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력 위조 사건으로 난리가 아니다.
희대의 학력 사기꾼 신정아 씨? 이 사람은 내 또래의 사람인데, 이 사람이 동국대에서 교수를 하고, 광주 비엔날레에서 책임자를 하고, 이러다가 학력 위조가 발각이 되었다. 사람들은 그를 '여자 황우석'이라고 불렀다. 황우석 박사의 연구 업적은 훌륭한 부분이지만, 거짓말을 하는 배포나 무모함은 닮을 부분이 아닌 것 분명하다.
그래서 학력 위조 폭풍이 밀어 닥쳤다.
'러브 하우스'로 유명한 사랑의 건축가 이창하 씨가 고졸,
'행복 전도사'로 유명한 재담꾼 정덕희 교수도 고졸,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했던 윤석화 씨는 이화여대를 나왔다는
것도 거짓,
'디워'로 요즘 유명세를 타고 있는 심형래 씨도 고려대학교를
졸업했다는 것도 거짓이다.
사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맹점을 짚은 것이었다.
학력 그것이 분명 잘 통한다는 것.
학력이 다르면 정말 사람을 다르게 본다.
정작 사람의 내면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야
오래 관찰해서 그 사람의 면면을 순간순간의 마음씀을 보아야
파악되는 것이지만,
현대 사회는 그런 친절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내 경우도 우리 학교에서 출신 대학이 알려져 있다.
학생들은 문제지를 사 보게 되고,
그 문제지에는 출신 대학이 기재가 되기 때문이다.
어쩜 아이들이 출신 대학 때문에 나를 우러러 볼지 모르고,
그로 인해 부득이 다른 선생님들께 피해를 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선생님들 역시 내가 졸업한 대학
한두 명 입학한 것을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시는 것 역시 현실이다.
내 딴에 출신 대학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하지 않지만,
그것은 눈 가리고 아웅이다.
그래서 문제지에 있는 약력에서 저만 출신 대학을 빼 주세요. 라고
하기도 어렵다.
물론 이런 것은 있다.
어느 문제지에는 '--대학 대학원 석사 졸업'. 그래서 나는 지워 달라고 했다.
석사를 수료한 것이지, 졸업한 게 아니고, 그쪽 사람들한테 욕을 먹게 되니,
아픈 기억도 아니고 차라리 삭제해 달라고.
EBS에서는 어떤가?
EBS에서 강사의 약력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넣고 빼고를 내가 결정할 수 있다. 나는 대학 졸업 사실은 넣지 않았다.
조금 우스운 이야기지만, 강의력으로 승부를 해 보고 싶어서다.
하지만 학생들의 호응이 그다지 없는 걸 보면, 아직 강의력이 별로인가 보다.
EBS의 수십 명 되는 국어 강사들 중에
자신의 출신대학을 밝히는 사람들은 고려대학교 졸업자들 뿐이다.
중앙대, 한양대, 성균관대 등을 졸업한 수많은 분들은 밝히지 않는다.
밝혔다고 해서 뭐라 할 일이 아니고,
밝히지 않았다고 해서 뭐라 할 일이 아니다.
어느 쪽이나 나름의 논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어쩌면 다 학생들이 대학교에 민감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 고등학교 때, 평범해 보이던 어떤 선생님이
서울의 명문 대학을 나왔다고 하니까
분명히 달리 보이던 게 있었다.
그 분이 말씀하시는 성공 요령도 나름의 이치가 있다고 생각도 했었다.
지금의 아이들 역시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타이틀이랄까 간판이랄까
이것이 세상 사람들이 사람을 간단하게 평가하는 척도이다.
가령, 나와 함께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이
그중에는 교수가 있고, 교사가 있다.
주관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세인들은 교수가 된 친구들이 더 유능하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어쩜 그게 맞을지도 모를 일이고,
나도 대학에 남은 친구들의 그간 해왔던 노력을 존경한다.
사람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어려운 문제다.
다만 아이들에게 진학을 잘 해 보자고 하는 것은
그들이 나중에 하고 싶은 일들을
학력이 발목 잡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결국 사회가 어떤 구도로 형성이 되어 있다면,
방어적이든 공격적이든 그 흐름대로 가게 되어 있다.
다만, 무모하거나 과감한 사람들이 공격적으로 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