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다
황보용남 스테파노
“주님, 함께하여 주십시오.”
새벽기도 후, 신산회 중견들과 함께 출발한다. 지리산 최단코스 중산리에 도착해서 3시간여 가파른 오르막을 터질 듯한 심장 박동
과 무릎의 피로를 달래며 정상에 안착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꼭 도전하고 싶은 가슴 설레는 곳, 그 짜릿한 곳
에 천왕봉이라 새겨진 표지석이 있다. 표지석 뒤에 새겨진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라는 문구를 보며 이곳에서 다짐했던
몇 번의 추억들을 되새겨본다. 어디 나만의 새김이며 다짐이었을까?
사회생활 은퇴 후 몇몇 교우들과 함께 취미생활로 선택한 등산 모임이 신산회다. 벌써 16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60대 후반의 나이
가 어언 팔순을 맞았다. 그러고 보니 같이했던 형제자매님들도 어언 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되어 회원들의 분위기는 중후하며
사랑과 배려가 가득하다. 그간 허리 협착증으로 두 번, 산행 중 발목 부상으로 6개월여 목발 신세 등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신산
회는 내 삶의 활력소이자 자랑스러운 존재이다. 나이가 많아져 회원들에게 부담스럽고 미안할 때가 많지만 이 글을 통해 감사
와 사랑을 전한다.
2~3년 전 70대 후반에 이젠 불가능할지 모르는 체력의 긴장감에 신산회 회원들과 함께 한국의 5대 명산 지리산과 설악산, 그리고
한라산과 남,북 덕유산 정상을 섭렵해 보았다. 나름대로 건강과 식견과 친교에 활력을 받았고 삶에 커다란 추억거리도 남긴 것 같
다. 지리산 둘레길과 제주 올레길의 행사에도 자신감 넘치는 마음으로 참여하면서 제주 올레길은 반절, 지리산 둘레길은 총 22개
구간 중 14구간을 진행하고 있다.
지리산 하면 정상을 기점으로 3개 도를 아우르고 있는 대한민국1호 국립공원이다. 정상을 향한 몇 개의 등산 루트와 둘레길과 계
곡을 거의 섭렵해간다. 더욱 둘레길을 통해서는 옛사람들의 역사와 사연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향수 같은 걸 느끼면서 ‘자연에 순
응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참모습과 행복은 무엇일까?’ 묵상도 해보았다.
송천동에는 천혜의 건지산과 덕진공원 그리고 탁 트인 전북대학교 교정과 잘 정비된 전주 천변길이 있다.온 나라가 다 겪은 2년
반 정도의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거의 매일 만 보 걷기를 결심하고 실행했다. 헤아려보니 거의 천만 보가량 걸은 셈이다. 답답
할 때는 나 홀로 모악산 정상도 여러 번 다니면서 체력테스트도 해보았다. 이런 훈련들이 이번 등산의 결실로 이어졌고, 코로나
팬데믹이 준 선물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산도 좋았지만 뜻과 생각이 같은 좋은 벗들과 함께하니 더욱 즐거운 산행이었다’라는 말과 ‘오늘 원팀이된 산악회의 명칭은
678산악회입니다.’라는 시어(詩語)처럼 들리는 소리에 이 나이 많은 사람 칭찬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고, 우정과 배려에 피
로가 확 풀린다. ‘올가을에 다시 옵시다’라는 말에 무심코 대답했는데 훈련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반자가 되어준
678멤버들에게 더욱 찐한 감사를 드리며, 이런 만남을 통해서 신앙 안에서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고 힘과 용기가 되어주길
희망한다.
첫댓글 황보 회장님께서 송천월보 7월에 기고하신 글입니다
황보 회장님은 우리 신산회의 푯대이자 든든한 버팀목이십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저희와 함께 산에 가시기를 소망합니다
사람은 스스로를 친구로 여기며 극복해 나갈수 있는 힘을 가진 동물이지요
하느님을 믿는 이들에게는 더욱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항상 같이 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처음과 같이 영원히 함께 하시길 빕니다
아
그리고 가을에 가는 날 잡아놓겠습니다 ㅎ