 하였다. 높은 빌딩들이 즐비하게 늘어 섰고 길가엔 영어로 쓰인 간판들이 나붙어 있어 내가 마치 외국에 나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의 거리 시작점 부근에는 철가방을 든 스텐조각상이 햇빛을 반짝반짝 반사하며 서 있었다. 예술작품이라기보다는 건물에 따른 조형물로서 한 번의 눈요기감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12시반이 돼서 돌아왔더니 그 새 먼저 들어와 기다리는 손님이 한 사람 있었다. 12시반이 돼도 즉시 업무개시는 하지 않고 직원들은 뭐가 바쁜지 이리뛰고 저리 뛰는 여직원도 눈에 띄었다. 한참 지나서야 나 차례가 되어 볼일을 보았다. 요즘 증권사는 주식투자 열풍이 불어 가만이 있어도 수수료가 상당히 쌓여가니 배가 부른 장사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예전에도 한때 증권바람이 불어 증권사에 근무하는 여직원도 자사주 배당으로 수억씩 갖고 있는 부자라고 한 적이 있었다. 돈은 돌고 도는 법, 그러다가 얼마 못가 증권사 직원들이 빚투에 내몰려 고생한 적도 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하지 못하는 모양이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